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숲’을 마련하는 책터를 꿈꾸기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1.10.13.



 누군가는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은 돈이나 땅이 있어서, 금세, 아니 처음부터 따사로우며 넉넉한 ‘집숲’을 마련하거나 누리겠지요. 가장 아름답고 좋은 일이에요. 모든 사람이 가장 아름다우면서 좋게 살아갈 때가 참 즐거우리라 느껴요. 그러나, 둘째로 좋거나 막째로 좋다 하더라도, 이 길 저 길 거치거나 에돌면서 차근차근 ‘집숲’을 일굴 수 있으면, 이대로 또 예쁘면서 사랑스러우리라 믿어요. 우리 네 식구부터 좋은 마을자락 한켠에 깃들면서 고운 사람들 이웃으로 맞이하는 착한 일꾼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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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름센터 시작합니다
쇼도 가오루 지음, 박재현 옮김, 야마다 우타코 그림 / 가치창조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즐거이 살아가며 즐거이 읽기
 [어린이책 읽는 삶 11] 쇼도 가오루, 《심부름센터 시작합니다》(가치창조,2000)



- 책이름 : 심부름센터 시작합니다
- 글 : 쇼도 가오루
- 그림 : 야마다 우타코
- 옮긴이 : 박재현
- 펴낸곳 : 가치창조 (2010.4.20.)
- 책값 : 8500원


 가을이 깊어지면서 나뭇잎이 하나둘 집니다. 찬바람이 싱싱 불면서 들판과 밭자락에서 끝없이 자라려 하던 들풀이 수그러듭니다. 앙상한 나무는 잎을 모두 떨군 채 겨울나기를 할 테고, 들풀이 수그러든 들판과 밭자락은 이들 들풀이 거름이 되고 이불이 되면서 겨울살이를 하겠지요.

 날이 쌀쌀하니 소매 긴 옷을 챙겨 입습니다. 찬바람에 따라 긴옷입니다. 그런데, 여느 도시에서는 한여름에도 긴옷을 입곤 합니다. 시골에서 도시로 볼일을 보러 마실을 해야 할 때에도 긴옷을 챙겨야 합니다. 버스이든 기차이든 전철이든 온통 에어컨을 펑펑 틀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와글와글 북적이는 전철이나 버스에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다면 숨통이 막힐 테지요. 그렇지만 언제부터 왜 자동차에 에어컨을 달아야 했을까 궁금합니다. 창문을 열어 바람을 쐴 수 없는 노릇인가요. 지난날에는 기차도 창문을 열어 바람을 쐬었어요. 전철도 땅밑을 오가지 않고 땅위를 달릴 때에는 창문을 열어 바람을 맞아들였어요.

 가만히 돌이키면, 자동차가 부쩍 늘어나면서 에어컨을 써야 합니다. 자동차가 부쩍 느는 바람에 버스를 타며 창문을 열면 매캐한 바람이 잔뜩 몰려들어 재채기가 나옵니다. 자동차를 모는 사람 또한 창문을 열기보다는 에어컨을 틀곤 합니다. 내 자동차를 비롯해 숱한 자동차가 내뿜는 매캐한 배기가스를 들이마시고 싶지 않으니까요.

 여름날 면사무소를 찾아간다든지, 은행에 들른다든지, 우체국에 가 본다든지, 무슨무슨 기관에 발을 디딘다든지 하면, 바깥하고는 너무 다른 차가운 바람 때문에 오슬오슬 떨곤 합니다. 그예 철을 잊습니다. 고스란히 날을 잊습니다.

 바깥 볼일을 마치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시골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합니다. 철을 잊은 터에서 일하는 사람한테는 어떤 철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날을 잊는 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어떤 날을 누릴까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따순 바람과 함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살아갈 목숨을 텐데, 사람은 따순 햇살과 함께 차가운 물을 마시며 살아갈 목숨일 텐데, 철도 날도 잊는다면 무엇을 아는 목숨으로 살아낼 만한지 모르겠습니다.


