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잡지 '함께살기' 7호 <우리 말 살려쓰기, 하나>를 지난 화요일에 붙일 때에 적바림한 쪽글월 그러모아 봅니다. 스물 몇 통 보내면서 이 가운데 열여섯 통 쪽글월 사진으로 남겨 봅니다.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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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 책읽기

 


  다른 사람들은 국밥을 즐기면서 맛나게 잘 먹는다. 그러나 나는 국밥을 안 먹는다. 못 먹는다고도 할 수 있다. 지나치게 맵고, 지나치게 자극이 세다. 국을 끓여도 거의 소금으로만 간을 하고 어쩌다 된장 살짝 풀며 때로 간장 조금 탈 뿐인 나로서는, 고춧가루 한 톨만 들어도 혀끝뿐 아니라 살갗이 낱낱이 느낀다. 내가 김치를 못 먹는 까닭은 삭힌 먹을거리라서 못 먹을 뿐 아니라, 고춧가루가 들어가서 못 먹는다. 그런데, 여러 사람 어울리는 자리에서 국밥집에 찾아가면, 으레 머릿수대로 국밥을 먹어야 하는 줄 여긴다. 나는 아무것 안 먹어도 된다. 국밥도 그릇밥도 안 먹어도 된다. 사람들은 자꾸 먹으라 한다. 맛있는데 왜 안 먹느냐 묻는다. 맛있으면 이녁한테 맛있겠지요. 소한테 돼지고기 먹으라 할 수 있겠습니까. 참새한테 소고기 먹으라 할 수 있겠습니까. 아기한테 세겹살 먹으라 할 수 있겠습니까. 어린이한테도 국밥 먹으라 할 수 있겠습니까.


  제아무리 대단하거나 훌륭하다 하는 책이라 하더라도, 사람들 스스로 마음이 우러나오지 않는다면 읽지 못한다. 덧붙여, 사람들 스스로 마음을 차분히 다스린 뒤에라야 어떤 책이든 읽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이 거의 다 읽었다 하는 책이라 하지만, 굳이 나까지 나서서 읽어야 하지 않는다. ‘아니, 어떻게 당신은 이 책을 아직 안 읽었나요?’ 하고 물을 까닭 없다. 이를테면, 나는 ‘김훈 소설’도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도 아직 한 권조차 읽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한 권조차 사들이지 않았다. 내가 할 말은 오직 하나이다. ‘저는 제가 읽을 책만 읽습니다.’


  그렇다고 거꾸로 되묻지 않는다. ‘권정생 할배 동시 읽으셨나요?’ 하고 묻지 않아도 된다. ‘현덕 동화 읽으셨나요?’ 하고 묻지 않아도 된다. ‘권태응 동시 읽으셨나요?’라든지 ‘이원수 동화 읽으셨나요?’ 하고 묻지 않아도 된다. 스스로 마음이 우러나오면 그때 읽으면 된다. 그리고, 참말 훌륭하거나 거룩한 책이라 하더라도, 삶을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일구는 사람이라면, 언제나 ‘삶책’ 읽는 사람이다. 따로 글책을 손에 쥐지 않아도 좋다. 굳이 종이책 펼쳐야 하지 않다.


  열 차례 넘게 나더러 국밥 먹으라 말씀하신 분한테 마지막 한 마디를 한다. “한 번 더 저한테 국밥 먹으라 하시면 저는 이 자리에서 그만 일어나고, 앞으로 이녁을 만나지 않겠습니다.” 그분은 이 말을 듣고도 다섯 차례 더 얘기한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앞으로 그분을 다시 만나야 할 까닭이 있을까 하고 곰곰이 곱씹는다. 4346.5.3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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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밥이 가장 맛있다

 


  밖에서 아무리 비싸거나 놀랍다 싶은 밥을 얻어먹는다 하더라도, 내가 집에서 손수 차린 밥보다 맛나지 않다. 이제는 내 어머니 밥상보다 내가 차린 밥상이 내 몸에 훨씬 더 잘 맞는다. 내 어머니뿐 아니라 옆지기 어머님 밥차림 아주 반갑고 고마우며 좋다. 그런데, 내 몸에는 그리 맞지 않는다. 기름기 있는 반찬은 거의 안 하고, 풀이랑 국만 올리기 일쑤인 밥상인데, 이런 밥상을 내 몸이 가장 좋아한다.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느낄까. 아이들도 반가이 여길까. 아이들은 안 좋아할까. 모르는 노릇이다. 다만, 아이들이 집밥을 먹고 난 뒤랑 바깥밥 먹고 난 뒤 모습을 살필 때에, 시골집에서 시골밥 먹으며 뛰노는 모습이 가장 해맑고 상큼하며 빛난다고 느낀다. 우리 집에서 아버지 밥을 먹는 아이들은 배앓이 없고 몸앓이 없다. 바깥밥 먹을 때에 배앓이나 몸앓이가 있다.


  한 해에 한 차례 할까 말까 하던 카레를 올들어 두 차례째 한다. 언젠가 옆지기가 말했다. 카레를 먹는 까닭은 몸속에 생기는 벌레를 잡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우리 식구들은 날푸성귀를 늘 먹으니 카레를 곧잘 먹을 만하다고. 그러고 보니 그렇기도 해서, 한 달에 한 차례쯤은 카레를 끓여서 먹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내 밥차림을 손수 사진으로 찍으며 한 번 더 생각한다. 오늘과 같은 밥차림을 이루기까지 얼추 마흔 해를 살았구나.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몇 살쯤 될 무렵, 스스로 아이들 몸에 가장 맞고 좋을 밥차림을 이룰 수 있을까. 4346.5.3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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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 2013.5.28.

 


  큰아이와 함께 뜯은 풀은 큰아이가 먼저 살짝 헹군 다음 아버지가 마무리를 짓고 예쁜 접시에 담아 밥상에 올린다. 옆지기한테는 우리 집 풀 뜯어 풀물 한 잔 내어준다. 오늘은 모처럼 카레를 끓인다. 카레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을 알맞게 썰어서 함께 끓인다. 소금으로만 간을 하는 국을 끓인다. 이런 국 저런 국 끓이면서 느끼는데, 다시마와 표고버섯 우린 물에 소금으로만 간을 하는 국이 가장 맛나면서 뱃속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아한다고 느낀다. 우리, 꽃밥 맛나게 먹자.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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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놀이 1

 


  아이들 옷 건사할 옷장 하나 얻는다. 바깥에서 보름쯤 해바라기를 구석구석 시켜 준다. 드디어 집안으로 들이고, 어디에 놓아야 할까 어림하다가 마루에 놓는다. 큰아이는 그림 그리기 좋다고 웃는다. 어느새 스티커책 찾아서 하나하나 떼더니 옷장에 붙인다. “얘 예쁘라고 붙여 주는 거야.” 그래, 예쁘라고 스티커 붙여 주는구나. 집안으로 들인 지 하루, 아니 한 시간, 아니 십 분만에 옷장은 스티커옷을 입는다. 4346.5.3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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