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돌 하나 놓아
사람들 건너고

 

냇물 하나 흘러
나무씨 퍼지고

 

구름 하나 퍼져
빗물 뿌리고

 

해가 뜨고 지면서
온누리에
따사로운 손길.

 


4346.4.2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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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쓰기
― 내가 찾아내는 내 사진

 


  시골에서 네 식구 살아가는 모습을 날마다 여러모로 사진으로 담는다. 그러나 집안일 도맡으며 살아가다 보니, 막상 사진을 아주 예쁘게 찍었다 하더라도 여러 일에 치인 나머지 ‘어떤 사진을 찍었는지’ 잊고 지나치기 일쑤이다. 아이들 노는 어여쁜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서 ‘내가 찍은 우리 아이들 사진이라 하더라도 이토록 어여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가슴 두근두근 설레도록 이끈 사진조차 잊은 채 한 달이 가고 석 달이 가며, 때로는 한 해나 두 해가 흐르기도 한다. 한참 지나고 나서 문득 ‘그동안 아직 갈무리하지 못한 사진파일에서 다른 어떤 사진을 찾으려’고 하다가 ‘그래, 예전에 이렇게 즐겁게 놀면서 즐겁게 찍은 사진이 있었잖아?’ 하고 떠올리면서 무릎을 치는 일이 잦다.


  사진이기 때문일까. 사진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갈무리하지 못하더라도 ‘늘 그대로 남아’서 ‘내가 알아보고 즐겁게 쓰는 날까지 기다린다’고 할 수 있을까. 모르는 노릇인데, 내가 손수 갈무리하지 못하고 지나친 사진 가운데 우리 아이들이 스무 살 되거나 마흔 살 되어 ‘한참 한참 한참 뒤에 처음으로 갈무리하는 사진’이 나올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무척 애써서 웬만한 사진 다 갈무리해 보고자 하기는 하더라도, 큰아이가 갓 태어난 여섯 해 앞선 때 사진조차 다 갈무리하지 못했고, 작은아이가 막 태어난 세 해 앞선 때 사진도 다 갈무리하지 못했다. 옆지기와 만나 함께 살면서 옆지기를 담은 사진도 다 갈무리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면, 옆지기와 만난 뒤부터 ‘옆지기 사진’부터 제대로 갈무리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보내는구나 싶다. 여기에 큰아이 사진이 쌓이고, 작은아이 사진이 쌓인다.


  그런데 말이다, 미처 갈무리하지 못한 ‘나 스스로 돌아보아도 참 놀랍다 싶은 사진’이 있다 하더라도, 그때그때 틈틈이 갈무리하는 사진으로도 참 좋고 아름다운 삶이라고 느끼기에, 날마다 즐거이 사진삶 누리는구나 싶다. 내가 찍은 사진을 꼭 내가 몽땅 갈무리해야 하지는 않을 테니까. 내가 찍은 사진을 반드시 내가 하나하나 쓰거나 보여주어야 하지는 않을 테니까.


  한 장을 즐겨도 좋은 사진삶이요, 두 장을 누려도 좋은 사진삶이다. 더 많이 찍어야 할 사진이 아니고, 더 많이 보여주거나 갈무리해야 할 사진이 아니다. 마음 깊이 아끼며 좋아할 사진을 아로새길 수 있으면 즐거운 사진이다. 나는 내가 찍은 사진으로 이루어진 사진밭에서 재미나고 예쁜 사진을 늘 찾아낸다. 좋다. 4346.5.2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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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함께 있으면

 


  아이들과 무엇을 할 때에 가장 즐겁고 신날까 하고 돌아본다. 바다에 갈 적에, 마을 빨래터에서 물놀이 할 적에, 들길을 거닐 적에, 마당에서 함께 놀 적에, 피아노를 칠 적에, 나란히 엎드려 그림을 그릴 적에, …… 참 좋다. 옆지기는 숲에 깃들어 숲바람 마실 적에 아주 좋다고 한다. 그러면 나는? 곰곰이 생각하니, 나는 아이들과 우람한 나무 곁에 서서 나무내음 맡고 나무살결 어루만지면서 함께 있으면 아주 좋다. 나무그늘에 드러누워 한잠 자도 좋고, 아이들이 나무를 타며 노는 모습 지켜보아도 좋다.


  문득 생각한다. 우리 아이 때문이 아니라, 나부터 어릴 적에 나무타기 몹시 좋아했다.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어림하며 되게 높이 올라간 적 있다. 되게 높이 올라간 다음 어떻게 내려와야 좋을는지 몰라 한참 애먹기도 했고, 미끄러지듯 떨어지며 땅바닥에 쿵 하고 엉덩방아 찧은 적도 있다. 올라갈 때에는 몰랐지만, 내려올 때에는 붙잡을 것이 거의 없더라. 어쩌면 나는 내가 어릴 적 나무를 타며 놀던 모습을 내 아이한테서 새롭게 읽으면서 사진으로 한 장 두 장 담는다 할는지 모른다. 스스로 누린 아름다운 삶을 아이들이 누리는 아름다운 삶에 비추어서 사진을 찍는다고 할까.


