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벼라, 인생 고박과 남쌤이 청소년들에게 들려주는 인생론 1
고성국.남경태 지음 / 철수와영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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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아이들은 푸르게 사랑해야지
 [책읽기 삶읽기 98] 고성국·남경태, 《덤벼라, 인생》(철수와영희,2012)

 


 이 나라 아이들 푸른 마음을 새까맣거나 잿빛으로 바꾸는 굴레는 대학입시라고 느낍니다. 대학입시 때문에 아이들 푸른 마음은 멍들거나 흐리멍덩해진다고 느껴요.

 

 대학입시는 대학교에 붙으려는 시험만이 아닙니다. 대학입시는 바로 고등학교 교육 얼거리요 중학교 교육 얼거리인데다가 초등학교 교육 얼거리예요. 더 살피면, 유치원과 어린이집부터 대학입시 굴레입니다. 이 나라에서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교육과 문화와 복지와 육아라는 허울을 뒤집어쓴 대학입시 때문에 꽁꽁 얽매이거나 갇혀요.

 

 아이들은 아름다운 나날을 꿈꿀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사랑스러운 나날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대학입시 아닌 참다운 공부를 해야 하고, 대학입시 아닌 착한 삶을 배워야 해요.

 

 아이들은 어머니가 차리는 밥을 먹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밥을 차릴 줄 알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급식을 먹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먹는 밥이 어디에서 어떻게 일구어 거두는가를 스스로 겪으면서 알아야 합니다.

 

 옳게 배우지 않으니 옳게 살아가지 못합니다. 옳게 부대끼지 않으니 옳게 생각하지 못합니다.

 

 철학을 익히거나 역사를 다룬대서 사회를 올바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대학교에 들어가거나 책을 많이 읽는대서 사람과 삶과 사랑을 곱게 헤아리지 않아요.


.. 아는 만큼 안 사랑할 수도 있을 거 같아 … ‘성찰’하라는 말이 감정을 버리라는 말은 아니지. 인간은 자기가 느끼는 감정에 충실해야 해. 사랑도 나름의 합리성을 유지하면서, 서로 느낌을 존중하면서 할 수 있는 거 아닐까 … 정말 건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사회는 잘못될 수가 없어 ..  (26, 39, 55쪽)


 푸른 아이들은 푸르게 사랑하며 살아야 아름답습니다. 푸른 아이들과 살아가는 어른들은 푸른 아이들한테 걸맞다 싶도록 푸른 어른답게 사랑하며 살아야 아름답습니다.

 

 푸른 어른들이 낳는 푸른 아이들이에요. 맑은 어른들과 살아갈 맑은 아이들이에요. 고운 어른들이랑 어우러질 고운 아이들입니다.

 

 착하지 않은 어른들 매무새는 착하지 못한 푸름이들 매무새로 이어집니다. 곱지 않은 어른들 말투는 곱지 못한 아이들 말투로 이어져요.

 

 다소곳하며 상냥한 어른들 몸가짐이기에 다소곳하며 상냥한 아이들 몸가짐이에요. 넓으며 포근한 어른들 마음씨인 터라 넓으며 포근한 아이들 마음씨예요.


.. 한순간 배설하듯이 풀고 가다 보면 스트레스는 사라질지 모르지만 문제는 계속 남아 있잖아. 오히려 깊어지지. 그러다 어느 순간 파국이 오는 수가 있다고 … 그 사람의 삶을 돈으로부터 구제하기 위해서라도 가진 걸 베푸는 게 좋거든 ..  (36, 81쪽)


 고성국 님과 남경태 님이 주고받은 이야기를 그러모은 《덤벼라, 인생》(철수와영희,2012)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아저씨 두 분이 주고받은 이야기처럼, 아줌마 두 분이 주고받은 이야기를 책으로 그러모으면 참 재미있으리라 생각해요. 학문을 하고 책을 쓰는 아저씨들 이야기도 여러모로 푸름이한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는데, 학문하고도 책하고도 동떨어진 채, 날마다 밥하고 빨래하며 집살림 도맡는 아줌마 두 사람이 삶과 사랑과 사람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삶꽃 사랑꽃 사람꽃을 북돋운다면 얼마나 어여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아마, 아줌마 두 사람이 주고받은 이야기를 책으로 엮는다 할 때에는 “덤벼라, 인생”이 아닌 “좋아라, 내 삶” 하는 실타래를 솔솔 풀지 않으랴 싶어요.

