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374) 일제 1


한 차례, 성인병 검진이라는 명목으로 환자다발지역의 주민에 대하여 일제검진을 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하라다 마사즈미/김양호 옮김-미나마타병》(한울,2006) 163쪽


 주민에 대하여 일제검진을 하려고

→ 주민들을 모두 검진하려고

→ 주민들 모두를 검진하려고

 …



  한국말사전에 나오는 ‘日製’는 “일본 만년필”이나 “일본에서 만든 만년필”로 손봅니다. 한국에서 만든 물건은 “우리가 만든 만년필”이나 “한국에서 만든 만년펼”이라 하면 됩니다. “일본 제국주의”를 줄여 ‘日帝’라 한다는데, 한자로 적지 않고 한글로만 적어도 됩니다.


 아이들이 일제히 교실에서 나온다

→ 아이들이 한꺼번에 교실에서 나온다

→ 아이들이 우루루 교실에서 나온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로 쏠렸다

→ 사람들 눈길이 한꺼번에 내게 쏠렸다

→ 사람들 눈길이 와락 내게 쏠렸다


  여럿이 한꺼번에 한다는 ‘一齊’를 생각해 봅니다. 한꺼번에 하니 ‘한꺼번에’라 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일제 검거”나 “일제 고사”처럼 일본사람이 흔히 쓰는 말투를 한국에서 고스란히 받아들여서 씁니다. 꽤 오랫동안 이런 말투를 한국에서도 쓰다 보니, 이제 이런 말투가 아니면 이러한 이야기를 나타낼 수 없다고 여깁니다.


  검거를 하든 단속을 하든 점검을 하든 ‘한꺼번에’ 하거나 ‘다 함께’ 합니다. 시험을 치를 적에도 ‘모두 함께’ 치러요. 전국에서 한꺼번에 치르는 시험이라면 “일제 고사”보다는 “전국 시험”으로 쓸 때에 알아듣기에 한결 나으리라 봅니다. 4341.1.7.달/4347.8.1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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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례, 성인병 검진이라면서 환자가 많은 마을 사람들을 모두 검진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명목(名目)으로’는 ‘이름으로’로 다듬습니다. 그러나 “검진이라는 명목으로”는 “검진이라면서”로 다시 다듬습니다. “환자다발(多發)지역(地域)의 주민(住民)에 대(對)하여”는 “환자가 많이 나오는 곳 주민들을”이나 “환자가 많은 마을 사람들을”로 다듬어 봅니다.



 일제(一齊) : 여럿이 한꺼번에 함

   - 일제 검거 / 일제 단속 / 일제 점검 / 일제 고사

 일제(日帝) : ‘일본 제국주의’가 줄어든 말

   - 일제 식민 통치 / 일제 치하의 조국 땅에는 절대로 돌아가지 않겠다

 일제(日製) = 일본제(日本製)

   - 일제 만년필 / 일제 전자 제품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538) 일제 2 : 일제히 달아났다


야생 원숭이는 경계심이 아주 많아서 멀리서 볼 수밖에 없었다. 다가가려고 하면 일제히 달아났다

《오카 슈조/김정화 옮김-신들이 사는 숲 속에서》(웅진주니어,2010) 9쪽


 일제히 달아났다

→ 모두 달아났다

→ 모조리 달아났다

→ 한꺼번에 달아났다

 …



  들이나 숲에서 사는 원숭이는 둘레를 아주 꼼꼼히 살핀다고 합니다. 자칫 누군가 저희를 다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들원숭이나 숲원숭이는 가까이 다가가서 볼 수 없어요. 먼 곳에 떨어져서 겨우 살펴볼 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면 모두 깜짝 놀라 이리저리 달아난다고 합니다. 4347.8.1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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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원숭이는 둘레를 아주 꼼꼼히 살피니, 멀리서 볼 수밖에 없었다. 다가가려고 하면 모두 달아났다


“경계심(警戒心)이 아주 많아서”는 “둘레를 아주 찬찬히 살펴서”나 “둘레를 아주 꼼꼼히 살펴서”로 다듬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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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467) 정원


