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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왜 빨리 지는가 ㅣ 삶창시선 51
이은택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8년 4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1.4.
노래책시렁 528
《벚꽃은 왜 빨리 지는가》
이은택
삶창
2018.4.25.
얼핏 보면 얼핏 느끼고 “얼핏 안다”고 여깁니다. 가만히 보면 가만히 느끼면서 “가만히 배우는” 길을 갑니다. 문득 보면 문득 느끼다가 “문득 안다”고 여겨요. 곰곰이 보면 곰곰이 느끼고서 “곰곰이 배우는” 하루를 살아냅니다. 《벚꽃은 왜 빨리 지는가》를 쓴 분은 어느 이웃이 ‘친필 사인본 창비시선집 30권’을 베풀었기에, 이 꾸러미를 읽고서 ‘시쓰기’를 했다고 밝힙니다. 아마 오늘날 숱한 노래꾼은 ‘이름난 펴냄터에서 나온 글’을 읽고서 글쓰기를 가다듬으려고 할 텐데, 이렇게 글이나 노래를 쓰다가는 ‘글을 쓰는 나다운 빛’은 없게 마련입니다. 벚꽃은 빨리 피지도 빨리 지지도 않습니다. 빨리 피고 지는 꽃이라면 나락꽃을 꼽을 만합니다. 이른새벽에 피어서 낮이면 이미 지거든요. 숱한 꽃은 저마다 다른 철빛을 품고서 피어올라서 바람과 해와 비를 맞이하다가, 벌과 나비와 벌레랑 어울리다가, 차분히 잎을 접고서 씨앗길로 나아갑니다. 글이나 노래를 얼핏설핏 문득문득 따라하는 일은 안 나쁩니다. 그러나 먼저 삶과 살림이라는 자리부터 볼 노릇입니다. ‘교통카드’를 예순을 훌쩍 넘을 때까지 안 써 보는 자리에서 살아왔다면, 어떤 자리를 보고 느꼈다는 뜻일까요? 서울도 시골도 ‘놈’이나 ‘x’이 아닙니다. 노는 딸아이를 보아주지 못 하는 마음에서는 노래가 나올 수 없습니다.
ㅍㄹㄴ
우리 동네 뒷동산에 / 머리에 눈을 이고도 고개 빳빳한 소나무를 보고는 / 서울놈들뿐만 아니라 / 아무래도 물렁할 서울 나무도 불쌍해 보였고 / 급기야는 내게 서울 자字가 붙은 것들은 모두 / 불쌍한 것이 되었다 // 그 이후 지금까지 / 내가 서울놈 좆이 아니라는 생각은 / 삶을 담당하는 철학이 되었다 (나는 서울놈 좆이 아니다/17쪽)
홈쇼핑 타고 / 우리 집에 오신 편백나무 / 따뜻한 나라에서 건너와 / 이 땅에서 일가를 이루었을 / 그대가 겪은 / 혹독한 겨울에 대해 생각해 봄 (편백나무 베개에 대한 예의/22쪽)
두 시간 넘게 방문 걸고 공부하는 딸 보면 저렇게 공부해서 무슨 영화 보려나 딱한 마음 일지만 // 20분 넘게 텔레비전 보며 킬킬대는 딸 보면 저렇게 놀아서 나중에 밥은 먹고 살려나 한심한 생각이 든다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44쪽)
사람 없을 때 잠깐잠깐 서점을 보기도 했는데 포장지로 책 싸는 방법을 배운 건 그때였습니다 담뱃값 걱정 안 해도 되니 방학 때면 며칠이고 아주 눌러살았습니다 누나는 대학생 동생을 은근히 자랑스러워했는데 누나에게 자랑스러운 이 싸가지 없는 놈이 무엇에 단단히 씌운 날 있었습니다 서점은 장사가 잘돼 계산대 위의 돈통에는 만 원짜리가 수북했습니다 (풍화되지 않는 바윗돌이 있다/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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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왜 빨리 지는가》(이은택, 삶창, 2018)
햇빛 가리개용으로 안 쓰고 머리 가리개용으로 쓰는
→ 햇빛가리개로 안 쓰고 머리가리개로 쓰는
→ 햇빛을 안 가리고 머리를 가리는
28쪽
아버지의 혜안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 깊넓은 아버지가 그저 고마울 뿐이다
→ 눈밝은 아버지가 그저 고마울 뿐이다
41쪽
일언반구 언질도 없이 작가의 친필 사인이 들어 있는
→ 한마디도 없이 글님 손글씨가 있는
→ 뀌띔도 없이 글쓴이 손글이 깃든
→ 문득 글쓴이 손글씨가 담긴
54쪽
혹 누군가는 가슴속에서도 풍화되지 않는 바윗돌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언젠가는 깨닫게 되지 않을까요
→ 누구나 가슴에 닳지 않는 바윗돌이 있는 줄 언제 깨닫지 않을까요
→ 저마다 속에 삭지 않는 바윗돌이 있는 줄 언제 깨닫지 않을까요
69쪽
서울에 올라 다니면서
→ 서울에 다니면서
→ 서울로 오가면서
12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