 

 참말 좋으니까 살아가는 나날이거든요. 참으로 좋아서 예쁘게 누리는 하루예요.


.. ‘여성성’이야말로 미래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해. 무엇을 ‘지배’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말이야 … 힘의 지배가 실행되면서 남성이 여성을, 같은 남성끼리도 강한 남성이 약한 남성을 지배하게 되잖아 … 죽음이 너무 멀리 있으면 삶을 성찰하는 게 어려워 … 죽음을 생각하고 자기를 돌아볼 때 우리의 삶이 더 풍부해지지 않을까 ..  (47, 103쪽)


 만화책 《아따맘마》를 읽으며 생각했어요. 《아따맘마》에 나오는 아줌마는 학교를 오래 다니지 않았고, 책을 딱히 읽지 않으며, 날마다 집에서 살림하는 데에 온 품과 땀과 마음을 쏟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살아가는 아줌마 이야기는 끝이 없어요. 하루하루 새롭게 태어나는 이야기밭이에요. 언제나 남다른 이야기누리예요. 한결같에 빛나는 이야기꾸러미예요.

 

 아저씨들은 으레 ‘집안일 나눠 맡기’나 ‘아이 함께 돌보기’를 이야기합니다만, 아저씨 스스로 집안일을 도맡아 본다든지 아이를 홀로 돌보아 본다든지 하지는 않아요. 어쩌다 한 차례쯤 집안일을 하루 내내 하거나 어쩌다 하루쯤 아이를 홀로 돌볼 뿐이에요.

 

 우리 푸름이들한테는 어떤 이야기꽃이 예쁠까 헤아려 봅니다. 우리 푸름이들한테는 어떤 이야기열매가 맛날까 헤아려 봅니다. 우리 푸름이들한테는 어떤 이야기밥이 구수할까 헤아려 봅니다.


.. 특정 시기에 좋은 성적을 거두는 개념이 아니라, 내가 어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가장 기본적인 문제부터 생각해 봐야 하거든 … 대학입시와 군대가 한창 나이에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없게 하는 건 사실이야 …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부모에게서 독립해 진정한 개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필요해 여전히 정신적·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예속된 경우가 많잖아. 그러니 자기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고 스스로 설 기회가 없는 거지 ..  (107, 131, 233쪽)


 아무쪼록 푸름이를 곱게 사랑하는 어른들이면 좋겠습니다. 푸름이한테 이름값이나 졸업장이나 자격증이나 학문이나 철학을 바라기 앞서, 푸름이 누구나 고우며 맑게 사랑하는 길을 아끼는 어른들이면 고맙겠습니다.

 

 푸름이들이 굳이 대학교에 안 가도 즐거이 살아가는 길을 밝히는 어른들이면 기쁘겠습니다. 푸름이들이 대학교뿐 아니라 중·고등학교나 초등학교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조차 안 다녀도 아리땁게 살아가는 길을 보여주는 어른들이면 반갑겠습니다. (4345.2.7.불.ㅎㄲㅅㄱ)


― 덤벼라, 인생 (고성국·남경태 글,철수와영희 펴냄,2012.2.10./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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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2-07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 글이 있을 줄 알고 들러 봤지요. 아니나 다를까...ㅋ

덤벼라 인생, 그러면 무서울 게 하나도 없을 것 같네요.

도리를 아는 삶, 착한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우리 모두 잊고 사는 것 같아요. 이 리뷰를 보고 새로운 다짐을 하고 갑니다. ㅋ

파란놀 2012-02-07 13:37   좋아요 0 | URL
좋은 길을 착한 마음으로 걷는다면
누구나 아름다운 삶이 되리라 생각해요~
 


 추운 날씨 글쓰기

 


 추운 날씨는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운 날씨 또한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비오는 날이나 눈오는 날 모두 하늘이 내리는 선물이라고 느낍니다. 찌뿌둥한 날도 맑은 날도 어김없이 하늘선물이로구나 싶어요.