부모님과 돌마는 공항 옆에 있는 정원에 갔습니다. 정원에 앉아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티베트 난민 어린이들/베블링 북스 옮김-평화를 그리는 티베트 친구들》 37쪽


 정원에 갔습니다

→ 뜰에 갔습니다

→ 꽃밭에 갔습니다

→ 풀숲에 갔습니다

→ 마당에 갔습니다

 …



  한국말사전에 모두 아홉 가지로 실린 ‘정원’입니다. 이 가운데 우리들이 쓰는 ‘정원’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정한 인원”을 가리키는 ‘定員’을 쓰고, “뜰이나 꽃밭”을 가리키는 ‘庭園’을 씁니다. 나머지 일곱 가지 ‘정원’은 쓰는 사람이 없고, 쓰일 일이 없습니다. ‘正員’이나 ‘正圓’이나 ‘情願’이나 ‘淨院’ 같은 한자말을 누가 쓸까요. 이런 한자말은 묶음표를 쳐서 한자를 밝혀도 쓰임새나 뜻을 알기 아주 어렵습니다.


  역사사전에 실을 낱말이 셋인데, 중국 청나라 군함 이름이나, 조선 숙종 때 스님 이름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한국말사전에 실어야 할 까닭이나 뜻은 조금도 없다고 느낍니다.


 정원 미달 → 사람이 모자람

 정원 조정 → (사람) 숫자를 맞춤

 정원을 줄이다 → (사람) 숫자를 줄이다

 정원이 차다 → (사람) 숫자가 차다

 정원이 모이면 → (사람이) 다 모이면


  한편, ‘定員’이라는 낱말은 자리에 따라서 여러모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써야 할 자리는 써야겠지만, 꼭 안 써도 되는 자리는 살포시 털어내 줍니다.


  정원을 가꾸다 → 꽃밭을 가꾸다

  정원을 꾸미다 → 마당을 꾸미다


  ‘꽃밭’과 ‘뜰’을 뜻한다고 하는 ‘庭園’ 또한, 말 그대로 ‘꽃밭’이라 하거나 ‘뜰’이라 하면 넉넉합니다. 곳에 따라서 ‘마당’으로 손질해도 되고 ‘앞마당’이나 ‘뜨락’이나 ‘앞뜰’로 손질해도 됩니다. 4341.8.9.흙/4347.8.1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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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돌마는 공항 옆에 있는 뜰에 갔습니다. 뜰에 앉아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이야기를 나누었지요”라 적고, “대화(對話)를 나누었지요”라 적지 않은 대목이 반갑습니다.



 정원(正員) : 정당한 자격을 가진 구성원

 정원(正圓) : 완전히 동그란 동그라미

 정원(定員) : 일정한 규정에 의하여 정한 인원

   - 정원 미달 / 정원 조정 / 정원을 줄이다 / 정원이 차다 / 정원이 모이면 

 정원(定遠) : [역사] 중국 청나라가 독일에 발주(發注)하여 건조한 군함

 정원(政院) = [역사] 승정원

 정원(庭園) : 집 안에 있는 뜰이나 꽃밭

   - 정원을 가꾸다 / 정원을 꾸미다

 정원(情願) : 진정으로 바람

 정원(淨院) : 깨끗하고 조용한 집이라는 뜻으로, 절간이나 불당 따위를 이르는 말

 정원(淨源) : [역사] 조선 숙종 때의 중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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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진잡지 <폰 매거진> 설문조사를 받고

짧게 답변을 적어서 보냈다.


..



