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동백꽃 책읽기

 


 지난겨울 12월 첫무렵에 우리 집 마당가 동백나무에 꽃이 너덧 송이 피었다. 이러고서 다른 동백꽃은 더 피어나지 않았고, 이제 해를 넘긴 3월 첫무렵에 첫 봄동백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 바야흐로 다른 동백꽃 봉우리가 시나브로 터지리라 생각한다. 동백나무 곁에서 함께 자라는 후박나무도 나란히 꽃봉우리를 터뜨리겠지.

 

 11월 끝무렵과 12월 첫무렵에도 매우 포근한 날씨가 찾아들곤 한다. 이때에 동백나무 봉우리 가운데 몇몇이 따순 날씨에 그만 꽃잎을 연다. 그러고는 겨우내 추위에 바들바들 떨며 꽃잎이 차갑게 시든다.

 

 일찍 피어 일찍 시든 꽃잎이 오래도록 매달린다 할는지 모른다. 그런데, 봄이 피는 꽃이라 하더라도 머잖아 시들기 마련 아닌가. 겨울에 피든 봄에 피든 꽃이라면 시들기 마련이다. 꽃은 반드시 시들어야 열매를 맺고, 씨를 낸다. 피기만 하고 지지 않는다면 꽃이 아니요, 피어난 꽃으로 열매와 씨를 이루지 못한다면 풀이나 나무 구실을 못하는 셈이다.

 

 피는 꽃은 아름답다. 지는 꽃 또한 아름답다. 새 잎사귀는 아름답다. 지는 가랑잎과 맺는 열매와 씨 모두 아름답다. 앙상한 나뭇가지라든지 누렇게 말라붙은 풀줄기도 아름답다. 아름답지 않다고 여길 모습이 있을까. 아름답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아름답지 않을 이야기가 있을까. 아름답지 않을 책이 있을까. (4345.3.6.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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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내린 선물 - 헬기에서 내려다본 한국의 사계
이태훈 지음 / 눈빛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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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이 내려준 아름다운 사진
 [찾아 읽는 사진책 80] 이태훈, 《하늘이 내린 선물》(눈빛,2011)

 


 여행하며 사진을 찍는 이태훈 님이 내놓은 《하늘이 내린 선물》(눈빛,2011)을 읽습니다. 이태훈 님은 “얀 아르튀스-베르트랑 사진가와 달리 자연의 아름다움과 우리 나라의 독특한 사계절의 특성을 표현해야 한다는 의욕만 앞섰지 항공촬영에 대한 지식도 없고, 요령도 없이 아주 호된 신고식을 치러야만 했다(촬영 후기).” 하고 책끝에 붙입니다. “몇 번의 실수를 반복하고, 하늘에서 보는 시각이 익숙해질 때 내 눈에 진정한 ‘한국의 미’가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촬영 후기).” 하고도 이야기합니다.

 

 땅에 두 발 디디며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하늘 높이 올라가 땅을 찬찬히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는다면 무척 남다르리라 생각합니다. 더 너른 눈길을 다스리거나 더 깊은 생각길을 열 수 있어요. 사람들이 땅덩이에 이루려 하는 문명이나 문화가 얼마나 조그마하며 대수롭지 않은가 하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너른 자연과 견주어 사람들 도시란 얼마나 자그마하며 초라한가 하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사진책 《하늘이 내린 선물》을 여러 차례 곰곰이 읽습니다. 이 사진책에 나오는 “하늘이 내린 선물”은 열이면 아홉이나 열, 스물이면 열아홉이나 스물, 서른이면 스물여덟아홉쯤은 으레 ‘시골마을’ 모습입니다. 드문드문 도심지가 살짝 깃들기는 하지만, “하늘이 내린 선물”이로구나 하고 느낄 만한 모습을 담은 사진은 하나같이 ‘시골마을’이에요.

 

 밭에서 고구마를 거둔다든지, 논에서 일을 한다든지, 바다에서 고기를 낚는다든지, 이래저래 자연 넉넉한 시골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퍽 멀리서 바라보는 모습은 매우 남다릅니다. 사람들 오가는 발자국이 이러하고 사람들 남기는 손자국이 저러하구나 하고 느낍니다. 이와 달리, 놀이공원에 ‘억지로 만든’ 꽃밭 모습은 그야말로 억지스럽구나 싶어요. 자연에 없는 모습을 억지로 꾸미잖아요. 자연에서는 나타날 수 없는 꽃을 억지로 만들어 한자리에 모으고는 예쁘장한 듯 선보이잖아요.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걸쳐 멧자락 한 곳만 꾸준히 들여다보더라도 언제나 빛깔이 다르고 무늬가 다릅니다. 오대산이나 설악산이든, 계룡산이나 속리산이든, 남산이나 북한산이든, 한라산이나 무등산이든, 어느 산을 바라보더라도 철 따라 멧자락 빛깔이랑 무늬가 다릅니다. 사람들이 따로 나무를 심거나 꽃씨를 뿌리지 않아도, 들판과 멧자락은 자연 스스로 새빛 새무늬로 새모습 선보여요. 곧, 하늘이 내린 선물입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하늘이 내린 선물”하고 동떨어진 곳에서 살아갑니다. “하늘이 내린 선물”은 누리지 않으며 살아갑니다. 공무원으로 일하든 정치나 경제를 밝힌다고 하든, 또 사진을 찍든 그림을 그리든 노래를 하든, 오늘날 사람들은 거의 모두 “하늘이 내린 선물”을 스스로 안 찾고 스스로 안 누리며 스스로 안 느끼는 곳에서 살아갈 뿐입니다.