  옆지기는 어린 나날 숲에서 놀던 일이 오래도록 가슴에 아로새겨지면서 숲마실을 아주 좋아하리라 느낀다. 나는 숲 없는 도시 한복판에서 태어나 자란 터라, 골목동네에서 우람한 나무 만나 나무를 만지고 나무를 타면서 논 일이 오래오래 깊이깊이 아로새겨졌다고 느낀다. 나무를 보면 설레고, 나무를 쓰다듬으면 따스하며, 나무를 떠올리면 온몸이 즐겁다. 4346.5.2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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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26 22:58   좋아요 0 | URL
샤름벼리가 어른이 되었을 때,
이 사진들을 보며 얼마나 행복해할지..절로 아름답습니다. ^^

파란놀 2013-05-26 23:26   좋아요 0 | URL
어린이인 오늘도 즐겁게 놀아야지요~
날마다 어여쁜 사진
적어도 한 장씩은 찍자고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간답니다 @.@
 

졸업장과 작가와 편집자

 


  고등학교만 마친 학력으로 출판사 편집자나 기획자나 영업자로 일한 사람이 한국에 몇이나 있을까 궁금하다. 아니, 한국에 있는 출판사 가운데 고등학교만 마쳤거나 중학교만 마친 사람을 아무 거리낌없이 입사시험 치르도록 문을 연 곳이 몇 군데 있을까 궁금하다.


  나는 고등학교만 마친 학력으로 보리출판사에 영업자로 뽑혀서 일했다. 그 뒤, 토박이출판사에 국어사전 기획·편집자로 뽑혀서 일했다. 토박이출판사는 보리출판사 계열사로, 내가 한 일은 《보리 국어사전》 만드는 일이었다. 내가 출판사에서 일한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보리출판사 빼고 ‘학력 제한 없이 입사원서 받은 출판사’는 없었다고 느낀다. 요즈음에는 있을까. 보리출판사는 요즈음도 졸업장(학력)을 안 따지면서 일꾼을 받을까.


  출판사 일을 모두 접은 뒤 작가라는 이름을 얻어 2004년부터 책을 썼다. 내 이름으로 나온 책에 내 졸업장(학력)은 한 줄도 안 적힌다. 나한테 졸업장(학력) 묻는 편집자는 아직 없다. 작가로 일하고부터는 참말 나한테 졸업장 따지는 이가 없는데, 기관이나 학교로 강의를 갈 적에 가끔 나한테 ‘최종학교 졸업 증명서류’를 바라기도 한다. 다들 ‘형식’이라고 말하면서 졸업장(학력)을 바라는데, 형식, 곧 겉치레뿐이라면 아예 없어도 되리라 느낀다. 초등학교만 마쳤건 초등학교도 안 다녔건, 사람으로 태어나 일하고 놀며 사랑하는 데에는 아무 거리낌이 없다. 시인이 되려면 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나오면서 어떤 ‘어른 시인’한테서 추천을 받아야 하지 않다. 사진가로 일하자면 대학교 사진학과를 나오면서 어떤 ‘어른 사진가’한테서 추천을 받아야 하지 않으며, 어떤 공모전에서 상을 받아야 하지 않다.


  아름다운 삶을 아름다운 이야기로 영글어 시를 쓰고 사진을 쓸 때에 비로소 작가라는 이름을 얻는다. 졸업장으로 작가 이름을 얻지 않는다.


  그런데, 작가들 글과 그림과 사진을 그러모아 책으로 엮는 출판사에서는 졸업장(학력)을 아주 꼼꼼히 따진다. ㅁ이라는 출판사 대표는 ㅅ대학교 졸업장(학력) 없으면 아예 안 뽑는다는 말을 대놓고 하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ㅁ출판사뿐 아니라 다른 출판사에서도 졸업장(학력)을 더 눈여겨보리라 느낀다. 사람보다는 졸업장(학력)이요, 솜씨나 마음이나 사랑보다도 졸업장(학력)이라고 할까.


  더 생각해 본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졸업장(학력)이 있을까. 졸업장(학력) 없는 사람은 책을 읽으면 안 될까. 아니, ‘졸업장(학력) 없는 사람도 즐겁고 쉬우며 아름답게 읽을 책’을 ‘졸업장(학력) 있는 사람’이 즐거우며 아름답게 엮어서 이 땅에 내놓을까. 어쩌면, 이 나라 편집자는 모두 ‘졸업장(학력) 있는 사람’인 터라 ‘졸업장(학력) 없는 사람이 읽을 인문책’을 쉽고 예쁘게 엮을 만한 눈썰미나 눈높이나 눈길이 없다 할 만하지는 않을까.


  고졸 편집자와 중졸 기획자와 초졸 영업자가 씩씩하게 일할 수 있는 이 나라 책마을 되기를 빈다. 학교를 다닌 적 없는 작가가 즐겁게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 나라 삶터 되기를 빈다. 4346.5.2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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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들고 걷는 어린이

 


  예쁜 꽃을 보고는 손수 똑 끊어서 동생 손에 쥐어 주고, 네 손에도 곱게 쥐며 들길 걷는 아이는, 우리 집 예쁜 빛 사름벼리. 4346.5.2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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