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라우프 놀이 1

 


  마당에서 나무막대기로 놀던 아이들은 으레 훌라우프로도 논다. 큰아이는 한 달 두 달 나이를 더 먹으면서 허리에 훌라우프를 꿰고 돌리려 제법 용을 쓴다. 앞으로 일곱 살 여덟 살 되면 거뜬히 허리로도 돌릴 테지. 그러나, 두 아이는 허리에 꿰고 돌리기보다는 허리가 끼우고 마당을 달린다든지 서로 몸에 씌운다든지, 잡기놀이를 한다든지, 그저 커다랗게 동그란 훌라우프를 끼고 들며 달리는 놀이가 아직 더 즐겁고 재미나다. 4346.10.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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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10-06 12:32   좋아요 0 | URL
저도 훌라우프 잘 하는데 함께 놀고 싶네요.ㅎㅎ

파란놀 2013-10-06 12:37   좋아요 0 | URL
오... 후애 님한테 아이들이 배워야겠는걸요!
 

시골아이 21. 대문 앞에서 (2013.10.5.)

 


  자전거마실 나가기 앞서 대문을 연다. 대문을 열어야 샛자전거와 수레 붙인 긴 자전거를 밖으로 내놓을 수 있다. 대문을 열면 아이들이 먼저 대문 밖으로 나온다. 큰아이는 집부터 마당을 거쳐 대문 앞으로 나오기까지 춤을 춘다. 춤을 멈추지 않으면서 이웃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고, 작은아이는 누나 곁에서 누나가 하는 양을 따라하거나 꽁무니를 좇는다. 우리 집 앞 논은 아직 더 익어야 벨 수 있겠네. 가을바람 듬뿍 마시며 나들이를 가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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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302) 그동안의 1 : 그동안의 밀렸던 이야기

 

막걸리 몇 잔을 들고 취기가 돌기 시작하자, 그동안의 밀렸던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채규철-사명을 다하기까지는 죽지 않는다》(한터,1990) 95쪽

 

  “취기(醉氣)가 돌기 시작(始作)하자”는 “술기운이 돌자”로 손보고, “나오기 시작(始作)했다”는 ‘나왔다’로 손봅니다.

 

 그동안의 밀렸던 이야기
→ 그동안 밀렸던 이야기
→ 그동안 못 나눈 밀린 이야기
→ 그동안 못했던 밀린 이야기
 …

 

  오래도록 만나지 못한 사이라면, 나누고픈 이야기가 많이 쌓입니다. 이야기가 잔뜩 밀립니다. “못 나눴던 이야기”들, “밀리고 밀린 이야기”들,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나누고 싶습니다.

 

 그동안에 겪었던 일 (o)
 그동안의 겪었던 일 (x)

 

  어찌 지냈는지 궁금하기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니?” 하고 묻습니다. “그동안의 일은 어떠했니?” 하고 묻지 않습니다. 서로서로 “그동안 겪었던 일”이지, “그동안의 겪었던 일”은 아닙니다. 4341.4.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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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몇 잔을 들고 술기운이 돌자, 그동안 밀린 이야기들이 나온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96) 그동안의 2 : 그동안의 거짓말

 

앗, 그동안의 거짓말을 다 알고 있었던 건가? 진심으로 무안했다
《레아·여유-따뜻해, 우리》(시공사,2012) 42쪽

 

  “알고 있었던 건가?”는 “알았던가?”나 “알았나?”로 손질합니다. ‘진심(眞心)으로’는 ‘참으로’나 ‘더없이’나 ‘몹시’나 ‘마음 깊이’로 다듬고, ‘무안(無顔)했다’는 ‘부끄러웠다’나 ‘낯뜨거웠다’나 ‘창피했다’로 다듬습니다.

 

 그동안의 거짓말을
→ 그동안 했던 거짓말을
→ 그동안 들려준 거짓말을
→ 그동안 한 거짓말을
 …

 

  한국말은 토씨 ‘-의’ 아닌 움직씨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그동안의 거짓말”이 아닌 “그동안 했던 거짓말”이요, “그동안의 일”이 아닌 “그동안 겪은 일”이나 “그동안 한 일”입니다. “그동안의 그리움”이 아닌 “그동안 그리워 한 마음”이요, “그동안의 사연”이 아닌 “그동안 쌓인 이야기”나 “그동안 있던 이야기”예요. 4346.10.6.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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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그동안 했던 거짓말을 다 알았던가? 참으로 창피했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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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23. 노을빛 2013.10.5.