.. 이름 있는 고전적인 자동차는 아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좋아했던 부품을 모아서 만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자동차다 … “너, 조수가 되어 일해 줄래?” “너라고 말하지 말아요. 나는 ‘미카’예요. 이름으로 제대로 불러 주세요.” …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광택, 녹슴, 곰팡이 예방’이라고 쓰여 있었어. 성분은 밀랍, 밍크오일, 부처꽃, 괭이밥의 이파리, 푸조나무의 껍질, 물잠자리의 날개 ..  (5, 32, 57쪽)


 즐거이 살아가는 사람은 즐거이 나누는 사랑입니다. 바삐 살아가는 사람은 바쁜 나머지 잊거나 잃는 사랑입니다. 즐거이 살아가는 사람은 즐거이 읽는 책입니다. 허둥지둥 살아가는 사람은 허둥지둥 앎조각을 쌓거나 자격증을 거머쥐려고 읽는 책입니다. 즐거이 살아가는 사람은 고마이 먹는 밥입니다. 돈벌이에 매여 살아가는 사람은 돈벌이할 틈을 쪼개느라 밥맛을 하나하나 차분히 느낄 틈이 없습니다.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가자면 서로 즐거울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갈 사람은 바쁠 수 없습니다.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가고 싶기에 꿈 한 자락 즐거이 나눕니다. 서로 사랑할 틈이 없기에 그만 매몰차거나 딱딱한 몸짓과 말투가 되고 말아요.

 아이들이 반드시 대학교에 가야 한다면 아이들 모두 대학교에 갈 수 있도록 대학교 문이 열려야 합니다. 아이들이 굳이 대학교에 가야 하지 않는다면 대학교 문턱은 높아도 됩니다. 그러니까, 오늘날 이 나라는 아이들이 굳이 대학교에 가야 하지 않아요. 대학교 문턱이 너무 높거든요. 입시지옥 굴레가 너무 모질고, 대학교 배움값이 지나치게 비싸요. 이런 나라에서는 대학교는 부질없어요.

 사람은 누구나 문턱이 낮은 곳으로 가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아낌없이 마음을 여는 이웃이랑 사귀고, 허물없이 마음을 열어젖힌 동무랑 사랑을 나눌 노릇이에요. 문턱 높은 이웃하고는 사귀지 못해요. 허물 많이 뒤집어쓰려는 동무랑 사랑을 나누지 못해요.


.. 꿈을 꾸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꿈이 샘물처럼 솟아오른다고 해요. 먹어도 먹어도 또 좋은 꿈이 쌓인대요 … “엄마는 늘 바쁘니까 귀찮게 굴면 안 돼라고 말해요. 나도 할 수 있는 심부름이 있는데도요.” ..  (22, 33쪽)


 곡식은 좋은 밥입니다. 열매는 좋은 살입니다. 풀잎은 좋은 물입니다. 스스로를 기꺼이 내주어요.

 익은 벼는 스스럼없이 고개를 숙이면서 온몸을 밥으로 내줍니다. 무르익은 열매는 가지가 휘어지도록 열리면서 온몸을 맛난 살로 내줍니다. 갓 돋은 풀잎은 싱그러운 빛을 뿌리면서 고운 내음 번지는 푸른 물을 내줍니다.

 사랑이면서 삶이에요. 삶이면서 사랑이에요. 흙은 누구한테나 밥을 내줍니다. 햇살은 누구한테나 밥을 먹입니다. 물은 누구한테나 밥을 베풉니다. 바람은 누구한테나 밥을 차려 줍니다.

 이야기책 《심부름센터 시작합니다》(가치창조,2000)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할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자동차 하나를 온사랑으로 보듬는 젊은이는 마을 이웃을 따사로이 사랑하는 길을 걸으면서 살림을 꾸립니다. 돈을 더 많이 벌려고 바둥거리지 않아요. 혼자 돈을 거머쥐려고 버둥거리지 않아요. 젊은이 삶을 아끼려고 애씁니다. 젊은이 나날을 사랑하려고 힘씁니다.