Q1. 지금, 가장 중요한 사진작가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1명 추천)

: 편해문



Q2. 그 이유는? (분량 제한 없음)

: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을 한국을 비롯해서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두루 만나면서 사진으로 찍고 이야기로 엮는 편해문 님이다. 편해문 님이 선보인 사진책은 《소꿉》(고래가그랬어,2009) 하나이다. 한국에서 놀이를 하는 아이도,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놀이를 하는 아이도, 살빛은 다 달라도 마음과 노래와 웃음은 모두 같은 모습이로구나 하는 대목을 《소꿉》이 잘 보여준다. 전시회를 연 적이 거의 없지만, 해마다 ‘놀이하는 아시아 아이들’ 사진으로 사진달력을 만든다. 한국 사진계 안밖으로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나, 가장 뜻있으면서 아름다운 빛을 사진으로 담는 사람이라고 여길 만하다고 느낀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아이들로 태어나서 살았고, 우리가 사랑하며 만나는 짝꿍하고 아이를 낳는다. 우리는 모두 아이이면서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아 돌본다. 아이들이 놀이하는 삶을 찍는 사진이란 언제나 우리 모습을 그대로 담는 이야기가 된다. 아이들을 찍는 사진은 쉽지도 어렵지도 않다. 다만, 언제나 아이와 함께 놀고 웃으며 노래하는 넋일 때에라야 아이들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 아이들을 사진으로 찍는 작가는 몇이나 될까. 아이를 아이 숨결 그대로 느끼거나 헤아리면서 마주하는 작가는 얼마나 될까. 아이들은 ‘미운 일곱 살’도 아니고 ‘방황하는 청소년’도 아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삶을 짓고 싶어서 놀이를 한다.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어른인 우리 모습을 돌아본다.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어른으로서 오늘 우리가 가꾸며 북돋울 삶과 마을은 어떤 빛일 때에 아름다운가 하고 배운다. 사진으로 찍는 이야기(주제)는 대단한 것이어야 하지 않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빛을 찍을 때에 사진이다. 편해문 님은 이러한 사진삶에 더없이 빛나는 예쁜 사진가라고 느낀다.



4347.8.1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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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58] 씩씩하다



  비바람이 수그러들면

  어느새 꽃대 씩씩하게 올라

  옅은보라 맥문동꽃 방긋방긋.



  무시무시하다는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면 나무도 흔들리고 풀도 눕습니다. 그러나 비바람이 잦아들면 나무는 다시 반듯하게 서며, 풀은 새삼스럽게 우뚝 섭니다. 비바람에 쓰러진 풀도 있으나, 비바람에 아랑곳하지 않는 풀이 아주 많아요. 모두 더없이 씩씩합니다. 풀포기 하나는 아주 가늘고 여리며 가볍습니다. 작고 앙증맞은 뿌리가 땅밑에 살짝 박혔을 뿐이라 할 테지만, 비바람에 아랑곳하지 않아요. 한 사람은 지구별로 보자면 아주 조그맣고 여린 목숨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저마다 씩씩하게 삶을 가꿉니다. 날마다 새 아침을 맞이합니다. 언제나 새 노래를 부릅니다. 씩씩하기에 튼튼하고, 튼튼하면서 아름다운 하루입니다. 4347.8.1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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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747) 대로


대로는 모든 지리적, 정서적 정체성의 근간이 되는 지표들을 쓸어 버리고 생겨난 것이며, 그 특유의 유동성으로 인하여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오고가기 때문에 정체성의 지표가 먼지가 앉듯이 쌓일 틈이 없는 것이다

《김기찬-골목 안 풍경》(눈빛,2003) 8쪽


 대로는

→ 큰길은

→ 한길은

→ 넓은 길은

→ 커다란 길은

 …



  한국말사전은 인명사전이나 역사사전이 아닙니다. ‘大老·大輅·對盧’는 한국말사전에서 털어야 합니다. ‘대백로’를 뜻한다는 ‘大鷺’를 생각해 봅니다. ‘큰해오라기’나 ‘큰왜가리’로 고쳐써야 올바르리라 느낍니다. 정 ‘백로’라는 한자말 이름을 쓰고 싶다면 ‘큰백로’라 쓸 노릇입니다.


  사람들이 우러르는 어르신을 ‘大老’라 한다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크게 성을 내는 일을 ‘大怒’라 한다는데, “크게 성을 낸다”라 하면 넉넉합니다. ‘代勞’ 같은 한자말은 쓸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大路’는 그저 ‘큰길’일 뿐입니다. 한국말은 ‘큰길’이거나 ‘한길’입니다.


