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 호타루 1 - SL Comic
토사야 코우 지음,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1.7.

만화책시렁 797


《고제 호타루 1》

 토사야 코우

 송재희 옮김

 디앤씨미디어

 2025.11.20.



  말치레가 너무 많은 책을 읽어도 나쁘지는 않지만, 말치레가 가득한 책은 속빛을 다루거나 담지 않는다고 느껴요. 어떤 어린이도 ‘존재’ 같은 일본말씨로 마음을 그리지 않으나, 숱한 글바치는 일본말씨 ‘존재·시작·필요’에 시킴말씨(피동형)를 함부로 씁니다. 우리가 스스로 눈밝게 둘레를 바라보는 하루를 살자면, 빛나는 숨결을 틔우는 수수한 낱말을 손과 혀와 눈과 귀에 담을 노릇이지 싶습니다. 《고제 호타루 1》를 큰아이하고 함께 읽습니다. 줄거리가 허술하지는 않되, ‘장님’인 아이가 살아내는 나날을 허거프게 쏟아냅니다. 마치 ‘위인전’을 그리는 듯합니다. 멧마을 작은집에서 태어난 아이도, ‘노래나그네’로 살아가는 어른도, 그저 다르지만 하나인 삶을 걸어가는 길입니다. 높거나 낮은 결은 없습니다. 뛰어나거나 대단해야 하지 않습니다. 밭일을 하면 되고, 멧일을 하면 됩니다. 밥 한 그릇을 나누면 되고, 이야기가 즐거이 흐르면 됩니다. “이렇기 때문에 이래야 한다”는 틀을 일찌감치 틀로 박아 놓으면, 아무런 이야기가 없이 줄거리를 졸졸 좇느라 그만 ‘나’를 잊고 ‘너’를 잃느라 ‘우리’를 하나도 못 봅니다. ‘장님’이란, 장다리꽃처럼 피어나려고 잠꽃을 피울 줄 아는 속눈을 뜬 사람이란 뜻입니다.


ㅍㄹㄴ


‘보인다는 게 뭔지 모르겠으니, 가엾다고 해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할아버지, 반짝반짝 소리 내는 샤미센과 도지마루가 여우에게서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나는 알아.’ (61쪽)


“대충 이 정도지. 다른 건 실패하면서 배워 나가라. 뭔가 질문 있나?” (120쪽)


이 세상 것은 줄곧 한곳에 있으면 고여서 정체되고 썩어버린다. 바람이 불어야 한다.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토지에서 토지로, 노래와 이야기, 중요한 무언가를 나르기 위해. (174쪽)


#ごぜほたる #十三野こう


+


《고제 호타루 1》(토사야 코우/송재희 옮김, 디앤씨미디어, 2025)


설령 일숙일반의 은혜여도 갚는 것이 세상 도리라고

→ 하루한끼를 받아도 갚아야 마땅다고

→ 하룻밤한그릇을 누려도 갚아야 한다고

50쪽


다른 건 실패하면서 배워 나가라. 뭔가 질문 있나?

→ 다른 일은 넘어지면서 배워라. 뭐 또 궁금하나?

→ 나머지는 깨지면서 배워라. 또 물어볼 일은?