.. 장난감 가게에 들어가서 나는 아이코, 하고 생각했다. 주위에는 유모차를 밀고 있는 엄마나 아이들의 손을 잡은 아빠로 가득했다. 여자 아이는 장난감도 보지 않고, 그런 가족들의 모습을 부러운 듯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갈까?” “네.” … 나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나를 지켜봐 준 이가 있었다니! ..  (29, 69쪽)


 다만, 젊은이는 모든 사랑을 빈틈없이 갖추지 않습니다. 젊은이 한 사람이 온갖 사랑을 빠짐없이 건사하지 않아요. 아직 틈이 많아요. 아직 많이 모자라요. 그래, 그러니까 젊은이입니다. 비고 모자란 틈이 많기에 젊은이입니다. 천천히 배우고 천천히 깨달으며 천천히 사랑하기에 젊은이예요.

 새롭게 배우기에 젊은이입니다. 고맙게 맞아들이기에 젊은이입니다. 해맑게 어깨동무하기에 젊은이예요.

 아직 젊은 한 사람은 아이를 낳아 함께 살아가는 어버이 같은 슬기가 있을 턱이 없습니다. 아직 젊은 두 사람은 쉰 해 예순 해 일흔 해를 살아온 할매나 할매처럼 깜냥을 갈고닦을 턱이 없습니다. 스무 살 젊은이는 스무 살 젊은이답게 여러 가지를 합니다. 스물두 살 젊은이는 스물두 삶 젊은이답게 여러 사람을 만납니다.

 여러 일을 하고 여러 사람을 마주하면서 제 얼굴과 눈길과 마음을 가다듬는 젊은이예요. 젊은이는 “심부름집을 꾸리”면서 사랑을 배웁니다. 심부름집 일을 하면서 사랑을 느낍니다.


.. “태어나는 많은 것들에게는 봄바람과 빛이 필요하거든.” … “나는 젊은 시절에는 늘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고 이 세상에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에 와서, 오히려 시간이 넉넉한 것처럼 생각이 드네요.” ..  (70, 84쪽)


 쇼도 가오루 님 글과 야마다 우타코 님 그림이 보드랍게 어우러진 이야기책 《심부름센터 시작합니다》는 아주 대단한 삶을 담지 않습니다. 아마 이 책 비슷한 이야기는 어렵지 않이 다른 데에서도 찾아 읽거나 들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꽤 되리라 생각해요.

 이야기책 《심부름센터 시작합니다》는 젊은 한 사람이 젊은 한 사람대로 스스로 제 삶을 사랑한 줄거리를 보여줍니다. 이 마을 이 사람은 이 마을 이 사람대로 제 이야기를 들려주고, 저 마을 저 사람은 저 마을 저 사람대로 당신 이야기를 들려줘요. 다 다른 사람들은 다 다른 사랑을 길어올립니다. 다 다른 이웃들은 다 다른 사랑을 오순도순 나눕니다. 다 다른 사랑은 다 다른 삶터에서 다 다른 무지개옷을 입으며 가만히 흙에 뿌리내려 새잎을 냅니다. (4344.10.1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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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ferry 2011-10-19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둘러보아요. 된장님의 서재에서는 긴장이 되요. 쉽게 쓰던 말들도 조심하게 되고......얼마나 많은 우리 말을 잊어가는 중인지 깨닫게 되기도 하고요, 다정한 말투지만 그 안에 단단한 확신과 진정성을 담기위해 꾹꾹 눌러쓴 된장님의 비평을 읽고 있노라면 왠지 재능없고 노력을 게을리 하는 작가이거나, 무지한 독장의 입장이 되어 얼굴이 화끈거리고요. >~<::
동시에 된장님의 생활방식이나 사고방식들이 제 삶에 건강한 자극을 줍니다.:-)

파란놀 2011-10-23 05:11   좋아요 0 | URL
즐거이 살아가며 즐거이 읽고
즐거이 나눌 수 있으면 돼요~ ^^
 



 딱딱한 신


 딱딱한 아스팔트·시멘트·대리석·쇠판만 밟으며 살아갈 서울이나 큰도시인 탓에 모두들 딱딱한 신을 꿰고 딱딱한 눈길·얼굴·몸짓이 되고 마는군요. 흙을 밟으면서 살아간다면 말랑말랑한 신을 꿰며 발바닥이 단단해지고 몸·손·마음 또한 단단해져요. 맨발로 흙을 박차요. 서울사람은 딱딱한 신에 말랑말랑한 발을 감추고는 서로를 등치거나 들볶는 굴레에서 안쓰러이 허우적거려요. (4344.10.15.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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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어린이 책읽기