 대로로 나서다 → 큰길로 나서다

 대로를 활보하고 다니다 → 큰길을 휘젓고 다니다

 넓은 대로에는 → 넓고 큰 길에는

 민주주의로 가는 대로 → 민주주의로 가는 큰길


  우리는 큰길을 걷습니다. 때로는 ‘작은길’을 걷습니다. 자그마한 길은 ‘작은길’이지, ‘小路’가 아닙니다. 한국말사전에서 ‘小路’를 찾아보면, “‘작은 길’, ‘좁은 길’로 순화”하라고 나옵니다. ‘큰길’을 올림말로 삼아 한국말사전에 싣듯이, 앞으로는 ‘작은길’도 올림말로 삼아 한국말사전에 실어야 합니다. 4337.1.4.해/4347.8.1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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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길은 이 땅과 우리 마음을 바로세우는 바탕이 되는 모든 길잡이를 쓸어 버리고 생겨났으며, 그 커다란 길 때문에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오고가므로, 우리 바탕이 될 길잡이는, 먼지가 앉듯이 쌓일 틈이 없다


“모든 지리적(地理的), 정서적(情緖的) 정체성(正體性)의 근간(根幹)이 되는 지표(指標)”는 “이 땅과 우리 마음을 바로세우는 바탕이 되는 모든 길잡이”로 다듬어 봅니다. “생겨난 것이며”는 “생겨났으며”로 손봅니다. “그 특유(特有)의 유동성(流動性)으로 인(因)하여”는 큰길이 넓기 때문에 모든 것들이 오가기에 수월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글월은 “그 커다란 길 때문에”로 손봅니다. “정체성의 지표가”는 “우리 바탕이 될 길잡이는”으로 손질합니다. “쌓일 틈이 없는 것이다”는 “쌓일 틈이 없다”로 다듬습니다.



 대로(大老) : 세상에서 존경받는 어진 노인

 대로(大老) : [인명] ‘흥선 대원군’의 존호

 대로(大怒) : 크게 화를 냄

   - 아버님께서는 동생의 철없는 행동을 들으시고는 대로하셨다

 대로(大路)

  (1) = 큰길

   - 대로로 나서다 / 대로를 활보하고 다니다 / 넓은 대로에는

  (2) 어떤 목적을 향하여 나아가는 활동의 큰 방향

   - 민주주의로 가는 대로

 대로(大輅) : [역사] = 어가(御駕)

 대로(大鷺) : [동물] = 대백로

 대로(代勞) : 남을 대신하여 수고함

 대로(對盧) : [역사] 고구려에서 왕을 도와 국정(國政)을 도맡아 하던 벼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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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316) 질문


할머니 질문에 티나 아빠가 웃으며 말했다

《박채란-까매서 안 더워?》(파란자전거,2007) 44쪽


 할머니 질문에

→ 할머니가 물으니

→ 할머니가 묻는 말에

 …



  “할머니의 질문”이나 “할머니의 물음”처럼 쓰는 분이 퍽 많습니다. 보기글에서는 이처럼 ‘-의’를 집어넣지 않았습니다. 반갑습니다. 그러나 ‘질문’이라는 한자말에서 걸립니다. 왜 이 한자말을 쓸까요?


  한국말사전 보기글을 보면 “질문이 있으신 분” 같은 글월이 보입니다. 이런 글월은 “궁금하신 분”으로 고쳐야 알맞습니다. 그래서, “궁금하신 분은 발표가 끝난 뒤에 물어 보시기 바랍니다”처럼 통째로 다듬을 수 있어요. “질문 공세를 펴다”는 “마구 물어 보다”로 손보고, “질문을 던지다”는 “묻다”로 손보며, “질문에 답하다”는 “묻는 말에 대답하다”로 손봅니다.