 

 문득 궁금합니다. 하늘이 내린 선물을 받지 않고도, 내 가슴속에서 사랑을 펼쳐 보이며 널리 나눌 만한지 궁금합니다. 하늘이 내린 선물을 누리지 않고도, 내 생각길은 드넓게 열리며 고운 꿈을 두루 펼칠 만한지 궁금합니다.

 

 

 

 사진책 《하늘이 내린 선물》에는 사진 옆에 덧말이 안 달립니다. 이태훈 님이 예전에 내놓은 《하늘에서 본 대한민국》(21세기북스,2010)에는 사진 옆에 이럭저럭 덧말이 달렸습니다. 사진만 보아도 얼마든지 이야기를 느낄 테지만, 덧말을 읽어도 새롭게 이야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하늘에서 본 대한민국》은 ‘하늘이 아닌 땅에 발을 딛고 찍은 사진’을 나란히 싣고, ‘한국에서 아름답다 여길 만한 곳’을 이모저모 알려주는 덧말을 싣는다 하겠습니다. 《하늘이 내린 선물》은 굳이 덧말을 달지 않습니다. 사진 끄트머리에 ‘한국땅 어디’라고만 짤막히 붙입니다.

 

 《하늘이 내린 선물》을 여러 차례 넘기며 헤아립니다. 사진마다 한국땅 어디라는 짤막한 말조차 없어도 되겠구나 싶습니다. 이 사진이 무슨 도 무슨 군이라 하는 이름이 없어도 됩니다. 어디인지 모르고 사진을 보아도 됩니다. 대관령이면 어떻고 보성 차밭이면 어떻습니까. 고흥 여자만이든 순천이나 여수 갯벌이면 어떻습니까. 인천 앞바다 갯벌이어도 좋고, 안면도 갯벌이어도 좋아요. 이 사진을 들여다볼 사람들이 ‘바로 우리 곁에 있는 아름다운 터’요, ‘바로 내가 살아가는 아름다운 터’인 줄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대목을 가만히 보여줄 수 있으면 넉넉합니다.

 

 그러고 보면, 도시 한복판을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는다 할 때에는, 참말 사람들이 바글바글 우글우글 어지럽게 얽히고 설키는구나 하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겠지요. 다리를 쉴 걸상 하나 없고, 눈을 쉴 들판이나 숲 한 뙈기 없으며, 시원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 느긋하게 맞아들일 빈터 하나 없는 도시 한복판이란, 사람들한테 얼마나 사랑스럽겠느냐고 되묻는 사진 한 장을 보여주어도 좋으리라 싶어요.

 

 

 

 

 선물이란 대단하지 않아요. 선물이란 참 작아요. 참 작으면서 커요. 참 작으면서 크고 사랑스러워요.

 

 선물이란 삶이에요. 내가 누리는 오늘 하루가 선물이에요.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한식구를 이루어 한솥밥을 먹는 삶이 곧 선물이에요.

 

 어른 키높이에서 아이를 내려다봅니다. 아이 키높이에서 어른을 올려다봅니다. 아이를 안고 어른 키높이로 온누리를 바라봅니다. 어른이 무릎을 꿇고 아이 키높이로 온누리를 바라봅니다.

 

 널리 바라보는 눈길처럼 깊이 헤아리는 마음길로 살아갈 때에 즐겁습니다. 내가 누리는 이곳 이때가 얼마나 고마우며 사랑스러운가를 받아들이며 살아갈 때에 기쁩니다.

 

 

 헬리콥터를 타고 온누리를 두루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꿈을 사진으로 빚습니다. 내 보금자리 깃든 마을에서 아이랑 나란히 서서 땅을 내려다보며 봄을 맞이해 온 들판이랑 논둑에 피어나는 첫 봄꽃인 봄까치꽃 작은 보라빛 꽃망울을 사진으로 빚습니다. 하늘이 내린 선물로 날마다 새 이야기를 누리며 웃음꽃을 피웁니다. (4345.3.6.불.ㅎㄲㅅㄱ)


― 하늘이 내린 선물 (이태훈 사진,눈빛 펴냄,2011.11.29./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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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밤하늘
새까맣게
물들인
구름

 

사이사이
하얗게
달빛
어린다.