 

 내 마음이 맑을 때면 하늘도 맑다고 합니다. 내 마음이 흐릴 때면 하늘도 흐리다고 합니다.

 

 날씨와 마음을 곰곰이 생각합니다. 오늘날 도시로 가면 갈수록, 그러니까 오늘 이 나라에서 더 크다 하는 도시 쪽으로 가면 갈수록 하늘이 흐립니다. 하늘빛이 흐리멍텅할 뿐 아니라 잿빛으로 뿌옇습니다. 아무래도 끔찍하도록 넘치는 자동차 때문이라 하겠으나, 자동차에 앞서 사람들 마음이 흐리멍텅하거나 뿌옇거나 잿빛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삶터가 아무리 슬프다 하더라도 맑은 넋 건사하며 어여삐 살아가는 꿈을 꾼다면 도시에서도 하늘빛은 맑을 테니까요. 거센 비바람이나 드센 벼락바람 지나고 나면, 서울이나 인천이나 울산이나 부산 같은 큰도시나 공장도시에서도 티없이 맑고 파란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어요. 거센 비바람과 드센 벼락바람 그을 작은 집에서 옹크리며 지내는 동안 사람들 마음에 물질과 문명과 기계와 소비하고는 퍽 동떨어진 따순 사랑과 꿈을 그리기에, 이렇게 다문 하루나 이틀이라도 맑으며 파란 하늘을 누리지 않느냐 생각해요.

 

 안타깝게도 이 맑고 파란 하늘은 이내 걷힙니다. 비바람과 벼락바람이 지나면 다시금 여느 물질과 문명과 기계와 소비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추운 날씨를 느끼며 손이 차갑게 바뀌거나 딱딱하게 곱을 때에 글을 쓰며 생각합니다. 이 추위를 온몸으로 느끼는 내 삶은 나를 한결 따뜻하게 보듬습니다. 더운 날씨를 느끼며 땀을 뻘뻘 흘리는 채 글을 쓰며 생각합니다. 이 더위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내 삶은 나를 한껏 시원하게 감쌉니다.

 

 가난한 살림은 넉넉한 사랑을 꽃피웁니다. 넉넉한 살림은 허물없는 어깨동무를 이룹니다. (4345.2.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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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마늘밭 까망고양이


 겨울비 내리는 푸른 마늘밭 사이를 까망고양이 한 마리 지나간다. 이 까망고양이는 날마다 우리 집 마당을 지나다닌다. 아마 우리 집뿐 아니라 이웃 모든 집을 두루 꿸 테지. 먹이를 찾아 다닐 텐데, 녀석아, 엊그제 우리 집 뒤쪽으로 꽤 커다란 들쥐 한 마리 지나가던데, 네 먹이는 가까이 두고 한갓지게 마실 다니기만 하지는 않을 테지. (4345.2.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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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2-07 10:42   좋아요 0 | URL
어제 제가 우리 동네에서 본 까망고양이와 비슷하네요...
저 늘어진 배, 여유있는 걸음걸이.... ㅋㅋ

그런데, 밭에 파랐게 무엇이 나 있다니, 요즘 찍으신게 맞나요?
오늘 여긴 정말 추워요... 오들오들.

파란놀 2012-02-07 13:36   좋아요 0 | URL
마늘밭이랍니다~
전남 고흥 마늘이
우리 나라 마늘 웬만큼을 댈 만큼
많이 거두어요.
겨우내 이런 푸른 빛이랍니다~ ^^

(어제 찍은 사진이에요)

페크pek0501 2012-02-07 11:01   좋아요 0 | URL
저는 고양이를 보면 고독해 보여요. 먹이를 찾아다니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생선 찌꺼기를 던져 준 적이 있어요. 야옹아, 하고 부르면 쳐다봐요. ㅋ

파란놀 2012-02-07 13:36   좋아요 0 | URL
오~ 날마다 같은 시간에 먹이를 주면,
아마 밥 먹으러 자주 마실하리라 생각해요~
 


 빨래 곱게 개는 어린이

 


