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6.1.13.

숨은책 1120


《공산주의자는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

 J.슐라이프슈타인 외 글

 김정환 옮김

 새길

 1990.5.25.



  이른바 ‘이론가’라는 이들치고 땅바닥에 발바닥을 붙이는 이가 드물거나 없기 일쑤입니다. ‘활동가’는 한동안 땅바닥에 발바닥을 붙이되, 어느 때에 이르면 슬그머니 몸을 빼서 구름(벼슬길)에 올라앉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브나로드 운동(В народ 運動)’이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만, 처음부터 우리말을 쓸 마음도 없고, 그 뒤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말씨를 섞어 “민중 속으로”를 외치기도 했는데, 처음부터 들풀(민중)이 아닌 ‘이론가·활동가’이기에 “들풀 곁으로” 가자고 목소리만 높인 셈입니다. 이미 들풀로 태어났고 들꽃으로 살며 들녘이 삶터인 사람은 어쩌란 셈일까요. 《공산주의자는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 같은 책에서도 엿볼 수 있듯 “마음을 바꿔야”라든지 “생각을 고쳐야”처럼 ‘들풀말(민중용어·생활어)’을 아예 안 쓰고 “사고를 전환해야”처럼 씁니다. 우리는 왜 ‘두레’가 아닌 ‘공산주의’라는 일본옮김말을 써야 할까요? 이미 말부터 어긋나고 들풀 곁에 없는 터라, 모든 ‘이론·활동’이 붕뜬 구름처럼 떠들다가 벼슬자리로 슬그머니 꽁지를 뺀 얼개이지 싶습니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은 참으로 얼뜨고 엉터리이지만, 오늘날에도 이대로 굳게 믿는 분이 꽤 많습니다.


ㅍㄹㄴ


이른바 당지도부의 ‘소유’로 간주됐던 모든 분야의 경우 발전이, 그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거의 없어요. (94쪽)


즉 우리의 적의 적은 우리의 친구라는 슬로건하에 행동했습니다. 그러니까 그들(인도)은, 영국 제국주의자가 여전히 주적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고, 파시즘에 맞선 세계운동과의 동맹을 거부했습니다. (110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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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6.1.13.

숨은책 1119


《국민 교육 헌장 이념 구현을 위한 장학자료 9 안전 교육 지침》

 편집부 엮음

 문교부

 1971.8.6.



  기름(석유)이 펑펑 솟는 나라가 적잖습니다. 넘치는 기름을 알뜰히 건사해서 온나라가 나누기도 할 테지만, 흥청망청 뒷짓을 꾀하며 몇몇이 거머쥐기도 합니다. 베네수엘라나 이란은 우두머리·벼슬아치·돈바치가 끼리끼리 돌담을 세워서 그들끼리 휘두르며 사람들을 억누르고 틀어막는 사슬나라(독재국가)로 오래 이었습니다. 《국민 교육 헌장 이념 구현을 위한 장학자료 9 안전 교육 지침》은 1968년에 나라지기가 내린 ‘국민교육헌장’에 따라서 온나라 배움터를 틀어막으려고 내놓은 숱한 길잡이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작고 노란 꾸러미는 1979년 뒤로 싹 없애려 했지만 곳곳에 용케 남습니다. “성북국민학교 접수 71.11.6.”이 찍힌 노란책을 펴면 “거리에서 군것질을 하는 비위생적인 행동을 예방할 수 있는 태도를 기른다. (국민학교 중학년/65쪽)” 같은 대목이 있습니다. 2026년 오늘날 ‘길거리밥’은 여러 한물결(K-푸드) 가운데 하나로 여기는데 무척 오래도록 나쁜밥(불량식품)으로 삼았어요. 지난날 길거리밥을 파는 아주머니나 언니나 아저씨는 으레 ‘없는집’이었고 “누구 엄마”나 “누구 아저씨”였어요. 모두 이웃이자 동무 사이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나라다울까요? 살림을 어떻게 나누어야 나라일꾼인가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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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의 말이 길어 - 후쿠야마 료코 단편집
후쿠야마 료코 지음, 김서은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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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1.13.

만화책시렁 799


《교장 선생님의 말이 길어》

 후쿠야마 료코

 김서은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11.30.



  갈수록 ‘학원물’이라는 이름을 붙인 글이나 그림은 ‘푸른나이에 짓는 살림길’이 아닌 ‘더 어린 나이에 처음 좋아하는 사이’로 줄거리를 잡는 틀에 갇히거나 고인다고 느낍니다. 왜 이렇게 ‘사랑’도 아니고 ‘살림’도 아닌 ‘짝맺기(연애)’에 얽매이나 하고 돌아보면, 우리나라도 이웃나라도 ‘배우는 터전’이 아니라 ‘불늪(입시지옥·취업지옥)’을 곧 앞두었다고 여기는 탓이지 싶습니다. 불늪에 발을 담그면 이미 맛가고 폭삭 늙기에, 한 살이라도 어린 나이에 짝맺는 노닥질에 온힘을 기울이는 굴레라고 할까요. 《교장 선생님의 말이 길어》를 읽으며 ‘배움터지기’라는 분치고 참말로 말이 짧은 사람은 보기 힘든 대목을 새삼스레 되새기되, 이 그림꽃에 나오는 모든 아이는 짝맺기 말고는 아예 안 쳐다봅니다. 손수 도시락을 싸지도 않고, 손수 빨래를 하지도 않고, 손수 집안일이나 집살림 어느 하나에도 마음이 없어요. 그냥 나이가 들어 몸이 크면서 ‘좋아하고 이쁨받을’ 길만 쳐다봅니다. 그런데 이렇게 짝을 맺는 줄거리를 그려야 팔리고 눈길받아요. 어린이가 어린살림을 짓는다거나 푸름이가 푸른살림을 짓는 줄거리를 그려서는 안 팔리는 듯싶습니다. 그러나 살림짓기와 사랑짓기가 없는 채 짝만 맺어서 아기를 낳으면 누가 어떻게 돌볼까요?