120쪽


이래저래 100년은 나오지 않았어

→ 이래저래 온해는 나오지 않았어

129쪽


그럼 걸립하러 가자

→ 그럼 비나리판 가자

→ 그럼 동냥길 가자

→ 그럼 빌러 가자

130쪽


이런 말랑말랑한 존재가 살아 있다면

→ 이런 말랑말랑한 숨결이 산다면

→ 이런 말랑말랑한 아이가 산다면

167쪽


중요한 무언가를 나르기 위해

→ 빛나는 무엇을 나르려고

→ 반짝이는 무엇을 나르도록

17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6.1.1. 먼이웃 (+ 바바라 쿠니)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말을 섞은 바가 없고, 낯을 알지 못 하지만, 먼 여러 나라에 이웃이 있습니다. 책을 곁에 두고서 책집마실을 누리는 이웃입니다. 책집을 돌보고 가꾸는 책집지기라는 이웃입니다. 아이가 있든 없든 ‘그림책 사랑이’라는 이웃입니다. 지난 섣달꽃(크리스마스)을 앞두고서, 일본에 있는 책이웃 한 분이 《クリスマス人形のねがい》라는 그림책을 되읽는다고 글을 올리시더군요. ‘바바라 쿠니 + 루머 고든’이라니! 이런 그림책이 일본에서는 이미 2001년에 나왔다니!


  영어판 그림책은 1985년에 처음 나온 듯싶습니다. 일본판 그림책이 2001년이라면 ‘일본치고 참 늦은’ 셈이지만, 한글판은 2025년까지 몰래책으로도 나온 바 없는 줄 압니다(몰래책이 나온 적 있다면 꼭 헌책집에서 찾아내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뜻밖에도 2025년 11월에 《홀리와 아이비》라는 이름으로 ‘바바라 쿠니’는 아니되 ‘마렌 브르스발터’ 그림으로 갑작스레 새 그림책이 한글판으로 나왔군요.


  우리나라는 어쩐지 ‘루머 고든’ 이야기책이 잘 안 읽힙니다. 이녘 이야기책을 널리 알리거나 들려주는 글바치(평론가)나 책집지기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2025년이 저물기 앞서 저 스스로 한 해를 대견하게 보냈다는 뜻으로 두 가지 그림책을 베풀기로 합니다. 제가 저한테 건네는 빛(선물)입니다. 보름쯤 기다려서 《The Story of Holly and Ivy》 2006년 영어판을 시킵니다. 2025년 한글판 《홀리와 아이비》도 나란히 시킵니다. 얼추 2026년 1월 7일이면 우리 시골집에 닿을 듯합니다.


  산타 할아버지는 착한이한테 빛을 베푼다지요. 산타 할머니는 착한이가 아니어도 스스로 노래하고 춤추는 모든 아이한테 빛을 베푼다고 느낍니다. 지난 2025년 12월 20일 무렵, “나는 착한이가 아닐지 몰라도, 나는 언제나 곁님과 아이들하고 노래하고 춤추며 살아가니까, 산타 할배는 나한테 빛을 베풀지 않더라도, 산타 할매는 나한테 빛을 베풀 테지.” 하고 혼잣말을 하면서 그림책을 여럿 시킵니다. 이듬해 어느 날 문득 살포시 날아오기를 바라면서.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하늘을 보면



비오지 않는 하늘을 보면

그냥 파랗게 멀쩡하다


비오는 하늘을 보면

새도 휙 지나가고

풀밭에서 풀벌레도 울고

바람소리에 빗물소리 섞이며

어둑어둑하다가 곧 갠다


발바닥이 저리도록 걷다가

등짐을 내려놓고서 고무신 벗는다

구름 흐르는 하늘을 보며

가을바람에 땀을 식힌다


2025.10.25.흙.


ㅍㄹ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걷는읽기 2025.12.13.흙.



