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47] 다람쥐

 


  다람쥐를 바꿉니다. 어제까지 쓰던 다람쥐는 여섯 해쯤 쓴 듯합니다. 얼추 일곱 해만에 다람쥐를 바꾸는데, 바꾸고서 보니 확 다릅니다. 오천 원 써서 바꾼 다람쥐인데, 진작 바꾸었어야 했다고 느낍니다. 글판을 처음 바꿀 적에도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래, 글판 하나 장만해서 쓰면, 몇 해쯤 뒤에는 바꾸어야 하는구나 싶었어요. 다람쥐 또한 몇 해 썼으면 바꾸어야 하는군요. 그러나, 다람쥐를 바꾸려고 가게에 찾아갈 적에, ‘다람쥐’라 말하지 못합니다. 마음속으로는 ‘다람쥐’를 말하고 싶지만, 이 나라 거의 모든 사람들은 영어로 ‘마우스(mouse)’만 말합니다. 나는 ‘글판’을 말하고 싶지만, 적어도 ‘자판’을 말하고 싶지만, 이 나라 웬만한 사람들뿐 아니라 가게 일꾼 누구나 영어로 ‘키보드(keyboard)’만 말해요. 한국말로 생각하는 사람이 자꾸 줄어요. 한국말로 살아가는 사람이 나날이 사라져요. 한국말로 사랑하고 꿈꾸며 이야기꽃 피우는 사람이 차츰 자취를 감추어요. 4346.6.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3-06-01 08:57   좋아요 0 | URL
다람쥐~^^
저도 이제부터 다람쥐라 불러야겠습니다. ^^
예쁜 제 다람쥐랑 하루를 또 즐겁게 보내야겠어요. ^^

파란놀 2013-06-01 10:41   좋아요 0 | URL
영어 쓰는 나라에서는 '다람쥐'일, 또는 '생쥐'일
'마우스'를 즐겁고 귀엽게 쓰는데,
우리는 날마다 '마우스'를 쥐면서도
귀엽고 예쁜 말을 잊는구나 싶어요...

수이 2013-06-01 11:54   좋아요 0 | URL
오- 다람쥐, 괜찮은걸요. 저도 그럼 앞으로 다람쥐라고 ^^

파란놀 2013-06-01 11:56   좋아요 0 | URL
예쁜 말을 부르면
마음속에도
예쁜 생각이 깃들어요
 

종합소득세 책읽기

 


  서른아홉 해 살아오며 종합소득세 신고를 처음으로 한다. 신문배달 할 적에는 종합소득세 신고랄 것이 없었고, 출판사에서 일할 적에는 출판사 경리 누나가 해 주었다. 2003년 8월로 출판사 일꾼을 그만두고 작가로 살아오면서 이제껏 종합소득세 신고를 안 했다. 작가로 살아온 열 해 동안 받은 글삯이란 소득세로 신고할 부스러기조차 되지 않았다. 이러다가, 작가살이(전업작가) 열 해째인 2012년부터 글삯으로 980만 원 즈음 벌었고, 이제 비로소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 본다. 서울 회기동에 있는 헌책방에서 이렁저렁 스치듯 만난 작가 장정일 님은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며 무척 즐겁다고 이야기했다. 이녁이 글을 써서 번 돈을 하나하나 살피며 세무서를 찾아가는 날은 무척 보람차다고 했다. 장정일 님은 뿌듯한 마음으로 종합소득세 신고를 마치고는 헌책방 나들이를 하면서 이녁 마음을 한결 따사롭게 보살핀다고 했다.


  옆지기와 두 아이하고 살아가는 내가 버는 글삯이란 네 식구 최저생계비는커녕 두 사람 또는 한 사람 최저생계비에도 아직 못 미친다. 그래서 우리 식구한테는 올해에 근로장려금이 나온다. 근로장려금 받으려면 종합소득세 신고를 꼭 해야 한대서 하는데, 내 이름으로 나온 책이 팔려 받는 글삯은 모두 소득세 신고가 이루어진다. 왜냐하면, 출판사에서 글삯을 나한테 보낼 적에 출판사 매출 신고를 하니까. 생각해 보면, 작가 한 사람으로서 종합소득세 신고를 할 일이 없다. 내 글삯벌이는 모두 세무서에 등록되니까.