 서울은 시골서 어린이와 푸름이와 젊은이를 송두리째 빼앗는데, 어째 서울이라는 곳은 조금도 맑지 않고 푸르지 않으며 싱그럽지 않을 수 있을까. 어린이가 많으나 어린이 웃음소리 듣기 힘들고, 아기들 많이 태어나지만 아기들 울음소리 듣기 어려우며, 푸름이 많으나 푸른 꿈결 마주하기 벅차며, 젊은이 넘치나 싱그러운 사랑 빛나지 못한다.

 서울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어떤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서울서 푸르게 자라야 할 푸름이는 어떤 이야기를 가슴에 안을 수 있을까. 서울서 구슬땀을 흘릴 젊은이는 어떤 일을 신나게 붙잡을 수 있을까.

 서울을 스쳐 지나가기만 할 때에도 숨이 막힌다. 서울을 거쳐 일산으로 가거나 인천으로 가거나 춘천으로 갈 때조차 매캐한 바람 때문에 재채기가 나온다. 서울에 살짝 내려 가게에 들르거나 밥집을 찾을 때에는 눈알이 핑핑 돈다.

 어린이라서 어린이집에 가야 하지 않다. 푸름이라서 자율학습과 보충수업과 학교옷과 손전화에 얽매인 채 대학입시에 목매달아야 하지 않다. 젊은이라서 영어와 자격증을 붙들고 큰회사 사무직이나 공공기관 공무원 펜대를 놀려야 하지 않다.

 어린이 자리란 무엇인가. 어린이가 손에 쥘 연장이나 책이란 무엇인가. 푸름이 자리란 어디인가. 푸름이가 두 발로 설 땅이나 터란 어디인가. 젊은이 자리란 있는가. 젊은이가 부둥켜안을 이웃과 어깨를 겯을 동무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 거의 모든 책은 서울에서 만들고 서울에서 팔려 서울에서 읽힌다. 이 서울이란, 이 서울 삶이란, 이 서울 사람들이란, 얼마나 아름답거나 착하거나 참다웁기에, 서울에서 책을 만들어 서울에서 읽히려 하는가. (4344.10.1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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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집이 우리 집일까


 우리 식구 새로 살아갈 집을 계약하러 길을 떠나 여러 날 보냈다. 이제 앞으로는 돌아오지 않을 곳으로 돌아와서 남은 짐을 둘러본다. 책을 쌓아 둔 자리에서 책꽂이 넷이 바닥에서 스며 올라온 물기에 젖어 곰팡이가 잔뜩 핀 모습을 본다. 우리 책들을 멀리멀리 실어 옮기자면 돈을 얼마쯤 치러야 할까. 이삿짐 나르는 곳에서는 이런 일을 해 본 적은 없겠지. 예상이든 견적이든 내기 퍽 힘들 테지.

 전화를 기다리면서 곰곰이 생각한다. 어느 집이 우리 집일까. 어디를 두고 우리 집이라 이야기해야 하나. 집 계약 하는 일 때문에 인감증명이 있어야 해서 전입신고를 먼저 했다. 전입신고를 했으니 내 몸이 있는 이곳은 우리 집이라 할 수 없을까. 아직 모든 짐이 이곳에 있는 만큼 짐차에 실어 옮길 때까지는 이곳을 우리 집이라 해야 할까.

 멧자락 작은 집은 시월 한복판을 넘어서면서 퍽 쌀쌀하다. 하루라도 집 옮기는 일을 늦추면 몸과 마음이 무척 고되겠다. 새 보금자리 계약이든 책을 들일 자리 새로 짓는 일이든 얼른 마무리될 수 있기를 꿈꾼다. 비 새는 지붕과 천장 한쪽을 손질하는 일이 금세 끝날 수 있기를 비손한다. 아이들이 맑은 달빛을 고요히 올려다보면서 마음껏 뛰놀 보금자리에서 밥을 하고 빨래를 하며 이웃하고 어우러질 나날을 바란다. (4344.10.17.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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