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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 볶음밥
이장근 지음, 손지희 그림 / 창비 / 2015년 12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1.15.
노래책시렁 533
《칠판 볶음밥》
이장근 글
손지희 그림
창비
2015.12.1.
어린이가 하는 말씨를 흉내내는 어른이 꽤 많습니다. 그럴 만합니다. 숱한 어린이는 아직 덜 물들었기에 마음껏 생각을 펴서 스스로 말을 짓고 엮고 빚고 짜고 추스르고 놀고 노래하거든요. 어린이가 마음에 생각나래를 달 적에는 띄어쓰기나 맞춤길을 아예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말 = 사투리’라 할 만합니다. 고장마다 다 다른 말씨인 사투리를 놓고서 어느 누구도 띄어쓰기나 맞춤길을 안 따져요. 저마다 삶으로 빚고 긷고 지은 마음을 소리로 옮기니 사투리이거든요. 《칠판 볶음밥》은 다 다른 뭇아이가 다 다르게 터뜨리는 마음을 곁에서 지켜보다가 문득문득 옮긴 듯싶습니다. 그러나 ‘어린이가 쓴 글’이 아닌 ‘어른이 쓰는 글’이라면 ‘귀담아들은 말’이 아닌, ‘어른으로서 들려주는 노래’로 가다듬을 노릇입니다. 어린이가 한 말은 그냥 ‘어린이글’로 내놓아야 맞습니다. 모든 아이가 다 다르게 사투리를 쓰는 줄 알아챌 수 있다면, 아이 아닌 어른이란 몸으로도 늘 즐겁게 ‘나다운 말소리와 말빛’으로 스스럼없이 사투리를 쏟아내면 됩니다. 사투리가 아닌 꾸밈말을 넣으려 하면 뒤엉킵니다. 어린이가 띄어쓰기도 맞춤길도 아랑곳하지 않듯, 어른도 ‘표준말’이나 ‘좋은글’이나 ‘문학’이란 껍데기를 벗어야지요.
ㅍㄹㄴ
칠판이 / 커다란 철판이었으면 좋겠다 / 그럼 우리 반 친구들 / 모두 먹을 수 있는 / 볶음밥을 할 수 있겠지 (칠판 볶음밥/14쪽)
다희야 / 내가 너한테 왜 / 거울을 선물했는지 아니? // 너에게 보내는 영태의 / 눈빛 / 말 / 웃음 / 나한테 반사해 줘라 // 너는 영태한테 / 별로 관심도 없잖아 (거울 선물/25쪽)
청소하다가 덥다며 / 잠바를 벗는 선생님 / 때가 묻는다며 / 잠바를 뒤집어서 / 의자에 걸쳐 놓는다 / 속이 겉이 된 잠바 / 속은 더러워져도 되는 걸까 / 겉보다 속이 중요하다고 /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하면서 / 쯧쯧쯧 선생님 속이 궁금하다 (속이 궁금하다/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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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 볶음밥》(이장근 , 창비, 2015)
하지만 좋아하면 자기도 모르게 자꾸 하게 되잖아요
→ 그런데 좋아하면 저도 모르게 자꾸 하잖아요
4쪽
레이다처럼 눈동자를 굴린다
→ 더듬이처럼 눈알을 굴린다
→ 이리저리 눈알을 굴린다
12쪽
이번이 마지막이다 실패하면 모든 게 끝이다 우주의 기를 모아
→ 이제 미자막이다 안되면 모두 끝이다 온기운을 모아
→ 이제 미자막이다 망치면 모두 끝이다 온빛을 모아
26쪽
몸살 괴물에게 혼나는 걸까
→ 몸살깨비가 꾸중을 할까
→ 몸살깨비가 다그칠까
58쪽
가로선 위에 세로선 하나 그으면
→ 가로금에 세로금 하나 그으면
→ 가로에 세로 하나 그으면
79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