 아이한테 동생 기저귀를 개 보라 건네면, 널찍한 기저귀는 아직 정갈히 갤 줄 모른다. 문득 무슨 생각이 난다. 내가 반으로 한 번 접고 다시 반으로 더 접은 다음 아이한테 건넨다. 두 차례 더 접는 일만 아이한테 맡긴다. 이렇게 하니 꽤 잘 갠다. 마땅한 노릇일 텐데, 처음부터 말끔히 잘 개라 할 수 없다. 기저귀천은 얇으면서 널찍해서 빨래개기가 아주 익숙하지 않다면 어른도 어설피 개기 일쑤이다. 아이가 작은 손닦개나 큰 손닦개는 꽤 잘 갠다. 제 웃옷이나 바지나 속옷도 제법 잘 갠다. 아이 눈높이에 가장 잘 할 만한 몸짓과 흐름을 살펴 일을 맡기면 아이는 너끈히 해내리라. 옳게 살피고 천천히 기다리자. (4345.2.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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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2-02-07 09:01   좋아요 0 | URL
첫딸은 살림밑천이라는 말이 옳다 싶어요^^
여자애들은 너댓 살만 먹어도 곧잘 집안 일을 돕더라구요^^
동생 기저귀 곱게 개는 사름벼리,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파란놀 2012-02-07 09:24   좋아요 0 | URL
음... 그냥 하얀?
^^;;;

둘째도 집안일 많이많이 맡아야지요~ ㅋㅋ

진주 2012-02-08 00:34   좋아요 0 | URL
그럼요,큰애 작은애, 여자 남자 가리지 말고
자라면 할 수 있는 일은 시켜야지요^^
저도 우리 두 아들에게 어려서부터 많이 시켰죠.
우리집에서 혼자 밥 못 해먹고 굶는 사람은 남편밖에 없어요.
제가 예전에 어린이집을 했었는데요,그때 보니까
확실히 남자 애들보다는 여자 애들이 애살도 있고 천성적으로 가사일 도우는 데 관심을 가지더라구요. 일도 곧잘 배우고요.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대개 맏이가 딸인 집에는 엄마가 훨씬 수월해요.

파란놀 2012-02-08 08:37   좋아요 0 | URL
사내아이도 집살림을 잘 꾸리는 길을
어버이가 슬기로이 보여주며
착하게 함께 해야 한다고 늘 느껴요.

아마, 다들 집에서 아버지가
집일은 거의 안 해서
사내아이들이 똑같이 따라하지 않을까 싶어요.... ㅠ.ㅜ

hnine 2012-02-07 15:13   좋아요 0 | URL
마음결 고운 아이와 지혜로운 아버지십니다.

파란놀 2012-02-07 18:42   좋아요 0 | URL
저는 마음결 고운 아버지로 살아가고 싶어요
ㅠ.ㅜ
 
저 하늘에도 슬픔이 - 청년사 만화 작품선 03
이희재 지음 / 청년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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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하루 먹는 걱정으로 보내다
 [만화책 즐겨읽기 115] 이희재, 《저 하늘에도 슬픔이》

 


 내 어릴 적 ‘이윤복 일기’를 학교에서 학급문고로 읽은 적 있는지 잘 모릅니다. 내가 국민학교를 다닐 무렵에는 ‘이윤복 일기’를 말하는 교사는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내 국민학교 무렵 교사로 일한 분들은 당신이 어릴 적에 ‘이윤복 일기’를 책으로 읽거나 영화로 보거나 했을 텐데, 나는 국민학교 여섯 해를 통틀어 학교에서 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떠오릅니다.

 

 나이가 제법 들고 난 뒤, 어린이책 만드는 출판사에서 일하며 헌책방을 꾸준히 다니다가 ‘이윤복 일기’ 첫판을 한 번 만났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첫판이 사라진 다음 새로 나온 판을 만납니다. ‘이윤복 일기’ 첫판은 국민학생 때 못 봤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나온 판은 언뜻선뜻 본 듯하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만화쟁이 이희재 님이 그린 《저 하늘에도 슬픔이》(대교출판)를 만화책으로 보면서, 어, 이 만화를 어릴 적에 어디에선가 보지 않았나 하고 떠올렸습니다.


