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검인정 역사 교과서 가운데 말도 탈도 많은 교과서가 있다고 한다. 왜 말도 탈도 많을까. 아주 마땅한데, 우리 사회는 아직 통일도 민주도 평화도 평등도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학자나 교사나 지식인이나 공무원이나 대통령이나 정치꾼이나 기자나 방송국 일꾼이나 …… 이들이 얼마나 통일과 민주와 평화와 평등하고 가깝거나, 이를 지키거나 돌보려고 애쓰는가를 헤아려 보라. 얼토당토않다 싶은 역사 교과서는 얼마든지 나올 법하다. 그런데, 외려 얼토당토않다 싶은 역사 교과서가 그리 큰힘을 내지 못한다. 사회도 정치도 경제도 문화도 교육도 민주보다는 ‘민주 아닌’ 흐름이 깊거나 짙은데에도, 뜻밖에도 적잖은 사람들 슬기와 사랑과 꿈과 기운이 모여 이럭저럭 아름다운 길로 걸어간다고 느낀다. 《이 여자, 이숙의》라는 책을 읽는 동안 역사뿐 아니라 삶과 꿈과 사랑을 곰곰이 돌아보았다. 참말, 역사란 무엇인가. 참말 통일이나 진보나 보수나 사상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때에 아름다운가. 우리가 걸어갈 길과 나아갈 길은 어디인가. 우리는 서로 어떻게 마주하면서 어깨동무를 할 이웃인가. 4346.12.20.쇠.ㅎㄲㅅㄱ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이 여자, 이숙의- 빨치산 사령관의 아내, 무명옷 입은 선생님
이숙의 지음 / 삼인 / 2007년 8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13년 12월 21일에 저장
품절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빨래노래를 안 부르다

 


  작은아이가 밤오줌을 말끔히 뗀 뒤, 한동안 이불과 이부자리에 밤오줌을 질펀하게 누곤 했지만, 이제 이마저 없다. 큰아이를 돌보는 동안에도 느꼈는데, 아이들이 밤오줌을 말끔히 떼었다고 느낄 적에 얼마나 홀가분하면서 고맙고 눈물이 나는지 모른다. 다만, 이러다가도 너무 힘들게 논 날에는 아이 스스로 모르게 오줌을 지리곤 한다. 괜찮아. 누구나 그럴 수 있거든. 너희가 그럴 적에는 이불을 빨아야 할 때라고 알려주는 셈이니, 외려 반갑지.


  아이들이 밤오줌을 잘 가리니, 천기저귀를 댈 일도 빨래할 일도 없다. 빨래해서 말리느라 애먹을 일이 없을 뿐 아니라, 오줌을 가릴 수 있고 똥도 잘 가리는 만큼, 오줌바지와 똥바지 빨래도 나오지 않는다. 아주 어린 아이들 돌보는 어버이라면 잘 알 텐데, 아이들이 오줌기저귀나 똥기저귀를 내놓는다면, 으레 오줌바지와 똥바지를 나란히 내놓는다. 여기에 웃도리에까지 오줌으로 적시거나 똥을 묻혀서 함께 빨도록 덤을 얹기도 한다. 똥오줌 못 가리는 아이들과 살자면, 날마다 빨래를 너덧 차례를 해도 모자라기 일쑤이다.


  어린 아이들과 지내며 늘 빨래를 하며 빨래순이처럼 하루를 보내며 손으로 복복 비비고 헹구는 동안 혼자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생각에 젖기도 했다. 이제 빨래 일이 부쩍 줄어들다 보니, 빨래노래 부르는 일 또한 부쩍 준다. 한편, 아이들이 크다 보니, 한 번 입고 벗어던진 뒤 다시 안 입는 옷이 생긴다. 빨 까닭이 없지만, 여러 날 먼지를 먹고 뒹군 탓에 빨아야 하는 옷이 생긴다. 슬금슬금 이마에 골이 팬다. 이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오줌을 누어 빨래하는 옷이나, 아이들이 한 번 입고 아무 데나 던지는 바람에 먼지구덩이가 되어 빨래하는 옷이나, 서로 똑같은 옷이요 빨래 아닌가 하고 느낀다. 한손으로 이마를 살살 문질러 골을 지운다. 아이들이 나한테 예쁜 선물을 주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착하고 멋진 아이들아, 신나게 놀자. 아름답게 노래하자. 기쁘게 어깨동무하자. 너희가 바로 어버이를 어버이답게 가꾸어 주는구나. 4346.12.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동백마을 빨래순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추워 안 추워

