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츠코의 술 애장판 4
오제 아키라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작은 씨앗은 참 작디작아요
 [만화책 즐겨읽기 89] 오제 아키라, 《나츠코의 술 (4)》



 새벽이슬 맞은 논둑 풀포기 하나를 살짝 뜯어서 맛봅니다. 아버지가 풀포기 하나 바라보며 뜯자니, 곁에 선 네 살 아이가 “나도 먹을래.” 하면서 제 작은 손으로 작은 풀포기 하나 뜯어 입에 넣습니다. 이슬방울 맺힌 풀포기를 살살 씹습니다. 보드라운 풀잎사귀와 싱그러운 새벽이슬 내음이 물씬 퍼집니다.

 논둑 풀 이름은 모릅니다. 잎사귀부터 이렇게 작으니 꽃이 핀다면 꽃은 더없이 작겠지요. 꽃이 더없이 작으면 씨앗은 얼마나 더 작을까요.

 누가 씨앗을 뿌렸기에 자라는 풀이 아닙니다. 누가 김을 매거나 약을 쳐 주어 무럭무럭 자라는 풀이 아니에요. 풀은 작은 뿌리를 내리고 작은 잎을 틔우며 작은 꽃을 피우다가는 작은 열매를 맺은 다음 작은 씨앗 내놓습니다. 사람들이 느끼건 못 느끼건 제 숨을 잇습니다. 사람들이 허리 숙이거나 쪼그려앉아 들여다보건 안 들여다보건 제 푸른 내음을 퍼뜨립니다.

 아침이 밝습니다. 이슬이 마릅니다. 안개가 걷힙니다. 동이 트며 날은 차츰 따뜻해집니다. 한여름에도 한겨울에도 어둔 밤이 지나 밝은 낮이 찾아옵니다. 아무리 추운 한겨울이더라도 낮은 밤부터 따스합니다.

 따순 낮이 찾아오면 잎사귀를 천천히 여는 풀입니다. 밤에는 천천히 오므리며 잠들다가는 새벽부터 시나브로 잠을 깨는 풀입니다.

 사람도 밤에는 잠들고 새벽에 기지개를 켜며 아침에는 바지런히 제 일을 합니다. 제 삶을 꾸리는 한낮입니다.

 모든 목숨은 햇살이 비추는 따스함을 먹으면서 자랍니다. 늙은 짐승도 햇살을 먹으며 살아가고, 어린 짐승도 햇살을 먹으며 살아가요.

 햇살을 듬뿍 받은 풀을 작은 짐승이 먹습니다. 햇살 듬뿍 받은 풀 먹은 작은 짐승을 좀 덩치가 큰 짐승이 낼름 잡아서 먹습니다. 풀잎에 깃들어 풀잎을 야금야금 뜯는 벌레가 있습니다. 풀벌레는 풀짐승한테 풀과 함께 잡아먹히곤 합니다. 다른 벌레는 이 풀짐승이나 고기짐승이 죽고 난 주검을 야금야금 뜯습니다. 흙에서 태어난 목숨은 곱게 흙으로 돌아갑니다.


- “농민들도 만일 병충해에 당한다면, 하는 불만을 다 갖고 있습니다. 벌레 먹은 쌀은 아무도 사 주지 않으니까요.” “그 말은 소비자도 농약을 사용한 쌀을 원하고 있다는?” “그렇습니다.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농사를 잘 지어 하얗고 깨끗한 쌀을 수확한다, 이건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거예요.” … “그리고 최근에 도복경감제라는 것도 개발되었어요.” “도복경감제?” “네에. 벼가 쓰러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벼의 세포를 줄여 키만 작게 만드는 약이죠.” “벼의 세포를 줄여요?” “농민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죠. 하하하하.” “그 말은, 기형 벼를 만든다는 건가요?” (8∼9쪽)
- “하지만 벼가 쓰러진 건 태풍 탓만은 아니야. 다들 화학비료를 퍼부어 가며 수확량을 늘리려 하니까. 그러면 분명 수확량은 늘지만 줄기와 뿌리가 튼튼하게 자라지 못한다고. 태풍이 오지 않았다 해도 결국 쓰러졌을 거야.” (158쪽)



 따순 날씨는 하늘이 내린 선물이자, 모든 목숨이 서로를 아끼는 사랑입니다. 뭇사람을 어여삐 여기는 하늘이 뭇사람 누구나 사이좋게 어울리기를 바라며 따순 날씨를 베풉니다. 비록 참 많은 사람들이 너무 어리석거나 어리숙하게 돈벌이 밥그릇에 얽매이지만, 이렇게 어리석거나 어리숙한 사람들 또한 어여삐 제 목숨을 사랑하거나 아끼기를 바라면서 따순 날이 이어집니다.