 묻다

 여쭈다 / 여쭙다


  여느 자리에 쓰는 ‘묻다’를 쓰고, 손윗사람한테는 ‘여쭈다·여쭙다’를 씁니다. 한국말을 때와 곳에 알맞게 잘 살펴서 쓰기를 바랍니다. 4340.8.23.나무/4347.8.13.물.ㅎㄲㅅㄱ



 질문(質問) : 모르거나 의심나는 점을 물음

   - 질문 사항 / 질문을 받다 / 질문 공세를 펴다 / 질문을 던지다 /

     질문에 답하다 / 질문이 있으신 분은 발표가 끝난 후에 해 주시기 바랍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719) 논자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까? 논자들은 이에 대해, 세계 자본주의 위기의 필연적 산물, 국제 투기 자본의 장난질, 미국의 음모, 재벌 중심의 천민적 경제 구조의 허약성, 정부의 무능력 등을 그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우리는 부패의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삼인,2000) 17쪽


 논자들은 … 그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 사람들은 … 그 탓을 들기도 한다

→ 사람들은 … 그 탓을 꼽기도 한다

→ 사람들은 … 그 탓을 말하기도 한다

 …



  ‘논자’란 무엇일까요? ‘論 + 者’입니다. “말하는 사람”입니다. 이 한자말을 쓰는 자리를 살핀다면, 그냥 ‘사람’보다는 ‘지식인’으로 손질할 때에 한결 잘 어울릴는지 모릅니다.


 논자에 따라 의견을 달리하다

→ 사람에 따라 생각을 달리하다

→ 사람마다 생각을 달리하다

→ 저마다 생각을 달리하다

 이 문제에 대해서 많은 논자의 지적이 있었지만

→ 이 문제를 놓고 많은 사람이 말했지만

→ 이 일을 놓고 많은 사람이 꼬집었지만


  사람은 누구나 말을 합니다. 지식인도 말을 하고 시골 흙일꾼도 말을 합니다. 벙어리라면 말을 안 한다고도 할 테지만, 벙어리는 손으로 글을 쓰거나 손짓으로 손말을 합니다. 누구라도 말을 합니다. 말을 안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한자말 ‘논자’는 그저 ‘사람’을 가리킬 뿐입니다. 우리는 가장 쉬우면서 알맞고 바른 한국말 ‘사람’을 쓰면 됩니다. 4336.10.31.쇠/4347.8.1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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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까? 사람들은 이를 놓고, 세계 자본주의 위기 때문이고, 국제 투기 자본이 장난했으며, 미국한테 꿍꿍이가 있고, 재벌 중심 천민 경제 뼈대가 허술하며, 정부가 제구실을 못한 탓을 들기도 한다


“이에 대(對)해”는 “이를”이나 “이를 놓고”로 다듬고, “자본주의 위기의 필연적(必然的) 산물(産物)”은 “자본주의 위기 때문이고”로 다듬으며, “국제 투기 자본의 장난질”은 “국제 투기 자본이 장난했으며”로 다듬습니다. “미국의 음모(陰謀)”는 “미국한테 꿍꿍이가 있고”나 “미국이 꿍꿍이를 꾀하고”로 손보고, “재벌 중심의 천민적(賤民的) 경제 구조(構造)의 허약성(虛弱性)”은 “재벌 중심 천민 경제 얼거리가 허술하며”나 “재벌 중심 경제 뼈대가 허술하며”로 손보며, “정부의 무능력(無能力) 등(等)을”은 “제구실을 못하는 정부 들을”이나 “정부가 제구실을 못한 탓을”로 손봅니다. “그 원인(原因)으로 지적(指摘)하기도 한다”는 “탓을 들기도 한다”로 손질합니다.



 논자(論者) : 이론이나 의견을 내세워 말하는 사람

   - 논자에 따라 의견을 달리하다 / 이 문제에 대해서 많은 논자의 지적이 있었지만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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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797) 시도 1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니까 부모님의 반응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

《장차현실-엄마 힘들 땐 울어도 괜찮아》(21세기북스,2004) 38쪽


 실망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니까

→ 서운해 하지 않고 꾸준히 하니까

→ 아쉽다 하지 않고 자꾸 하니까

→ 주눅 들지 않고 씩씩하게 하니까

 …



  시에서 닦은 길이라 ‘市道’라 한다지만, 도에서 닦은 길을 두고 ‘道道’나 ‘都道’라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군에서 닦은 길을 두고 ‘郡道’라고 한대요. 이런 한자말을 자꾸 쓰기보다는 ‘시내길(시냇길)’이나 ‘군청길’처럼 쓰면 한결 나으리라 봅니다.


