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끝무렵에 나왔어야 할 책이 

7월을 넘기고도 아직 안 나오고 있다. 

그나마 이번 주에 나오기로 해 놓고 

다시 한 주가 늦추어진다. 

내 책이지만 

내 책 소식을 말하기도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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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밭갈이


 화요일(6/29)에 살림집을 충주 산골마을로 옮겼다. 목요일(7/1) 아침까지 살림살이를 그럭저럭 갈무리하고, 낮나절에 집 곁에 딸린 땅뙈기에서 돌 고르기를 했다. 돌을 고르고 흙을 살짝 판판하게 해 놓으려 했으니 밭갈이를 했다손 칠 수 있다. 틀림없이 시늉으로는 밭갈이를 했다. 그러나 밭갈이를 했다고 선뜻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우리 두 사람은 밭갈이를 했다. 이 손바닥 텃밭에 무엇을 심으면 좋을까를 생각해 보지 않았으나 밭갈이를 했다. 돌을 고르는 동안 다른 생각은 하나도 나지 않았고, 다른 생각을 딱히 하지 않았다. 그저 흙을 뒤엎으며 돌이 나올 때마다 바지런히 골라낼 뿐이었다. 콩이나 깨를 심을 수 있다고 하는데, 여기에 심을 콩이나 깨는 어디에서 얼마쯤 얻어야 할까. 오늘 동이 트면 옆지기가 눈을 뜨기 앞서 조용히 괭이를 들고 나와서 돌을 마저 고르고 땅을 다져야지. (4343.7.2.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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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0-07-02 08:59   좋아요 0 | URL
이제 인천골목길 사진 대신 충주호의 사진을 보게 되는 걸까요? 새로운 곳이 고향이 되길 기원합니다.

파란놀 2010-07-02 11:24   좋아요 0 | URL
충주호는 너무 멀어서~
저희는 자가용도 안 몰고요~

그냥, 산골마을에서 살아가는
돼지 세 마리 ㅋㅋㅋㅋ
이야기를 드문드문 사진으로 담으리라 봅니다 ^^
 


 새책을 읽으며


 새로운 책은 얼마나 새로운 책일는지 궁금합니다. 새로 나오는 책은 여태껏 나온 책들에 깃든 좋은 열매를 알알이 얻어 누리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새옷을 입은 책은 이제까지 쏟아진 책들에 서린 아쉬운 대목을 고치거나 손질하거나 다듬으면서 거듭났는지 궁금합니다.

 헌책방에 가면 헌책을 만납니다. 헌책방에서 만나는 헌책은 거의 모두 ‘다시 널리 팔리기 힘들어 보이는’ 책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헌책방마실을 즐깁니다. 오늘날 새로 나온다고 하는 책들이 예전 책들한테서 좋은 열매를 살뜰히 받아먹었다고는 느끼지 않기 때문이요, 지난날 책들한테서 아쉬운 대목을 곰곰이 살펴 고쳐 세웠다고는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책은 똑같은 책입니다. 모든 사람은 똑같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모든 책은 새로 태어나서 읽히다가 스러지고, 모든 사람은 새로 태어나서 자라다가 죽습니다. 다만, 모든 책과 사람은 똑같이 목숨이 있으나, 똑같은 결이나 흐름은 아닙니다. 예전 책은 더 예전에 나온 책한테서 새숨을 물려받으며 제 나름대로 꾸리는 삶을 담다가는 오늘날 책한테 제 숨을 물려주고는 조용히 눈을 감습니다. 나무 한 그루와 풀 한 포기가 앞선 푸나무가 맺은 씨앗으로 태어나며, 앞선 푸나무가 숨을 거두어 온몸으로 삭힌 목숨값으로 새로 살아가듯, 책은 앞선 책들이 있어 새로움이란 옷을 입습니다.

 새책방 책꽂이에는 틀림없이 새책이 꽂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수많은 새책들 가운데에는 예전 책한테서 목숨을 나누어 받지 않았거나 목숨을 나누어 받으려 하지 않는 책이 꽤 많구나 싶습니다. 더욱이, 이 새책들은 스스로 제 목숨을 다 바쳐서 ‘뒷날 새로 나올 다른 책’한테 저희 목숨을 기꺼이 내어줄 생각이 거의 없다고 느낍니다. 껍데기는 틀림없는 새책이나 속살은 하나도 새책이 아니요, 바야흐로 책이라 말할 수조차 없는 녀석, 이를테면 돈나부랭이라든지 권력나부랭이라든지 명예나부랭이로 뒹굴고 있는 종이뭉치이기 일쑤라고 느낍니다.

 새책을 만나며 새마음 새사랑 새힘 새빛이 되기란, 오늘날 우리 누리에서 몹시 힘겹습니다. (4343.6.27.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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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스타 수도원 2층 창가에서


 자동차를 몰고 있는 분은 자동차가 달리며 내는 소리 때문에 찻길 둘레 동네가 얼마나 시끄러운가를 느끼지 못합니다. 더 좋은 차가 나와서 차를 달리는 사람과 차에 탄 사람이 ‘차 소리를 덜 느낀다’ 할지라도, 자동차에 탄 사람이 느낄 소리는 아주 작습니다. 자동차가 달리는 찻길은 몹시 시끄럽습니다. 100미터 아닌 1킬로미터 바깥까지 자동차 소리는 울려퍼집니다.

