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한복판에서 형도 누나도 동생도 없이 혼자 노는 아이는 심심합니다. 그러나 혼자 노는 아이는 혼자서 이것저것 놀이를 떠올립니다.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복닥거리는 곳에서도 손바닥만 한 풀포기 몇을 ‘앞뜰’로 삼습니다. 힘자랑을 하는 짓궂은 큰아이한테서 내빼려고 땀을 쏟기도 하고, 바보스러운 어른 때문에 눈물을 글썽이기도 하지만, 착한 마음을 잃지 않고 씩씩합니다. 어느 날 이 아이한테 살가운 이웃이 한 사람 나타납니다. 어깨를 타고 오르며 쪽쪽거리는 다람쥐를 데리고 와서 함께 놀기도 하고, 같이 밥을 먹으며 하루를 보내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 살가운 이웃도 혼자 노는 아이마냥 어릴 적에 동무 없이, 변변한 앞뜰이나 마당 없이, 도시 한복판에서 쓸쓸한 하루를 누리며 자랐을까요. 같이 뒹굴며 노래하고 뛰놀 동무가 없던 아이는 마치 형이 생긴 듯이 즐겁습니다. 그런데, 새끼 다람쥐는 무럭무럭 자라 숲속에 풀어 주어야 합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이 아이는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지내야 할까요. 4346.11.23.흙.ㅎㄲㅅㄱ

 

..

 

 한스 페터슨 님 작품은 꼭 이 한 가지만 번역되었구나 싶다. 다른 작품이 번역되려면 이 작품이 널리 사랑받아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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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아스와 다람쥐- 온누리 동화 28
한스 페터슨 지음, 김정회 옮김, 일론 비클란트 그림 / 온누리 / 2007년 2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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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생일 선물 비룡소의 그림동화 95
엘사 베스코브 글 그림, 김상열 옮김 / 비룡소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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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14

 


어머니와 아이가 주고받는 선물
― 엄마의 생일 선물
 엘사 베스코브 글·그림
 김상열 옮김
 비룡소 펴냄, 2003.3.21.

 


  아이가 무언가 합니다. 조물조물 만지작거립니다. 꼼지락꼼지락 움직입니다. 무엇을 할까요. 무슨 생각을 하면서 무얼 만질까요. 부엌에서 후추를 물에 타고는 “아, 맛없어.” 합니다. 얘야, 마시는 물에 왜 후추를 타니. 마당에서 호미를 쥐고는 흙을 콕콕 쫍니다. 이러다가 어느새 호미로 널판을 콕콕 내리칩니다. 망치로 못을 두들기듯 호미치기를 합니다. 이 모습을 아버지가 물끄러미 쳐다보는 줄 느끼더니 빙그레 웃고는 다시 호미로 흙을 콕콕 쫍니다.


  괜찮다, 괜찮아. 호미로 널판을 찍어도 되고, 후추를 물에 타도 돼. 물을 마시다가 쏟아도 되고, 장난감 어질러도 되지. 흐트러진 장난감은 치우면 되고, 어질러진 부엌도 치우면 돼. 네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놀이를 멈추지 말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신나게 놀아라.


  아이들한테 아침을 차려서 먹인 뒤 등허리가 결리는구나 싶어 살짝 드러눕습니다. 이동안 작은아이는 물병을 기울여 물잔에 물을 따른다고 하더니 촬촬 넘치도록 붓습니다. 누워서도 물 넘치는 소리를 듣습니다. 아이고, 얘야, 마실 만큼 따르고, 다 마신 뒤에 또 따라야지.


