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글씨 쓰는 시늉놀이

 


  누나가 글씨를 쓰듯 저도 글씨를 쓰겠다고 하면서 그저 금만 죽죽 긋는 산들보라. 멀리서 본다면 두 아이가 책상맡에서 몹시 공부에 빠진 줄 여길 만하지만,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한 녀석은 그림 그리고 한 녀석은 금긋기를 한다. 산들보라한테는 아직 시늉놀이라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손가락에 힘 잔뜩 주며 연필 잘 쥔다. 4346.6.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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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피아노 어린이

 


  큰아이가 피아노를 치면 언제나 노래를 함께 부른다. 큰아이는 마치 악보를 보는 듯 펼쳐 놓지만, 악보를 읽을 줄 모른다. 그저 시늉 삼아 펼친다. 큰아이는 그저 치고 싶은 대로 피아노 건반을 누른다. 두 손으로 또각또각 힘주어 누른다. 큰아이가 하고 싶은 말을 노래처럼 읊고, 이렇게 읊는 노래에 맞추어 언제나 새로운 가락을 들려준다. 4346.6.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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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25 00:42   좋아요 0 | URL
저는 어렸을 때, 피아노 방에 가면 선생님이 손가락을 계란을 잡듯 둥글게 하라며 저의 손가락을 자로 딱딱,때리는 게 싫어서 바이엘만 치고는 관뒀어요.
그런데 저희집 아들들도 꼬마일 때 학원엘 가면 원장님 왈, '00는 피아노 학원에 오는 건 좋아하는데, 피아노 치는 건 싫어하는 것 같아요.'하시길래 이궁.. 그날로 체르니 초반만 치곤 끝냈지요. ㅋ
음악이란, 결국 스스로의 기쁨과 즐거움의 표현일텐데요..^^

파란놀 2013-06-25 02:07   좋아요 0 | URL
네, 피아노학원 다녀도 좋겠는데
좋은 스승을 만나야 좋지요.

아이 스스로 '소리'를 느끼고
'소리'를 나타내는 즐거움 찾을 때에
비로소 노래가 된다고 생각해요.
 

[시로 읽는 책 25] 시골 할매

 


  밭일도 들일도 마을일도 제삿일도
  집일에다가 아이돌보기와 할배 보살피기까지
  참 놀랍도록 멋있고 아름다운 할매들.

 


  시골 할머니들 보면 멋있고 아름다우셔요. 집안에서도 집밖에서도 숱한 일 거뜬히 해내면서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고, 또 아이들과 마주한 자리에서는 방긋방긋 맑은 얼굴 되어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멋있고 아름다운 할머니들 나날이 차츰 줄어들어요. 이제 시골을 지키는 할머니 할아버지 무척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시골에서 흙 만지며 시골 할매와 시골 할배로 늘그막을 즐거이 누리는 분 또한 매우 줄어들었거든요. 어린이도 푸름이도 젊은이도 시골 떠나 도시로 가지만, 아주머니 아저씨도 시골을 떠나려 할 뿐, 시골로 돌아와서 예쁜 할매와 멋진 할배로 맑은 넋 북돋우고자 하는 분들은 아주 드뭅니다. 4346.6.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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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3.6.23. 두 아이―함께 글놀이

 


  밥상을 치워 책상으로 삼아 큰아이 글씨놀이를 한다. 작은아이는 누나 옆에 붙어서 누나가 쓰는 공책에 같이 놀고 싶단다. 작은아이한테 공책을 따로 하나 챙겨서 준다. 작은아이는 누나가 쓰는 작은 색연필을 저도 쓰고 싶단다. 큰아이는 동생한테 큰 색연필을 주려 하고, 작은아이는 안 받으려 한다. 서로 돌려가며 쓰기로 하고 둘 모두 작은 색연필을 쥔다. 큰아이는 천천히 그림을 그리고, 작은아이는 그저 누나를 따라하니 재미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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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이름 찾기

 


  나비이름이 궁금하면 《신유항-한국나비도감》(아카데미서적,1991)을 찾아본다. 나는 이 도감을 1994년에 장만했다. 1994년 2월에 고등학교를 마치고 3월부터 서울에 있는 대학교를 다니면서, 인천부터 서울까지 하루 네 시간 즈음 전철로 오갔는데, 전철길에 연 창문으로 나비가 두어 차례 들어왔다가 나간 모습을 본 적 있다. 이때에 ‘그래, 내가 중·고등학교 여섯 해 동안 대입시험에 목을 매다느라 새벽부터 밤까지 학교에 갇혀 지냈어도 나비는 저희 스스로 알을 낳고 허물을 벗으며 이렇게 예쁘게 살아왔구나.’ 하고 깨닫는다. 요즈음이야 전철 창문을 못 열지만, 1994년만 하더라도 인천과 서울 오가는 국철에는 선풍기조차 없기 일쑤였고(수원과 서울 오가는 국철도 엇비슷했다), 모두들 창문을 열어 더위를 식혔다. 전철길이라고 생태와 자연이 싱그러운 데는 아니지만, 도시에서 전철길은 ‘전철이 다니지 않을 때’에는 들꽃이 피고 지면서 나비와 벌이 꾀는 자리이다. 그러니, 전철이 전철길 지나가면서 나비가 들꽃 꿀과 꽃가루를 먹다가 그만 바람 따라 휩쓸려 ‘열어 둔 전철 창문’으로 들어왔다가 나가곤 했다.


  기껏 대학생이 되었으나 나비이름 하나 알지 못했다. 나비이름 물어 볼 사람도 없었다. 나비 모양새를 떠올리며 이렇게 저렇게 생긴 나비가 무슨 이름이느냐 하고 여쭌다 하더라도 제대로 알아차리며 이름 알려주는 어른이나 동무나 선배가 없다. 안 되겠구나 싶어 책방을 찾아갔고, 책방에서 가장 사진 잘 나오고 보기 좋게 엮었다 싶은 《한국나비도감》(아카데미서적)을 골랐으며, 이 나비도감을 여러 해 들고 다니면서 곳곳에서 만나는 나비들 이름을 살폈다.


  2013년 오늘날 나비이름을 나비도감 뒤져서 찾는 사람 얼마나 있을까. 오늘날에는 손전화로 후다닥 찍어서 곧장 인터넷에 여쭈면, 1분이나 10분이 채 안 걸려 누군가 척척 이름 알려줄 테지. 그래도 나는 나비이름은 으레 나비도감을 펼쳐서 찾는다.


  오늘 아이들과 서재도서관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부전나비 한 마리 개망초꽃에 앉은 모습 본다. 옳거니, 너 부전나비인 줄은 알겠는데 어떤 부전나비일까? 사진으로 여러 장 찍는다. 아이들더러 조용히 기다려 달라 말한다. 아이들은 “나비 있네.” 하고 말한다. 나비 사진 다 찍고 신나게 걸어가는데, 이 부전나비 여럿 더 본다.


  집에 닿아 작은아이 바지 갈아입히고 나비도감 뒤적인다. 아하, 나온다. 오늘 우리 식구 만난 부전나비는 ‘작은주홍부전나비’로구나. 예쁜 나비 한 마리 고운 이름과 함께 마음속으로 담는다. 4346.6.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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