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에 안기

 


  새벽에 으레 잠을 깨며 으앙 우는 작은아이는 어머니 품으로 쪼르르 달려간다. 작은아이 깨서 우는 소리에 잠이 깬 큰아이는 쉬를 누고는 아버지 품으로 포옥 안긴다. 어머니는 작은아이를 안고, 아버지는 큰아이를 안는다. 작은아이는 어머니를 안고, 큰아이는 아버지를 안는다. 서로 안고 안기면서 새벽이 흐른다. 썰렁썰렁 찬바람 부는 십일월이지만 춥지 않다. 4346.11.1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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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비부비 몽이 분홍 꼬마 몽이 이야기 1
토요타 카즈히코 지음, 하늘여우 옮김 / 넥서스주니어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12

 


포근하게 안는 손길은
― 부비부비 몽이
 토요타 카즈히코 글·그림
 하늘여우 옮김
 넥서스주니어 펴냄, 2006.3.25.

 


  새근새근 자는 아이가 어느새 몸을 돌려 달라붙습니다. 아이는 어버이 손이나 몸을 만지면서 꿈나라를 누리고 싶습니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몸을 이리저리 돌리고 굴리며 잡니다. 이불만 덮는다고 잘 자지 않습니다. 손을 살며시 잡고 싶습니다. 얼굴을 살살 쓰다듬고 싶습니다.


  아이들 재우며 작은아이와 큰아이를 살살 쓰다듬습니다. 아이들은 작은 입을 놀려 잠자리에서도 종알거리고, 작은 손을 움직이고 작은 발을 차면서 이불을 이리저리 흐트립니다. 아이들은 잠자리에서도 놀고 싶습니다. 이 아이들한테 보드랍게 자장노래 불러 줍니다. 이 아이들한테 한손씩 뻗아 이마를 쓰다듬습니다. 머리카락을 쓸어넘깁니다. 가슴을 토닥토닥 눌러 줍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신나게 뛰놀고, 저녁부터 아침까지 기쁘게 꿈날개 펼치기를 바랍니다.


.. 삐악삐악 병아리가 몽이 뺨을 부비부비. 와, 몽이의 좋은 냄새 ..  (3쪽)

 


  아이들은 어머니와 아버지 냄새를 맡습니다. 어버이는 아이들 냄새를 맡습니다. 아이들은 어머니와 아버지 손길을 느낍니다. 어버이는 아이들 손길을 느낍니다. 두 사람은 함께 웃고 함께 먹으며 함께 노래합니다. 두 사람은 함께 자고 함께 입으며 함께 살아갑니다.


  가까운 마실을 가든 먼 나들이를 가든, 서로 손을 잡습니다. 가다가 졸리면 등에 업혀 잡니다. 품에 안겨 잠듭니다. 버스나 기차를 타고 멀리멀리 길을 떠날 적에는 작은 발로 걸상을 밟고 서서 창밖을 내다보며 노는 아이들입니다. 개구지게 놀다가 기운이 빠지면 스르르 눈이 감기고, 어느새 곯아떨어집니다. 아이들은 다른 걱정이 없이 잠듭니다. 왜냐하면, 어머니와 아버지가 곯아떨어진 나를 살포시 안아 재우며 아끼리라 알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곯아떨어져 잠든 몸으로 저를 다독다독 품는 어버이 손길을 느낍니다. 어버이 살내음을 맡습니다. 투박한 손마디로 안더라도 따사롭다고 느낍니다. 거친 손바닥으로 쓰다듬더라도 포근하다고 느낍니다. 투박한 손마디와 거친 손바닥에 애틋한 사랑이 흐르거든요.


.. 아파도 꾹 참자. 몽이야, 참자 ..  (18쪽)

 

 


  포근하게 안는 손길은 사랑입니다. 어버이가 아이를, 아이가 어버이를, 서로 사랑으로 마주합니다. 서로 아끼는 옆지기가 사랑으로 만납니다. 아이와 아이가 따뜻한 눈길을 주고받습니다. 어른과 어른도 어깨동무를 하면서 두레와 품앗이를 합니다.


