<신부 이야기> 5권 나온 소식을 보면서 생각한다. 이 만화책을 3권까지 읽다가 멈추었는지 2권까지만 읽었는지 헷갈린다. 뒤엣권을 더 읽을까 하다가도 망설이며 더 읽지 않았다. 그림이 나쁘지 않고, 줄거리 또한 아쉽지 않은데,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왜일까 하고 가만히 헤아리다가, 5권 소식을 듣고 5권 줄거리와 미리보기 들로 살피건대, 굳이 '만화로 이러한 이야기를 담을 까닭'이 있을까 하는 실마리를 풀어 주지 못하기에, 나로서는 이 만화책을 더 못 읽는다고 깨닫는다. 만화 그리신 분이 그냥 '사진 찍어서 사진책 내는 일'이 훨씬 알맞거나 어울리겠다고 느낀다. 만화가라 해서 사진책 내지 말란 법 없다. 꼭 만화로 그려내어 어떤 이야기 들려주거나 새로 빚는 흐름을 엮지 못한다면, 애써 만화책이어야 하지 않을 뿐이다. 사진책에서도 이와 같다. 꼭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주고 이야기 빚는 결이 안 되면 굳이 사진을 찍을 까닭이 없다. 잘 그린 만화인 <신부 이야기>라고 느끼지만, '잘 그린다' 하는 한 마디 빼고는 가슴을 움직이지 못한다고 느낀다. 다만, 나는 이렇게 느낀다뿐, 다른 분들은 즐겁게 읽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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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이야기 5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5월
7,000원 → 6,3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원(5% 적립)
2013년 05월 1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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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대로 생각한다

 


  아름다움을 생각하면서 글을 쓰면, 글에 아름다움이 살며시 깃든다. 슬픔을 생각하면서 글을 쓰면, 글에 슬픔이 천천히 밴다. 웃고 노래하는 하루를 떠올리면서 글을 쓰면, 글에 웃고 노래하는 이야기 감돈다. 울고 악쓰던 하루를 떠올리면서 글을 쓰면, 아, 이런 울부짖음과 악쓰기를 차마 어찌 읽을까.


  지구별에 평화가 없을까? 평화가 없다고 생각하면 참말 평화가 없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글이 무겁고 슬프다. 지구별에 사랑이 있을까? 사랑이 있다고 생각하면 참말 사랑 따스한 모습이 피어나면서 글이 가볍고 즐겁다.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가는가에 따라 글이 달라진다. 무엇을 바라보며 사랑하는가에 따라 글이 바뀐다. 늘 자동차 물결 쳐다보고 자동차 소리 들으면서 자동차 배기가스 맡는다면, 글이고 노래이고 춤이고 그림이고 사진이고 온통 자동차투성이 되리라. 언제나 숲바람 마시면서 숲노래 듣고 숲내음 누리면, 글이든 노래이든 춤이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그예 숲잔치 이루리라.


  새벽 네 시 언저리부터 멧새 노래하는 소리 들으며 시골집 하루를 연다. 저 멧새는 새벽 네 시 언저리부터 노래를 했을까. 때때로 밤을 지새우며 멧새 노랫소리를 가누어 본다. 어느 멧새는 내도록 노래를 부르고, 어느 멧새는 네 시 언저리부터, 또 어느 멧새는 대여섯 시 언저리부터 노래를 부른다.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내가 받아들이고 싶은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아이들 기지개 켜다가 잠꼬대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이불 걷어차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쉬 마렵다며 끙끙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내가 듣는 소리는 내 삶이 되고, 내 삶은 내 넋이 되어, 내 넋은 내 글로 태어난다. 4346.5.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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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3.5.6. 큰아이―글씨보다 그림

 


  할아버지 옆에 앉아서 할아버지 이름 석 자 공책에 적다가, 어느새 오른쪽 빈자리에 그림을 그린다. 글씨보다 그림이 더 좋니? 그런데 너 스스로 글씨를 읽고 쓸 줄 알아야, 만화책도 그림책도 실컷 읽으면서 한결 너르고 깊은 이야기밭으로 접어들 수 있단다. 그림도 그리고, 글씨도 그리렴. 4346.5.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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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일산에서 꽃 줍기

 


  꽃나무 밑으로 지나가는데 길바닥에 꽃차례랑 꽃망울이랑 잔뜩 떨어졌다. 큰아이가 이 모습 보고는 “꽃 주워야지.” 하고는 쪼그려앉는다. 작은아이는 누나 옆에 쪼그려앉아 “쫘쫘쫘아아.” 하더니 따라한다. 그래, 너도 꽃을 주으렴. 잘 집히니? 네 작은 손에 작은 꽃망울 잘 집히니? 4346.5.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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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2013-05-20 09:58   좋아요 0 | URL
포동한 팔, 하얀 고무신, 꼭 쥔 손...^^

파란놀 2013-05-20 10:47   좋아요 0 | URL
포동포동 예쁜 아기입니다~
 

개한테 노래 불러 주는 어린이

 


  고흥집에서는 마음껏 소리도 지르고 노래도 부르지만, 도시로 마실을 나오면 시외버스에서라든지 길에서라든지 마음껏 소리를 지르지 못하고 노래를 못 부른다. 일산집은 도시 바깥쪽 논밭 둘레에 있기에 그럭저럭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거나 노래를 부를 만하다. 그래도, 일산집 코앞 논 한복판에 우람한 송전탑 있고, 둘레에 찻길 있다. 참 힘들구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이 힘든 삶자락 한켠에 큰아이 예쁜 노래 울려퍼질 수 있으면 좋으리라 느낀다. 좋은 기운 퍼지라 하면 되지. 일산집 개 들으라고 노래를 부른다. 좋다. 좋아. 우리 어디에서나 노래를 부르자. 4346.5.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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