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라이브러리&리브로》 2012년 3월호

 

 

 

(편집부 묻기)


<뿌리깊은 글쓰기>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선생님의 소개란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여느 저자들처럼 이력이라던가 출간했던 책들의 나열이 아닌 단 몇 줄에서 아주 짧고 굵게 선생님 삶의 단편을 읽을 수 있었달까요. ^^

 

선생님께선 우리말에 대한 애정, 헌책방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우리말과 관련한 책들도 굉장히 많이 쓰셨더군요. 우리말, 책, 특히 헌책..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게 되신 사연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현재 진행중이라는 '그림책 서점'을 비롯해 선생님의 일상, 책과 함께 하는 삶, 독서 철학 등 선생님께서 하고 싶은 말씀을 자유롭게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

 

(최종규 이야기)

 

 저는 제가 살아가는 대로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요. 얼마 앞서 내놓은 《뿌리깊은 글쓰기》 또한 제가 살아가며 느끼고 생각하는 말글 이야기를 다루었어요. 이 책에 앞서 《생각하는 글쓰기》와 《사랑하는 글쓰기》를 내놓았고, 청소년과 함께 말글을 생각하고 싶어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를 내놓기도 했어요. 네 가지 책은 모두 ‘한 사람이 살아가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말글’이란 무엇일까 하는 테두리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했어요. 말과 글은 지식이 아닌 삶으로만 받아들여 주고받을 수 있다고 느끼거든요. 어느 누구라도 지식으로 말을 할 수 없고, 어떠한 사람이라도 지식으로 글을 쓸 수 없다고 느껴요. 지식을 내세우며 말을 하거나 글을 쓴다면, 이런 사람은 삶을 지식으로 들씌우는 겉치레예요. 겉치레 삶이요 겉치레 사람이기 때문에 겉치레 가득한 지식으로 말글을 뒤집어씌우겠지요.

 

 

 

 

 

 

 

 

 

 

 

 

 

 

 

 한삶이라면 즐거이 누릴 나날이라고 생각해요. 부질없이 지식자랑을 하거나 덧없이 지식놀음에 사로잡힌다면,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이나 이러한 글을 읽는 사람이나 참 슬프겠구나 싶어요. 한겨레 말글을 옳고 바르게 쓰자는 이야기는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올바로 가다듬자는 굴레에 매이지 않아요. 흔한 말로 ‘토박이말 사랑’이나 ‘민족주의’로 기울어질 수 없고요. 내 삶을 참다이 바라보고, 내 삶을 착하게 사랑하며, 내 삶을 곱게 돌보는 길이 되어야 비로소 한겨레 말글을 옳고 바르게 쓰는 자리에 선다고 느껴요. 곧, 말이 삶으로 되고, 삶이 말로 돼요.

 

 2004년에 처음 내놓은 《모든 책은 헌책이다》하고 2006년에 선보인 《헌책방에서 보낸 1년》이랑 2009년에 빚은 《책 홀림길에서》는 옳고 바르게 살아갈 길을 ‘헌책방과 책’이라는 테두리에서 살폈어요. 세 가지 책 또한 말글 이야기하고 매한가지예요. 헌책방과 책을 지식으로 살피거나 헤아릴 수 없어요. 헌책방을 더 많이 다녔거나 헌책방이라는 데를 가 보아야 헌책방을 알지는 않아요. 책을 더 많이 읽었거나 책을 꽤 많이 사서 읽는다고 책을 알지는 않아요. 내 삶으로 얼마나 ‘책 쉼터와 책 씨앗’을 깨달아 받아들일 수 있느냐를 생각해야지 싶어요.

 

 

 

 

 

 

 

 

 

 

 

 

 

 