  풀은 뿌리가 얼키고설킵니다. 풀은 잎사귀도 얼키고설킵니다. 풀밭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온갖 풀이 아주 조그마한 틈에서 함께 돋아 함께 자랍니다. 뿌리도 하나요 줄기와 꽃도 하나입니다. 민들레꽃 옆에 씀바귀꽃 있어요. 꽃다지꽃 옆에 꽃마리꽃 있어요. 냉이꽃 곁에 봄까지꽃 있어요. 별꽃 둘레에 코딱지나물꽃 있어요.


  함께 살아가며 아름답게 빛납니다. 함께 사랑하며 즐거이 노래합니다. 우리 삶은 아름다운 웃음빛으로 이루어집니다. 우리 지구별은 즐거운 사랑으로 환합니다.


.. 몽이가 엄마 뺨을 부비부비. 와, 엄마의 좋은 냄새 ..  (24쪽)

 


  토요타 카즈히코 님 그림책 《부비부비 몽이》(넥서스주니어,2006)를 읽습니다. 복숭아 아이 ‘몽이’는 혼자서 조용히 흙놀이를 합니다. 이동안 몽이 동무들이 하나둘 찾아와 몽이 뺨을 살살 부빕니다. 저마다 몽이 뺨에서 좋은 냄새가 난다고 말합니다. 아마 몽이도 동무들한테서 좋은 냄새를 맡을 테지요.


  그런데, 가만히 헤아리면, 몽이한테서 좋은 냄새가 나는 까닭은 바로 몽이 어머니와 아버지 때문입니다. 어머니와 아버지한테서 좋은 냄새가 나니, 아이도 이 좋은 냄새를 물려받습니다. 몽이가 자라 어른이 되면, 몽이가 낳는 아이도 몽이한테서 좋은 냄새를 물려받을 테지요.


  먼먼 옛날부터, 아스라히 먼먼 옛날부터, 범도 사람도 담배 피며 함께 살던 까마득히 먼먼 옛날부터, 어머니와 아버지한테서 풍기는 좋은 냄새를 물려받은 아이들이 이 땅에서 씩씩하고 아름답게 살아갑니다. 아이들은 좋은 냄새를 맡으며 싱그러운 빛을 노래합니다. 어버이는 좋은 냄새를 베풀면서 포근한 꿈을 일굽니다.


  예쁜 그림책을 아이들과 기쁘게 누리다가, 꼭 한 가지에서 걸립니다. 이 그림책에는 “몽이의 좋은 냄새”와 “엄마의 좋은 냄새”라 나오는데, 일본책에서는 ‘の’를 썼을 테지만, 우리 아이들한테 읽히는 한국책에는 ‘-한테서’를 넣어야 올바릅니다. 냄새는 몽이한테서 나고 엄마한테서 납니다. 또는 “몽이 냄새”나 “엄마 냄새”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좋은 말로 좋은 이야기를 엮어 내놓는 그림책 되어, 아이들도 어른들도 좋은 말로 좋은 삶 일구는 밑바탕 되기를 빕니다. 4346.11.1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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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1-17 18:24   좋아요 0 | URL
앗, 이 그림속의 꼬마 이름이 몽이군요!
저번에 사진도서관 책꽂이에 있던 일본그림책,
온천물 속에 들어가 있는 그 꼬마, 이야기네요~~

파란놀 2013-11-18 02:27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아아, 눈이 좋으시군요!
@.@

처음에는 '만두'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일본말사전 보니 '복숭아'더라구요.

생각해 보니, 이 아이는 '몽이' 아닌 '복이'로 옮겨야
더 맞겠구나 싶네요.
 

  이야기 할머니가 가슴속에 품은 고운 아이한테 들려주려고 쓴 글이 예쁜 책으로 태어난다. 이 예쁜 책에 깃든 글 가운데 하나를 골라 그림을 잔뜩 붙인 새로운 예쁜 그림책이 태어난다. 이야기 할머니 가슴속에서 살아가는 조그맣고 고운 아이는 처음에는 글을 읽으며 활짝 웃고, 어느새 그림을 함께 바라보며 까르르 노래한다. 글로 빚은 이야기는 웃음꽃 되고, 그림으로 다시 빚은 이야기는 노래꽃 된다. 그래, 저기를 보렴, 눈이 오지? 십일월 한복판을 달리는 오늘, 올해 첫눈 언제 찾아오려나 즐겁게 기다린다. 4346.11.16.흙.ㅎㄲㅅㄱ

