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328 : 미투 이후 관련 사건 많아졌


‘미투’ 이후 관련 사건이 더 많아졌느냐고 여러 사람이 묻는다

→ ‘어깨동무’ 뒤로 이런 일이 더 늘었느냐고 묻는다

→ ‘서로하나’ 뒤로 이 일이 더 있느냐고 묻는다

→ ‘나도’ 뒤로 이 일이 더 생기느냐고 묻는다

《상냥한 폭력들》(이은의, 동아시아, 2021) 42쪽


쉬쉬하는 판에서 한목소리를 내기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고약한 굴레와 사나운 짓이 춤추는 마당이기에 “나도!” 하고 외치는 목소리를 모을 만합니다. 어깨동무하려는 사람이 나타난 뒤로도 고약한 코뚜레는 예전처럼 늘어날는지 모릅니다. 담벼락을 쌓고서 힘을 거머쥔 무리는 고스란할 테니까요.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구나 싶은 얼뜬 모습일 테지만, 서로하나를 이루려는 마음을 모으면서 이 터전을 차근차근 가꾸게 마련입니다. 그들이 아닌 아이를 바라보고 이웃을 마주하는 손길과 숨결이 있으면 새길을 가거든요. ㅍㄹㄴ


미투 : x

Me, too : 나도요, 나도 그렇다

이후(以後) : 1. 이제부터 뒤 2. 기준이 되는 때를 포함하여 그보다 뒤

관련(關聯/關連) :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계를 맺어 매여 있음. 또는 그 관계

사건(事件) : 1.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주목을 받을 만한 뜻밖의 일 2. [법률] 소송을 일으킨 일 = 소송 사건 3. [수학] 어떤 실험이나 시행(試行)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결과 ≒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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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329 : 쉬어진다


숨이 잘 쉬어진다

→ 숨을 잘 쉰다

→ 숨쉴 만하다

→ 숨쉬기 쉽다

《이상한 손님》(백희나, 스토리보울, 2024) 20쪽


옮김말씨인 “숨이 잘 쉬어진다”입니다. 우리는 “숨을 잘 쉰다”처럼 말을 합니다. “숨쉴 만하다”나 “숨을 쉴 만하다”처럼 말을 하지요. “숨쉬기 쉽다”라 해도 되어요.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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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332 : 길어지 따뜻했


낮이 길어지고 밤에도 따뜻했지요

→ 낮이 길고 밤에도 따뜻하지요

《거인의 침묵》(바루/기지개 옮김, 북극곰, 2023) 22쪽


옮김말씨 ‘-지다’를 함부로 쓰면 말결이 꼬이거나 뒤틀립니다. 여름에는 “낮이 길다”라 합니다. 겨울에는 “밤이 길다”라 합니다. 여름에는 “밤이 짧다”라 하고, 겨울에는 “낮이 짧다”라 합니다. 여름에는 ‘따뜻하다’고 하며, 겨울에는 ‘춥다’고 합니다. 그저 이대로입니다. “낮이 길어지”지 않아요. “낮이 길”어요. 바로 오늘 느끼는 낮과 밤이라는 결이니, “낮이 길고 + 밤에도 따뜻하지요”로 가다듬습니다.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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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333 : 정말 기대되


와! 정말 기대되는데요

→ 와! 참말 설레는데요

→ 와! 두근거리는데요

《거인의 침묵》(바루/기지개 옮김, 북극곰, 2023) 27쪽


거짓이 없을 적에는 ‘참’입니다. 참과 같이 그대로 마음을 나타낼 적에는 ‘참·참으로·참말·참으로’라 하면 되어요. 일본옮김말씨인 ‘기대 + 되는데’는 ‘설레는데’나 ‘두근거리는데’로 바로잡습니다. ㅍㄹㄴ


정말(正-) : 1. 거짓이 없이 말 그대로임 2.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한 사실을 말할 때 쓰는 말 3. 자신의 말을 강하게 긍정할 때 쓰는 말 4. = 정말로 5. 어떤 일을 심각하게 여기거나 동의할 때 쓰는 말 6. 어떤 일에 대하여 다짐할 때 쓰는 말 7. 어떤 사람이나 물건 따위에 대하여 화가 나거나 기가 막힘을 나타내는 말

기대(期待) :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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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속비우기



  바깥일을 보려고 움직일 적에는 뒷간을 찾아내어 들르기가 까다롭다. 밖에서 일할 적에는 뒷간을 아예 안 가려고 한다. 시골집에서 길을 나서기 앞서 새벽에 속을 말끔히 비우고 다시 비우고 새로 비우고 또 비운다. 집밖에서 하루를 보내고 이틀을 보내노라면 언제나 이른새벽부터 속을 새록새록 비우고 새삼스레 비우고 거듭 비운다. 빈속이기에 멀쩡히 움직인다. 속빈 몸을 건사해야 길에서 안 존다.


