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절망선생 2
쿠메타 코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원고지 석 장 느낌글 014] 안녕, 절망선생 2


 《안녕, 절망선생》 2권에서는 어떠한 꿈도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믿는 절망 선생한테 맞서면서 “소원을 빌면 반드시 이루어집니다(7쪽).” 하고 말하는 주인공 고등학생이 유카타를 입고 첫머리를 엽니다.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라 하듯, 모든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여기면 어느 한 가지조차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모든 꿈은 이루어진다고 여기면 어느 한 가지라도 이루어집니다. 못 이룰 꿈이란 없습니다. 못 할 일이란 없습니다. 못 이룰 사랑은 없고, 못 할 놀이란 없습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끔찍한 길을 걸으면서 아픔과 슬픔만 잔뜩 빚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어여쁜 길을 거닐면서 기쁨과 웃음을 노상 나눌 수 있습니다. 맨 처음은 바라볼 수 있느냐요, 다음으로는 바라보는 곳을 느낄 수 있느냐이며, 이윽고 느끼는 삶을 스스로 받아들여 즐기면서 누릴 수 있느냐입니다. 말과 넋과 삶이 하나로 이어질 때에는 내가 꿈꾸는 무엇이든 천천히 알맞게 이루어지면서 언제나 맑게 웃고 밝게 땀흘릴 수 있습니다. “안녕, 절망선생”이라는 말은 “잘 가요, 절망선생”일 수 있고 “반가워요, 절망선생”일 수 있으며 “또 봐요, 절망선생”일 수 있는 한편 “이제 그만 만나요, 절망선생”일 수 있습니다. (4344.8.23.불.ㅎㄲㅅㄱ)


― 쿠메타 코지 그림,학산문화사 펴냄,2006.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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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8-23 12:41   좋아요 0 | URL
제가 얼마 전에 읽은 '안녕, 우울증'의 리뷰를 적으면서 안녕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하여 'Hi''Good-bye'라고 하며 좀 그랬거든요.
이렇게 바꿔볼 수 있는 거네요. 반가워요, 잘가요, 또 봐요, 이제 그만 만나요~

파란놀 2011-08-23 17:08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한자말'인 안녕을 그냥 생각없이 말하기 때문에,
이 인사말을 예전 사람들이 어떤 뜻과 느낌으로 나누었는지를
그만 잊어버리고 말아요.

잘 지냈니? 잘 있었어? 잠 잘 잤니? ... 부터
온갖 인사말이 '안녕'이나 '바이바이'에 짓눌리고 말아요.

그러나, 이 만화책에서 다루는 '안녕'은
이 모두를 아우르는 말마디라서
따로 풀어낼 수는 없고,
만화에 나오는 온갖 이야기에 따라
왜 '안녕'이라 하는가를 생각하도록 한답니다~
 
안녕, 절망선생 1
쿠메타 코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원고지 석 장 느낌글 013] 안녕, 절망선생 1


 《안녕, 절망선생》 1권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사내가 나오면서 이야기를 여는데, 불쑥 튀어나온 고등학생한테 가로막힙니다. 고등학생은 두 팔을 활짝 펼치며 “이렇게 찬란한 봄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10쪽)?” 하고 묻습니다. 봄이 이토록 사랑스럽고 아름다운데 누가 목숨을 끊겠느냡니다. 온누리 모든 것에 빛을 잃으며 어서 이 땅을 떠나고 싶은 사람은 어이없다고 느끼지만, 몰래 목숨을 끊지도 못합니다. 목숨을 끊겠다고 수없이 다짐하지만 정작 목숨을 끊지 못하는 사람은, 고등학생 말마따나 목숨을 끊지 못할 사람인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온누리 모든 것에 빛을 잃은 이는 아무 말 없이 사랑을 저버리면서 저승으로 갈 테니까요. 돌이켜보면, 스스로 ‘절망 선생’인 사내는 절망에 어린 빛을 스스로 감싸면서 ‘절망 없는 희망’ 가득한 곳에서 아름다이 살아가고픈지 몰라요. 모든 절망을 모든 희망으로 돌리도록 곁에서 북돋울 고운 길동무를 찾는지 모릅니다. 1권을 덮으면서 생각합니다. 그래, 이 땅에 무슨 절망이 있겠느냐, 다만, 몸이 아픈 옆지기가 쓸 스텐녹즙기를 장만하고 싶으나 가장 싼 녀석이 100만 원을 넘어 절망스럽지만, 뭐, 나도 이 고단함이 어떻게든 풀리겠지요. (4344.8.23.불.ㅎㄲㅅㄱ)


― 쿠메타 코지 그림,학산문화사 펴냄,2006.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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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집을 나와 부리나케


