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6.1.1. 먼이웃 (+ 바바라 쿠니)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말을 섞은 바가 없고, 낯을 알지 못 하지만, 먼 여러 나라에 이웃이 있습니다. 책을 곁에 두고서 책집마실을 누리는 이웃입니다. 책집을 돌보고 가꾸는 책집지기라는 이웃입니다. 아이가 있든 없든 ‘그림책 사랑이’라는 이웃입니다. 지난 섣달꽃(크리스마스)을 앞두고서, 일본에 있는 책이웃 한 분이 《クリスマス人形のねがい》라는 그림책을 되읽는다고 글을 올리시더군요. ‘바바라 쿠니 + 루머 고든’이라니! 이런 그림책이 일본에서는 이미 2001년에 나왔다니!


  영어판 그림책은 1985년에 처음 나온 듯싶습니다. 일본판 그림책이 2001년이라면 ‘일본치고 참 늦은’ 셈이지만, 한글판은 2025년까지 몰래책으로도 나온 바 없는 줄 압니다(몰래책이 나온 적 있다면 꼭 헌책집에서 찾아내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뜻밖에도 2025년 11월에 《홀리와 아이비》라는 이름으로 ‘바바라 쿠니’는 아니되 ‘마렌 브르스발터’ 그림으로 갑작스레 새 그림책이 한글판으로 나왔군요.


  우리나라는 어쩐지 ‘루머 고든’ 이야기책이 잘 안 읽힙니다. 이녘 이야기책을 널리 알리거나 들려주는 글바치(평론가)나 책집지기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2025년이 저물기 앞서 저 스스로 한 해를 대견하게 보냈다는 뜻으로 두 가지 그림책을 베풀기로 합니다. 제가 저한테 건네는 빛(선물)입니다. 보름쯤 기다려서 《The Story of Holly and Ivy》 2006년 영어판을 시킵니다. 2025년 한글판 《홀리와 아이비》도 나란히 시킵니다. 얼추 2026년 1월 7일이면 우리 시골집에 닿을 듯합니다.


  산타 할아버지는 착한이한테 빛을 베푼다지요. 산타 할머니는 착한이가 아니어도 스스로 노래하고 춤추는 모든 아이한테 빛을 베푼다고 느낍니다. 지난 2025년 12월 20일 무렵, “나는 착한이가 아닐지 몰라도, 나는 언제나 곁님과 아이들하고 노래하고 춤추며 살아가니까, 산타 할배는 나한테 빛을 베풀지 않더라도, 산타 할매는 나한테 빛을 베풀 테지.” 하고 혼잣말을 하면서 그림책을 여럿 시킵니다. 이듬해 어느 날 문득 살포시 날아오기를 바라면서.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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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하늘을 보면



비오지 않는 하늘을 보면

그냥 파랗게 멀쩡하다


비오는 하늘을 보면

새도 휙 지나가고

풀밭에서 풀벌레도 울고

바람소리에 빗물소리 섞이며

어둑어둑하다가 곧 갠다


발바닥이 저리도록 걷다가

등짐을 내려놓고서 고무신 벗는다

구름 흐르는 하늘을 보며

가을바람에 땀을 식힌다


2025.10.25.흙.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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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걷는읽기 2025.12.13.흙.



너는 뚜벅뚜벅 걸으면서 또박또박 읽을 수 있어. 손에 책을 쥐고서 ‘걷는읽기’를 할 만해. 바쁘기에 ‘걷는읽기’를 하지 않아. 둘레에 숲이 없거나 들이 멀거나 바다가 안 보이거나 별이 안 돋으면 ‘책읽는 걸음길’을 느긋이 누리겠지. 둘레가 시끄럽거나 어지럽다면, 더더욱 ‘책읽는 걸음길’이 호젓할 테고. 언제 어디에서나, 몸을 움직일 때면 몸으로 둘레를 읽어. 몸을 눕혀서 쉬거나 자면 넋으로 꿈을 읽지. “안 읽는 때”란 없어. 늘 읽기에 삶이 있고, 늘 읽으면서 숨을 잇는단다. ‘걷는읽기’란, 걸으면서 몸마음을 고르게 기울이는 길이야. 네가 책을 쥐든 하늘을 보든 둘레에서 퍼지는 소리를 듣든, 모두 다르게 흐르는 이곳 이때를 읽지. 걷거나 움직이기에 “다른 일을 못하지” 않아. 걷거나 움직이거나 일하거나 노느라 “못 읽지”도 않아. 걷는 동안 발과 다리를 읽고, 길바닥과 마음을 읽어. 움직이는 동안 몸을 낱낱이 읽고, 손으로 잡거나 쥐는 온것을 읽어. 일하는 동안 이 일이 어떻게 흐르는지 읽고, 일하는 느낌을 읽어. 작은 풀꽃을 들여다볼 적에는 작은 풀꽃을 읽지. 길나무를 문득 쳐다볼 적에는 길나무를 읽어. 쏟아지는 자동차를 멍하니 본다면, 자동차물결을 멍하니 읽어. “다른 사람 구경”도 ‘읽기’야. “남이 뭘 하는지 구경”도 읽기야. 그저 ‘구경’은 겉훑기일 뿐이지. 속읽기를 하고 싶다면 ‘구경’을 끝내면 돼. 누가 뭘 하든 안 하든 쳐다봐야 하지 않아. 누가 뭐라 말하건 떠들건 들어야 하지 않아. 너는 네가 읽고서 익히며 이을 길에 마음을 쏟아야지. ‘걷는읽기’란 ‘걷는그림’이라고 할 수 있어. 걷는 동안 꿈을 그려서 새롭게 마음에 담는 일이란다. 즐겁게 걸으면서 새롭게 읽고 그려 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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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스쳐가는 2025.12.19.쇠.