  밖일을 보는 동안에는 밥을 비롯해서 물조차 안 마신다. 물조차 몸에 넣으면 무겁고, 몸에 넣은 대로 신나게 비워야 할 뿐 아니라, 뭘 먹고마시면 졸립다. 말짱히 깬 몸으로 모든 일을 마치고서 길손집에 들 즈음에는 먹거나 마셔도 느긋하다. 여러 날 바깥일을 하든, 하루치기로 밖을 다녀오든, 집으로 돌아와서야 천천히 씻고 나서 찬찬히 밥을 차려서 먹는다. 이러며 네 사람이 둘러앉아 오래오래 이야기꽃을 피운다.


  긴긴 시외버스에서 제대로 잘 뜻이라면 세모김밥 한둘쯤 먹으면 된다. 이러면 이내 꿈나라로 간다. 자려고 가볍게 먹는달까. 가볍게 먹고서 긴긴 시외버스에서 포근히 쉰달까. 한나절(너덧 시간)을 달린 시외버스에서 내리면 길고긴 바깥길을 걷고 또 걷고 더 걷고 다시 걷는다. 해를 보며 걷는다. 여름이건 겨울이건 볕바른 쪽으로만 골라서 걷는다. 볕바른 길에 나무가 서면, 나무를 따라가며 함께 볕바라기를 즐기며 걷는다. 들꽃이나 골목나무가 가까우면 슬슬 돌면서 걷는다. 문득 새가 날거나 노래하면 멈춰서 지켜본다. 볕과 나무와 풀꽃과 새는 언제 어디에서나 마음을 북돋우고 몸을 깨우는 길동무이다.


  집밖일을 하려고 다닐 적에는 거의 안 앉거나 아예 안 앉는다. 집이라면 일손을 쉬며 낮잠에 들지만, 집밖에서는 낮잠을 못 누리기에 그냥 가만히 서서 끝까지 지낸다. 드디어 저녁이나 밤에 하루일을 마치면 바닥에 드러누워서 몸을 곧게 편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하나하나 느끼고 움직이면서 풀어낸다. 열칸(10층)이나 스무칸(20층)인 길손집에서 묵더라도 내 등줄기가 땅바닥에 닿아서 깊은 속줄기를 받아들인다고 여긴다. 이러면서 ‘감은눈’으로는 밤하늘 별빛줄기를 그리면서 배로 맞아들인다고 여긴다.


  이미 시외버스에서 엉덩이를 실컷 앉혔고, 시골로 돌아갈 시외버스에서 다시금 싫도록 앉을 테니, 일하는 동안 굳이 앉을 까닭이 없기도 하다. 그렇지만 둘레에서는 “왜 안 먹느냐?”부터 “왜 물도 안 마시느냐?”에 “왜 안 앉느냐?” 같은 말씀을 끝없이 묻거나 여쭌다. 밖에서 제대로 일하려고 안 먹고 안 마시고 안 앉을 뿐인걸.


  고흥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서울로, 이러고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긴긴 바깥길에 몸마음을 추스른다. 별빛은 조용히 숨은 하늘이지만, 우리 곁에서 늘 반짝인다. 밤이면 해가 저 너머로 가지만, 이윽고 아침에 새롭게 찾아온다. 부릉부릉 멀리 달리는 시외버스이더라도 땅바닥에 바퀴를 대면서 달리는 줄 느낀다. 매캐한 서울이나 큰고장은 콩알보다 작고, 깨알보다 작으며, 아마 코딱지만 하다고 보아야 맞다. 서울이 아무리 크더라도 숲과 들과 메와 바다가 그야말로 드넓다. 푸른별 바깥을 이루는 온별누리는 가없이 넓고 깊다. 우리는 이러한 빛누리를 이 조그마한 씨앗 같은 몸에 맞아들여서 하루를 살아낸다. 해바람비라는 빛을 먹기에 누구나 튼튼하다. 풀꽃나무라는 빛을 등지면서 안 먹으려 하기에 누구나 아프다. 들숲메바다라는 빛을 보금자리와 마을로 삼기에 누구나 즐겁다. 별빛으로 맺는 씨앗인 줄 모르거나 고개돌리니 누구나 괴롭게 죽어간다. 2025.11.24.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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