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씻기기


 집에서 물을 쓸 수 있는 지 나흘 만에 드디어 아이를 씻긴다. 나흘 동안 꾸준히 물을 쏟아내고 쉬고를 되풀이한 끝에 씻긴다. 한창 흙물이나 쇳물을 빼더라도 한두 시간쯤 지난 뒤 다시 틀면 또 흙물과 쇳물이 나온다. 겨우내 물꼭지를 쓰지 못했다고 이렇게 흙물과 쇳물이 이어진다.

 아버지는 저녁을 차리면서 물꼭지를 활짝 연다. 밥을 하고 국을 끓인다. 날푸성귀를 물에 씻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밥상을 닦고 밥그릇과 수저를 옮긴다. 반찬통을 밥상에 올린다. 밥을 푸고 국을 뜬다. 이제 아이는 자리에 앉고, 둘째를 밴 어머니도 자리에 앉는다.

 저녁을 먹을 무렵에는 물을 잠근다. 저녁을 다 먹고는 보일러를 돌린다. 보일러를 돌린 다음 설거지를 한다. 설거지를 마치고는 물이 따뜻해질 때까지 빨래 넉 점을 한다. 넉 점을 마쳤는데 물이 덜 따뜻하기에 기저귀 빨래 두 점을 더 한다. 이제 꽤 따뜻하다고 느껴 아이를 부른다. 아이 옷을 벗긴다. 아이를 씻는방에 들어가라 하고 먼저 몸에 물을 끼얹는다. 아이가 씻는 물에는 목초물을 뿌렸다.

 아이 몸을 헹구고 나서 아이를 아버지 무릎에 눕힌다. 아이는 머리를 숙여 머리 감는 일을 그닥 안 좋아한다. 이제 아이는 꽤 무게가 나가지만 이렇게 무릎에 눕히고 머리를 감긴다. 아이는 슬며시 눈을 감는다. 아이 이마에 뽀뽀를 쪽 하면서 머리카락을 물로 적신다. 다른 바가지 하나는 아이 머리 밑에 둔다. 아이 머리를 적신 물이 다른 바가지에 차면, 이 물을 아이 몸에 끼얹는다. 비누로 머리를 문지른 다음 손가락을 조물딱조물딱 하면서 머리를 비비고, 바가지로 물을 조금씩 떠서 아이 머리에 솔솔 돌아가며 붓는다.

 머리를 감겼으니 이제 씻는 통에 아이보고 들어가라 한다. 조그마한 물주전가를 아이한테 건넨다. 아이는 물주전자로 논다. 기저귀 빨래를 마저 헹군다. 그러고는 아이 목부터 때를 벗긴다. 때수건을 쓸까 하다가 그냥 아버지 손으로 비비기로 한다. 목, 가슴, 배를 비빈 다음 왼팔을 먼저 비비고 오른팔을 비빈다. 오른다리를 비비고 왼다리를 비빈다. 마지막으로 어깨와 등을 비빈다.

 아이는 모처럼 물놀이를 하는데 더 놀고파 한다. 아이로서는 좀 모자라다. 그러나 아이 어머니도 씻어야 하기 때문에 아이보고 이제 그만 나가자고 열 번 남짓 말한다. 아이는 드디어 일어나 준다. 미안하면서 고맙다. 아이 땟물이 흐르는 물을 먼저 아버지한테 조금 끼얹고, 아이 몸에도 끼얹는다. 새로 받은 물로 아이 몸을 다시 헹군다. 이제 수건으로 아이 머리와 몸 물기를 닦는다.

 아이 몸을 수건으로 닦을 때마다 ‘수건’이라는 낱말이 참 얄궂다고 생각한다. ‘수건’이 뭐람. 어쩜 이런 엉터리 낱말을 짓고도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지?

