샨티 평생회원이기에 <달라이 라마의 고양이>를 엊그제 받는다. '샨티' 출판사에서 어인 고양이 책인가 하고 갸우뚱하다가, 또 '달라이 라마' 책이라 하니 다시금 갸우뚱한다. 그러나, 무슨 뜻이 있어 책을 내놓았겠지 생각하며 차근차근 읽는다. 글쓴이는 '고양이 마음'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곧, 사람 눈길 아닌 고양이 눈길로, 티벳과 달라이 라마와 사람들 삶자락 들여다보면서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실마리를 하나하나 붙잡으려고 한다. 고양이 삶으로도, 달라이 라마 마음으로도, 무척 새로우며 남다르고 재미나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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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의 고양이
데이비드 미치 지음, 추미란 옮김 / 샨티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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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들여다보는 책

 


  어머니 곁에 붙어서 그림책을 들여다보는 큰아이. 큰아이 곁에 붙어서 누나가 들여다보는 그림책을 함께 들여다보고 싶은 작은아이. 큰아이는 어머니 곁에서 어머니 삶을 배우고, 작은아이는 누나 곁에서 누나 삶을 배운다. 어머니가 아름다운 책 하나 골라 살피면, 어머니 마음속에는 아름다운 넋 깃들며 아름다운 삶 되도록 북돋우고, 아이들은 어머니 곁에서 아름다운 책에 감도는 아름다운 이야기 받아먹으면서 하루하루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놀이를 즐긴다.


  함께 들여다보는 책은 함께 일구는 삶이 된다. 함께 바라보는 책은 함께 걸어가는 이 길을 살찌우는 좋은 빛이 된다.


  책방마실을 할 때에 가만히 생각한다. ‘우리 넋 곱게 밝히는 고운 책 만날 수 있기를 빌어요. 우리 얼 사랑스레 보듬는 사랑스러운 책 마주할 수 있기를 빌어요.’


  고운 마음 되어 착하게 살아가고 싶어 책을 읽는다. 사랑스러운 마음 북돋아 이웃과 어깨동무하는 하루 즐기고 싶어 책을 찾는다. 나란히 서서 책 한 권 함께 들여다보면서 서로서로 마음밭 일군다. 4346.6.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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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063) 생生- 2-1 : 생고생

 

왜 편한 자동차를 두고 생고생일까 생각하는 사람들이니, 단박에 자전거를 타라고 전도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김세환-김세환의 행복한 자전거》(헤르메스미디어,2007) 53쪽

 

 ‘편(便)한’은 ‘좋은’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전도(傳道)하는’은 ‘퍼뜨리는’이나 ‘알리는’이나 ‘이끄는’이나 ‘끌어들이는’으로 손봅니다. ‘생고생(生苦生)’은 한 낱말로 국어사전에 실리고, 말뜻은 “하지 않아도 좋을 공연한 고생”이라고 합니다. “애먼 고생”이나 “덧없는 고생”이나 “쓸데없는 고생”쯤 되겠지요.


  외마디 한자말 ‘생(生)-’은 여섯 가지 쓰임새가 있다고 합니다. “(1) ‘익지 아니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2) ‘물기가 아직 마르지 아니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3) ‘가공하지 아니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4) ‘직접적인 혈연관계인’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5) ‘억지스러운’ 또는 ‘공연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6) ‘지독한’ 또는 ‘혹독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라고 해요. 그런데, 국어사전 말풀이는 왜 “-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처럼 나올까요. “-를 뜻하는 접두사”나 “- 같은 뜻을 더하는 접두사”처럼 적어야 올바를 텐데요.

 

 생김치 / 생나물 / 생쌀 → 날김치 / 날나물 / 날쌀
 생가지 / 생나무 → 날가지(젖은 가지) / 날나무(축축 나무)
 생가죽 / 생맥주 → 날가죽 / 날맥주(싱싱 맥주)
 생부모 / 생어머니 → 내 부모 / 우리 어머니
 생고생 / 생과부 / 생죽음 → 억지 고생 / 억지 과부 / 억지 죽음
 생급살 / 생지옥 → 모진 급살 / 모진 지옥

 

  여섯 가지 ‘生-’ 쓰임새를 살피면 낱말마다 조금씩 다르게 풀어낼 수 있습니다. 아니, 풀어낸다기보다 예부터 쓰던 말투가 있어요. ‘날쌀·날나무·날가죽’이 있지요. “젖은 가지”나 “축축 나무”처럼 새롭게 써도 되고요. 나를 몸소 낳은 부모라면 “내 부모”라 하면 되고, 나를 낳은 어머니는 “우리 어머니”나 “내 어머니”라 하면 됩니다. 굳이 ‘生-’이라는 외마디 한자말을 끌어들여야 하지 않습니다. 다만, ‘생맥주’도 ‘날맥주’로 쓸 만한지 잘 모르겠어요. 쓰려고 하면 얼마든지 쓰겠는데, 사람들이 이러한 말틀을 얼마나 헤아릴 만한지 아리송합니다. 차라리 “싱싱 맥주”라든지 “시원 맥주”처럼 새롭게 말을 지을 때에는 잘 어울리리라 봅니다.