  한국말사전에 나오는 ‘示度·示導·始睹·視度’ 같은 한자말은 언제 어디에서 얼마나 쓸 만할까 궁금합니다. 정작 안 쓰는 한자말인데, 일본사전을 베끼면서 알게 모르게 한국말사전에 깃든 한자말은 아닌가 궁금합니다.


  시를 짓는 법을 ‘詩道’라고도 한다지만, 시를 짓는 법은 ‘시짓기’나 ‘시쓰기’입니다. “그 시인은 시도를 단순히 시를 짓는 기교로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글월은 “그 시인은 시짓기를 그저 손재주로 생각하지 않는다”로 손질합니다. 말이나 소를 부리던 아랫사람을 가리키는 한자말은 이제 한국말사전에서 털 만합니다.


 이번 일은 시도 자체가 무리였다

→ 이번 일은 처음부터 힘들었다

→ 이번 일은 한다는 것부터 어려웠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국회 의원에 당선되었다

→ 몇 번 부딪힌 끝에 국회 의원에 뽑혔다

→ 몇 번 나선 끝에 국회 의언이 되었다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다

→ 한국에서 처음으로 하다

→ 나라안에서 처음으로 해 보다

 재착륙을 시도하다

→ 다시 내리려고 하다


  어떤 일을 한다고 하면 ‘하다’라 말하면 됩니다. 어느 일을 해 보겠다고 하면 ‘해 보다’라 말하면 됩니다. 국회 의원이 되려고 ‘시도’하는 일은 ‘나서다’나 ‘부딪히다’나 ‘뛰어들다’라 해야겠지요. 흐름을 살피고 뜻을 헤아리면서 한국말을 알맞게 쓰기를 바랍니다. 4337.6.20.해/4347.8.1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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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서운해 하지 않고 자꾸 하니까 부모님도 조금씩 달리 느끼시는 듯하다


“실망(失望)하지 않고”는 “서운해 하지 않고”나 “아쉬워 하지 않고”로 손보고, ‘계속(繼續)’은 ‘자꾸’나 ‘꾸준히’로 손봅니다. “부모님의 반응(反應)이”는 “부모님이 보여주는 모습도”나 “부모님도”나 “부모님 마음도”로 손질하고, “나아지는 것 같다”는 “나아지는 듯하다”로 손질합니다.



 시도(市道) : 관할 시장이 노선을 인정하고 시비(市費)로 건설, 관리, 유지하는 시내 도로

 시도(示度) : 계기(計器)가 가리키는 눈금의 숫자

 시도(示導) : 나타내 보이어 지도함

 시도(始睹) = 초견(初見)

 시도(視度) : 공기 속에 어떤 물질이 떠 있거나 가스가 섞인 정도를 나타내는 대기의 투명한 정도

 시도(詩道) : 시를 짓는 방법

   - 그 시인은 시도를 단순히 시를 짓는 기교로 생각하지 않는다

 시도(試圖) : 어떤 것을 이루어 보려고 계획하거나 행동함

   - 이번 일은 시도 자체가 무리였다 / 몇 번의 시도 끝에 국회 의원에 당선되었다 /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다 / 재착륙을 시도하다

 시도(?徒) : 예전에, 말이나 소를 먹이는 따위의 천한 일에 종사하던 하인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363) 시도 2 : 한번 시도해 보세요


여러분들도 한번 시도해 보세요

《작은 것이 아름답다》(녹색연합) 138호(2007.11.)


