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45. 2013.12.18.

 


  아이들한테 차려 주는 밥이란 아이들을 먹이는 밥이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밥상에 둘러앉는 어른이 먹는 밥이다. 아이한테 먹이려는 밥이란 어른인 내가 먹으려는 밥이다. 아이가 즐겁게 먹는 밥이란 바로 어른인 내가 즐겁게 먹는 밥이다. 제법 큰 접시에 퍽 수북하게 쌓은 나물무침을 며칠 앞서부터 끼니마다 두 아이와 어른 하나가 다 비운다. 어느 때에는 수북하게 담은 나물무침을 다 먹느라 접시를 삭삭 비운다. 아이들도 나도 함께 잘 먹으니, 끼니마다 풀을 씻어서 접시에 담는 보람이 참 크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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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44. 2013.12.17.

 


  꽃밥을 먹자고 아이들을 부른다. 이것저것 다 차리고서 숨을 돌리며 아이들을 부른다. 아이들은 노느라 서너 차례쯤 불러야 비로소 슬금슬금 부엌으로 온다. 큰아이가 먼저 오고 작은아이가 나중에 오는데, 작은아이가 부엌으로 오다가 그만 문고리에 이마를 콩 부딪혔다. 딱 네 키가 문고리에 이마를 찧을 만하구나. 물고기묵을 네모낳게 잘라 나무꼬치에 꿰어 국에 담가서 불리니 아이들이 잘 먹기에, 작은 접시에 담아 작은아이 밥그릇 코앞에 놓았지만, 이도 저도 다 싫고 저 이마 찧어 아프니 달래 주라면서 운다. 밥그릇을 3/4 비울 때까지 수저질을 거들어 주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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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천상시인 천상병 추모 사진집
조문호 사진 / 눈빛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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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 읽는 사진책 152

 


마음에 담을 이야기를 찍어야지요
―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조문호, 김종구 사진
 눈빛 펴냄, 2013.4.20.

 


  시인 천상병 님을 기리는 사진책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눈빛,2013)입니다. 그런데, 천상병 님 삶자락이나 이야기를 사진으로 제대로 보여주지는 못하는구나 싶습니다. 조문호 님이 천상병 님을 만난 자리에서 틈틈이 사진을 찍었다고는 하지만, 조문호 님 스스로 “그 당시에는 뵐 때마다 찍을 형편도 아니었지만 선생님의 활동반경도 너무 좁았다. 의정부 수락산 자락의 집과 인사동의 찻집 귀천과 주막 실비집, 그리고 춘천의 병원이 전부였다(후기).” 하고 말합니다. 천상병 님이 나이가 들고 몸이 아파 이곳저곳 돌아다니지 못해, 아무래도 ‘그림이 될 만한 사진’을 얼마 못 찍었다 이야기할 수 있어요. 그러면, 성철 스님이나 법정 스님을 찍은 사진으로 사진책을 낸 분들은 어떠했을까요. 두 스님을 사진으로 담은 분들도 ‘스님이 다니는 곳’이 그곳이 그곳인 터라 ‘그림이 될 만한 사진’을 제대로 못 찍었다고 말해도 될까요. 성철 스님은 사진기자한테 사진을 찍으려면 삼천 번 절을 하고서 찍으라 말하기도 했어요. 꼭 삼천이라는 숫자를 채우라는 뜻도 될 테지만, 그만 한 마음가짐과 눈빛과 넋일 때에 비로소 사진다운 사진이 태어난다는 뜻도 돼요. 늘 같은 집에 머문다고 하더라도, 하루 내내 집에만 있는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얼마든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어요. 왜냐하면, 사진은 ‘그림이 될 만한 사진’일 때에 사진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사진은 ‘사진이 될 때에 사진’이에요. 사진이 되는 사진이란 ‘이야기가 있는 사진’이에요.


  천상병 시인 얼굴을 찍어야 ‘천상병을 말하는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천상병 시인이 읽은 책, 천상병 시인이 잠드는 잠자리, 천상병 시인이 곁님과 함께 먹는 밥상, 아침저녁으로 천상병 시인 집으로 스며드는 햇살, 천상병 시인이 꿰는 신 한 켤레, 천상병 시인 옷장, 빨래한 옷을 널어 놓는 빨랫줄과 빨래집게, 머리를 감거나 몸을 씻는 비누 한 장, 마룻바닥, 천상병 시인 손때를 탄 살림살이, 막걸리잔, 막걸리병, 원고지, 연필, …… 이야기가 될 빛은 아주 많아요. 그러나, 사진책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에는 이런 수많은 이야기 가운데 어느 한 가지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요. 천상병 시인 얼굴과 몸을 찍은 사진이 마흔 장 즈음 실었으나, 이 사진으로 책이름 그대로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와 걸맞는 이야기를 느낄 수 없어요.