 따순 날은 따순 사랑입니다. 추운 날은 추위를 견디며 서로 살가이 보듬는 사랑입니다. 따순 넋을 따순 손길로 나누는 삶입니다. 추위에 꺾이지 말며 추위에 한결 튼튼해지라는 삶입니다.

 이제 할머니와 할아버지만 남았다 할 만한 시골마을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구부정한 허리와 여린 힘으로 흙을 일굽니다. 시골에 젊은이가 없다지만, 면사무소나 군청이나 공공기관이나 학교에 찾아가면 모두들 젊은이입니다. 젊은이는 햇볕이 들지 않는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하루를 보냅니다. 맑거나 흐리거나 노상 책상 앞입니다.

 시골에 늙은네만 남아 걱정스럽다는 이야기를 싣는 신문이나 방송이나 책이 많지만, 막상 이렇게 이야기를 외기만 할 뿐, 한 살이라도 더 젊은 날, 시골로 돌아가서 늙은 어버이와 함께 흙을 일구는 젊은네는 드뭅니다. 아예 없다 해도 틀리지 않아요. 한 살이라도 더 젊을 적, 시골로 찾아가 내 예쁜 보금자리를 일구어 보겠다고 꿈꾸는 사람은 참 적습니다. 아예 없지 않습니다만, 마땅한 보금자리 하나 마련하기 벅찹니다.


- “내가 하려는 일이 다른 사람을 위해 조금도 도움이 안 되는 일이란 걸 알았어. 아니, 도움이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모두에게 엄청난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걸 알았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나츠코.” “고작 25평짜리 논의 잡초를 뽑는 것만도 보통 일이 아니야. 내가 직접 해 보니 실감이 나더라. 재배회를 만들면 모두에게 그 몇 배나 되는 고생을 강요하게 돼.” (24쪽)
- “아, 어느새. 이 감자가 너무 맛있다 보니. 그럼 염치불구하고. 어느 채소 가게에서 사온 건가요?” “다 내가 직접 지은 거야. 당신이 싫어하는 유기농 재배로. 훌륭한 농작물은 예술이야. 난 그렇게 생각해.” (56쪽)



 시골 작은 면에는 일거리가 얼마 없습니다. 시골 작은 군이라 해서 일거리가 많지 않습니다. 시골에 빈 터가 많고, 시골 논밭이라 하더라도 일손이 빠듯합니다.

 곰곰이 생각하며 꿈을 꿉니다. 면사무소 일꾼과 군청 일꾼이 한갓지게 책상을 지켜 앉기보다, 아침 두 시간, 낮 두 시간, 이렇게 하루 네 시간 면내 시골마을 논밭이랑 군내 시골마을 멧자락이나 바다를 돌면서 일손을 함께하면 얼마나 좋으랴 꿈을 꿉니다. 모두들 자전거를 몰아 가까운 논밭에서 일을 하면 얼마나 즐거우랴 꿈을 꿉니다. 면사무소나 군청을 찾는 손님이 있으면, 면사무소나 군청에서 전화를 걸고, 논일이나 밭일이나 멧일이나 바닷일을 하던 면사무소 일꾼이나 군청 일꾼은, 이 전화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자전거를 몰아 당신들 면사무소나 군청으로 돌아와서 민원을 다룬다면, 얼마나 재미있으랴 꿈을 꿉니다.

 면사무소가 아예 논밭 한가운데 자리하면 좋겠습니다. 여느 때에는 면사무소 둘레 논밭에서 구슬땀을 흘리면 좋겠습니다. 군청이 바닷가 앞이면 좋겠습니다. 여느 때에는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거나 낙지를 잡으면 좋겠습니다.

 저녁에 하루일을 마무리지을 때에는 한 시간쯤 일찍 일터를 나서서,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 한 병을 꽂고는, 시골마을 어르신 댁에 날마다 한 곳씩 찾아가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는 당신 보금자리로 돌아가면 참 아름답겠다고 꿈을 꿉니다.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누군가 한 사람 소매를 걷고 애쓰면 좋겠다고 꿈을 꿉니다.


