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곳 까만 신 어린이


 읍내마실을 하던 토요일 아침, 부산히 짐을 꾸려 버스 타는 데로 나온다. 예전 멧골집에서는 버스 타는 데로 나오자면 이십 분쯤 걸어야 했다. 고흥 도화 동백마을 시골집에서는 마당에서도 군내버스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군내버스 지나가는 모습이 보일 때에 대문 앞에서 손을 흔들며 소리를 쳐도 버스가 멈추어서 기다려 준다. 대문에서 버스 타는 데까지는 걸어서 1분. 자동차 거의 드나들 일 없는 큰길이 마당에서 보인다. 고작 걸어서 1분 안쪽인 살림집이라 할 테지만, 참 조용하다. 해 떨어진 뒤로 마을 앞길을 지나가는 자동차는 거의 구경조차 할 수 없다. 이 마을 사람이 느즈막하게 볼일 보러 오가지 않는다면 이 앞길을 지나다닐 자동차는 하나도 없다.

 군내버스를 기다린다. 아이는 어머니 옆에 앉는다. 아이는 으레 어머니 앉음새를 따라한다. 어머니가 다리를 꼬면 저도 다리를 꼬겠다며 용을 쓴다. 갓난쟁이 동생을 업은 어머니가 아이를 받치느라 허리를 살짝 구부려 가만히 앉은 옆에서 첫째 아이는 다소곳하게 앉아 손가방을 든다. 손가방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을까. 예전에 얻은 까만 신을 오늘 처음 신는다. (4344.11.21.달.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이야기하는 어린이


 읍내에 증명사진 찍으러 마실을 다녀온다. 방에 놓을 책상 하나 새로 마련하기도 한다. 군내버스를 기다린다. 버스 때를 잘못 아는 바람에 찬바람 오래 쐬면서 기다려야 했는데, 이동안 아이는 다른 버스 지나가는 길에 어느 할머니한테 종알종알 말을 걸며 손을 흔든다. 누구한테나 구김살없이 말을 걸며 손을 흔들 줄 아는 몸짓을 곱게 이을 수 있기를 꿈꾼다. (4344.11.21.달.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강우근 님 새책을 다 읽고 나서 요즈음 나온 다른 책을 살피려고 찾아보니, <여운형 이야기> 그림 그린 책이 하나 뜬다. 이런 책이 나왔구나. 글은 뻔하리라 느낀다. 창작과비평사에 나온 이시형 시인이 쓴 평전만큼 이야기를 담았으리라고는 느끼기 어렵다. 그나저나, 웅진인물 이야기에서 연변조선족 작가 리혜선 님이 김학철 님 삶을 다룬 책이 하나 있는 모습이 눈에 뜨인다. 일본 과학자 노구치를 다룬 평전도 눈에 뜨인다. 이런 사람들 이야기가 아이들한테 널리 사랑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3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김학철 이야기- 자유 찾아 만리길
리혜선 지음, 강소희 그림 / 웅진주니어 / 2009년 10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2011년 11월 21일에 저장
품절

노구치 이야기- 현미경 속 세상에 우뚝 선 조막손이
정지아 지음, 최민지 그림 / 웅진주니어 / 2010년 5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2월 1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1년 11월 21일에 저장

여운형 이야기- 자주독립을 향한 올곧은 양심
신동진 지음, 강우근 그림 / 웅진주니어 / 2011년 8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1년 11월 21일에 저장



3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290) 선하다善 3 : 선하고 깊은 밤색 눈동자


.. 이 어린 아르덴 소년은 생김새가 무척 고왔습니다. 선하고 깊은 밤색 눈동자와 발갛게 홍조를 띤 얼굴에, 특히 목 언저리에서 살짝 삐친 금발 머리가 사랑스러웠지요 ..  《위다/노은정 옮김-플랜더스의 개》(비룡소,2004) 27쪽

 “발갛게 홍조(紅潮)를 띤 얼굴”은 잘못 적은 겹말입니다. ‘홍조’는 붉어진 모습을 가리키거든요. “붉어진 얼굴”이라 적거나 “홍조를 띤 얼굴”이라 적어야 올바릅니다.