너는 뚜벅뚜벅 걸으면서 또박또박 읽을 수 있어. 손에 책을 쥐고서 ‘걷는읽기’를 할 만해. 바쁘기에 ‘걷는읽기’를 하지 않아. 둘레에 숲이 없거나 들이 멀거나 바다가 안 보이거나 별이 안 돋으면 ‘책읽는 걸음길’을 느긋이 누리겠지. 둘레가 시끄럽거나 어지럽다면, 더더욱 ‘책읽는 걸음길’이 호젓할 테고. 언제 어디에서나, 몸을 움직일 때면 몸으로 둘레를 읽어. 몸을 눕혀서 쉬거나 자면 넋으로 꿈을 읽지. “안 읽는 때”란 없어. 늘 읽기에 삶이 있고, 늘 읽으면서 숨을 잇는단다. ‘걷는읽기’란, 걸으면서 몸마음을 고르게 기울이는 길이야. 네가 책을 쥐든 하늘을 보든 둘레에서 퍼지는 소리를 듣든, 모두 다르게 흐르는 이곳 이때를 읽지. 걷거나 움직이기에 “다른 일을 못하지” 않아. 걷거나 움직이거나 일하거나 노느라 “못 읽지”도 않아. 걷는 동안 발과 다리를 읽고, 길바닥과 마음을 읽어. 움직이는 동안 몸을 낱낱이 읽고, 손으로 잡거나 쥐는 온것을 읽어. 일하는 동안 이 일이 어떻게 흐르는지 읽고, 일하는 느낌을 읽어. 작은 풀꽃을 들여다볼 적에는 작은 풀꽃을 읽지. 길나무를 문득 쳐다볼 적에는 길나무를 읽어. 쏟아지는 자동차를 멍하니 본다면, 자동차물결을 멍하니 읽어. “다른 사람 구경”도 ‘읽기’야. “남이 뭘 하는지 구경”도 읽기야. 그저 ‘구경’은 겉훑기일 뿐이지. 속읽기를 하고 싶다면 ‘구경’을 끝내면 돼. 누가 뭘 하든 안 하든 쳐다봐야 하지 않아. 누가 뭐라 말하건 떠들건 들어야 하지 않아. 너는 네가 읽고서 익히며 이을 길에 마음을 쏟아야지. ‘걷는읽기’란 ‘걷는그림’이라고 할 수 있어. 걷는 동안 꿈을 그려서 새롭게 마음에 담는 일이란다. 즐겁게 걸으면서 새롭게 읽고 그려 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스쳐가는 2025.12.19.쇠.



네가 “나는 바람이야.” 하고 말하기에 네가 바람일 수 없어. 마음으로는 바람을 아예 안 담고 안 헤아리고서, 그냥 입으로만 벙긋벙긋한대서 바람이지 않아. 네가 “나는 바람이야.” 하고 말하기에 너는 어느새 바람이야. 눈으로도 코로도 귀로도 입으로도 살로도 뼈로도 피로도 골(뇌)로도 머리카락으로도 손발·팔다리로도 마음으로도 그저 바람을 담고서 말을 터뜨리니, 넌 언제 어디에서나 바람이야. 얼핏 보면 똑같아 보이는 “나는 바람이야.”일 텐데, 도무지 똑같을 수 없이 다르고 엇갈리는 말길이란다. 넌 말소리를 들으며 두 사람이 두 갈래로 다른 줄 알아챌 수 있니? 네가 알아챈다면, 너는 늘 바람일 수 있고 바다일 수 있고 별일 수 있으면서, 오롯이 사람이야. 네가 못 알아챈다면, 너는 바람도 바다도 별도 아닐 뿐 아니라, 겉모습만 사람이란다. 스쳐가도 모두 보고 느끼고 알고 듣고 배우고 가르쳐. 스쳐가기에 모두 못 보고 못 느끼고 모르고 못 듣고 못 배우고 못 가르쳐. 스쳐가도 보고 느끼고 알고 듣고 배우고 가르치니, 함께살거나 오래 어울리면, 참으로 골고루 보고 두루 느끼고 깊이 알고 새로 듣고 즐겁게 배우고 기쁘게 가르쳐. 스쳐간다는 핑계를 대면서 다 안 보고 안 배우니까, 한집에 있거나 오래 어울려도 그만 안 보고 못 보고 안 배우고 못 배우지. 크고작은 씨앗이 아닌 “그저 씨앗”이야. 크고작은 사람이 아닌 “그저 사람”이지. 크고작은 나무나 숲이 아닌, “그저 나무”와 “그저 숲”이야. 스칠 적마다 둘러보렴. 넌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 알고 배우고 가르치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