 


4345.3.2.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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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꽂이 들이기

 


 책꽂이를 좋은 녀석으로 들이고 싶었다. 크기를 헤아리고 갯수를 살핀다. 내가 쓰고픈 책꽂이는 밑바닥부터 나무 두께가 어느 만큼 되어야 하는가를 생각한다. 손수 나무를 맞추어 짜는 길을 돌아본다. 공장에서 만든 물건은 값이 얼마나 하는가 어림한다. 좋은 나무를 골라 좋은 책꽂이를 짜는 분한테 말씀을 여쭌다. 더없이 좋구나 싶은 책꽂이는 하나에 이십팔만 원. 나는 이 책꽂이를 여든 개는 들여야 한다. 이십팔만 원짜리가 여든 개라면 이천만 원이 훌쩍 넘는 돈이 된다. 공장에서 만든 책꽂이는 이모저모 해서 하나에 십만 원 남짓. 이 녀석을 예순 개 들여도 육백만 원이지만, 여든 개는 있어야 하기에 팔백만 원 돈.

 

 이도 어렵고 저도 팍팍하다. 이만 한 책꽂이를 들이기 앞서 학교땅부터 사야 하는데, 좀 까마득하다. 하는 수 없다고 생각해야 할까. 아직 더 기다려야 할까. 가장 값싸고 빠르게 장만해서 책을 건사할 ‘네 칸 칼라박스’를 백십만 원어치 들이기로 한다. 칼라박스를 주문하고는 한숨을 쉰다. 그렇다고 달리 뾰족하게 수를 내지 못한다. 집일을 건사하고 아이들하고 복닥이면서 옆지기랑 둘이 책꽂이를 짜기란 좀처럼 만만하지 않다. 옆지기가 둘째를 업고 둘이 책꽂이를 짤 수 있을까. 이틀에 하나를 짜더라도 이렇게 할 때가 가장 나을까. 이 꿈은 놓고 싶지 않다. 앞으로 이 꿈을 이루고 싶다. 이 꿈을 이룰 때까지 우리 책들이 땅바닥 아닌 책꽂이에서 기다리도록 보살피고 싶다. (4345.3.5.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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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3-05 10:12   좋아요 0 | URL
칼라박스는 모두 조립해야하는건가봐요?
일손이 많이 드시겠는걸요... 아휴. 백십만원어치면 엄청난 양이겠군요.

하지만... 그런 꿈을 갖고 계신 된장님은 정말, 제게 힘을 주시네요.
네, 꼭 이루실 수 있을겁니다,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만. 화이팅!

파란놀 2012-03-06 05:00   좋아요 0 | URL
아, 그냥 완제품입니다 ^^;;
그저 교실 한 칸 겨우 채우는 숫자밖에 안 돼요.

돈을 더 모아서 두 칸 더 채울 책꽂이를
잘 생각해야지요.... @.@

울보 2012-03-05 13:45   좋아요 0 | URL
정말 일손이 많이 필요할듯,,하네요,
아자아자 힘내세요,.
꿈은 이루어진다,,,

파란놀 2012-03-06 05:01   좋아요 0 | URL
어제 올 듯하더니 안 오고
오늘 온다고 하네요...
흠... =_=
 


 뜨개와 책과 사진

 


 둘째는 새근새근 잠들고, 첫째는 얌전히 책을 읽으며, 어머니는 가만히 뜨개를 하는 집안은 조용합니다. 이렇게 집안이 조용할 때가 다 있구나 생각하며 슬그머니 사진기를 듭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집안에서 꼭 한때 조용하게 누린 호젓함은 얼마 가지 않았습니다만, 눈길에 담고 가슴에 담으며 생각으로 되새깁니다. (4345.3.5.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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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2-03-05 13:42   좋아요 0 | URL
언제 봐도 오븟한 집안 풍경, 첫째는 어찌저리 의젓하고 둘째는 또 어찌 저리 가만 잠이 들었는지,,그나저나 옆지기님이 참 뜨개질을 잘하시나봐요, 좋으시겠어요,
전 정말 손재주가 없어서,,

파란놀 2012-03-06 05:00   좋아요 0 | URL
이제 비 그치면 바깥에서 즐거이 잘 놀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에고...

뜨개질은 그냥 하면 다 되리라 생각해요~ ^^;;

하늘바람 2012-03-06 16:18   좋아요 0 | URL
아이들 넘 귀여워요
저런 모습을 사진 찍는 님이 참 멋져 보여요

파란놀 2012-03-06 17:25   좋아요 0 | URL
집에서 아이들 바라보면
늘 좋은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구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