 이제 아이 웃도리부터 입힌다. 바지를 입히려는데 아이는 아랫도리는 안 입은 채로 이 방 저 방 뛰며 웃는다. 아이고. 아이 바지를 입힌다. 아이 머리가 얼추 말랐기에 빗질을 한다. 아이는 저 스스로 빗질을 더 한다. 조금 뒤, 아이는 신나는지 제 놀이바구니에 올라서서 피리를 분다. 피리를 부는 틈틈이 피리질을 멈추고는 고개를 까딱하며 인사를 한다. 아버지는 손전화로 아이 놀이를 동영상으로 담는데, 손전화가 꽉 찼다며 더 못 담는다. 어, 손전화 꽉 차면 어떻게 하지? 어떻게 셈틀로 옮기는지 모르는데. 아이는 아버지 무릎에 엉덩이를 들이밀고 앉아서 논다. (4344.4.12.불.ㅎㄲㅅㄱ)
 

 

(물 얻어다 쓰던 이오덕학교에서 씻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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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4.2. 

아이하고 쑥 뜯으러 나왔다. 

 

아이는 논둑에서 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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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4.1. 

아빠 옆에서 수첩에 공부놀이를 하다가... 

 

옷장에 들어가는 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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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사진 이야기] 11. 서울 책나라. 2009.봄.


 헌책방치고 큰길에 자리하기란 만만하지 않습니다. 드물게 큰길가 목 좋은 데에 자리하면서 책을 무척 많이 다루는 헌책방이 있습니다만, 웬만한 헌책방은 큰길가보다는 골목 안쪽에 자리합니다. 큰길가에 자리하더라도 사람 발길이 잦은 곳에 자리하기 벅찹니다. 헌책 팔아 가게삯을 치르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헌책방 살림을 꾸리는 분들은 해가 날 때에 해를 바라보면서 일을 하기를 바라고, 책손들이 햇볕을 쬐면서 따사로운 기운으로 책 하나 맞아들이기를 비손합니다. 생각해 보면, 헌책이든 새책이든 따사로운 햇살이 누구한테나 골고루 따스한 마음길을 베풀듯, 따사로운 넋이 깃든 책을 누구나 따사로운 발걸음으로 찾아나서면서 따사로운 손길을 북돋우고, 따사로운 눈길로 이 땅 곳곳에서 따사로운 땀방울을 흘릴 수 있으면 기쁘리라 꿈꿀 테니까요. 어른도 아이도 고운 책결을 느끼면서 고운 마음결을 보듬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4344.4.12.불.ㅎㄲㅅㄱ)


- 2009.봄. 서울 회기동 책나라
 

 

 

(최종규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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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51] 흙일꾼

 집에서 살림을 하기에 살림꾼입니다. 살림꾼은 집일만 하는 사람을 일컫지 않습니다. 집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집일꾼이에요. 살림을 하기에 살림꾼이라고 따로 일컫습니다. 흙을 만지면서 일을 한다면 흙일꾼입니다. 아직 어설프면서 어리숙하게 텃밭을 돌보는 저 같은 사람은 흙일꾼이라는 이름조차 부끄럽기에, 섣불리 흙일꾼이라 밝히지는 못하고 흙놀이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느덧 스무 해 즈음 글을 쓰며 일을 했기에 글일꾼이라 할 만한데, 사진으로도 일을 하니까 사진일꾼이라 할 수도 있겠지요. 일을 한대서 일꾼이지만, 일만 한다면 나 또한 기계와 마찬가지로 맥알이 없거나 따스함 없는 목숨이 아닌가 하고 느낍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집일꾼에서 집살림꾼으로 거듭나는 한 사람이 되고자 힘쓰려 합니다. 흙놀이에서 흙일꾼으로 거듭난다면 나중에는 흙살림꾼으로 살아가자고 다짐합니다. 집일꾼에서 집살림꾼이 되고, 책일꾼에서 책살림꾼으로 다시 태어난다든지, 글일꾼에서 글살림꾼으로 거듭 꽃피운다면, 나한테 고운 목숨을 베풀어 준 우리 어버이한테 기쁨과 사랑을 갚는 길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4344.4.1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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