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54] 아이하고 지내기

 


  사랑은 사랑으로 흐릅니다.
  푸른 바람은 푸르게 붑니다.
  따순 햇볕은 따숩게 내리쬐요.

 


  골을 부리면 골부림이 됩니다. 환하게 웃으면 웃음꽃이 됩니다. 아이 앞에서뿐 아니라 여느 자리에서 이맛살 찡그리며 말을 하면, 이 말투와 말씨는 아이한테 천천히 스며듭니다. 아이 앞에서나 다른 자리에서나 빙그레 웃음지으며 말을 하면, 이 말마디와 말결은 아이를 비롯해 모든 사람들 마음속으로 가만히 젖어듭니다. 아이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하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돌아봐요. 스스로 즐겁게 살아가고 싶다면, 아이하고도 즐겁게 살아가면 돼요. 아이하고도 즐겁게 살고, 내 하루도 즐겁게 일구고 싶다면, 언제나 활짝 웃으며 사랑스레 말해요. 4346.9.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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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42. 2013.7.30.

 


  마당에 놓은 평상에 엎드려 글씨쓰기 놀이를 하던 아이가 벌떡 드러누워 공책을 쭉 들어서 펼친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공책을 그림책처럼 들고는 종알종알 읽는다. 그래, 너희들 글은 다 읽을 줄 아니. 글은 몰라도 글을 읽는 시늉을 하면서 노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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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잎 비질하는 어린이

 


  후박잎이 진다. 마당에 흩어진다. 큰아이가 문득 빗자루를 들어 가랑잎을 그러모은다. 비질을 하고 싶었니? 그래, 그러면 날마다 마당을 비질해 보렴. 네 손힘도 세질 테고, 마당은 깔끔할 테며, 후박잎도 후박나무도 좋아하리라 생각해. 4346.9.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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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흥에 살아요?

 


  왜 고흥에 사느냐고, 고흥사람도 묻고 고흥사람 아닌 사람도 묻는다. 빙그레 웃으며 대꾸한다. 이녁은 왜 이곳에 살아요? 이녁은 왜 서울에 살고 순천에 살며 인천에 살고 고흥에 살아요? 이녁이 살아가는 그곳이 이녁 삶을 살찌워 주나요? 이녁이 살아가는 그곳에서 이웃하고 사랑을 나누는가요? 이녁이 살아가는 그곳은 이녁 꿈을 이루도록 북돋우는 아름다운 보금자리인가요? 4346.9.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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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나가고 싶어요?

 


  옆지기가 묻는다. TV에 나가고 싶어요? 아니, 나가고 싶지 않아. 그런데 왜요? 책을 많이 팔아서 우리 도서관 터와 숲을 장만해야 할까 싶어서. TV에 나온다고 해서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래, 그렇겠지. 방송국에서는 우리 도서관이 제대로 알려지도록 하기보다는 볼거리로 시청율 높이는 데에 마음을 쓸 테니까. 두 군데 방송국에서 취재를 하겠다고 연락이 왔는데, 안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 두 곳 모두 내가 쓴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채 취재를 바라는 연락을 했다. 책을 써서 버는 돈으로 도서관을 꾸리는 사람 이야기를 찍어 방송으로 내보내려 하는 사람들이 ‘취재원이 될 사람이 쓴 책’으로 무엇이 있는 줄 모르고 읽지도 않았다면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찍어서 내보내겠는가. 4346.9.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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