 한번 시도해 보세요

→ 한번 해 보세요

→ 한번 부딪혀 보세요

→ 한번 나서 보세요

 …



  ‘시도’를 하지 않고 ‘도전’을 하지 않았어도 늘 ‘하며’ 살아온 우리들입니다. ‘부딪히기’도 하고 ‘부대끼기’도 하며 ‘겪기’도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여러분들도 해 보세요

 여러분들도 함께 해요

 여러분들도 같이 해요

 우리 어깨동무를 해요


  마음을 제대로 기울일 줄 알아야 어떤 일이든 올바르게 가려낼 수 있습니다. 책을 읽거나 신문을 읽어야 제대로 가려내지 않습니다. 마음을 기울이고 생각을 쏟을 때에 스스로 알아챌 수 있습니다.


  시골에서 흙일꾼이 한 해에 지을 씨앗을 갈무리하면서 아무 씨앗이나 모으지 않아요. 차근차근 살피고 헤아립니다.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는 어버이는 아무 밥이나 차리지 않아요. 아이들 몸과 마음이 푸근하고 넉넉하게 크기를 바라면서 살뜰히 밥을 차립니다.


  말 한 마디는 어떻게 써야 할까요. 말 한 마디를 쓸 때에 어떤 마음이 되어야 할까요. 삶을 가꾸면서 말을 돌보고 싶은 마음이라면, 삶을 담아내는 말을 찾을 일이라고 느껴요. 우리 삶터와 이웃 마을을 두루 굽어살피면서 말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라면, 나와 이웃을 깊이 돌아보면서 사랑을 보살필 노릇이라고 느껴요. 4340.12.6.나무/4347.8.1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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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917) 은은


그 살구나무의 꽃은 향기가 얼마나 은은한지 모른다

《도종환-시 창작 교실》(실천문학사,2005) 7쪽


 살구나무의 꽃은 향기가 얼마나 은은한지 모른다

→ 살구나무 꽃은 냄새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모른다

→ 살구나무 꽃내음은 얼마나 잔잔한지 모른다

→ 살구나무 꽃내음은 얼마나 차분한지 모른다

 …



  제가 어릴 적에는 ‘은은’이란 말을 쓰는 사람을 못 만났습니다. 그때에는 ‘은’이라 하면 ‘금은동’ 하는 ‘은’으로만 생각했어요. 중학교에 들어가서 온갖 시험문제를 배우면서 비로소 한자말 ‘은은’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殷殷’ 같은 말을 쓸 일이 있을까요? 이런 한자말은 누가 썼고, 왜 이런 한자말이 한국말사전에 실려야 할까요?


 은은하게 보이는 먼 산

→ 어슴푸레 보이는 먼 산

→ 흐릿하게 보이는 먼 산

 달빛이 창에 은은하게 비치고 있었다

→ 달빛이 창에 흐릿흐릿 비친다

→ 달빛이 창에 어슴푸레하게 비친다

 절에서 들려오는 은은한 종소리

→ 절에서 들려오는 아득한 종소리

→ 절에서 들려오는 잔잔한 종소리


  어슴푸레하면 ‘어슴푸레하다’고 말해야 올바릅니다. 흐릿하다면 ‘흐릿하다’고 말해야 알맞습니다. 아득할 때에는 ‘아득하다’고 말해야겠지요.


  보기글을 헤아려 봅니다. 보기글에서는 살구꽃 냄새를 나타내려 합니다. 이때에는 ‘어슴푸레·흐릿함·아득함’은 그리 안 어울리지 싶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부드러움·보드라움·잔잔함·차분함’ 같은 낱말을 넣어야지 싶습니다. 4338.4.2.흙/4347.8.13.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 살구나무 꽃은 냄새가 얼마나 보드라운지 모른다


“살구나무의 꽃”은 “살구나무 꽃”으로 다듬고, ‘향기(香氣)’는 ‘냄새’나 ‘내음’으로 다듬습니다.



 은은(殷殷) : 들려오는 대포, 우레, 차 따위의 소리가 요란하고 힘차다

 은은(隱隱)

   (1) 겉으로 뚜렷하게 드러나지 아니하고 어슴푸레하며 흐릿하다

    - 안개 속에 은은하게 보이는 먼 산 / 달빛이 창에 은은하게 비치고 있었다

   (2) 소리가 아득하여 들릴 듯 말 듯 하다

    - 절에서 들려오는 은은한 종소리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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