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본방 本放


 본방으로 봤어요 → 그날봤어요 / 그때봤어요 / 그날것을 봤어요

 본방을 사수하겠다 → 그날보겠다 / 그때 지켜보겠다


  낱말책에 ‘본방(本放)’은 없었습니다. 2023년에 비로소 국립국어원 낱말책에 싣더군요. 일본말씨 “본 방송”을 줄인 말씨일 텐데, 이 일본말씨 ‘본방송(本放送)’도 국립국어원 낱말책에 2023년부터 나란히 싣습니다. 그날 하는 풀그림이나 그때 하는 풀그림을 가리켜요. ‘본방·본방송’ 모두 ‘그날·그때’나 ‘그날것·그날치·그때것·그때치’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제날·제날짜’나 ‘제때·제북’으로 풀어내어도 어울립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본방’이 셋 나오는데, 모두 털어냅니다. ㅍㄹㄴ



본방(本方) : [한의] 한의학 고전에 있는 그대로의 약방문

본방(本邦) : 자기의 국적이 있는 나라 = 본국

본방(本房) : [역사] 왕비의 친정을 이르던 말



무조건 본방에서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지만

→ 그저 그날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지만

→ 아무래도 그때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지만

《메이저 세컨드 12》(미츠다 타쿠야/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8) 135쪽


오늘 밤이 본방이라고

→ 오늘 밤이 그날이라고

→ 오늘 밤이 그때라고

《란과 잿빛의 세계 3》(이리에 아키/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8) 74쪽


준비에 땀을 흘리고 본방까지 지켜보았던 것이다

→ 챙기느라 땀을 흘리고 그날치까지 지켜보았다

→ 챙기느라 땀을 흘리고 그날것까지 지켜보았다

《서점의 일생》(야마시타 겐지/김승복 옮김, 유유, 2019) 189쪽


본방을 사수하기 위해서 우리 가족은 일요일 저녁에는

→ 제때보려고 우리는 해날 저녁에는

→ 바로보려고 우리집은 해날 저녁에는

《말을 낳는 아이, 애지니》(애지니아빠, PAROLE&, 2021) 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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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지옥 - 2022 한국출판문화상 본선 진출작 글로연 그림책 30
소윤경 지음 / 글로연 / 202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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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2.30.

그림책시렁 1711


《우주지옥》

 소윤경

 글로연

 2022.7.22.



  ‘지옥(地獄)’이라는 한자말이 있습니다. “땅에 가두다”나 “땅에 갇히다”를 뜻합니다. 이 ‘지옥’이 아주 먼 딴곳에 있다고 잘못 여기는 분이 수두룩한데, 워낙 ‘지구(地球)’를 가리키는 다른 이름이 ‘지옥’입니다. “땅(지구)에 묶여서 하늘(우주)로 못 나간다”는 속뜻입니다. 《우주지옥》은 이미 이 땅에 갇힌 사람들이 하는 짓에 따라서 어떻게 값을 치르는지 사납고 끔찍하고 무섭게 들려주려는 듯싶습니다. 적잖은 이들이 ‘불늪그림(지옥도)’을 선보이곤 하는데, 여러모로 보면 다 뻥이라고 느낍니다. ‘불늪그림’은 이 별에 갇힌 사람들이 짜릿하게 노닥거리려고 벌이는 얼뜬짓이거든요. 이른바 ‘뽕(마약)’을 먹고, 총칼로 싸우며 죽이고, 모질게 괴롭히고, 마구 때리거나 밟는 모든 짓이 불늪인 ‘지구생활’입니다. 그림책 《우주지옥》에는 ‘고기지옥’도 나오는데, 왜 ‘채식지옥’은 없을까요? 풀은 목숨이 아닌가요? 더구나 오늘날 서울(도시)에서 하는 ‘풀밥(채식)’이란, “철없이 한겨울에도 상추에 딸기에 수박이 나는, 비닐집에 가둬서 기름을 때고 수돗물만 먹이고 비료와 농약을 듬뿍 치며 푸성귀를 괴롭히는 끔찍짓”으로 거둔 풀을 먹는 일이에요. ‘스마트팜·수경재배’와 ‘밀집사육’이 뭐가 다를까요?