 ‘특(特)히’는 ‘더욱이’나 ‘무엇보다’나 ‘게다가’로 다듬고, “금발(金髮) 머리”는 “금빛 머리”나 “노란 머리”나 “보리빛 머리”나 “샛노란 머리”나 “노랑 머리”로 다듬습니다. ‘금발’은 “금빛 머리털”을 뜻하니, “금발 머리”처럼 적을 때에도 잘못 쓰는 겹말이 돼요.

 선하고 깊은 밤색 눈동자
→ 착하고 깊은 밤빛 눈동자
→ 상냥하고 깊은 밤빛 눈동자
→ 따스하고 깊은 밤빛 눈동자
 …

 착한 넋으로 살아가는 아이 눈동자를 들여다봅니다. 아이 눈빛이 착합니다. 상냥한 매무새로 살아가는 아이 눈동자를 바라봅니다. 아이 눈빛이 상냥합니다. 따스한 몸짓으로 살아가는 아이 눈동자를 마주봅니다. 아이 눈빛이 따스합니다.

 저마다 살아가는 결 그대로 눈빛을 가꿉니다. 저마다 사랑하는 마음씨 그대로 눈빛을 드러냅니다.

 착한 어른은 착한 동무를 사귀면서 착한 아이와 사랑스럽습니다. 상냥한 어른은 상냥한 이웃과 어깨동무하면서 상냥한 아이와 즐겁습니다. 맑은 어른은 맑은 사람으로 하루를 누리면서 맑은 아이와 살갑습니다.

→ 부드럽고 깊은 밤빛 눈동자
→ 맑고 깊은 밤빛 눈동자
→ 싱그럽고 깊은 밤빛 눈동자
 …

 착한 눈을 들여다보면서 부드러운 사랑을 헤아립니다. 상냥한 눈을 바라보면서 맑은 꿈을 살핍니다. 따스한 눈을 마주보면서 싱그러운 이야기를 길어올립니다.

 마음을 착하게 보살피면서 말마디를 착하게 보살피는 사람들 삶자락을 생각합니다. 사랑을 착하게 보듬으면서 글줄을 착하게 여미는 사람들 삶무늬를 헤아립니다. (4344.11.20.해.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한국의 고건축 1 - 비원
임응식 지음 / 광장 / 1979년 6월
평점 :
절판




 자연에서 쉴 수밖에 없는 사진
 [찾아 읽는 사진책 68] 임응식, 《韓國의 古建築 ① 秘苑》(광장,1976)



 1970년대 끝무렵에 커다란 판으로 나온 얇은 사진책 묶음 “韓國의 古建築” 1번은 《秘苑》(광장,1976)입니다. 1970년대 끝무렵이란 새마을운동에 따라 시골마을 옛집이 거의 사라질 즈음입니다. 서울이나 크고작은 도시 커다란 기와집이나 궁궐이나 성곽은 문화재로 삼아 이럭저럭 건사하지만, 여느 사람들 수수한 살림집은 깡그리 무너지거나 허물려야 했어요. 대통령이 노랫말까지 붙여 ‘새마을운동’을 널리 퍼뜨리기에, 시골마을 흙길은 시멘트길로 바뀝니다. 소가 일구고 소가 갈던 논밭은 기계가 일구고 기계가 갑니다. 소는 흙에서 난 밥을 먹고 흙으로 거름을 돌려줄 뿐 아니라 제 몸뚱이인 고기까지 내줍니다. 기계는 기름을 먹고 배기가스를 내보낼 뿐 아니라 어느 만큼 나이를 먹으면 고스란히 쓰레기가 됩니다. 풀약 없이 흙을 일구고 비료 없이 곡식을 거두던 시골마을은 사라집니다. 참말 송두리째 사라집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풀약이나 비료가 따로 없더라도, 비닐이나 비닐집이 굳이 없더라도, 모두 한 끼니 밥을 먹는 걱정이 없었습니다. 나라와 땅임자한테 바치는 세금이 만만하지 않았더라도 그럭저럭 밥술은 들 만했습니다. 이제 이 나라 흙일꾼은 나라와 땅임자한테 세금을 톡톡히 바치면서, 풀약과 비료와 기름과 기계를 대느라 더 많은 품과 겨를과 돈과 땀을 바쳐야 합니다. 이러면서 참다운 밥과 싱그러운 물과 달콤한 바람을 맞아들이지조차 못해요.