네가 “나는 바람이야.” 하고 말하기에 네가 바람일 수 없어. 마음으로는 바람을 아예 안 담고 안 헤아리고서, 그냥 입으로만 벙긋벙긋한대서 바람이지 않아. 네가 “나는 바람이야.” 하고 말하기에 너는 어느새 바람이야. 눈으로도 코로도 귀로도 입으로도 살로도 뼈로도 피로도 골(뇌)로도 머리카락으로도 손발·팔다리로도 마음으로도 그저 바람을 담고서 말을 터뜨리니, 넌 언제 어디에서나 바람이야. 얼핏 보면 똑같아 보이는 “나는 바람이야.”일 텐데, 도무지 똑같을 수 없이 다르고 엇갈리는 말길이란다. 넌 말소리를 들으며 두 사람이 두 갈래로 다른 줄 알아챌 수 있니? 네가 알아챈다면, 너는 늘 바람일 수 있고 바다일 수 있고 별일 수 있으면서, 오롯이 사람이야. 네가 못 알아챈다면, 너는 바람도 바다도 별도 아닐 뿐 아니라, 겉모습만 사람이란다. 스쳐가도 모두 보고 느끼고 알고 듣고 배우고 가르쳐. 스쳐가기에 모두 못 보고 못 느끼고 모르고 못 듣고 못 배우고 못 가르쳐. 스쳐가도 보고 느끼고 알고 듣고 배우고 가르치니, 함께살거나 오래 어울리면, 참으로 골고루 보고 두루 느끼고 깊이 알고 새로 듣고 즐겁게 배우고 기쁘게 가르쳐. 스쳐간다는 핑계를 대면서 다 안 보고 안 배우니까, 한집에 있거나 오래 어울려도 그만 안 보고 못 보고 안 배우고 못 배우지. 크고작은 씨앗이 아닌 “그저 씨앗”이야. 크고작은 사람이 아닌 “그저 사람”이지. 크고작은 나무나 숲이 아닌, “그저 나무”와 “그저 숲”이야. 스칠 적마다 둘러보렴. 넌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 알고 배우고 가르치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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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가볍게



  사흘 만에 저잣마실을 나온다. 싱싱칸(냉장고) 없이 스무 해 남짓 살던 무렵에는 날마다 저잣마실을 했다. 집에 싱싱칸을 두더라도 두 아이가 태어나서 자라는 동안에는 거의 날마다 저잣마실을 했다. 나를 빼더라도 세 사람이 누릴 밥살림이라면 그야말로 끝없이 장만하고 차리고 치우고 살펴야 한다. 오늘은 혼자 읍내로 가자니 두 아이는 “가볍게 지고 오셔요.” 하고 얘기한다.


  나래터에 들러서 글월을 두 자락 보내고서 가게에 간다. 등짐에 이모저모 챙겨서 담는다. 천천히 걸으며 책을 읽다가, 다리를 쉴 잎물집에 간다. 할배 한 분이 그림(유튜브)을 큰소리로 본다. 목을 가다듬고 이맛살을 부드러이 푼다. “할아버지, 밖에서는 귀에 꽂고서 듣거나, 소리를 줄이셔야지요.” 할배는 아마 다른 거의 모든 시골내기처럼 시골집에 혼자일 듯싶다. 또래나 동무나 동생도 거의 흙으로 떠났으리라 느낀다. 이 할배를 고흥읍에서 스친 지 벌써 열일곱 해이니 그새 얼마나 많이 떠났을까.