- “그래, 그 녀석은 초짜야. 벼농사 따위 알지도 못하지! 하는 짓도 다 엉망진창이고! 그 초짜가, 농사라곤 지어 본 적도 없는 젊은 여자가, 농사꾼인 내게 좋은 쌀을 지어 보자고 했다고! 이건 뭔가 거꾸로 된 거 아니야?” (32쪽)
- “논은 꼴도 보기 싫다면서, 그래서 난.” “이제 좋아졌어.” “저, 정말 괜찮겠어? 잘 생각해 보라고. 농사꾼 마누라가 얼마나 힘든지 네가 제일 잘 알 거 아니야!” (45쪽)
- “이 낟알 중에 붉게 변한 쌀이 들어가는 게 아닐까요?” “뭐야, 너. 벼멸구 걱정하고 있는 거냐? 흥. 이렇게 잘 영근 낟알에 그런 게 들어 있을 리 없지.” “하, 하지만.” “나츠코, 논에는 벼멸구뿐만 아니라 온갖 벌레들이 우글거린다.” “네에, 거미에 지렁이, 우렁이 같은 기분 나쁜 벌레들이 잔뜩.” “그게 뭐가 기분 나쁘냐. 난 다들 예쁘기만 하던데. 거미는 하루에 벼별구를 5마리고 10마리고 먹어치우지. 벌레 한 마리 없는 깨끗한 논일수록 무서운 거야. 약으로 아주 씨를 말렸다는 거니까. 이로운 벌레와 해로운 벌레의 싸움 속에서 벼는 자라는 거다. 그게 논의 법칙이야.” (192∼193쪽)



 오제 아키라 님 만화책 《나츠코의 술》(학산문화사,2011) 4권을 읽습니다. 작은 힘으로 작은 논에서 작은 쌀을 거두는 작은 사람 이야기를 읽습니다. 《나츠코의 술》은 틀림없이 ‘술 만화’이지만, 2권부터 4권까지 술 이야기는 아예 안 다룹니다. 2권부터 4권까지 오로지 ‘술을 빚을 밑거름이 될 쌀을 짓는 이야기’만 다룹니다.

 《나츠코의 술》 4권을 덮고 5권을 읽기 앞서 가만히 생각에 잠깁니다. 좋은 술은 틀림없이 예술입니다. 틀림없이 예술인 좋은 술이란 바로 좋은 삶입니다. 좋은 삶이 담겨 좋은 술로 태어납니다.

 좋은 술이 되자면 좋은 쌀이 있어야 합니다. 좋은 쌀 또한 틀림없이 예술입니다. 좋은 쌀이 되자면 좋은 흙에서 좋은 볍씨를 뿌려 좋은 땀을 흘리는 좋은 흙일꾼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 나라에서 나오는 술을 떠올립니다. 이름난 술 회사에서 만든다는 술을 헤아립니다. 글쎄, 한국땅 한국술은 얼마나 좋은 사람들이 좋은 흙에서 좋은 땀을 흘리며 거둔 좋은 곡식으로 빚는 좋은 술이라 할 만할까요.


- “피었다! 꽃이 이렇게 작으니 못 알아봤지!” “난 금방 알아봤는걸. 그렇지 않아도 오늘쯤 피지 않을까 싶었어. 이삭이 좀 부풀어 보였거든. 나츠코 씨, 정말 여기서 나고 자란 거 맞아? 어릴 때 한 번도 못 본 거야?” “호.” “왜, 왜?” “촌뜨기!” (66쪽)
- “쯧쯧. 한 포기 벨 때마다 그렇게 쳐다보다간 언제 일을 끝내려고.” “나츠코 입장에서 보면 무리도 아니죠. 저 녀석이 키운 벼인걸요.” “그야 나도 알지. 그냥 쌀이 아니지. 이건.” (173쪽)
- “아, 벼에 아직 낟알이 붙어 있어요, 할아버지!” “바보야, 그네에 걸리지 않는 뿌리 쪽 낟알은 필요없어. 제대로 영글지 않은 쭉정이라고.” “그, 그래도 몇 알은 영근 게 있을지도.” “크하하. 없어, 없어. 어차피 봄에 염수선 하면 둥둥 다 떠오를 거다.” (194쪽)



 씨앗은 작습니다. 사람 몸피와 견주면 씨앗은 작습니다. 사람 몸피와 따로 견주지 않더라도 씨앗은 작습니다. 우람한 느티나무를 이루는 씨앗이든, 빨갛게 흐드러지는 단풍나무를 이루는 씨앗이든, 맛난 감알이나 배알을 맺는 감나무 배나무 씨앗이든, 모든 씨앗은 참으로 작습니다.

 작은 씨앗에서 목숨이 태어납니다. 작은 씨앗에서 태어난 목숨에 사랑이 깃듭니다. 작은 씨앗에서 태어난 목숨에 깃든 사랑으로 저마다 아끼고 돌보는 예쁜 삶을 꽃피웁니다.