  혀를 뽑거나 불에 달구거나 팔다리를 동강내는 곳은 불늪이 아닌 ‘삶(현실세계)’입니다. 모든 주먹질(학교폭력·사회폭력·성폭력)은 삶(현실)입니다. 뽕을 왜 먹겠습니까. 뽕을 먹어야 ‘난 아직 살았구나’ 하고 여긴다지요. 참말로 ‘불수렁(지옥)’은 아무것도 안 시키고, 아무것도 안 보여주고, 아무것도 들을 수 없습니다. 텅 빈 데가 불바다입니다. 암말도 하면 되고, 어떤 소리도 들으면 안 되며, 그저 게걸스레 퍼먹기만 해야 하는 데가 불구덩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서울에 가서 일하려고 땀을 빼는 모든 분이 ‘지옥철’을 맛봅니다. 이 삶이 바로 지옥입니다. 서울이 바로 지옥입니다. 엉뚱한 그림으로 사람들 마음에 두려움이나 무서움을 심는 그림이란, 우리 스스로 꿈을 잊고 잃으면서 그저 이곳(지구)을 불공(지옥)으로 삼으라고 길들이는 셈입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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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12.29.

숨은책 1101


《汎友에세이選 64 알랭語錄》

 알랭 글

 정봉구 옮김

 범우사

 1977.8.30.



  둘레에서 아무도 ‘알랭(Alain/에밀 샤르티에Emile Auguste Chartier 1868∼1951)’을 읽지 않았지만, 어느 날 헌책집에서 조그마한 책을 하나 보았고, 천천히 읽다가 깜짝 놀랍니다. 이처럼 놀랍게 글을 남길 줄 아는 사람이 있다니 찌릿찌릿했고, 헌책집에서 이녁 책이 보일 적마다 더 사서 ‘사범대 또래나 뒷내기’한테 건네었어요. 1994년부터 2007년까지 이렇게 책드림을 하다가 그만두었어요. 다들 처음 듣는 이름이라 했으나, 이녁 책을 읽고서 “웬만한 교육학 전공책보다 훨씬 낫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우리나라는 1951년에 숨진 ‘알랭’ 님한테 글몫(저작권)을 0원 치렀지 싶습니다. 여러 펴냄터에서 갖은 책을 제법 냈고, 2025년에 또 새옷을 입기도 합니다만, 어쩐지 ‘배움글(교육론)’은 가뭇없이 잊히고 ‘기쁨글(행복론)’만 찍는 듯하군요. 배움길을 다루건 기쁨길을 짚건 믿음길을 톺아보건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배우기에 기쁘고, 기쁘기에 빛을 보며, 빛을 보기에 배웁니다. 셋은 나란합니다. 2026년부터는 나라에서 ‘꾸밈머리(ai)’에 돈을 억수로 쏟아부을 텐데, 아무리 꾸밈머리를 잘 쓰더라도, ‘삶을 차곡차곡 종이에 담아서 책으로 묶는 작은일꾼’이 먼저 널리 있어야 합니다. 발바닥과 손바닥으로 삶에서 길어올린 열매가 있어야 씨앗을 심어 두루 나누거든요. 삶과 살림을 짓는 수수한 글 한 줄부터 읽고 쓰고 나누는 나라여야 참다이 별 한 톨로 돋습니다.


- 충무서적


사람들이란 제마다 자기가 원하는 바로 그만큼 총명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나에게 밀려왔다. (89쪽)


만약에 내가 초등교육국장이었다고 한다면 나는 유일한 목표로서 모든 프랑스인들에게 책읽기를 가르치도록 꾀할 것이다. 쓰기와 계산하기도 마찬가지라고 역시 말하고 싶지만, 그것들은 모두 혼자서 저절로 되게 마련이다. 나는 읽을 줄을 모르면서도 썩 잘 계산할 줄 아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진정한 곤란성은, 그것은 읽기를 배우는 일이다. 물리나 과학이나 역사나 또는 윤리 공부를 말할 것 같으면, 그것들은 우선 물리라든지 과학이라든지 역사라든지 또는 윤리라는 것을 읽을 수 있는 상태고 만들어놓지 않고서는 정말로 우스꽝스러운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93쪽)


+


《알랭語錄》(알랭/정봉구 옮김, 범우사, 1977)


여기에서 제시되기 마련인 질서란 융통성없고 서먹서먹한 질서이다

→ 여기에서 내놓게 마련인 틀이란 갑갑하고 서먹서먹하다

→ 여기에서 꾀하게 마련인 밑틀이란 억누르고 서먹서먹하다

→ 여기에서 보이게 마련인 얼개란 억누르고 서먹서먹하다

84쪽


내가 말하는 것은 목독(目讀)하는 일이다

→ 나는 눈읽기를 말한다

→ 나는 가만읽기를 말한다

→ 나는 속읽기를 말한다

9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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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12.29.

숨은책 1102


《문이》

 라스칼 글

 소피 그림

 홍성혜 옮김

 마루벌

 1995.5.15.



