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에 나온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한국말로는 2006년에 나온다. 사진 찍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님은 2004년에 숨을 거두었다. 그러니, 이 책은 ‘전기·평전’ 주인공으로서 아직 ‘안 죽었을 때’에 나온 책이다. 이녁이 죽은 뒤에 전기나 평전이 나왔으면 ‘둘레 사람이 들려주는 말’과 ‘글에 남은 자료’로 전기나 평전을 썼을 테지만, 이녁이 아직 살던 때에 전기나 평전을 쓰면 ‘주인공이 되는 사람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으면서 책을 여밀 수 있다. 어느 모양새가 된다 하든, 우리는 한 사람이 걸어온 길을 찬찬히 돌아보는 책을 만난다. 삶을 밝히려는 빛이 무엇이었나 하는 이야기를 만난다. 어떤 눈빛이었고, 어떤 마음이었으며, 어떤 사랑이었는가를 만난다. 큰사람도 작은사람도 따로 없기에, 앙리는 앙리일 뿐이요 우리는 우리일 뿐이다. 사진기를 손에 쥐어 삶을 바라보려는 사람은 어떤 숨결을 적바림하려 했는가를 조용히 헤아려 본다. 4347.8.2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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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세기의 눈
피에르 아술린 지음, 정재곤 옮김 / 을유문화사 / 2006년 6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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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88. 바람을 맞이하자 (2014.8.21.)



  바람을 맞이하자. 시원하게 바람을 맞이하자. 싱그러이 부는 여름바람을 맞이하자. 너희들은 춤을 추면 되지. 너희들은 노래를 부르면 되지. 즐겁게 하늘노래를 부르고, 기쁘게 들노래를 부르면 되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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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4.8.21.

 : 해가 질 무렵에



- 해가 질 무렵에 자전거를 탄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 즈음에는 바람이 상큼하다. 여름에는 이럴 때에 자전거를 타면 무척 시원하다. 다만, 샛자전거와 수레에 탄 아이들은 시원하겠지.


- 느즈막히 자전거를 달려서 어디를 갈까. 면소재지 놀이터에 간다. 작은아이는 누나가 꾸준히 말을 거니 용케 잠들지 않고 놀이터까지 잘 버틴다. 그러고 나서, 놀이터에 닿아 둘이 한참 논다. 잘 뛰고 잘 노래한다. 얼마 앞서까지는 시소를 탈 적에 내가 거들어야 했지만, 오늘은 큰아이만 자리에 앉히면 둘이서 오르락내리락 잘 논다. 큰아이가 더 자라면 앞으로는 시소에 혼자 올라가서 둘이 놀겠지.


- 차츰 어둠이 깔린다고 느껴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작은아이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주 곯아떨어진다. 낮잠이 없이 놀다가 놀이터에서 한참 땀을 뺐으니 기운이 모두 다 했으리라.


- 면소재지로 나오는 길에 참새 한 마리가 차에 치여 죽은 모습을 보았다. 참새는 왜 차에 치였을까. 그냥 차에 치였을까. 내가 보기로는 그냥 차에 치이지는 않았다고 느낀다. 이삭이 여물 요즈음 마을마다 농약을 또 친다. 이 가녀린 아이는 농약에 해롱거리다가 그만 차에 치였으리라 느낀다. 아니면, 쥐약을 건드렸거나 독약을 탄 쌀알을 쪼다가 넋을 잃고 차에 치였을는지 모른다.


-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전거를 세운다. 큰아이가 “아버지 왜 세워요?” 하고 묻는다. 큰아이를 샛자전거에서 내리니, 큰아이는 스스로 알아차린다. “아버지, 여기 새 죽었어요. 불쌍하다. 새는 흙으로 옮겨 주면 좋은 데 가요?” “앞으로 아름다운 곳으로 가라는 뜻이야.” 조그마한 참새를 환삼덩쿨잎 둘을 뜯어서 감싼다. 조그마한 참새는 풀잎 두 장으로 넉넉히 감쌀 만하다.


- 다시 자전거에 오른다. 하늘을 보고 구름을 본다. 바람을 쐬고 들빛을 본다. 푸른 들빛이 차츰 누렇게 바뀌는데, 이 들빛이 얼마나 사랑스럽거나 평화로운지 잘 모르겠다. 새들이 살지 못하고 죽기만 하는데, 새소리가 차츰 사라지는데, 왜가리도 해오라기도 개구리를 찾으러 이 들이 오기가 어려운데, 이러한 들은 얼마나 아름다운 시골이라 할 수 있겠는가.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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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순이 39. 바람 넣겠어 2 (2014.8.21.)



  네 식구가 함께 자전거를 탈까 하고 생각하면서 어머니가 탈 하얀 자전거를 꺼낸다. 뒷바퀴에 바람을 넣으려 하니, 어느새 두 아이가 달라붙는다. 두 아이가 힘을 모아서 바람을 넣겠단다. 그래, 넣고 싶으면 용을 써 보렴. 너희가 힘 닿는 데까지 넣으면 나머지는 아버지가 넣을 테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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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혀서 쓰는 글



  《우리 마을 이야기》라는 만화책이 한국말로 나온 지 이태째 된다. 이 만화책을 읽은 한국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 만화책을 손에 쥐면서 눈물에 젖은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도시에서든 시골에서든 이 만화책을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려는 이웃은 얼마나 있을까.


  밀양에서 싸우는 이웃들이, 강정에서 싸우는 이웃들이, 또 이 나라 골골샅샅에서 싸우는 이들이, 싸움을 쉬면서 한숨을 돌릴 적에 《우리 마을 이야기》라는 만화책을 한 질 장만해서 서로 돌려읽고는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기를 빈다. 이런 마음으로 나는 2012년과 2013년과 2014년 세 해에 걸쳐서 이 만화책을 알리려는 느낌글을 일곱 꼭지 썼다.


  만화책 일곱 권을 읽는 겨를이란 아주 짧다. 그렇지만 한 권씩 따로 삭혀서 이야기를 담아내자면 여러 날이나 여러 해 걸리기 마련이다. 생각해 보면, 느낌글은 이렇게 써야 맞다. 만화책 일곱 권을 그린 분도 며칠이나 몇 달 만에 다 그리지 않았다. 여러 해에 걸쳐서 천천히 그려서 일곱 권이 되었다. 그러니, 나도 이 만화책을 읽고 삭히는 결을 여러 해에 맞출 만하다.


  어떤 사람이 스무 해에 걸쳐서 쓴 작품이 있다면, 우리는 이 작품을 스무 해에 걸쳐서 천천히 읽거나 묵히거나 삭힐 수 있다. 그럴 만하다. 그럴 값이나 뜻이나 빛이나 사랑이나 꿈이 있다. 우리 삶을 담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4347.8.2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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