  사진책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를 보면, 한국일보 사진기자였다는 김종구 님이 찍은 사진을 아홉 장 함께 싣습니다. 이 사진책을 보면서, 조문호 님 사진보다 김종구 님 사진이 한결 ‘시인 천상병 님 삶을 이야기하는 빛’이 그득하다고 느껴요. 그때그때 여러 곳에서 잘 찍은 사진이기에 이야기가 드리우지 않아요. 이야기를 깨닫고 느껴서 찍은 사진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 저 사람 나란히 있을 적에 찍기에 ‘이야기 묻어나는 사진’이 되지 않아요. 같은 자리에 마주보고 앉아도 얼마든지 이야기 묻어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 묻어나는 사진을 찍을 적에 우리들은 어느 한 사람을 가리켜 ‘사진가’나 ‘사진작가’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조문호 님은 “선생님께서 요구하시는 그 특유의 세금(?)을 바쳐 가며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기까지는 시일이 좀 걸렸지만, 그동안 선생님의 순진무구한 표정들과 마음을 지켜볼 수 있었다(후기).” 하고 말합니다. 그래요. 사진을 찍어도 즐겁고 좋을 테지만, 굳이 사진을 안 찍어도 즐겁고 좋아요. 마음으로 이야기를 담으면 사랑스럽고 기쁩니다.

 

 

 

 

 

 

 


  조문호 님은 “카메라만 들이대면 나의 마음을 헤아리듯 천연덕스러운 표정과 동작을 보여 나를 놀라게 했다. 그동안 숱한 초상사진을 찍어 왔지만 천 선생님보다 좋은 모델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순간적인 기지로 연출하는 여유는 어느 연기자들의 몸짓이나 표정보다 한 수 위였다(후기).” 하고 말합니다. 그러면, 이 작은 사진책은 ‘늘 같은 곳에 있어도 늘 다른 빛으로 좋은 모델이 된 시인 한 사람’을 보여주는 사진책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라면, 이 사진책은 천상병 님을 기리는 사진책이 될 수 없어요. ‘좋은 모델’을 찍는 일과, 이 땅을 떠난 시인을 기리는 사진책은 같은 자리에 놓이지 못해요. 천상병 시인은 ‘좋은 모델’이기에 앞서 ‘좋은 삶벗’이요 ‘좋은 이야기벗’이고 ‘좋은 이웃’으로 이 땅에서 즐겁게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셨을 테니까요.


  마음에 담을 이야기를 찍을 때에 사진입니다. 마음에 담을 이야기를 찍으면 즐겁게 나누는 사진입니다. 대단한 모델을 찍어야 하지 않습니다. 놀라운 곳에 가서 찍어야 하지 않습니다. 수백 장이나 수천 장을 찍어야 하지 않습니다. 삶을 노래하는 빛을 찍으면 됩니다. 삶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찍으면 됩니다. 삶을 그리고 삶을 춤추며 삶을 밝히는 눈빛으로 사진 한 장 차근차근 찍으면 됩니다. 4346.12.2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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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읽는 책

 


  어떤 마음인가에 따라 달라요. 아무리 훌륭하다는 책을 읽는다 하더라도, 짓궂거나 얄궂은 마음이라면 읽지 않는만 못할 수조차 있어요. 성경을 읽어야 착해지지 않아요. 착하게 살면서 성경을 읽어야지요. 동화책을 읽어야 맑은 마음 되지 않아요. 맑은 마음으로 살면서 동화책을 읽어야지요. 시집을 읽어야 문학을 알거나 소설책을 읽어야 문학을 누리지 않아요. 삶이 언제나 시처럼 흐르면서 시집을 읽고, 삶을 늘 소설처럼 이야기샘 솟도록 가꾸면서 소설책을 읽어야 아름답습니다.


  눈으로도 읽지만, 눈과 함께 마음으로 읽는 책이에요. 눈으로도 꽃을 바라보고 나무를 헤아리지만, 눈과 함께 마음으로 바라보는 꽃이요 마음으로 헤아리는 나무예요. 밥 한 그릇을 혀와 입으로 먹지만, 혀와 입과 함께 마음으로 먹어요. 밥을 지은 사람 마음을 느끼고, 밥으로 차리기까지 흙을 보살핀 흙지기 손길을 나란히 누려요. 4346.12.2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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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3-12-21 20:25   좋아요 0 | URL
님 말씀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착하게 살면서 성경을 읽어야지요>부분에서 우리 반 최고 꾸러기가 떠오르네요.
그 애가 교회는 정말 열심히 다니는데 삶이 그렇지 않거든요.
그래서 늘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어요.

파란놀 2013-12-21 20:43   좋아요 0 | URL
그 꾸러기를 수퍼남매님이 예쁘게 이끌어 주시면
앞으로 아름다운 길 걸어가겠지요~
 

순오기 님 서재 글을 읽다가 '2013 알라딘서재 달인' 이야기를 보았고,

이 소식을 들으면서 '2013년 연간통계' 나왔겠나 하고 생각한다.