 작은 씨앗 낳는 목숨들이 작은 마을을 이룹니다. 작은 씨앗 낳는 목숨들이 이루는 작은 마을에서 작은 꿈을 피웁니다. 작은 꿈은 작습니다. 작은 꿈은 작게 이루는 열매입니다. 작게 이루는 열매는 작은 사람들 삶을 살찌우는 작은 밥입니다. (4344.11.29.불.ㅎㄲㅅㄱ)


― 나츠코의 술 4 (오제 아키라 글·그림,박시우 옮김,학산문화사 펴냄,2011.8.25./9000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빠는 뻥쟁이
다케우치 쓰가 글.그림, 임정은 옮김 / 학고재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이야기밥 먹으며 자라는 아이들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01] 다케우치 쓰가, 《아빠는 뻥쟁이》(학고재,2011)


 늦은 저녁까지 잠을 이루지 않는 아이한테 노래를 불러 주는 어머니는 이녁이 어린 나날 이녁 어머니가 보드라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주었을까요. 우리 집 아이들 어머니를 낳은 어머니를 낳은 어머니는 당신이 어린 나날 쉬 잠들지 않을 때에 살가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주었을까요.

 나도 내 어머니한테서 노래를 들으며 잠자리에 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내 어머니와 아버지 또한 당신이 어린 나날 당신 어머니나 아버지한테서 노래를 들으며 잠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어버이 사랑이 깃든 노래를 듣고, 어버이는 아이였던 나날 물려받은 사랑에 새로운 사랑을 더해 아이들한테 노래를 들려주리라 생각합니다.


.. “아빠, 나 잠이 안 와.” “그래?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 줄까?” “어떤 이야긴데?” “일호가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야.” ..  (3족)


 어쩜 이리 억지를 부리는 아이가 태어났는가 하고 생각한다면, 나한테서 어린 날 보던 억지 부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새로 태어난 셈이라고 느낍니다. 어쩜 이리 예쁘며 착한 아이가 태어났는가 하고 생각한다면, 나한테서 어린 날 보던 예쁘며 착한 모습이 싱그러이 다시 태어난 셈이라고 느껴요.

 나는 내가 어리광 부리거나 떼 쓰던 일을 떠올리지 못할 수 있습니다. 나는 내가 얼마나 사랑스럽거나 귀여웠는가를 되새기지 못할 수 있습니다. 내 지난 삶이 어떠했는가를 돌이키지 않으면서 아이를 다그칠 수 있어요. 내 지난 삶이 어떠했는가를 곱씹지 않으면서 너무 바쁘거나 얽매인 채 살아갈 수 있어요.


.. “아빠, 개구리헤엄이 뭐야? 히히.” “평영이라고 하는 거야.” “수영은 못하면서 그런 건 잘 아는구나?” “응. 배영도 알고, 접영도 알아.” “그래? 그럼 이제 수영만 할 줄 알면 되겠네. 흠흠!” ..  (8쪽)


 아이들과 살아가지 않을 때에는 내 모습을 옳게 읽지 못합니다. 아이들과 마주하지 않을 적에는 내 삶을 참다이 들여다보지 못합니다.

 마을 멧자락 볕 잘 드는 자리에 봉긋봉긋 솟은 무덤을 바라볼 때면 곰곰이 생각합니다. 이 무덤들이 이 자리에 깃든 지 그리 오래지 않습니다. 기껏 쉰 해나 되었을까요. 백 해를 묵은 무덤이 있을까요.

 이백 해쯤 앞서 살던 내 먼 할배는 어떤 모습 어떤 삶 어떤 이야기였을까요. 오백 해쯤 앞서 살던 내 먼 할매는 어떤 꿈 어떤 사랑 어떤 웃음이었을까요. 즈믄 해쯤 앞서 살던 내 먼 살붙이를 기리는 무덤은 그때나 이제나 있을까요. 앞으로 백 해 뒤에는, 이백 해 뒤에는, 이 마을에 어떤 무덤이 고스란히 남으려나요. 묏자리는 사람들한테 무슨 이야기를 남길 만할까요.

 참말, 무덤을 쓰면 내 어버이는 흙으로 돌아가지 못할 뿐더러 다시 태어나지 못하겠구나 싶습니다. 무덤에 갇히다가 그만 스러지는 넋이 되겠구나 싶습니다. 무덤이 아닌 흙이나 풀이나 나무로 돌아가도록 할 때에는 내 어버이들 넋과 꿈과 사랑과 빛이 나한테 하나하나 이어질 뿐 아니라, 내 아이한테까지 살몃살몃 물려지지 싶어요. 무덤이란 몸과 마음 모두를 가두는 일이 되리라 느껴요. 왜냐하면,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 할 때에는 이 누군가가 돈이 많거나 이름이 있거나 힘이 세기 때문이 아니에요. 내가 내 살붙이와 아이들을 좋아한다면, 내 살붙이와 아이들이 더 잘생기거나 보배를 갖추었거나 하기 때문이 아니에요. 고운 마음이 좋고 착한 몸짓이 좋습니다. 살가운 목소리가 좋고 따스한 품이 좋습니다.

