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장난감하고 인사

 


  나들이 가는 길에 장난감은 놓고 가자고 누나가 말하니, 산들보라 누나 말 예쁘게 들으며 장난감한테 얼굴 쏙 내밀며 인사를 한다. 바깥에서는 바깥에서 누릴 수 있는 빛을 보자구. 하늘을 보고 들을 보며 새를 보아야지. 구름소리와 새소리와 풀소리를 들어야지. 바깥에서 보고 들은 여러 가지를 집으로 돌아와서 장난감한테도 들려주렴. 4346.7.2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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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2. 햇살 (2013.7.20.)

 


  해가 기웁니다. 하루가 저물며 노란 빛살이 마을을 감쌉니다. 아침에 해가 뜨면서 보라빛이 하야스름하게 바뀌다가 파랗게 밝은 하늘이 되고, 저녁에 해가 떨어지면서 파란 빛은 노르스름하게 다시 하야스름하게 또 보라빛 되며 차츰 까망이 됩니다. 논둑 풀은 아이들 키보다 높이 자랍니다. 풀도 아이들도 햇살을 먹으며 무럭무럭 크고, 햇살이 지며 즐겁게 쉽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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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까지

도서관 평생 지킴이 두 사람을 받아야

비로소

미국에서 공부하는 옆지기 배움삯과 이것저것

댈 돈이 된다.

 

만만하지 않네, 하고 생각하면서

왜 만만하지 않느냐 생각하다가

돈이 모이면 모이는 대로

돈이 못 모이면 못 모이는 대로

이제껏 요모조모 아이들과 함께

잘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으리라

하는 생각을 품는다.

 

더위와 추위를 함께 먹느라 애먹는 큰아이

몸을 살피면서 이불깃 여미거나 부채질을 한다.

몸살 하루 앓고 튼튼하게 잘 노는 작은아이

땀이 나는가 안 나는가 살핀다.

 

마을 논개구리들

끔찍한 항공방제 여러 날 지났어도

용케 적잖이 살아남아

밤노래 들려준다.

 

우리 식구 잘 살아갈 길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아름다운 생각 품으며

즐겁게 하룻밤 누리며 새 하루 맞이하자.

 

도서관 합판 책꽂이마다 곰팡이 피어

원목 책꽂이로 바꾸어야겠구나 생각하는데,

뭐, 어느 일이든 안 될 턱이 있겠나.

 

찬물로 몸 한 차례 씻고

아이들 사이에 누워

두 아이 어루만지며 즐겁게 잠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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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들 책들

 


  대학교 교수님들이 대학교 도서관이라든지 이런 곳 저런 곳에 당신 책을 기증하곤 한다. 그러면 대학교 도서관이나 이런 곳이나 저런 곳에서 이녁 책을 ‘아무개 교수 장서’라는 이름을 달고 몇 해쯤 건사해 두곤 하지만, 몇 해가 지나면 조용히 내다 버리곤 한다. 이렇게 버린 책을 헌책방에서 곧 알아채고는 알뜰히 건사해서 다른 책손이 사들일 수 있도록 다리를 놓지.


  대학교 도서관이나 이런 곳이나 저런 곳에 책을 기증하는 교수님들이 책을 모으는 동안 ‘헌책방에서 적지 않은 책을 찾아내어 모았’으리라 본다. 왜냐하면 한국 사회가 도서관에서 책을 건사해서 학문과 학술을 빛내는 밑거름 되도록 이끌지 못하니, 교수님들로서는 헌책방 나들이를 꾸준히 하면서 당신이 바라는 자료를 살피기 마련이다.


  나는 헌책방을 다니면서 ‘아무개 교수’가 ‘아무개 대학교 도서관에 기증한 책들’을 자주 만난다. 그렇다고 이 책들을 내가 몽땅 사들이지는 못한다. 나한테 쓸모있는 책만 고르고 싶기도 하지만, 이 책들을 어느 도서관에 기증한 마음을 헤아리며 가슴이 아파 선뜻 어느 책도 못 고르기 일쑤이다. 그래도, 아무개 교수님 책들이 이래저래 대학교 도서관 기증도서였다가 버려진 발자국 아로새기려는 뜻으로 몇 권쯤 산다. 다른 책들은 부디 아름다운 책손 만나 오래오래 사랑스레 읽히기를 빈다.


  나이 예순이나 일흔쯤 된 교수님들 뵐 때마다 늘 생각한다. 부디, 교수님들 책 대학교에 기증할 생각 마시고, 예쁜 제자한테 통째로 주거나, 오래도록 단골로 다닌 헌책방에 통째로 넘겨 주십사 하고 바란다. 헌책방에 당신 책 통째로 넘기면, 이 책들 통째로 물려받을 좋은 책손 곧 나오기 마련이다. 한국에서는 도서관이 책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에, 헌책방에서 책을 건사해 준다. 4346.7.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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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는 동생과 달라

 


  작은아이에 이어 큰아이도 하루 앓는다. 작은아이는 왜 앓았을까? 어머니를 보고 싶은 마음에 앓았을까? 큰아이는 오늘 마을빨래터를 청소하면서 물놀이를 할 적에, 너무 일찍 옷을 다 벗고 놀다가 춥다고 느껴 앓는구나 싶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바다에서나 빨래터에서나 물놀이 할 적에는 옷을 벗기지 않는다. 옷을 다 입고 놀도록 한다. 바다나 빨래터나 모두 되게 찬물이기에, 한여름에 더운 날씨라 하더라도 곧 몸이 차가워지니 옷을 벗지 않도록 하는데, 오늘 큰아이는 덥다며 일찍 알몸이 되어 빨래터에서 놀았다.


  큰아이는 자꾸 춥다 말한다. 그러다가 또 덥다고 말한다. 몸이 아프니 추울 테고, 몸이 후끈후끈 달아오르니 덥겠지. 물도 아무것도 못 먹겠다 하고 그저 드러눕겠다고 한다. 어제 앓느라 아무것 못한 작은아이는 오늘 아주 말짱하게 뛰논다. 누나가 앓건 말건 누나더러 왜 안 놀고 드러눕느냐고 자꾸 붙잡는다.


  잘 자자. 잘 자고 일어나자. 한숨 폭 자고 일어나면 너희 모두 씩씩하게 클 테지. 키도 크고 몸도 크면서 마음도 크는 어린이가 될 테지. 아픔 훌훌 털어내고 새 하루 맞이할 수 있기를 빈다. 농약이 퍼부어도 살아남아 밤노래 들려주는 개구리들과 함께 너희 모두 즐겁게 이 시골에서 맑게 웃을 수 있기를 빈다. 4346.7.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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