- “니 껌 파는 아이가? 그 껌 한 통 얼마고?” “요고 전부 다섯 개 들었는데 십 원입니더.” “한 통 팔면 얼마 남노?” “사 원 남아예. 사실랍니껴?” “니 아부지 계시나?” “예.” “엄마는?” “없어예.” “엄마 와 없노?” “묻지 마이소.” “고생 억수로 했겠고마. 니 우리 집에 가자. 배고팠나?” (20∼21쪽)
- “윤복이는 (체육을) 왜 신발을 벗고 하지?” “신발이 닳을까 봐 그런대요.” (171쪽)


 2004년에 청년사에서 다시 펴낸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처음 보던 2004년에는 좀 울컥하며 반갑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몇 해 지나지 않아 이 만화책은 ‘품절’이 됩니다. 그럭저럭 사랑받기는 했으나, 이 사랑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출판사에서는 아무래도 팔림새를 따질밖에 없을 테니, 몇 차례 더 찍은 일로 흐뭇하게 여기며 판을 접을 노릇이구나 싶어요. 어쨌든, 청년사에서는 《저 하늘에도 슬픔이》뿐 아니라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만화책도 되살렸거든요. 한국 만화 발자국에 길이길이 남을 만하다고 손꼽을 두 작품한테 새 옷을 입힌 일은 앞으로 두고두고 아름다운 손길로 남으리라 생각해요.


- ‘저 사람들은 어떻게 돈을 벌었길래 저렇게 잘 입고 다닐까?’ (26쪽)
- “가시나, 학교 안 가면 안 된다.” “돈 많이 벌어 내년에 다시 학교 댕기면 안 되나.” “그게 어디 쉬운 줄 아나.” “학교 안 갈란다.” “미쳤나, 가시나!” “정말이다. 나 돈 많이 벌 기다.” (35쪽)

 


 마흔 고개에 일찍 숨을 거두어 흙으로 돌아갔다는 이윤복 님한테 어린 나날은 하루하루 먹는 걱정뿐입니다. 어떻게 해야 동생들 끼니를 이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으로 껌팔이를 합니다. 밥동냥을 다니고 허드렛장사를 하지만, 좀처럼 밥구멍은 뚫리지 않아요. 어머니는 일찌감치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몸이 아파 골골대며, 어린 윤복이와 길바닥에서 허드렛장사를 하던 동생 순나도 집을 나갔습니다.

 

 밥그릇 하나 변변하게 없는 살림에 ‘어떻게 일기를 쓰느냐’ 여길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린 윤복이는 학교에서 숙제로 내던 일기쓰기에 제 온 넋을 기울였어요. 집안에서도 집밖에서도 어린 윤복이한테 쌓이는 고단한 눈물과 힘겨운 웃음을 털어낼 말벗이 없거든요. 오직 일기장 하나가 윤복이한테 애틋한 동무입니다.


- “오빠야, 오늘도 나가지 마라. 또 잡으러 온다 카드라.” “누가 그라드노?” “그기 직원들이 이야기하는 소리 다 들었다.” ‘왜 그 사람들은 우릴 못 잡아 먹어 안달일까?’ (30쪽)
-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다.” “경애야, 고맙다는데 왜 골을 내노?” “누가 선생님께 보이라 카드노?” “누가 갖다 논 것인 줄 알고 싶어서 그랬다.” “아이들이 선생님한테 잘 보이려고 그런다고 막 놀리잖아.” “나는 참말로 모르고 그랬다.” (164∼165쪽)

 


 어린 윤복이는 일기쓰기를 하면서 하루하루 살아냅니다. 일기에 제 슬픔과 아픔과 괴로움을 송두리째 담으면서 꼬르륵거리는 배고픔을 견딥니다. 연필을 꾹꾹 눌러 한 글자씩 적바림할 때마다 허름한 집살림을 잊습니다. 한 줄 두 줄 이을 때마다 그리운 어머니를 떠올립니다. 한 장 두 장 채울 때마다 가녀린 동생들을 따사로이 얼싸안습니다.