  종합소득세 신고를 안 하면 근로장려금 안 준다는 으름장이 깨알같은 글씨로 구석퉁이에 숨은 서류를 받고는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 마침 5월 30일과 31일에는 부산 나들이를 하느라 집에 있지 못했다. 부산에 있는 여관에서 인터넷 되는 곳을 찾아들어 인터넷신고를 하려고 한참 용을 쓰는데, 공인인증서 없이는 신고를 못하고, 스마트폰이 아니라면 신고를 할 수도 없더라. 부산서 떠난 시외버스가 고흥 읍내에 닿고서 택시를 불러 부랴부랴 시골집에 닿고는 헐레벌떡 컴퓨터 켜고 서둘러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니 21시 16분. 22시가 마감이었다.


  막상 신고를 끝내니,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그닥 어려운 일 아니더라. 그런데, 세무서 알림종이를 보면 뭐가 무엇인지 쉬 알아채기 어렵고, 어떻게 해야 좋을는지 알기 까다롭도록 해 놓았다. 세무사를 곁에 두지 않으면 마치 신고를 못하게끔 어지럽게 알림종이를 꾸몄다고 할까.


  친절과 ‘안 친절’을 떠나, ‘작가와 독자’라는 눈높이에서 세무서 일꾼이 생각을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 독자가 알아듣지 못할 얼거리와 말투로 글을 쓰면 작가로서 기쁠 수 있겠는지, 공무원들 스스로 생각을 가다듬기를 바란다. 시인들은 으레 ‘시적 허용’을 외곤 하는데, 공무원들은 ‘법적 허용’을 외면서, 여느 사람들 머리를 어지럽히거나 삶을 뒤흔들지는 않는가 돌아보기를 바란다. 4346.6.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버스표

 


  오월 한 달 사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가방에 챙긴 버스표를 한 자리에 모아 본다. 아이들까지 데리고 이래저래 많이 움직였다. 버스표만 보아도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그렇다고 영업사원 출장 다니는 일하고 견주면 아무것 아니라 할 만하지만, 시골에서는 이웃마을로 군내버스 타고 한 번 마실 다니기조차 한나절 꼬박 걸린다.


  바로 어제 부산으로 찾아가서, 다시 오늘 고흥으로 돌아온 하루를 돌아본다. 하루가 아닌 이틀인가. 어제와 오늘 어떻게 지나갔는지 어지럽다. 시외버스에서만 네 시간을 보낸 이틀이 어떻게 흘렀는지 까마득하다. 온몸이 쑤시고 눈은 감긴다. 이것저것 무언가 붙잡아 보고 싶지만, 눈꺼풀 무게를 견디지 못하겠다. 큰아이는 이틀 동안 아버지하고 제대로 놀지 못했다고 여기는지, 잠자리를 자꾸 박차고 나와서, 물 마시겠다느니 쉬 하겠다느니 하고 어리광을 부린다. 그래, 큰아이와 작은아이 곁에 누워야지. 조금 앞서 자장노래 한참 부르며 작은아이는 재웠는데, 큰아이는 안 자네. 아버지가 드러누워 한팔로 살포시 안아야 비로소 새근새근 잠들 듯하다. 4346.5.3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부산마실을 하면서 새책방에 들어 이 만화책 눈에 뜨여 장만한 다음, 부산에서 고흥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에서 즐겁게 읽다. 머리 어지러운 시외버스 네 시간 길에서 이 만화책 읽으며 사십 분 즈음 아주 즐거웠다. 줄거리도 이야기도 그림도 모두 아름답게 잘 어우러진다. 눈을 환하게 트여 주는 시골마을 시골사람 예쁜 이야기가 넘실거린다. 도시사람들은 이런 만화 읽으며 마음을 열고, 시골사람들은 이런 만화 만나면서 생각을 열 수 있기를 빈다.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남국의 톰소여 1
우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4월
4,500원 → 4,050원(10%할인) / 마일리지 220원(5% 적립)
2013년 05월 31일에 저장
절판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3-05-31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극의 톰소여, 그저 제목만 읽어도 왠지
참 재미있고 즐거운 만화일 듯 합니다. ^^
저도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어요. ^^

파란놀 2013-06-01 06:14   좋아요 0 | URL
이러한 만화책을 도서관에서 갖추어
어린이와 청소년한테
상상력과 '시골과 지역 사랑하는 마음'
북돋운다면 참 좋으리라 생각해요.