 

 생고생일까 생각하는
→ 날고생일까 생각하는
→ 그 고생일까 생각하는
→ 사서 고생일까 생각하는
→ 그리 힘들게 사나 생각하는
→ 스스로 힘들게 사나 생각하는
 …

 

  고단한 일을 구태여 사서 할 까닭이 없다고 한다면, 덧없는 외마디 한자말은 구태여 끌어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느낍니다. 아름답게 쓸 말을 쓸 때에 아름답습니다. 사랑스럽게 주고받을 말을 주고받을 때에 사랑스럽습니다. 한자말 ‘고생’을 그대로 쓰고 싶다면, ‘똥고생’이나 ‘개고생’ 같은 새 낱말 떠올려도 돼요. 또는, “괜한 고생”이나 “사서 고생”으로 적어도 괜찮습니다. “굳이 힘들게 사네”나 “구태여 쉬운 길 마다 하네”처럼 적어도 어울립니다. 4341.3.15.흙./4346.6.12.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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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좋은 자동차를 두고 힘들게 사느냐 생각하는 사람들이니, 단박에 자전거를 타라고 이끄는 일이 쉽지는 않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05) 생生 2-2 : 생고구마

 

방 안에 오도카니 앉아서 / 생고구마 깎는 소리 / 가랑가랑 기침하는 소리
《안도현-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실천문학사,2007) 98쪽

 

  어른들이 ‘생고구마’나 ‘생감자’ 같은 낱말을 쓰면, 아이들도 이러한 낱말을 익히 들으면서 배웁니다. 어른들이 ‘날고구마’나 ‘날감자’ 같은 낱말을 쓰면, 아이들도 이러한 낱말을 늘 들으면서 배워요. 아이들이 쓸 낱말은 어른들이 물려줍니다. 아이들이 살찌우거나 북돋울 한국말은 어른들이 먼저 살찌우거나 북돋웁니다.

 

 생고구마 깎는 소리
→ 날고구마 깎는 소리

 

  이렇게 써야 옳거나 저렇게 쓰면 그르다 하고 가를 수 없습니다. 이렇게 쓸 때에는 아이들이 이렇게 말하면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저렇게 쓸 적에는 아이들이 저렇게 말하면서 저렇게 생각해요. 시골마을에서 숲을 누리는 아이들은 시골말과 숲말을 누립니다. 도시에서 자동차 소리에 갇힌 채 영어학원 맴도는 아이들은 자동차 소리 같은 말이랑 영어학원에서 배우는 영어로 말삶 가꿉니다. 어느 쪽이 옳거나 그르지 않습니다. 그저 삶이 다를 뿐입니다. 4346.6.12.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방 안에 오도카니 앉아서 / 날고구마 깎는 소리 / 가랑가랑 기침하는 소리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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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터놀이 3

 


  빨래터를 청소하는 날, 두 아이는 까치발을 하고는 빨래터를 내려다본다. “아이, 지저분하잖아.” 그래, 물이끼 많이 껴서 청소하려고 왔지. 큰아이가 먼저 사뿐사뿐 빨래터로 내려가고, 작은아이가 뒤를 따른다. 큰아이는 바지를 걷어올린다. 그러고는 동생 바지를 걷어올려 준다. 예쁘기도 하지. 작은아이는 누나한테 다리를 맡기면서 누나 등을 잡고 선다. 자, 너희는 놀아라. 아버지는 청소를 하마. 4346.6.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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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12 10:14   좋아요 0 | URL
언제 보아도, 참 착한 누나이고
다정하고 어여쁜 오누이에요.~*^^*

파란놀 2013-06-12 10:33   좋아요 0 | URL
네, 온누리 모든 아이들이
다 착하고 예쁜 마음으로
서로 아끼리라 믿어요

분꽃 2013-06-12 14:54   좋아요 0 | URL
이런 빨래터에서 빨래하고 싶네요~
빨래방망이 탕탕 두드려가면서요~~

파란놀 2013-06-12 15:08   좋아요 0 | URL
전국 곳곳에 마을 시냇물 되살아나고
마을 샘물과 빨래터 되살아나면
참 재미있겠구나 싶어요

하늘바람 2013-06-13 06:02   좋아요 0 | URL
정말 많이 자랐네요
누나가 참 다정스러워요

파란놀 2013-06-13 06:29   좋아요 0 | URL
날마다 무럭무럭 사랑스럽게 자랍니다~
 

[시로 읽는 책 10] 외딴섬에서 눈을 뜨다

 


  외딴섬에서 눈을 뜹니다
  바람 햇살 흙 풀 꽃 숲 나무
  고이 어우러져 눈을 틔웁니다

 


  서울에서는 눈을 감습니다. 바람도 햇살도 흙도 풀도 꽃도 숲도 나무도 만날 길 없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는 눈이 감깁니다. 바람이든 햇살이든 흙이든 풀이든 꽃이든 숲이든 나무이든 싱그러이 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부터 누군가 엉터리와 같은 말,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낸다’ 같은 이야기를 퍼뜨립니다. 서울에도 고운 바람 불었고 맑은 햇살 있었지만, 이제 서울로 찾아가는 제비가 없습니다. 서울에도 살가운 흙 푸른 풀 있었으나, 이제 서울에서는 숲도 나무도 꽃도 맑게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자동차 넘치며 아파트가 치솟습니다. 서울사람 스스로도 서울에서 눈을 못 뜨지만, 시골사람도 서울에 깃들면 감기는 눈 지키기 벅찹니다. 4346.6.1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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