 

 차디찬 사람들 많고, 모진 이웃들 많습니다. 그러나 어린 윤복이네는 아주 굶어죽지 않고 가까스로 삶을 잇습니다. 죽지 못해 산다 할는지 모르나, 살려고, 참말 살려고 용을 쓰며 몸부림을 치기에 살아갈 수 있어요. 구시렁거리더라도 껌을 사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얕보거나 깔보면서도 껌을 사 주는 사람이 있어요. 못난 동무가 있으나 착하며 고운 동무가 있습니다.

 

 어린 윤복이는 어쩜 이렇게 슬프며 고달픈 나날인가 하고 눈물짓지만, 착하며 고운 동무와 이웃들 사랑을 꾸준히 느낍니다. 이 고마운 사랑을 받아먹으며 기운을 되찾아요.


- “아부지예, 와 밥을 안 드셔예?” “너희들이나 많이 묵어라. 배부르다.” “뭣 좀 잡수셨어예?” “내 아까 떡 좀 묵었다.” “떡은 어디서 났는데예?” (81쪽)
- “잘 왔다, 윤복아, 야구하자!” “안 된다. 나는 시내로 장사 나가야 한다.” “야, 같이 놀자. 장사 나중에 하면 되지, 뭐 그러나?” “어어, 칠구야, 이거 놔라.” (131쪽)

 


 하루하루 먹는 걱정입니다. 무얼 먹어야 할까 걱정입니다. 입는 옷은 둘째입니다. 씻는 일은 셋째입니다. 추위와 더위는 넷째입니다. 책이라든지 텔레비전이라든지 영화라든지 아예 젖힙니다.

 

 교육은 무엇일까요. 예술은 무엇인가요. 사회와 정치와 과학은 무엇일까요.

 

 어린 윤복이한테나, 아픈 아버지한테나, 슬픈 어머니한테나, 외로운 동생들한테나, 참말 교육이고 예술이고 사회이고 무엇인가요.

 

 하루하루 무엇을 먹으며 내 목숨을 이어야 할까요. 날마다 어떤 일을 해서 어떤 돈을 번 다음 어떤 밥을 마련해서 내 목숨을 이을 때에 아름다울까요.

 

 어린 윤복이네는 무엇이라도 배를 채울 수 있으면 고맙습니다. 오늘 우리들은 ‘어떤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고 얻어 내 배를 채우는 하루를 보내는지 곰곰이 돌아볼 노릇입니다. 배를 곯는 사람이 있는데 왜 전쟁무기를 만들까요. 겨울에 추위에 떠는 사람이 있는데 왜 4대강 삽질을 하나요. 푸르며 싱그러운 바람과 햇살이 줄어드는데 숲과 들판을 돌보는 데에는 눈길조차 두지 않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하루하루 먹는 걱정을 해야지 싶습니다. 어떤 밥을 먹어야 할까 걱정해야지 싶습니다. 어떤 볍씨를 심고 어떤 씨앗을 가꾸어야 하는가를 날마다 걱정해야지 싶습니다. 참말 먹는 걱정을 하지 않고서야 목숨이 목숨다울 수 없다고 느낍니다. (4345.2.7.불.ㅎㄲㅅㄱ)


― 저 하늘에도 슬픔이 (이희재 그림,이윤복 글,청년사 펴냄,2004.4.8./12000원)

 

 

이윤복 일기를 새로 엮은 책은 '산하' 출판사에서 다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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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2-02-07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초등학생 때 책으로도 읽었고
텔레비젼에서 재방송 해주는 영화도 봤어요.
참 많이도 울었죠.
아...이윤복 님이 그렇게 일찍 세상을 떴군요.
마흔을 겨우 넘기고 갔다니 안타깝네요.

파란놀 2012-02-07 09:23   좋아요 0 | URL
만으로는 38이고, 한국 나이로 40이라고 하더라고요.
다른 형제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모두들 너무 힘들게 살아가지 않으셨나 궁금해요.

예나 이제나 인세는 제대로 받는지도 궁금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