.. “하하하! 파란 사과라고? 이건 블루베리 열매란다. 여기는 우리 집이고.” 할아버지는 큰 소리로 웃더니 소리쳤어요. “얘들아, 모두 이리 나와라!” 눈 깜짝할 사이에 블루베리 소년들 일곱 명이 나타나 꼬마에게 인사했어요 ..  (13쪽)

 


  작은아이는 누나가 하는 무언가를 가만히 지켜보면서 하나하나 따라합니다. 작은아이는 누나가 하는 말을 곰곰이 들으면서 한 마디 두 마디 따라합니다. 작은아이는 누나 몸짓과 눈짓과 손짓을 골고루 살피면서 하나둘 이어받습니다.


  그러고 보면, 큰아이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하는 무언가를 찬찬히 지켜보면서 하나하나 따라하고 배웠습니다. 큰아이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들려주는 말을 낱낱이 들으면서 세 마디 네 마디 따라하고는 제 말을 살찌웠습니다. 어머니 삶이 아이 삶이 되고, 아버지 말이 아이 말이 됩니다. 어머니가 즐겁게 누리는 하루가 아이로서 즐겁게 누리는 놀이가 됩니다. 아버지가 기쁘게 하는 일이 아이가 기쁘게 맞이할 일이 되어요.


  날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리쬐는 햇볕은 온누리에 드리우는 선물입니다. 언제나 한결같이 흐르는 바람은 온누리를 감도는 선물입니다. 졸졸 흐르는 냇물과 촉촉 내리는 빗물은 온누리를 적시는 선물입니다.


  어버이가 짓는 웃음은 아이들한테 삶을 살찌우는 선물이 되겠지요. 아이가 부르는 노래는 어버이한테 삶을 빛내는 선물이 될 테고요. 서로 선물을 주고받습니다. 함께 선물을 나눕니다. 같이 선물을 주고받습니다.


.. 오두막 앞에는 곱게 차려입은 산앵두나무 아주머니가 다섯 달들과 함께 앉아 있었어요. 아주머니와 딸들은 꿀에 넣고 끓일 산앵두나무 열매를 하루 종일 땄대요 ..  (21쪽)

 

 


  엘사 베스코브 님이 빚은 그림책 《엄마의 생일 선물》(비룡소,2003)을 읽습니다. 어린 피터는 어머니한테 선물을 주고 싶습니다. 숲에서 블루베리하고 산앵두를 따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블루베리랑 산앵두가 어디에서 나는지 잘 모릅니다. 숲속에 앉아 한참 망설이는데 숲을 지키는 작은 님이 아이한테 찾아와요. 아이 몸을 작게 바꾸어 블루베리밭으로 데려갑니다. 그러고는 산앵두나무밭으로 데려가지요. 아이는 작은 님들하고 신나게 논 뒤 블루베리 선물과 산앵두 선물을 받아요. 바구니 그득그득 열매를 따서 어머니한테 돌아갑니다. 어머니는 작은 아이 피터가 어디에서 이 열매들 찾아서 따왔을는지 궁금합니다. 그러나 더 묻지는 않아요. 아마 어머니도 아이처럼 어렸을 적에 이녁 어머니한테 블루베리랑 산앵두를 선물하려고 숲속을 떠돌았을 테고, 숲속에서 작은 님들 만나 함께 놀았을 테니까요.


.. 엄마는 피터의 선물을 받고 매우 기뻐하셨어요. “와, 이렇게 맛있는 열매들은 어디서 땄니?” 엄마가 물었지만 피터는 배시시 웃고 말았지요 ..  (33쪽)


  어머니 사랑을 물려받은 아이가 무럭무럭 자랍니다. 아버지 꿈을 이어받은 아이가 씩씩하게 자랍니다. 아이는 어머니가 되고 아버지가 됩니다. 아이는 어버이 되어 지난날 이녁 어머니와 아버지한테서 받은 사랑을 이녁 아이한테 하나둘 물려줍니다. 사랑스레 삶을 짓고, 사랑스레 살림을 꾸리며, 사랑스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날마다 아름다운 빛이 흐릅니다. 언제나 고운 노래가 넘실거립니다.