2013-06-01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3-06-02 07:40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만화에서는 그렇게 좀 '극단'이라 할 상황 설정이
잦은 듯해요.

그리고, 한국과는 사뭇 다른
일본에서 으레 보는 '어딘가 다른 문화'라고 할까요.

그런 대목은 살짝 잊고 즐겁게 읽어야지요.
이궁 ^^;;;;
 

[시골살이 일기 2] 풀밭놀이
― 풀숨을 쉬고 싶어서

 


  우리 시골 집은 아흔일곱 평이다. 도시사람 눈길로 보자면 백 평 가까이 되는 넓은 땅에 깃든 집이지만, 시골사람 눈길로 보자면 그리 안 넓은 집이다. 왜냐하면, 이 집에 깃들고 다른 이웃집을 헤아리니, 웬만한 시골집은 마당과 텃밭 딸린 채 이백 평쯤 되더라. 마당에 나무 여러 그루 있는 집 제법 많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기에 좋도록 넓은 집 참 많다. 너무 마땅한 소리가 될 텐데, 오늘날 눈길로 바라보자면 시골에 아이들 없고 온통 할매와 할배뿐이라지만, 얼마 앞서까지만 하더라도 석 칸짜리 시골집에 예닐곱이나 열쯤 되는 어른 아이 뒤섞인 채 살았다. 집집마다 아이들 넘쳤고, 고샅길은 아이들로 붐볐다. 들과 숲으로 나물 뜯으러 다니기도 했을 테지만, 집안에서도 얼마든지 나물 뜯으면서 삶을 일구었으리라 느낀다.


  이제 어느 시골에 가든 젊은이와 어린이 아주 드물다. 어느 시골을 보든 할매와 할배가 집과 땅을 지킨다. 예전처럼 아이와 어른 뒤섞여 집을 돌보거나 풀을 뜯지 않는다. 시골 할매와 할배는 새마을운동 때부터 농약과 비료를 땅에 쏟아붓는 흙일에 길들었고, 일꾼과 일손 모자란 시골에서 ‘집안 텃밭과 집 둘레 풀밭’에서 돋는 나물을 할매 할배 두 분이서 다 먹기에 벅차다.

  시골 어르신 누구라도 하나같이 마당과 뜰을 시멘트로 바른다. 풀 돋으면 뜯기 힘겨우니 아예 시멘트로 막아 버린다. 그리고, 집안에서조차 풀약을 친다. 어차피 집안에서 돋는 풀을 안 자시니까 집안에서까지 풀약을 친다.


  우리 집은 풀약을 치지 않는다. 우리 집은 집안에서 돋는 풀이 아주 고맙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집 둘레에서 돋는 풀만 뜯어도 밥상이 푸짐하다. 그런데, 먹는 풀도 돋지만 굳이 안 먹는 풀도 돋는다. 굳이 안 먹는 풀은 뜯거나 벨 수도 있다. 다만, 아직은 좀 그대로 두고 싶다. 우리가 지내는 이 집에 예전에 살던 분도 풀약을 되게 많이 쳤고, 쓰레기도 아무 데에 마구 버리셨으며, 비닐이건 플라스틱이건 함부로 태우기까지 했다. 이 슬픈 찌꺼기를 삭히자면 온갖 풀이 마음껏 자라야 한다. 온갖 풀이 마음껏 자라서 겨우내 시들어 죽어 흙으로 돌아가기를 여러 해 되풀이해야 비로소 집도 흙도 땅도 살아나리라 느낀다. 우리 집이 시골집답게 살아나면, 이웃집도 우리 마을도 시나브로 살아날 수 있겠지.


  시골이니 풀이 돋아야지. 시골집이니 풀이 넘쳐야지. 풀을 먹는 시골사람이니 풀을 사랑해야지. 아이들과 풀숨을 쉬고 싶어 풀밭 되는 모습 즐긴다. 아이들과 풀내음 맡고 싶어 풀밭 물끄러미 바라본다. 4346.5.2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3-05-31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바라만 보아도 푸르름이 가득한 집과 뜰이,
정말 참 좋습니다..^^

파란놀 2013-06-01 06:14   좋아요 0 | URL
우리 식구는 좋아하지만
마을 어르신들은
모두!
싫어하신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