 그래서, 《뿌리깊은 글쓰기》를 즐거이 장만해서 읽을 분들은 ‘이런 자리에서 이런 영어를 쓰면 나쁘구나, 이렇게 쓰지 말아야겠구나.’ 하고 생각하시기보다는, ‘나 스스로 내 삶을 담으며 사랑할 말을 이렇게 놓치거나 잃거나 버렸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내 넋을 곱게 추스르는 길을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잘못 쓰는 영어를 바로잡자는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사람들은 잘못인 줄 알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길들기도 하니까요. 이를테면, 아직도 ‘빵꾸’ 같은 말을 재미있다며 그냥 쓰는 어른이 많아요. 이런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도 ‘빵꾸’ 같은 말을 물려받아요. 어른들이 ‘잘 가, 잘 있어.’ 하고 인사하지 않고 ‘바이바이, 굿바이.’ 하고 인사하니 돌을 갓 지난 아기들까지 ‘바이바이.’ 하고 인사해요. 이런 영어는 영어가 아니라 삶을 옥죄는 슬픈 굴레예요. 내 삶을 아름다이 돌보자고 쓰는 말이요 글이어야지요. 안타깝고 딱한 길로 흐르는 모습에 얽매인 말이나 글이 되는 일은 내 삶을 아무렇게나 팽개치는 셈이에요.

 

 2007년 4월에 고향 인천에서 ‘사진책 도서관’을 열었어요. 개인 도서관을 꾸렸어요. 제 어린 나날부터 늘 읽고 곱게 건사하던 책으로 도서관을 마련했어요. 처음 책을 읽던 날부터 문득 떠올렸거든요. 내 마음을 아름다이 일군 이 책들을 열 해 스무 해 서른 해 …… 이렇게 내 보금자리에 갈무리하다 보면, 언젠가 ‘내가 읽은 책으로 꾸미는 도서관’이 태어나리라고.

 

 

 

 제가 제 책으로 꾸민 도서관에는 문학책, 어린이책, 환경책, 국어사전, 인문책, 만화책, 그림책, 사진책 들이 골고루 있어요. ‘사진책 도서관’이지만 사진책만 갖추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제가 살아가며 읽는 책은 여러 가지 골고루이거든요. 사진책만 읽어서는 사진을 읽거나 알지 못해요. 그림책과 만화책을 함께 읽으며 사진을 헤아려요. 동화책과 시집을 같이 읽으며 사진을 생각해요. 거꾸로, 사진책을 함께 읽으며 문학을 읽어요. 그림책을 나란히 읽으며 인문과 환경을 헤아려요.

 

 제 ‘사진책 도서관’은 2007년 4월에 인천 배다리에 처음 열었고, 2010년 가을에 충청북도 충주로 옮겼다가, 2011년 11월에 전라남도 고흥으로 다시 옮겼어요. 이제 앞으로는 전라남도 고흥 시골마을에서 네 식구가 오순도순 살아가며 더는 살림집 옮기지 않으려 해요. 전문 도서관인 ‘사진책 도서관’이라면 서울이나 큰도시와 가까이 있어야 좋다고 말씀하는 분이 많지만, 제 생각으로는 도서관이라는 책터는 도시하고 동떨어진 시골마을에 태어나야지 싶어요. 사람들 누구나 흙에서 자라는 목숨을 먹거든요. 흙에서 난 풀을 먹고, 흙에서 난 풀로 먹이를 삼는 짐승들을 고기로 바꾸어 먹어요. 흙이 있어야 바다에서 살아가는 뭇 목숨도 있어요. 그런데 도시에는 시멘트와 아스팔트만 있거든요. 출판사나 회사나 대학교는 몽땅 도시에 있기는 하지만, 서울과 큰도시에 몰린 사람들이 책에 깃든 씨앗과 알맹이를 옳게 받아들이거나 깨닫는지는 아리송해요.

 

 

 

 ‘사진책 도서관’이라는 데에 찾아와서 사진과 책과 사진책을 헤아리려는 분이라면, 지식 아닌 삶을 느껴야 한다고 여겨요. 그래서, 흙을 밟고 흙내음 맡는 시골마을로 느긋하게 찾아와 느긋하게 책을 읽어야 마음밭에 고운 사랑씨가 맺히리라 믿어요.

 

 그래서 저는 또 이런 사진책 이야기를 《사진책과 함께 살기》라는 책으로 2010년에 묶었어요. 올 2012년에는 사진책 이야기 하나 새로 내놓아요. 이렇게 제 손으로 도서관을 일구기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책에 담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따로 글을 써야겠대서 쓰는 글은 아니에요. 스스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글로 담아요. 집에서 살붙이와 복닥이는 하루가 글로 시나브로 태어나고, 두 다리와 자전거로 이 나라 곳곳을 누비는 나들이가 글과 사진으로 태어나요.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니까 《자전거와 함께 살기》라는 책을 썼어요. 인천에서 나고 자랐기에 인천 골목길을 톺아보는 《골목빛, 골목동네에 피어난 꽃》이라는 사진책도 빚었어요.