  선물은 늘 마음속에 있습니다. 삶이 선물이고, 웃음이 선물입니다. 함께 지내는 하루가 선물이고, 손을 맞잡고 걷는 들길에서 맡는 들내음이 선물입니다.


  겨울 문턱에서 들풀이 시듭니다. 며칠 따순 볕 내리쬐니 봄풀이 늦가을에 살몃살몃 고개를 내밀었는데, 찬바람 여러 날 이어지니 그만 바알갛게 시듭니다. 풀벌레 노래 없고 개구리 노래 없는 가을들은 고즈넉합니다. 해가 떨어지고 달이 오르면서 더욱 고요합니다. 바람이 나뭇잎 간질이는 소리만 들립니다. 별빛이 차츰 밝습니다 마을에 있는 집집마다 불이 하나씩 들어오다가 이내 꺼집니다. 어른도 아이도 새근새근 자며 새 하루 기다립니다. 4346.11.2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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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1-23 23:26   좋아요 0 | URL
그림책이, 그림도 참 예쁘고 이야기도 참 좋네요~
또 감사히 담아갑니다~*^^*

파란놀 2013-11-24 06:24   좋아요 0 | URL
이분 그림책을 모두 모았어요.
맨 처음에는 <펠레의 새 옷>을 보았는데,
'아이가 무엇을 배우며 살아가는가' 하는 대목을
슬기롭고 재미나게 잘 보여주더라고요.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다지 사랑받지는 못하는 작가요 작품이에요 ㅠ.ㅜ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에서 펴내는 '1인 단행본' 8호를 주문했다.

주말에 인쇄를 마치고 다음주 월요일에 보낸단다.

아마 화요일에 받을 테고,

수요일부터 책을 부칠 수 있으리라.

 

지난 '함께살기 7호'부터는 이 1인 단행본을

아무 곳에서도 팔지 않고,

오직 도서관지킴이한테만 보내는 책으로 꾸민다.

 

이번 8호는 몇 부를 찍을 수 있을까 하고 돈을 그러모은 끝에

108부를 찍는다. 도서관지킴이 분들께 보내고

헌책방 몇 곳에 보내면 나한테 열댓 권 즈음 남으려나.

 

새 컴퓨터를 마련하고 새 풀그림을 장만하면서

드디어 한글파일을 피디에프로 바꿀 수 있고,

피디에프파일을 갈무리할 수 있다.

책이 아직 오지 않았으나

책표지와 본문 조금 선보일 수 있다.

 

즐겁구나!

 

..

 

..

 

최소로 하는 디자인 ^^;;;

 

 

 

 

 

새 컴퓨터와 새 풀그림이 참 쓸 만하구나.

컴퓨터도 몇 해에 한 번씩 바꿔야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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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04) -의 : 피터의 선물

 

엄마는 피터의 선물을 받고 매우 기뻐하셨어요
《엘사 베스코브/김상열 옮김-엄마의 생일 선물》(비룡소,2003) 33쪽

 

  요즈음 어른들은 ‘매우’나 ‘무척’이나 ‘아주’ 같은 한국말을 제대로 못 씁니다. 으레 ‘정(正)말’이라는 낱말만 씁니다. 적어도 ‘참말’이나 ‘참으로’로 손볼 수 있으면 반가울 텐데, 신문에서도 책에서도 얄궂은 말씨가 자꾸 퍼집니다. 이 글월에서는 ‘정말’ 아닌 ‘매우’로 나와 반갑습니다.