 

지난 한 해, 나는 스스로 다짐한 만큼 얼마나 잘 했는가 헤아리면서

2011년과 2012년과 2013년을 곰곰이 견주어 본다.

 

 

2013년에 드디어 '글을 가장 많이 쓴 사람'이 되었다.

2012년에 이루지 못한 다짐을

올해에 비로소 이루었네.

 

 

2012년 통계와 견주면, 책 10권 길이만큼 더 썼다.

그야말로 손가락이 불꽃이 튀도록

손목이 춤추도록 글을 썼는가 보다.

 

2011년과 대면, 2013년은 두 곱까지는 아니지만

그야말로 엄청나게 피땀을 흘렸구나 싶다.

 

..

 

 

그런데 2013년에 쓴 글은

막상 쓰려고 한 만큼 쓰지는 못했다.

그래도......

 

 

2012년에 쓴 페이퍼보다 2013년에 쓴 페이퍼는

1100건이 더 늘었다.

다만, 마이리뷰는 2012년보다 2013년에 줄었다. 

그래도, 내가 쓰는 마이리뷰는 다른 분들이 쓰는 마이리뷰보다

몇 곱이 기니까, 숫자는 줄어들 만하기도 하다.

 

내가 마이리뷰를 길게 안 쓰고

100자평으로 썼다면,

마이리뷰가 될 글 갯수는 얼마쯤 될까?

저 리뷰 숫자에 '0'을 하나 더하면 되겠지.

 

..

 

 

지난 2011년과 2012년 경험을 발판 삼아

2013년에는 '내 글에 댓글 달리는 숫자'보다

'내가 댓글 다는 숫자'가 더 많도록 하려 했는데,

내 글에 댓글을 달아 주신 분들 땀방울이 더 많았다.

 

고마우면서도 미안하다.

더욱이, 내가 누른 추천수보다

내가 받은 추천수가 거의 열 곱 가까이 되니...

@.@

 

댓글도 추천수도... 최소 목표로 삼은 1000건을

둘 모두 못 넘겼네.

2014년에는 이웃님들 서재에

댓글과 추천수 모두 1000건이 넘도록

더 바지런히 마실을 다녀야겠다고 생각한다.

 

..

 

 

그러게, 2012년에는 내가 쓴 댓글이 더 많았네!

 

2011년에는 너무 부끄럽게도

이웃님 서재에 댓글을 고작 93꼭지밖에 안 썼다.

부끄럽지만, 이 부끄러운 숫자가 있었기에

이듬해부터 이웃님 서재를 꾸준히 드나들며

아름다운 글을 읽으며 댓글과 추천 남기기를

할 수 있었으니.

다 좋은 지난 경험이리라 생각한다.

 

..

 

그나저나, 2013년 알라딘서재 댓글 으뜸이는

appletreeje 님이 차지하셨다.

오오오~~

 

나는 여기에 202개가 모자라네 ㅠ.ㅜ

2013년 댓글 으뜸이 2년 연속 차지하지 못하시도록

2014년에는 조금 더 기운을 내야지~ ^^;

 

2013년 알라딘서재 마이리뷰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아쉬워도 어쩔 수 없다.

 

아무쪼록 새해에 새롭게 힘을 내고

또 즐겁게 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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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12-21 19:05   좋아요 0 | URL
정말 많이 작성하셨어요.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파란놀 2013-12-21 19:21   좋아요 0 | URL
후애 님도 2013년 알라딘서재 달인 축하해요.
아름답고 즐겁게 주말 누리셔요~~

수퍼남매맘 2013-12-21 20:27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이 가장 글을 많이 작성하셨군요. (저는 49등이에요.)
그러실 거라고 살짝 예상했어요.
축하드립니다.

파란놀 2013-12-21 20:44   좋아요 0 | URL
49라는 숫자도 참으로 대단하지요.
언제나 아름답고 즐거운 삶빛을
글로 빚고 책으로 누리셔요~

꼬마요정 2013-12-21 22:41   좋아요 0 | URL
정말 많이 쓰셨네요~ 존경합니다.^^
습관이 되어 있어야 글도 많이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멋지십니다.ㅎㅎ

파란놀 2013-12-22 01:07   좋아요 0 | URL
버릇을 몸에 익히기에 쓰는 글이라기보다는
시골에서 아이들과 살아가며
저는 제 나름대로 한국말사전 만드는 일을 하다 보니
쓸 이야기가 넘쳐요.

날마다 쓰고자 하는 글을 미처 다 쓰지 못하고
언제나 이튿날로 이듬해로
훌쩍훌쩍 넘기기 일쑤랍니다.

살림하랴 바빠 글은 거의 못 쓰는 하루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