 

 

 

 

 

 

 

 

 

 

 

 

 

 

 

 늘 책을 읽으니 도서관을 꾸리고 책도 쓴다지만, 가만히 따지면 책은 종이책에만 있지 않아요. 책은 사람책에 먼저 있어요. 흙책이 있고 햇살책이 있으며 바람책이 있어요. 풀책과 나무책과 꽃책이 있어요. 돼지책이랑 소책이랑 닭책이랑 고양이책도 있어요. 집에서 살림을 하는 분들은 살림책을 읽어요. 손으로 빨래하며 빨래책을 읽어요. 아이들과 살아가며 아이책을 읽겠지요.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 사람들이 종이로 된 책만 책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막상 종이책을 읽으면서도 아름다운 삶과 사랑을 깨닫지 못해, ‘종이책 위기’가 찾아든다고요. 사람들은 먼저 종이책에 앞서 사람책을 읽을 줄 알아야 해요. 사람책에 어리는 사랑을 헤아려야 해요. 사랑책 믿음책 꿈책을 먼저 읽어야지요. 이렇게 사람책을 읽는 몸가짐으로 종이책을 읽어야, 비로소 내 넋과 얼을 북돋우는 슬기로운 길을 찾는다고 느껴요.

 

 이웃이나 동무나 집안어른은 우리 네 식구 먹고사는 일을 걱정해 주셔요. 저희는 전남 고흥 시골집에서 1인잡지 ‘함께살기’를 만들어 그렁저렁 밥벌이를 하지만 꽤 팍팍하기는 팍팍해요. 이번에 태어난 《뿌리깊은 글쓰기》를 사람들이 널리 사랑해 주고 읽어 주실 뿐 아니라, 마음 깊이 고운 말글을 품을 수 있다면, 저희 시골 도서관이며 시골 살림집이며 어여삐 뿌리내려 꽃피우리라 생각해요.

 

 

 이렇게 지내며 꿈을 하나 꾸는데요, 제 책들이 찬찬히 사랑받아 2쇄 3쇄 죽죽 찍으며 글삯을 벌면, 이 글삯으로 시골마을 논밭이랑 멧자락을 조금씩 사고 싶습니다. 우리 땅을 조금씩 늘려 이 땅이 시멘트덩어리나 아스팔트덩어리로 바뀌지 않도록 지키고 싶어요. 갯벌을 메운 논밭을 모두 사들일 수 있으면, 이 갯벌 메운 땅에 바닷물 다시 흐르게 해서 어여쁜 갯벌로 되살아나도록 하고 싶어요. 흙이 살아야 나와 옆지기와 아이들이 살고, 우리 식구들이 살아나면 우리 이웃 또한 살아날 뿐더러, 우리가 다 함께 누릴 책이 서로 어깨동무하며 살아날 수 있으리라 믿어요.

 

 알라딘서재(blog.aladin.co.kr/hbooks)나 네이버카페(cafe.naver.com/hbooks)로 찾아오시면 시골마을 도서관 책지기 아저씨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요.

 

 

...

 

잡지에는 이렇게 적은 글 가운데 몇 대목만 따서 실었기에,

이 자리에 통으로 붙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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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294) 양量- 4 : 양껏

 

.. 일본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서점에서 고양이 사진집을 양껏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고경원-고양이, 만나러 갑니다》(아트북스,2010) 305쪽

 

 “일본 여행(旅行)의 즐거움 중(中) 하나”는 “일본을 여행하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나 “일본마실에서 누리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로 다듬습니다. ‘서점(書店)’이나 ‘사진집(-集)’은 그대로 둘 만하지만, ‘책방’이나 ‘책집’으로 손보거나 ‘사진책’으로 손볼 수 있어요. “볼 수 있다는 것이다”는 “볼 수 있다는 대목이다”나 “볼 수 있는 일이다”로 손질합니다.