  1995년에도 그림책은 나왔으나 드물었어요. 1985년에는 ‘전집 그림책’이 제법 있되 웬만한 가난집에는 그림떡이었습니다. 1975년에는 이런저런 그림책도 아예 없다시피 했습니다. 2025년을 헤아리면 숱한 그림책이 엄청나게 나오는데, 고작 서른 해 사이에 아주 새롭습니다. 《문이》는 1995년에 살그머니 태어납니다. 이 그림책을 선보인 ‘마루벌’은 1993년부터 ‘낱그림책’을 내놓습니다. 어린이도 어른도 ‘묶음(전집)’이 아니라 ‘낱(단행본)’으로 하나씩 가슴에 품고서 고이 아끼고 끝없이 되읽을 적에 ‘책’이에요. 우리나라는 일본 그림책을 몰래 베껴서 1950해무렵부터 내기는 했으되, 제대로 그림책을 낸 때라면 1990해무렵이라고 할 만합니다. “애들 책을 뭣 하러 만들어?”라든지 “애들한테 뭣 하러 책을 사 줘?” 하는 소리가 사그라든 지 얼마 안 됩니다. 어린이가 읽을 책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맡는다고 하면 하찮게 깔보거나 낮보거나 얕보거나 놀리거나 비웃는 ‘어른글꾼’이 수두룩했어요. 어린이책이나 그림책을 뭣 하러 ‘새책알림(신간소개)’으로 글을 쓰느냐고 여긴 글바치(기자·평론가)가 가득했고요. 그런데 어린이책부터 읽고 나누고 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뭣 하러 글을 쓰거나 읽어야 할까요? 어린이가 마음껏 뛰놀고 배우고 읽고 나누고 노래하는 터전이 없다면, 책은 무슨 쓸모일까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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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12.29. 마음글쓰기 일곱걸음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어제는 아침과 낮과 저녁에도 구름조각 하나 없이 맑았습니다. 이른밤에는 초롱초롱 별빛을 보았어요. 이러다가 한밤으로 접어들 즈음 갑자기 가랑비가 듣더군요. 별밤에서 비밤으로 돌아설 수 있네 싶으면서 새삼스레 비내음을 맡았습니다. 비내음은 새벽 즈음 걷힙니다. 새벽에는 다시 별밤입니다.


  서울 강서구 〈악어책방〉으로 ‘마음글쓰기 일곱걸음’을 이으려고 이른아침에 움직입니다. 집일을 추스르다가 느즈막이 길을 나섰고, 옆마을까지 신나게 달립니다. 아이하고 얘기하며 걸을 적에는 20분 걸리는 길을 6분 만에 달렸어요. 숨을 고르며 시골버스를 기다립니다. 땀을 들이면서 노래를 한 자락 쓰니 멀리서 시골버스가 들어옵니다.


  섣달그믐을 앞두고 포근바람으로 바뀌었고, 포근볕을 누리려고 맨발차림입니다. 논두렁을 맨발고무신으로 달려도 발바닥이 차갑지 않아요. 시외버스에서도, 서울에 닿아 전철과 버스를 갈아탈 적에도, 발바닥이 찰 일은 없으리라 봅니다.


  겨울은 추워야 맛이고, 여름은 더워야 맛입니다. 여름에 땀흘리며 걷고 뛰고 달리고 일하기에 더위를 안 먹을 뿐 아니라 겨울에 튼튼해요. 겨울에 좀 떨고 찬바람을 머금기에 추위를 견딜 뿐 아니라 여름에 느긋합니다. 여름볕으로 겨울나기를 하고, 겨울바람으로 여름나기를 하는 철빛이에요.


  우리는 누구나 예부터 열 살 무렵부터 소꿉을 일로 가다듬으면서 철든 사람으로 피어났습니다. 벼슬아치나 나리나 임금이라면 철들지 않는 터라, 그만 ‘쓴소리 하는 일꾼’을 치거나 등지기 일쑤였어요. 철드는 사람이라면 겨울바람과 여름볕을 꺼리지 않습니다. 철없는 사람이라면 애벌레를 잡아죽이느라 나비를 못 보고 맙니다. 철드는 사람이라면 봄가을에 씨앗이 씨앗으로 이어가는 길을 읽습니다. 철없는 사람이라면 한겨울에 딸기를 찾으면서 몸을 흔들더군요.


  2025년 12월 29일 저녁 19시 30분 무렵부터 지필 ‘마음글쓰기 일곱걸음’ 자리에서는 ‘나무’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나무’가 왜 나무인지 짚으면서, ‘나’는 왜 나인지 헤아리는 이야기밭을 일구려고 합니다. 나무와 나를 알아본다면 나비를 나긋나긋 반깁니다. 나무를 등지는 나와 너는 언제나 남남으로 그을 뿐 아니라 그만 놈팡이로 구르고요.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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