 넋으로 살아갑니다. 어떤 기념품이나 상징물로 살아가지 않아요. 얼로 숨을 쉽니다. 커다란 집이나 번들거리는 자가용으로 숨을 쉬지 않아요.

 하루하루 더 사랑스레 살아가고 싶은 매무새로 더 사랑스레 일구는 나날이라 할 때에는, 이러한 내 삶자락 그대로 나중에 내 아이가 빚을 사랑 열매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느낍니다. 아이들한테 좋은 밥을 먹이고 좋은 노래를 들려주며 좋은 꿈을 키우는 어버이인 내 삶이라면, 나는 이러한 삶을 고이 건사하면서 내 아이들네 아이들네 아이들로 새로 태어나면서 한껏 빛나고 싶어요.

 재미난 삶짓을 이루고, 신나는 삶꿈을 펼치며, 즐거운 삶빛을 나누고 싶어요. 밝은 눈망울로 보내는 내 하루일 때에는, 이 밝은 눈망울로 먼먼 뒷날, 내 아이들 낳을 아이들이 낳을 아이로 새로 태어나면서 반짝반짝 빛나는 맑은 눈빛을 베풀고 싶어요.


.. “와, 신난다! 근데 나 돈이 없는데.” “돈은 필요없어. 다섯 살짜리 아이가 혼자 하는 여행은 전부 다 공짜거든.” “진짜? 그럼 더 많이 먹어야지. 초밥, 불고기, 스파게티, 멜론 그리고 또 …….” ..  (15쪽)


 다케우치 쓰가 님 그림책 《아빠는 뻥쟁이》(학고재,2011)를 읽습니다. 좀처럼 잠들지 못하는 아이한테 뻥쟁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버지는 당신이 어린 나날 이런 뻥쟁이 이야기를 당신 아버지한테서 들었을까요. 뻥쟁이 아버지한테서 뻥 이야기를 듣는 아이는 뒷날 제 아이한테 똑같이 뻥 이야기를 물려줄까요.

 어쩌면 뻥 이야기가 찬찬히 되풀이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뻥 이야기는 끝나고 보드라운 자장노래가 새로 선보일 수 있습니다. 더 깊어지는 뻥 이야기가 될는지 모르고, 밤하늘 별바라기 놀이를 즐기는 삶이 될는지 모릅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버지나 어머니한테 아이들이 싱그러운 이야기꽃을 조곤조곤 피우다가 살그마니 잠들는지 몰라요.


.. “어때? 재밌지?” “응, 재밌다. 그런데 좀 …….” “좀 뭐가?” “있잖아. 용기를 시험하는 이야기인데 계속 나한테만 유리해.” “아빠가 만든 이야기니까 그렇지. 원래 이야기는 중간에 바꿔도 되는 거야.” “치, 그럼 아까 아빠가 데리러 왔어도 됐잖아.” ..  (24쪽)


 할아버지를 닮는 딸아이입니다. 할머니를 닮는 아들아이입니다. 나를 닮은 아이가 먼먼 뒷날 태어날 수 있고, 옆지기를 닮은 아이가 먼먼 다음날 태어날 수 있어요.

 아이들은 이야기를 먹으면서 자랍니다. 아이들은 이야기밥을 먹으면서 마음밭을 일굽니다. 아이들은 조금 더 살가운 이야기를 먹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은 한결 따스하면서 보드라운 이야기밥을 먹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딱딱하거나 메마른 이야기가 달갑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졸업장에 얽매이거나 돈벌이에 얽히는 이야기가 기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사랑으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고맙습니다. 살짝 뻥을 섞더라도 사랑으로 들려주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즐거이 듣습니다. 아이들은 사랑으로 나누는 이야기라서 반갑습니다. 이래저래 터무니없다 싶지만 사랑씨앗은 사랑열매를 맺습니다. 맑은 웃음과 밝은 노래를 길어올리는 사랑씨앗이요 사랑열매라 한다면, 김치 한 조각 올린 밥상이더라도 아이들은 맛나게 먹어요. (4344.11.29.불.ㅎㄲㅅㄱ)