  시골할배는 글붓집(다이소)에서 고작 5000원이면 좋은 귓소리(이어폰)를 파는지 모를 수 있다. 이제는 면사무소나 읍사무소에서 어르신한테 하나씩 사주어야겠다고 느낀다. 어린이와 푸름이도 배움터에서 귓소리를 하나씩 사주기도 해야겠고. 숱한 할매할배에 어린이에 푸름이가 길이며 열린터(공공장소)이며 버스이며, 소리를 마구 키워서 듣거나 쳐다보거나 놀기 일쑤이다. 서울·큰고장에서는 이런 얼뜨기가 퍽 줄었지만, 서울·큰고장에도 아직 많고, 시골에는 철철 흘러넘친다.


  우리는 열 살이나 열다섯 살뿐 아니라, 스물다섯과 서른다섯과 마흔다섯과 쉰다섯과 예순다섯과 일흔다섯과 여든다섯도, 또한 온다섯 살도 새배움(재교육)을 즐겁고 푸르고 가볍고 사랑스레 펼 수 있어야지 싶다. 사이(세대차)는 마땅히 있을 수밖에 없다. 다 다른 나이가 함께 모여서 도란도란 읽고 쓸 수 있기를 빈다. 다 다른 순이돌이가 한자리에 모여서 오순도순 책을 읽고서 글을 쓰는 살림길을 열어야지 싶다. 다 다른 갈래에 선 사람들이 나란히 모여서 곰곰이 이야기하고 차분히 뜻을 나누고 새롭게 길을 열 노릇이라고 본다.


  서로 스스럼없이 만나고 말을 섞을 적에 집과 마을부터 살아난다. 목소리(주의주장)가 아닌, 이야기를 듣고 들려주는 길을 그리기에 즐겁다. 목소리만 내면서 안 만나려는 사람이 누구인지 곱씹어야 한다. ‘우리쪽(아군)’이 아니라면 아예 얼씬조차 않을 뿐 아니라, ‘한목소리(통제·강요)’만 있어야 한다고 여기느라 온나라가 갈가리 찢기고 싸우고 다투면서 삿대질이 춤춘다.


  오직 사랑으로 만나는 순이돌이여야, 순이하고 돌이는 엄마랑 아빠란 이름을 새로 받으면서, 나란히 ‘어버이(어머니 + 아버지)’라는 새빛으로 일어서서 아기를 품는다. 사랑이 아닐 적에는 아기를 못 품고, ‘낳지’ 않는 마음이라서 ‘어른’이 아닌 ‘어른흉내’이다. 혼살림(비혼)이라면 이웃아이를 ‘낳은아이’로 바라보고 마주할 수 있을 적에 어른이다. 아이곁에 설 줄 모른다면, 이웃아이를 ‘우리집 아이’로 헤아릴 줄 모른다면, ‘엄마아빠(어버이)’란 자리에 있어도 철없기만 하다.


  철들기에 사람이다. 철들지 않으면 ‘아직 사람이 아니’다. ‘아직 사람이 아니’라고 할 적에는 ‘날개돋이’를 못 한 채 밥그릇에 붙들린다는 뜻이다. 밥그릇을 놓을 줄 알아야, 내 밥그릇을 너한테 가만히 내밀면서 빙그레 웃음지을 줄 알아야, 비로소 철든 몸으로 일어서고, ‘철든 몸으로 일어서는 사람’한테만 ‘어른’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어른으로 선 둘(순이돌이)이 만나서 아기를 품으면, 이때에 둘은 새롭게 ‘어버이’로 거듭나는 길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갈수록 어른도 어버이도 아닌, ‘철없는 늙은이’만 늘어난다. 그림책 《미스 럼피우스》에 나오는 ‘럼피우스 할머니’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고, 짝을 맺은 바도 없지만, 마을 아이들이 모두 ‘할머니(한어미)’라고 부른다. ‘할머니·할아버지’라는 오랜 우리말은 ‘하늘엄마·하늘아빠’란 뜻인 줄 잊어버린 사람이 너무 많다. 왜 영어에서도 ‘grand’를 붙여서 할매할배를 부르는지 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를 낳든 안 낳든 ‘할머니’하고 ‘할아버지’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라야 “눈뜨고 깨달아 철든 사람”인 ‘어른’이다. 가볍게 함께 즐겁게 하늘을 날 수 있기를 빈다. 2026.1.6.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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