 “韓國의 古建築”은 1번부터 7번까지 궁궐이나 성곽을 다룹니다. 이 가운데 꼭 하나, 강운구 님 《내설악 너와집》이 있으나, 이 나라 여느 사람들 수수한 살림집 이야기는 끼어들지 못합니다. “韓國의 古建築” 9번과 10번 은 제주섬 살림집 이야기라 하는데, 책으로 나왔는지 못 나왔는지 알쏭달쏭합니다. 아직 저는 “韓國의 古建築” 9번과 10번은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제주섬 살림집 또한 “韓國의 古建築”이라는 테두리에 깃듭니다. 어쩌면, 책이름부터 ‘옛 건축’이라는 낱말이니까, 여느 사람들 수수한 살림집은 이 테두리에 낄 수 없다 할 텐데요, ‘건축’이라는 한자말은 ‘짓집기’나 ‘지은 집’을 일컫습니다. 절집도 집이요 살림집도 집입니다. 기와집도 집이며 풀집도 집이에요. 임금님 살던 집도 집이면서 흙일꾼 살던 집도 집이에요.

 곰곰이 살피면, 이 나라에서 가장 오래되면서 가장 뿌리깊으면서 가장 사랑스러우면서 가장 살가운 한편 가장 고맙고 거룩한 집이란 여느 사람들 수수한 살림집입니다. 이를테면, 2010년대에는 크고작은 도시에 가득한 아파트나 빌라가 여느 사람들 수수한 살림집이 될는지 모릅니다. 1950∼80년대에는 이때에 걸맞게 여느 사람들 수수한 살림집이 있겠지요.

 골목동네 작은 사람들이 작게 일구는 텃밭과 꽃그릇 또한 ‘좋은 건축’입니다. 임금님이 쉬던 뒤뜰에 마련된 연못만 좋은 건축일 수 없습니다. 시골마을 흙일꾼이 알뜰히 일구는 논밭 또한 아름다운 건축입니다. 우람한 성곽이나 산성만 아름다운 건축일 수 없습니다. 바닷가 김밭과 미역밭과 조개밭, 이른바 뻘밭 또한 어여쁜 건축입니다. 멧자락 나물밭과 풀숲 또한 훌륭한 건축입니다. 나무마다 열매를 떨구어 오랜 나날에 걸쳐 이룬 나무숲 또한 거룩한 건축이에요.

 “후원은 창덕궁의 동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대궐의 후원을 말하는데, 이곳은 정무에 시달리던 역대 임금들이 생활의 여가를 자연과 더불어 휴식하며 즐기던 곳으로 신비롭고 아름다운 정원이다 … 창덕궁 후원이었던 비원은 왕이 생활의 여가를 자연과 더불어 휴식하고 즐기는 곳이었으므로 궁궐의 외전이나 내전과는 기본의장이 다르게 마련이다. 그래서 비원의 건물들은 지형과 산록의 모양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건립되었고 이에 수반된 연못들도 자연풍경에 따라 만들어져 은근하고 아담한 정취를 자아내고 있다(42쪽/김원).” 하는 이야기를 읽습니다. 나라일에 바쁘며 지친 임금님이 쉬던 뒤뜰이라는 ‘후원’이자 ‘비원’이라고 하는데, 나라님은 궁궐 한켠에 ‘숲을 따로 만들어서 쉬어야’ 했다고 합니다. 자연스레 살아숨쉬는 터가 아니라 사람들이 일부러 가꾸어 쉬도록 한 터라고 해요.

 자연 그대로 살리면서 풀숲과 나무밭과 연못 한켠에 조그맣게 논이랑 밭을 두었으면 참 좋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먼 옛날 임금님이랑 신하가 아침저녁으로 푸성귀 잎을 솎고 김을 매거나 논물을 살필 줄 알았다면 아주 좋았으리라 생각합니다. 한쪽에는 닭을 치고 소한테 풀을 뜯길 수 있겠지요. 염소를 두어 젖을 짤 수 있으며, 돼지나 개가 다른 한쪽에서 살아갈 수 있어요.