― 아빠는 뻥쟁이 (다케우치 쓰가 글·그림,임정은 옮김,학고재 펴냄,2011.6.30./9500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침부터 낮까지 쉴 새 없이 움직였더니 졸음이 쏟아진다. 첫째 아이는 어쩔 수 없어도 둘째 아이가 잠들어 주면 나도 곁에서 같이 잘 텐데... 아아... 이 그림책 주문은 좀 나중에 @.@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나의 집- 몽골
바아승수릉 벌러르마 지음, 어트겅체첵 담딘수렌 옮김 / 보림 / 2011년 11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2011년 11월 28일에 저장
품절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을 읽는 발, 글을 쓰는 발


 날마다 저녁에 아이를 씻긴다. 아이를 씻기며 발가락 하나하나 사이사이 때가 끼었나 살핀다. 아이 손가락과 발가락을 씻기며 내 어린 날 내 어머니가 나를 씻기던 일을 떠올리고, 손가락 사이나 발가락 사이에 까만 때가 끼는 모습을 되새긴다.

 신나게 놀며 웃옷 등판이 땀으로 흥건할 때에는 으레 손발가락 사이에 때가 낀다. 마음껏 놀며 이마에 땀이 줄줄 흐를 때에는 아주 마땅히 손발가락 사이뿐 아니라 손목과 발등을 문지르면 때가 벗겨진다.

 아이들 다 씻기고 한숨을 돌리며 자리에 드러누울 무렵, 첫째도 둘째도 잠을 이루지 않으면서 더 놀려 한다. 아버지가 드러누워 수첩에 글조각 끄적이니, 첫째도 ‘나도 공부 할래.’ 하면서 제 작은 수첩을 가져와서 꼬물꼬물 그림을 그린다. 꼬물그림을 그리며 공부하는 아이는 발가락을 쉴새없이 꼬물락꼬물락 한다. 요리 꼬고 조리 꼬면서 꼬물꼬물 그림을 조그마한 수첩에 가득 채운다. (4344.11.28.달.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방랑 소년 10
시무라 타카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따뜻한 꿈을 보살피며 살아갑니다
 [만화책 즐겨읽기 87] 시무라 타카코, 《방랑소년 (10)》



 얼마 앞서 면내에 자전거를 타고 다녀오면서 온도계 하나 장만했습니다. 집 바깥벽에 걸 온도계입니다. 온도계를 둘 더 장만해서 그늘진 바깥벽이랑 집안 온도를 함께 따지며 적으면 어떨까 하고 헤아립니다. 날씨를 알리는 방송이나 소식하고 우리 살림집 온도는 다르거든요.

 요 며칠 날이 포근합니다. 다른 곳도 날이 포근하다 하는데, 다른 곳은 얼마나 포근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살림집 온도를 본다면, 밤에는 14도였습니다. 아침에 동이 틀 무렵 17도쯤 되더니, 해가 멧마루로 올라서는 아홉 시 반 무렵에는 22도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영 도 밑으로 한참 내려가던 날, 우리 집 바깥은 4도였어요. 집안은 보일러를 돌리지 않아도 17도가 이어졌고, 한밤에 16도인 적이 있습니다. 남녘이라 따뜻하구나 싶으면서, 날이 또 포근하니까 좀 사라진다 싶던 파리가 다시 살아납니다.

 마을 어르신들 모두 흙을 일구는 시골마을에서 우리 집만 보일러를 ‘자주’ 돌린다고 느낍니다. 우리 집은 아이들을 씻겨야 하니 보일러를 ‘자주’ 돌립니다. 지난 한 달 사이 보일러 기름을 얼마나 썼나 살피니 100리터를 썼습니다. 앞으로 십이월과 일월에 기름을 얼마나 쓰나 모르겠는데, 이대로 간다면 가을겨울에는 다달이 백 리터를 쓰는 꼴이 될 수 있구나 싶어요. 올여름까지 살던 충청북도 음성 멧골집에서는 가을겨울에 다달이 삼백 리터 기름을 썼어요.

 우리가 깊이 잠든 때에만 이웃집에서 보일러를 돌리는지 모르지만, 이웃집에서 보일러 돌리는 소리는 좀처럼 못 듣습니다. 밤과 새벽에 쉬를 누러 바깥으로 나오면서 아직 한 번도 보일러 소리를 못 들었어요. 어쩌면 전기장판을 쓰시며 기름을 아끼느라 보일러 소리를 못 듣는달 수 있겠지요.

 포근한 터전에서 처음 살아가면서 날씨를 곰곰이 헤아립니다. 나는 이제껏 가을겨울 포근한 데에서 살았던 적이 없습니다. 십이월이 코앞이지만, 나는 전라남도 고흥 시골마을에서 반바지와 반소매를 입습니다. 한낮에는 땀을 흘립니다. 아직 기름보일러를 쓰지만, 밑돈을 마련하면 우리 살림집에 햇볕판을 달아 햇볕힘으로 물을 끓여 따순 물을 쓰고 싶어요.