 

 피터의 선물을 받고
→ 피터한테서 선물을 받고
→ 피터가 주는 선물을 받고
→ 피터가 내민 선물을 받고
 …

 

  선물은 주거니 받거니 합니다. 선물을 누가 나한테 줄 적에는 ‘아무개한테서’ 받는다고 말합니다. 곧, 이 보기글은 ‘피터한테서’로 바로잡아야 올바릅니다. 토씨 ‘-의’를 함부로 넣으면 틀립니다. 선물을 주고받는다는 느낌을 살리려면 “피터가 주는”이나 “피터가 내민”이나 “피터가 건넨”으로 손질하면 됩니다. 또는, “피터가 가져온”이나 “피터가 마련한”으로 손질할 수 있어요. 4346.11.23.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엄마는 피터한테서 선물을 받고 매우 기뻐하셨어요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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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 간판

 


  새책방도 처음에는 간판을 손글씨로 넣었으리라 본다. 지난날에는 간판글씨를 뚝딱뚝딱 만드는 일 없이 나무판에 붓으로 척척 그렸으리라 본다. 간판집에서 글판을 처음 만들고 난 뒤, 새책방은 으레 글판을 붙여 책방이름 알리는 간판을 올렸으리라 느낀다. 이와 달리 헌책방은 간판조차 없이 가게를 꾸리는 일이 잦았고, 이럭저럭 살림돈 모여 간판을 올릴 수 있은 뒤에는, 덧붙일 이야기 있으면 손글씨로 이래저래 적어 넣었을 테지.


  ‘간판 없는 새책방’이 있을까. ‘간판 없는 헌책방’은 참 많았다. 책방이름을 따로 안 짓는 헌책방들인데, 이곳 헌책방지기는 “그냥 헌책방이라면 되지, 굳이 이름을 붙이느냐?” 하고 얘기했다. “간판 없어도 책 볼 사람은 다 찾아온다.”고 했고, “간판에 돈 쓰기 아깝다.”고 했다. 간판 올릴 돈이 있으면 헌책을 더 장만해서 책손이 바라는 책을 더 갖추어야 할 노릇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새책방이라면 간판이 잘 보여야 할까. 곰곰이 돌아본다. 아니, 장사를 하는 가게라면 어디나 간판이 잘 보이도록 큼지막하게 걸거나 불을 번쩍번쩍 비추기까지 한다. 가게 꾸리는 돈 못지않게 간판 알리는 돈을 많이 쓴다. 기름집을 보면, 기름집에서 다달이 쓰는 전기삯이 무척 세다고 한다. 그래도 벌이가 되니 기름집 간판불 밝히는 데에 돈을 엄청나게 쏟아부을 테지.


  어릴 적부터 여러 책방과 도서관 다니는 동안, 새책방과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잘 갖추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새책방은 ‘새책방인 탓’에 바닥에 책을 쌓지 않는다. 새책방 가운데 책꽂이를 늘리고 늘려 천장까지 빼곡하게, 골마루가 비좁도록, 이렇게 책을 갖추려는 데는 못 보았다. 새책방에서는 오래도록 안 팔리는 책 있으면, 좀 철이 지났다 싶은 책 있으면, 출판사에 가볍게 반품한다. 도서관에서도 책이 많이 쌓이면, 책이 좀 낡거나 대출실적 없으면, 이런 책을 가볍게 버린다.


  헌책방에서도 책이 지나치게 쌓이면 짐차를 불러 버리기는 하지만, 헌책방에서는 책을 더 꽂으려고 책꽂이를 자꾸 늘린다. 책꽂이를 늘리고도 모자라 책탑을 쌓는다. 책탑으로도 모자라 책방 앞 길가에도 새로운 책탑을 쌓는다. 언젠가 어느 헌책방지기가 문득 한 마디 했다. “이렇게 책방 앞에 쌓은 책탑이 헌책방 간판이지요. 헌책방에 간판이 달리 뭐 있나요.” 그러고 보면, 동네헌책방 자주 드나드는 단골 가운데 어떤 분은 이녁이 단골로 거의 날마다 드나드는 그 헌책방 이름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분은 “내가 여기 책 보러 오지, 간판 보러 오나? 책방이름 몰라도 거기에 책방 있는 줄 아니까 오지.” 하고 얘기했다. 4346.11.2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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