 


3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마디타와 리사벳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김라합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1월
9,500원 → 8,550원(10%할인) / 마일리지 470원(5% 적립)
2013년 11월 16일에 저장
절판

마디타- 2단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김라합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13년 11월 16일에 저장
절판

저거 봐, 마디타, 눈이 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트 그림, 김서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11년 6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3년 11월 16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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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1-17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거 봐, 마디타, 눈이 와!> 감사히 담아갑니다~
참 예쁜 그림책일 것 같아요. 아 눈이 펑펑 오는 날, 이 그림책
읽으면 더 즐거울 듯 해요~*^^*

파란놀 2013-11-18 02:52   좋아요 0 | URL
저도 하나씩 하나씩 챙겨서 읽으려고요~
서울에서 눈을 맞이하실 적에
부디 '눈쓸기' 하지 않은 모습 누리시기를 빕니다~
 

살그마니

 


살그마니 밤에
아이들 이불깃 여미고
조용히 일어나서
마당으로 내려와
별빛 한가득 마신다.

 

살그마니 새벽에
쌀 씻어 불리고
아직 아이들 일어나지 않았을 때
밥과 국을 지어 놓는다.

 

아침해 살짜기 찾아든다.
아침바람 살포시 분다.
아침노래 살살 흐른다.

 

날마다 살며시 웃음짓는 이야기
도란도란 주고받는다.

 


4346.10.29.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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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태어나는 곳

 


  책은 가슴에서 태어납니다. 스스로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 가슴에서 책이 태어납니다. 이름난 작가 손에서 책이 태어나지 않습니다. 뛰어난 사람들 손으로 책이 태어나지 않습니다. 이름이 안 났거나 뛰어나지 않아도 됩니다. 조용히 시골에서 살아가든, 말없이 비질을 하거나 밥을 끓이건, 공장 기계를 돌리거나 분필을 쥐든, 스스로 삶을 사랑하면서 가슴속으로 꿈을 키우는 사람들이 시나브로 책을 낳습니다.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일굽니다. 텔레비전에서 본 이야기 아닌, 책에서 본 이야기 아닌, 누구한테서 들은 이야기 아닌, 바로 스스로 살아냈고 스스로 살아오며 스스로 살아갈 이야기가 책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책으로 태어나는 이야기란 내 이야기입니다. 책에 담는 이야기는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책으로 엮어 나누는 이야기란 내가 삶을 사랑한 이야기입니다.


  서울과 진주, 진주와 서울, 이렇게 오랜 나날 오가며 차곡차곡 모은 버스표를 고무줄로 묶습니다. 오랜 나날 아로새긴 버스표꾸러미는 고스란히 이야기샘입니다.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해도, 가만히 쓰다듬기만 해도, 이 버스표꾸러미에서 이야기꽃이 피어납니다. 다른 사람들 여행책을 읽지 않아도 돼요. 내가 다니는 길을 곰곰이 돌아볼 수 있으면 돼요. 버스를 타거나 전철을 타며 집과 일터를 오갔어도, 스스로 삶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버스표와 전철표 하나가 바로 이야기밭 됩니다. 버스도 전철도 아닌 두 다리로 걸어다녔으면, 종아리에 붙은 힘살과 발바닥에 박힌 굳은살이 바로 이야기나무 됩니다. 자전거로 찬찬히 달리며 일터나 학교를 다닌다면, 천천히 낡고 닳는 자전거가 바로 이야기숲 됩니다.


  삶에서 이야기 자랍니다. 이야기 자라 책이 태어납니다. 책이 태어나 책방이 생깁니다. 책방이 생겨 책빛 찾는 책마실꾼 하나둘 나타납니다. 아주 조그마한 곳에 따사로운 볕 깃들면서 싹이 트고 줄기가 오르며 꽃이 피어요. 아주 조그마한 꽃이 맺는 씨앗이 새로운 꽃을 낱아 이윽고 꽃밭이 되어요.


  눈을 크게 뜨지 않아도 돼요. 눈을 살가이 떠요. 눈을 사랑스레 떠요. 눈을 따사롭게 떠요. 그러면, 바로 내 삶자리에서 작은 책 하나 태어납니다. 4346.11.1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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