ㅍㄹㄴ


“사랑에 빠진 시선은 어떤 보석보다 아름답군.” (16쪽)


“나도 만들 수 있다면, 그런 옷을.” “할 수 있잖아. 바늘 귀신이라면. 그런 걸 만들려고 학교에 들어가는 거 아냐?” (37쪽)


‘검은고양이의 취향을 파악하는 데 일주일을 써버렸어. 멋진 고백은 대체 어디로 간 거냐.’ (69쪽)


“굽힐 줄을 모르네. 지는 걸 얼마나 싫어하는 거가. 니가 딱 교칙 위반이지, 핑크 머리.” “아니, 내는 이너 컬러니까 아무리 봐도 내가 낫제, 금발.” “시끄럽다, 핑크!” “누구보다 핑크라 하나, 금발.” (99쪽)


“지금이라면 교장 선생님의 인사말보다 간단명료하게 말할 수 있어.” (161쪽)


#校長の話が長い #福山リョウコ


+


《교장 선생님의 말이 길어》(후쿠야마 료코/김서은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


그 공연에서 처음으로 백덤블링을 성공했어

→ 그 자리에서 처음으로 뒤돌아뛰기를 해냈어

→ 그 판에서 처음으로 뒤로 빙글 돌았어

36쪽


검은고양이의 취향을 파악하는 데 일주일을 써버렸어

→ 검은고양이 입맛을 읽느라 이레를 써버렸어

→ 검은고양이 마음을 살피느라 이레를 써버렸어

69쪽


멋진 고백은 대체 어디로 간 거냐

→ 아니 멋진 말은 어디로 갔느냐

→ 왜 멋지게 털어놓지 못 하느냐

→ 어쩜 멋지게 못 밝히느냐

69쪽


지금이라면 교장 선생님의 인사말보다 간단명료하게 말할 수 있어

→ 여기서라면 배움터지기 말씀보다 깔끔하게 말할 수 있어 

→ 오늘이라면 배움어른 말마디보다 단출하게 말할 수 있어

16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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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347 : 게 중요한 것 같


뭐라도 말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

→ 뭐라도 말해주어야 할 듯해

→ 뭐라도 말해야 한다고 봐

《잘 잤니 그리고 잘 자 4》(마치타/장혜영 옮김, 대원씨아이, 2018) 83쪽


‘것’을 잘못 쓰느라 “것 같다” 같은 군말씨가 번집니다. 이 보기글은 “말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처럼 ‘것 + 것 같아’인 얼개입니다. “말해주어야 + 할 듯해”나 “말해야 + 한다고 봐”로 다듬습니다. ㅍㄹㄴ


중요하다(重要-) : 귀중하고 요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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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587 : 그 20여년의 세월 외래어 외국어 책임 있는 사회적 결정 -었던 것


그 20여 년의 세월 동안 외래어와 외국어를 가르는 어떠한 책임 있는 사회적 결정도 없었던 것이다

→ 스무 해 남짓 들온말과 바깥말을 제대로 가른 적도 없다

→ 스무 해 즈음 들온말과 밖말을 찬찬히 가르지도 않는다

→ 스무 해씩이나 들온말과 바깥말을 알맞게 가르지도 않는다

《언어는 인권이다》(이건범, 피어나, 2017) 218쪽


군말과 겹말로 엮은 “그 20여 년의 세월 동안”은 “스무 해 남짓”이나 “스무 해 동안”으로 손볼 만합니다. “스무 해 즈음”이나 “스무 해씩이나”로 손볼 수 있습니다. 들어온 말은 ‘들온말’입니다. 먼 바깥에서 쓰는 이웃말은 ‘바깥말·밖말’입니다. 일본말씨인 “-를 가르는 어떠한 책임 있는 사회적 결정도 없었던 것이다”라면 “-을 찬찬히 가르지도 않았다”나 “-을 알맞게 가르지도 않는다” 즈음으로 손보면 되어요. ㅍㄹㄴ


-여(餘) : ‘그 수를 넘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년(年) : (주로 한자어 수 뒤에 쓰여) 해를 세는 단위

세월(歲月) : 1. 흘러가는 시간 ≒ 나달·세화·연광·연화·오토 2. 지내는 형편이나 사정. 또는 그런 재미 3. 살아가는 세상

외래어(外來語) : [언어] 외국에서 들어온 말로 국어에서 널리 쓰이는 단어. 버스, 컴퓨터, 피아노 따위가 있다 ≒ 들온말·전래어·차용어

외국어(外國語) : 1. 다른 나라의 말 ≒ 외어·타국어 2. [언어] 외국에서 들어온 말로 아직 국어로 정착되지 않은 단어

책임(責任) : 1.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 ≒ 책 2. 어떤 일에 관련되어 그 결과에 대하여 지는 의무나 부담. 또는 그 결과로 받는 제재(制裁) 3. [법률] 위법한 행동을 한 사람에게 법률적 불이익이나 제재를 가하는 일

사회적(社會的) : 사회에 관계되거나 사회성을 지닌

결정(決定) : 1. 행동이나 태도를 분명하게 정함. 또는 그렇게 정해진 내용 2. [법률] 법원이 행하는 판결·명령 이외의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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