- “그거 벗어 봐, 가발. 머리를 기르면 좋을 텐데.” “나도 사실은 기르고 싶어.” “보브 컷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이그! 넌 왜 여자로 태어나지 않은 거야?” (11∼13쪽)


 날이 포근하니까 저녁에 둘째 오줌기저귀를 찬물로 빨고 헹구어도 손이 시리지 않습니다. 외려 시원하다고 느낍니다. 포근한 날씨는 하늘이 내리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라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매서운 날씨 또한 하늘이 내리는 더없이 고마운 선물이에요. 추위를 느끼면서 내 몸과 내 살붙이 몸과 내 이웃 몸을 돌아보거든요.

 포근한 날씨를 누리면서 우리 이웃집 할머니 할아버지 삶을 헤아립니다. 벌써 나흘째, 우리 집 돌울과 맞닿은 마늘밭에 비닐을 씌우는 두 어르신은 허리가 아주 꺾인 모습으로 밭을 돌봅니다. 두 어르신은 이렇게 온삶을 바쳐 일하며 아이들을 사랑했을 테고 아이들을 가르쳤을 테며 아이들을 서울로 보냈겠지요. 두 어르신네 아이들은 서울에서 ‘엄마 아빠가 돌본 마늘’을 받겠지요. ‘엄마 아빠가 시골에서 돌본 마늘’을 어떤 마음으로 먹을까요.

 어제 새벽 이장님이 마을 방송을 합니다. 마을 방송은 으레 새벽 여섯 시나 여섯 시 반에 합니다. 시골에서 새벽 여섯 시는 모두들 논일 밭일 들일을 한창 하는 때예요. 가만히 귀를 기울여 마을 방송을 듣자니, 풍양면 농협에서 쌀을 사들이는 값을 읽어 주시는데, 80킬로그램 한 가마에 나락 품종에 따라 사만이천 원부터 사만칠천 원까지 한답니다. 무농약 친환경으로 키운 품종은 오만이천 원에서 육만칠천 원까지 한답니다. 그런데 농협에서 사들이는 품종은 일반쌀 세 가지, 무농약 친환경 쌀 두 가지뿐입니다. 농협에서 판 볍씨로 심어 거둔 품종이 아니면 농협에 쌀을 팔 수 없는 듯합니다. 마을 어르신께 여쭈니, 농협에서 파는 볍씨는 세 해를 심지 못한다고 합니다. 첫 해 거둔 볍씨를 갈무리해서 이듬해에 한 번 더 심을 수 있으나, 이듬해에 거둔 볍씨를 갈무리해서 다시 심으면 벼가 잘 안 되고 병이 들거나 작다고 해요. 그래서 다들 해마다 볍씨를 새로 사서 심는답니다.

 궁금한 나머지 충청남도 홍성 풀무학교생협에 전화를 걸어 여쭙니다. 우리는 풀무학교생협 단골논을 여러 해 하면서 쌀을 받거든요. 풀무학교에서는 풀무학교에서 심어 거둔 볍씨를 갈무리해서 그대로 심는다는군요. 어느 품종인지 미처 여쭈지 못했으니 다음에 여쭐 텐데, 풀무학교는 농협에 팔지 않고 몸소 사람들하고 고리를 이으니까, 유전자 건드린 품종을 굳이 안 쓰리라 생각합니다.


- “남자 중에도 그런 사람 있잖아. 요시노는 남자로 오해받기 위해 남자 옷을 입어? 그렇다면 그건 단순한 변장이네.” “넌 말을 그런 식으로밖에 못하겠니?” “솔직히 말하라면서? 예전에는 훨씬 당당했어. 입고 싶은 옷을 입는 것 같아서 근사했는데. 지금은 여자로 있는 게 싫을 뿐인 것 같아.” (42∼43쪽)


 농약과 비료를 안 치는 쌀을 거둔다 할 때에, 이 쌀을 볍씨로 갈무리해서 이듬해에 다시 쓰는 일만 헤아렸지, 이 볍씨를 이듬해나 이 다음해에 못 쓰리라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여태껏 이런 일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러니까, 나라(정부, 농협)에서 밝히는 ‘친환경 무농약’ 쌀이라 하더라도 농약과 비료를 안 쓰고 애써 거두기는 했지만, 볍씨 품종은 ‘유전자를 건드린 쌀알’입니다. 유전자를 건드린 볍씨 품종이라면 ‘구태여 농약과 비료를 안 써서 거둘’ 까닭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옆지기가 이야기할 때에 제대로 대꾸하지 못하던 생각 하나 떠오릅니다. 옆지기가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으며 나로서는 곰곰이 생각하지 못하던 일이라 마냥 듣기만 했어요. 옆지기는 ‘나 스스로 심어서 거두지 않으면서, 유기농 곡식을 사다 먹는 일이, 참으로 내 몸을 살찌우는가?’ 하고 물었습니다.