 나부터 내 삶터를 돌아보면, 아직 내 손으로 씨앗을 심어 밭을 돌보거나 나무를 가꾸지는 못합니다. 추위를 앞둔 늦가을에 새 보금자리로 옮겼으니 씨앗을 심기에 너무 늦었달 수 있습니다. 올해를 묵고 이듬해부터 씨앗을 심을 만한지 모르지만, 우리 집 뒷자락 빈터 쓰레기를 고르고 물골을 낸 다음 씨앗을 심으며 가만히 기다려도 좋으리라 꿈을 꿉니다. 바람이 고요히 잠들고 햇살이 따스히 내리쬐는 날, 첫째 아이랑 함께 호미로 땅을 쪼아 씨앗 몇 알 심고 싶습니다.

 나도 옆지기랑 아이하고 우리 집 뒷자락을 뒤뜰이나 뒷밭이나 뒷터로 삼아 쉬고 싶습니다. 우리가 사랑할 나무를 씨앗으로 심어 천천히 돌보고 싶습니다. 우리 살붙이는 씨앗을 심어 뿌리를 내려 줄기를 올리는 모습을 누리고, 우리 살붙이가 낳아 돌볼 아이들과 이 아이들이 새로 돌볼 아이들은 우리 살붙이가 처음 씨앗을 심은 나무가 우람하게 자라 아름드리가 될 모습을 누리면 돼요.

 사진책 《秘苑》을 다시금 들여다보면서 생각합니다. 임금님이건 흙일꾼이건 쉬어야 일을 합니다. 일을 한 다음에는 쉬어야 합니다. 오늘날 회사원이건 공무원이건 대통령이건 교사이건 노동자이건 쉬어야 합니다. 기자이건 판사이건 쉬지 않고서는 다시 일하지 못합니다.

 쉬는 삶이란 무엇일까요. 어떻게 해야 쉬는 나날인가요. 쉬는 터는 어떻게 마련하거나 찾아야 좋을까요. 어떠한 곳을 찾아가야 비로소 느긋하게 쉴 만한가요.

 극장에서 쉴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놀이공원이나 서울 명동이나 동대문 같은 데에서 쉴 만한지 궁금합니다. 술집이 늘어선 골목이나 여관이 줄지은 골목에서 쉴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찜질방에서 쉬나요. 횟집에서 쉬나요. 포장마차에서 쉬나요. 노인정에서 쉬나요.

 사람이 사진기를 만들어 자연을 사진으로 담는 까닭은, 사람 스스로 빚은 물건과 사람 스스로 빚은 물건을 다루는 사람 모두 쉬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영갑 님은 제주섬 오름하고 어깨동무하면서 쉬었습니다. 안승일 님은 삼각산 한라산 백두산을 오르내리며 쉬었습니다. 전민조 님은 섬을 떠돌면서 쉬었습니다. 강재훈 님은 시골 분교를 찾아다니며 쉬었습니다.

 나는 헌책방 책밭이랑 골목길 텃밭을 찾아다니며 쉬었다든지, 시골집에서 아이들하고 복닥이면서 쉰다 할 만할까 헤아려 봅니다. 내 옆지기는 이 시골집에서 느긋하게 쉴 만한지 곱씹어 봅니다. 쉬는 사람일 때에 쉬는 자연이며, 쉬는 자연은 쉬엄쉬엄 따사로운 사랑을 쓰다듬습니다.

 자연에서 쉴 수밖에 없던 임금님입니다. 억지로 애써 뒤뜰을 만들지 않고서는 버틸 재주가 없습니다. 자연에서 쉴 수밖에 없는 사람들입니다. 억지로 애써 4대강을 손질한다며 법석을 떨밖에 없습니다. 자연에서 쉴 수밖에 없는 사진쟁이입니다. 패션사진을 하건 다큐사진을 하건 사진기와 사람이 너그러이 쉴 사진을 함께 누리지 못한다면 아무런 빛도 그림자도 꿈도 사랑도 사진이야기로 갈무리하지 못합니다. (4344.11.20.해.ㅎㄲㅅㄱ)


― 韓國의 古建築 ① 秘苑 (임응식 사진,김원 글,광장 펴냄,1976.9.1./판 끊어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