 시골집을 나와 부리나케 자전거를 달려 면내 버스역에서 서울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시외버스 때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쉬지 않고 발판을 굴린다. 자전거를 이렇게 굴리는 동안, 나는 아무런 소리도 듣지 않고, 어떠한 냄새도 맡지 않는다. 시외버스에서는 버스 바퀴 구르는 소리랑 엔진 움직이는 소리만 가득해서 귀가 쩡쩡 울린다. 자가용을 탄다 한들 새소리나 바람소리를 들을 만할까? 도시에서 살아가며 내 목숨을 고이 아끼려 애쓰지 않는다면, 누구나 금세 눈멀고 귀멀며 마음이 조각조각 바스라지리라 느낀다. 힘이 들어 시외버스 걸상에 폭 안기면서 마음을 쉬지 못한다. (4344.8.16.불.ㅎㄲㅅㄱ)
 

- 지난주에 서울마실을 하던 길에 공책에 적은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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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을 잘 씻는 아이


 석 돌을 지난 네 살 첫째가 손을 씻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손씻이가 영 어설프다고 느꼈으나, 이제는 제법 잘 비빕니다. 낯을 씻을 때에도 이마부터 턱까지 잘 문지릅니다. 이제 됐구나, 아니 이제 이렇게 씩씩하며 멋진 어린이가 되었구나, 하고 느낍니다. 팔월 들어 비로소 고개를 내민 햇살이 아스팔트길을 따뜻하게 데웁니다. 시골자락에도 흙길은 거의 없습니다. 시골에서 시멘트길을 찾기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이제 시골길도 으레 아스팔트길입니다. 다만, 도시처럼 자동차가 쉴새없이 드나들지 않습니다. 아이는 햇살 내리쬐는 따뜻한 아스팔트길에서 맨발로 걷습니다. 발바닥으로 넓게 스며드는 따순 기운이 좋겠지요. 아이가 따순 기운을 받아들일 흙길이 있는 시골이라면 더없이 좋을 테지만, 어른들은 흙길을 놔두지 않습니다. 어른들은 ‘흙길일 때에는 비가 오고 나면 흙탕이 되고 파여서 자동차가 오가기 나쁘다’고 하면서 모조리 시멘트로 뒤집어씌우거나 아스팔트를 덮습니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맨발로 흙 기운과 햇살 기운 받아들일 살가운 자리를 한 뼘만큼도 놔두지 않습니다. 흙길을 흙길인 채 두며 텃밭으로도 돌보지 않고 그저 놀이터로 삼을 생각조차 없습니다. 고작 한두 평조차 아이들 놀이터로 놀리지 않습니다.

 아이야, 네 어버이는 땅 한 평 사서 가질 만한 돈마저 없는 사람이란다. 아니, 한두 평이나 열 평까지는 살 만한지 모른다. 그러나 너와 내가 흙길을 밟을 만한 자리에 꼭 한두 평이나 열 평만 땅을 팔 땅임자는 어디에도 없겠지. 아무쪼록 무럭무럭 씩씩하고 다부지게 잘 자라렴. 네가 씩씩하고 다부지게 손을 잘 씻듯, 네 동생한테 손씻이를 잘 가르치렴. (4344.8.23.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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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69] 범나비

 서울에서 올림픽이 있던 1988년을 앞두고 ‘호돌이’라는 상징이가 널리 퍼졌습니다. 이무렵 국민학교에서는 올림픽 표어와 포스터를 노상 그리도록 했고, 호돌이를 예쁘게 여기도록 하는 온갖 인형이며 상품이며 나돌았습니다. 라면이건 무어건 겉에 호돌이 그림이 깃들곤 했습니다. 철없이 놀며 깊이 생각하지 않던 어린 나날이기에, 〈상계동 올림픽〉 같은 이야기는 아예 알지 못했는데, 둘레 어른들 가운데 할머니나 할아버지, 또 시골 어르신들은 “왜 ‘호돌이’인가?”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셨습니다. 당신들한테는 ‘虎狼돌이’를 줄인 ‘호돌이’가 아닌 ‘범돌이’여야 옳으니까요. 어른들은 우리 띠를 일컬을 때에 언제나 ‘범띠’라 말했지 ‘호랑이띠’라 말하지 않았습니다. ‘호랑이띠(호랑띠)’라 말하거나 ‘호랑나비’라 말하면, 으레 ‘범띠’와 ‘범나비’로 바로잡았습니다. 죽어서 가죽을 남기는 짐승은 ‘범’이요, 누런 빛깔이 아닌 하얀 빛깔일 때에는 ‘흰범’이라 했어요. 네 살 아이 손을 잡고 한 살 아이는 품에 안으며 멧길을 오르내리는 동안 나비 한 쌍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합니다. 나는 우리 첫째한테나 둘째한테나 이렇게 서로 예쁘게 팔랑거리는 나비를 바라보며 “이야, 범나비로구나.” 하고만 가리키리라 생각합니다. 무늬가 있는 범은 ‘무늬범’입니다. (4344.8.2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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