 자동차를 몰면 몰수록 우리 삶터는 더욱 시끄럽습니다. 버스와 전철을 타도 시끄럽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버스가 다니는 길가나 전철이 지나가는 철길 둘레에서 살아 본 분이라면 대중교통이라 해서 시끄러움이 덜하지 않음을 잘 알리라 봅니다. 자동차이든 버스이든 전철이든, 또 기차이든 배이든 비행기이든, 타야 할 때에는 타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들이 자동차에 몸을 싣는 일이란 얼마나 뜻이 있거나 값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우리는 참말 타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를 타고 있는가요. 거의 아무 생각 없이 자동차를 장만하거나 차를 몰거나 차에 오르지는 않는가요.

 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우리 집식구들이 차분하고 조용히 지내는 가운데 온몸에서 길어내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기계라서 싫다거나 환경을 무너뜨려서 싫지는 않습니다. 참된 소리, 곧 참소리가 아닐 때에는 슬프고 가슴아픕니다. 삶을 밝히고, 삶을 북돋우며, 삶을 즐기는 소리를 나 스스로 내고 싶습니다. 내 둘레 모든 목숨들이 저마다 제 목숨을 빛내고 살리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4343.6.27.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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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살림집 마지막 빨래를 앞두고


 인천살림집을 옮기기까지 며칠 안 남았다. 오늘 저녁 거의 마지막으로 짐을 다 꾸려 놓고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날씨를 보아 가며 충주 산골마을로 들어간다. 부엌 살림을 거의 다 상자에 차곡차곡 담았고, 이불은 오늘 덮을 담요 한 장만 남기고 모두 이불 가방과 큰 보따리에 담아 묶었다. 새 살림집으로 옮기며 흩어질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책 겉그림을 스캐너로 긁고 이래저래 갈무리를 마쳐서 끈으로 묶으면 이제는 더 묶어 놓을 살림거리가 없다. 바야흐로 마지막 빨래 몇 점을 해 놓으면 집 옮길 일손은 마무리가 된다. 밀린 ‘필름 긁기’를 하려고 스캐너에 필름을 앉히고 짐을 꾸리며 생각한다. 짐을 꾸려서 옮기려 하면 이동안 다른 일을 거의 못할 뿐 아니라 마음이 어수선하다. 그렇다고 힘들거나 벅찬 적은 아직 없다. 이제 이 살림집하고는 헤어지는구나 싶은 아쉬움이 새록새록 솟고, 또다시 한 곳에서 오래오래 깃들지 못하고 옮겨야 하는구나 싶은 서러움이 슬며시 꾸물거리기는 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만한 살림집 보증금을 내고 달삯을 치르며 버티는 데에도 막바지에 이르렀으니까. 도서관 달삯은 지난달 치와 이달 치를 보증금에서 뺀 다음, 남은 보증금으로 짐차와 사다리차 부를 돈으로 써야 하는데. 살림집 달삯도 매한가지이고. 집식구 앞에서는 웃고, 바깥사람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웃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빠듯하고 힘겨웠던 살림 꾸리기였다. 이제 다달이 70만 원씩 내던 달삯 짐을 훌훌 털어낼 수 있으니 얼마나 후련한지 모른다. 말이 70만 원이지, 느긋하게 돈 벌며 이름값 떨칠 수 있는 자리를 모두 마다 하고 골목동네 한켠에서 쭈그리고 앉아 글쓰고 사진찍고 애랑 복닥이며 지내는 가운데 달삯 치르고 책값 치르며 사진값 치르는 가운데 몸아픈 옆지기를 돌볼 여러 가지를 장만하는 데에 들어갈 돈을 다달이 벌어들이기란 참 터무니없는 노릇이다. 그야말로 억지스럽고 고단한 일을 웃음을 지으면서 해야 할 뿐더러, 내 삶에서 내가 붙잡으며 일구어야 할 일거리를 뒷전으로 젖혀 놓아야 할 때가 얼마나 잦았는가. 이제 차분하게 지난 나날을 돌아보노라면 고되고 힘들던 나날이라 해서 그때에나 이때에나 고되고 힘들기는 했어도 싫거나 짜증스럽지는 않았다. 그저 고될 뿐이요 그예 힘들 뿐이다. 고되다고 나쁘지 않으며 힘들다고 슬프지 않다. 고된 일이니 아이구야 고되구나 하고 받아들인다. 힘드니까 어이구 힘들어 죽겠네 하고 허리를 토닥인다. 좋은 일이 있을 때에는 이야 참 좋구나 하고 받아들이며, 기쁜 일이 있으면 더없이 기쁘네 하면서 받아들인다. 어여쁜 골목동네 모습을 보며 그야말로 어여쁘네 하고 사진을 찍는다. 아름다운 줄거리 담은 책을 읽으며 가없이 아름답군 하고 느끼며 책장을 넘긴다. 맨 처음 했던 빨래라 해서 더 북받쳐 오르는 느낌이란 없고, 마지막 하는 빨래라 해서 남달리 새삼스러운 느낌이란 없다. 똑같은 빨래이다. 이제 이곳에서는 더 빨래할 일이 없겠네 하고 느낀다. 자, 좀 숨을 돌리면서 쉬자. 땀 꽤나 뺐으니까 한 번 찬물로 씻고 보리술 한잔 걸친 다음 새로 힘을 내어 마지막 짐을 다 싸 놓고 새벽녘에 잠들자. (4343.6.2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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