 


  밤 열두 시 가까운 때에 작은아이가 깬다. 밤오줌 마렵구나. 얼마나 착한가. 바지에 싸지 않고, 기저귀를 대지 않아도 되는 세 살이란! 아이들 밤오줌을 헤아려 기저귀를 대고는 밤새 숱하게 기저귀를 갈고는 이 오줌기저귀를 밤과 새벽과 아침과 낮에 쉴새없이 빨아대며 아이를 돌본 어버이라면, 아이들이 밤에 쉬 마렵다고 잠에서 깨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줄 알리라. 그리고, 이 아이들은 머잖아 어버이가 굳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혼자서 일어나 쉬를 누고 다시 잠자리에 든다. 어버이가 아이들 밤오줌 가리는 햇수는 아주 짧다. 나는 작은아이 밤오줌 거드는 일을 아주 즐겁게 한다. 큰아이는 앞으로 이태쯤 지나면 거들 일조차 없으리라 느끼고, 작은아이도 누나 따라 대여섯 해쯤 뒤면 어버이를 부르지 않고 홀로 씩씩하게 밤오줌을 챙길 테지.


  밤에 깬 아이인데, 잠을 더 폭 잘 들기를 바라면서 부러 바깥바람을 쏘여 본다. 네가 밤오줌 누는 김에 아버지도 밤오줌을 누어 보자. 작은아이를 왼어깨로 안는다. 작은아이가 “추워.” 하고 말한다. 나는 작은아이한테 “안 추워.” 하고 말한다. 작은아이는 “안 추워?” 하고 묻는다. “그럼. 저녁이잖아. 아니, 밤이잖아. 그리고 우리 집은 안 추워.” “안 추워?” “아직 한겨울도 아니야. 게다가 우리 집은 아주 따뜻하지. 할머니 할아버지 계신 데가 추워. 할머니 할아버지 이 추운 데 잘 계실까 모르겠네.” “할머니 할아버지 추워?” “아침에 전화라도 해 봐야겠다.” “응.” 작은아이를 잠자리에 누인다. 큰아이는 어느새 이불을 걷어찼네. 두 아이 이불깃을 여민다. 작은아이한테 속삭인다. “아버지는 아직 밤에 써야 할 글이 있어 마무리를 지을 테니까 먼저 자렴. 곧 올게.” “응.” 4346.12.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아버지 그림놀이] 사름벼리 날자 (2013.12.17.)

 


  꽤 오래 아이하고 그림놀이를 못 했다. 아이 혼자만 그림놀이를 했다. 아버지가 해야 할 일이 잔뜩 밀리기도 했지만, 좀처럼 아이한테 제대로 곁을 주지 못했다. 너무 미안하다는 생각이 그득 쌓인 어느 날 저녁,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싶어, 밀린 일을 더 미루기로 하고 접는다. 그러고는 종이를 펼친다. 작은아이가 이래저래 슥슥 금 몇 줄 긋고 던진 종이에다가 나도 덩알아 슥슥 그린다. 큰아이를 헤아리면서 큰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훨훨 나는 이야기를 그려 본다. 구름을 넘고 별과 나란히 하늘을 날도록 그린다. 이 그림을 그리고 아이들과 잠든 날, 새벽까지 하늘 나는 꿈을 꾸었다. 아이더러 하늘 날도록 그림을 그렸는데 왜 내가 하늘을 날았을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아이 그림 읽기
2013.12.17. 큰아이―엄마와 나

 


  아침에 큰아이가 그림을 그리겠다고 한다. 방바닥에 넓직한 그림책 하나를 깔고 종이를 올린 뒤 그린다. 무엇을 그리느냐고 물으니 “엄마.”라고 말한다. 어머니 모습을 그리더니 등에 날개를 붙인다. 그러고는 옆에 제 모습을 함께 그린다. 어머니와 제가 등에 날개를 달고 하늘을 훌훌 나는 그림을 그린다. 큰아이더러 왜 요새는 새를 안 그리느냐고, 우리 집 둘레에서 흔히 보는 까치를 그려 보라 하니, 까치를 예쁘게 잘 그려 주고, 파랗게 빛나는 겨울 하늘에 하얗게 흐르는 구름까지 곁들인다. 아주 맑고 아름다운 그림이 태어났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