 


  마을 뒤쪽에 멧자락 드리우니, 해가 멧봉우리 타고 넘어가는 모습만 볼 뿐, 해넘이를 보지는 못한다. 해가 뜰 적에도 마을 들판 저 앞자락에 있는 멧봉우리로 넘어오는 모습만 볼 뿐, 해돋이를 보지는 못한다. 태평양을 코앞에 낀 바닷마을이라면 바람이 모질게 부니까, 앞뒤로 멧자락에 포근히 감싸는 마을에 따사롭고 볕도 넉넉하달 수 있지만, 노을빛은 좀처럼 구경하지 못한다. 그러나 오늘은 가을날 노을빛 멀리멀리 퍼진다. 마을 뒤쪽 멧봉우리 너머로 아리땁게 퍼지는 발그스름한 기운이 우리 집 마당으로도 스민다. 나도 아이들도 노을빛 받으며 마당에서 깜깜해질 때까지 논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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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빗 소로우

 


  나는 문을 열고 살기를 즐긴다. 도시에서 살던 지난날이나 시골에서 사는 오늘날이나 문을 걸어 잠그지 않을 뿐 아니라, 유리문으로 늘 바깥을 내다볼 수 있는 곳에서 지내기를 즐긴다. 서울에서 혼자 살던 지난날에는 나무로 지은 적산가옥 2층에서 툇마루 문 활짝 연 채 지내기 일쑤였고, 인천에서 짝을 이루어 살던 지난날에도 옥탑집 마당에서 동네와 먼 하늘을 내다보며 지내기 일쑤였다.


  시월 오일 저녁해 기울 무렵, 마루문을 거쳐 바깥 하늘에 발그스름한 빛이 서리는 모습을 본다. 아이들한테 만화영화를 보여주다가 부리나케 멈추고는 두 아이를 부른다. “얘들아, 마당으로 나가자!” 마당에 서서 두 팔을 번쩍 치켜들고는 하늘바라기를 한다. “벼리야, 보라야, 저기 봐. 저 하늘빛이 바로 노을빛이야.” 발그스름하다가 노르스름하다가 이내 짙붉게 물드는 하늘빛 된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들에서 일하던 할매 할배 모두 저 하늘빛 보셨을까. 등이 굽은 탓에 못 보실까. 경운기 모느라 옆에 눈을 팔 수 없어 못 보시려나. 풀벌레 노랫소리 감겨드는 마당에서 노을빛을 누리는 아버지 곁에서 아이들은 맨발로 뛰어논다. 아이들 노랫소리는 풀벌레한테 스며들고, 풀벌레 노랫소리는 아이들한테 젖어든다.


  1991년에 이현주 님이 한국말로 옮긴 《소로우 평전 : 자유를 생의 목적으로 삼은 사람》을 떠올린다. 이현주 님은 《소로우 평전》을 누가 썼는지 안 밝힌다. 왜 안 밝힐까. 아무튼, 《소로우 평전》을 읽으면, 소로우는 어릴 적부터 ‘나는 나다’ 하고 깨달은 사람이다. 젊은 날에 씩씩하게 냇물 따라 나들이를 다니고 숲속에서 오두막을 짓고 산 까닭 또한, ‘나는 나다’가 무엇인가를 더 깊이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다움’이란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움’ 말뜻은 ‘나다움’이라고 한다. 곧, 내가 나인 줄 느낄 때에 아름다움이 무엇인가 알기 마련이고, 아름다움이 무엇인가 알 때에 사랑과 꿈을 짓는 삶을 누리려 하기 마련이다.


  문득 김지하 님을 생각한다. 김지하 님은 왜 이녁 삶을 사랑하고 꿈꾸는 길을 아직도 못 걸어갈까. 박경리 님이 이녁 삶을 사랑하고 꿈꾸는 길을 걸었던 모습을 아직도 못 알아챘을까. 글보다 흙을 만지고, 글을 만지고 싶으면 흙과 함께 글을 만지면 될 텐데, 헨리 데이빗 소로우 님 글을 읽으며 흙빛과 흙내음과 흙숨과 흙바람을 누릴 수 있는 삶벗을 만나고 싶다. 4346.10.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람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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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3-10-12 12:43   좋아요 0 | URL
가끔씩 시골에 내려가서 사는 모습을 꿈꿀 때마다 저도 생각합니다.

맑은 바람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도록 마루가 넓고 또 마당까지 넓은 집이었으면 좋겠다.
높다란 내 방에서 한 발짝만 걸어 나오면 휘영청 밝은 달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집이었으면 좋겠다.
창문 하나만 열어젖히면 풀벌레 소리와 귀뚜라미 소리를 실컷 들을 수 있는 그런 집이었으면 좋겠다, 하고 말입니다.

『소로우 평전』은 참 귀한 책이 된 듯한데, 나중에라도 혹시 새 책으로 나오게 된다면 꼭 놓치지 말고 읽어야 겠다 싶습니다.

파란놀 2013-10-12 14:57   좋아요 0 | URL
소로우 평전을 누군가 썼을 텐데, 제대로 잘 쓴 책은
찾기 만만하지 않을 듯해요.
어쩌면 저작권이 걸려서 번역 안 할는지 모르겠고요 ^^;;

oren 마음으로 바라는 그 고운 시골집
머잖아 누리실 수 있기를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