- “무시하는 거라면 두 번 다시 입지 않을 거야.” (90쪽)


 시무라 다카코 님 만화책 《방랑소년》(학산문화사,2011) 10권째 읽습니다. 1권에서 10권으로 오는 동안 만화책에 나오는 사람들 숫자가 부쩍 늡니다. 띄엄띄엄 읽는다면 뒷권으로 갈수록 늘어나는 사람들 이름이 헷갈릴 만하구나 싶어요. 여러 달에 한 권 옮겨지니까, 꼬박꼬박 챙겨 읽으면서도 이름이 자꾸 헷갈립니다. 앞 이야기도 좀 헷갈려요.

 1권부터 9권까지 어떤 줄거리로 흘렀는가를 가만히 헤아립니다. 《방랑소년》에 나오는 아이들은 처음에는 초등학생이었고, 이제는 중학생입니다. 머잖아 고등학생이 될 테지요. 그리고, 《방랑소년》 앞권에 나온 ‘내 뿌리와 줏대대로 살아가는 어른’들처럼, 이 《방랑소년》 아이들도 저희 삶길을 찾아서 씩씩하게 걸어가겠지요.


- “음, 그러니까, 난 남자친구를 사귀는 게 처음이었잖아. 처음이었어.” “그건, 나도야.” “그래서 슈이치한테서 고백받았을 때 기뻤어. 난 여태 고백받아 본 적이 없거든.” “안나가? 그렇게 귀여운데?” “그, 그런 소리를 잘도 한다! 난 항상 사람들이 무서워한다고 할까.” (195∼196쪽)


 《방랑소년》 아이들은 아직 헤맵니다. 헤맬 수밖에 없다 할는지 모르나, 이 《방랑소년》 아이들은 부딪히고 깨지고 울고 웃고 싸우고 마음을 풀면서 천천히 자랍니다. 천천히 꿈을 꿉니다. 천천히 제 삶을 사랑합니다. 천천히 맞서고, 천천히 어깨동무하며, 천천히 얽히다가, 천천히 두 팔을 벌립니다.

 갠 날이 있기에 흐린 날이 있어요. 궂은 날이 있으니 맑은 날이 있어요. 따순 날에 이어 추운 날입니다. 추운 날을 씻는 따순 날이에요.

 씨앗은 난로로 덥힐 수 없습니다. 씨앗은 오직 씨앗이 깃든 흙 품에서 햇살과 바람과 물과 짐승과 푸나무 주검이 삭은 거름 기운으로 살아갑니다. 따스한 흙 품에서 따스한 기운 받아들이는 씨앗으로 뿌리를 내려요.

 비닐집에서 푸성귀를 키우면 아주 추운 겨울에도 푸성귀를 먹겠지요. 맨땅에서 푸성귀를 키우면 한겨울에는 푸성귀를 맛보기 힘들겠지요. 그러나, 날이 포근한 데에서는 비닐집이 없어도 맨땅에서 푸성귀를 얻어요. 날이 추운 데라면 한겨울에는 ‘포근하던 가을까지 갈무리해서 말린 푸성귀’를 끓여서 먹어요.

 날에 따라, 곳에 따라, 철에 따라, 터에 따라, 사람들 살아가는 매무새는 저마다 다릅니다. 시래기를 만들어야 하는 곳에서는 시래기국이 맛납니다. 무를 흙에 박고서 어느 때이든 파서 먹을 수 있는 곳에서는 무국이 맛납니다.

 《방랑소년》 아이들은 제 삶길을 제 결대로 찾으려고 애씁니다. 눈치를 보는 삶길이 아니에요. 남들 뒤꽁무니를 좇는 삶길이 아니에요. 돈을 더 벌거나 이름값 더 누리려는 삶길이 아니에요. 저마다 가장 사랑하면서 아낄 삶길을 찾아요. 저마다 더없이 좋아하면서 보듬을 삶길을 살펴요.

 따뜻한 곳에서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추운 곳에서 따뜻한 꿈을 보살피며 살아갑니다. (4344.11.28.달.ㅎㄲㅅㄱ)


― 방랑소년 10 (시무라 타카코 글·그림,설은미 옮김,학산문화사 펴냄,2011.9.25./4200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