 

 양껏 볼 수 있다는
→ 마음껏 볼 수 있다는
→ 실컷 볼 수 있다는
→ 얼마든지 볼 수 있다는
→ 내키는 대로 볼 수 있다는
→ 바라는 대로 볼 수 있다는
→ 신나게 볼 수 있다는
 …

 

 외마디 한자말 ‘量’에 한국말 ‘-껏’이 붙은 ‘양껏’은 ‘마음껏’이나 ‘실컷’으로 다듬어야 알맞습니다. 뜻을 곰곰이 살피면, ‘배불리’나 ‘배부르게’나 ‘푸지게’나 ‘푸짐하게’로 손볼 만합니다. 이러한 뜻을 헤아리면, ‘넉넉히’나 ‘넉넉하게’로 고쳐쓰는 길이 열립니다. 이러한 뜻은 ‘즐겁게’나 ‘기쁘게’나 ‘신나게’로 더 이어집니다.

 

 한국사람 가운데 한국말을 빛내는 분이 몹시 드뭅니다. 몸은 한국사람이지만, 정작 한국사람답게 제 넋과 얼을 북돋우는 길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열어야 말길을 엽니다. 생각을 가다듬어야 말결을 가다듬습니다. 생각을 빛낼 때에 말꽃이 빛납니다.

 

 말 한 마디에 사랑을 싣고, 글 한 줄에 꿈을 담습니다. 말 한 마디이기에 더 사랑스레 나누며, 글 한 줄이라서 한결 따사로이 돌봅니다. (4345.3.7.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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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が見た戰爭 (單行本)
石川 文洋 / 新日本出版社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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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말하는 책은 안 뜬다. 그러나 다른 책은 꽤 뜨니 반갑다. 이런 책들이 한국말로도 옮겨지면 얼마나 반가울까.)

 

 

 


 사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잘 읽히기 기다리는 사진책 52] 이시카와 분요(石川文洋), 《報道カメラマン》(朝日新聞社,1991)

 


 사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사진을 찍는 만큼, 사진기를 쥐기 앞서, 나 스스로 사진이 무엇인가를 헤아리고 살펴 깨달아야 합니다.

 

 삶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스스로 살아가는 대로 사진을 찍는 만큼, 사진기를 장만하기 앞서, 나 스스로 내 삶은 어떠한 길을 걷는가를 똑똑히 돌아보며 제대로 알아채야 합니다.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스스로 사랑하는 대로 사진을 찍는 만큼, 사진기를 휘두르기 앞서, 나 스스로 사랑이 어떠하고 사랑하는 눈길과 마음길은 어떠한 결인가를 느껴야 합니다.

 

 단추를 누르는 기계질은 사진찍기가 아닙니다. 예술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이들이 사진기라는 기계를 장만해서 단추를 누른다 해서 사진이 태어나지 않습니다. 예술을 하는 사람은 예술을 하고 싶으니 사진기를 빌립니다. 예술을 하는 사람은 사진기도 빌리고 붓도 빌리며 연필도 빌립니다. 때로는 텔레비전을 빌리고 때로는 컴퓨터를 빌리며 때로는 자전거를 빌립니다. 온몸으로 예술을 하기도 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이들은 이녁이 그리는 그림을 더 꼼꼼히 그린다든지 나중에 느긋하게 그리려고 사진기를 빌려 사진으로 ‘그림쟁이가 바라본 모습’을 옮깁니다. 사진기를 써서 ‘어떤 모습을 옮긴다’ 할 뿐, 이렇게 옮기는 일은 사진찍기가 아닙니다. 초·중·고등학교 아이들이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을 나온 박물관에서 ‘알림판에 적힌 글’을 수첩에 옮겨적는대서 ‘글쓰기’라 하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이 손전화나 디지털사진기 따위로 ‘알림판에 적힌 글’을 쉽게 옮긴대서 ‘사진찍기’라 하지 않아요.

 

 사진을 찍는다고 할 때에는, 삶을 찍는다는 뜻입니다. 사진을 담는다고 할 때에는, 사랑을 담는다는 뜻입니다.

 

 정부를 이끄는 이들이 나쁜 짓을 일삼아 시위를 하거나 집회를 하는 모습을 찍는다 하는 보도사진은 ‘사진기 단추만 누를 때에는 사진도 보도사진도 되지 않’습니다. 이때에는 신문이나 잡지에 싣는 ‘기사’나 ‘보도자료’나 ‘구경거리’만 됩니다. 시위나 집회, 사건이나 사고, 사람들 터전에서 생기는 온갖 일을 ‘사진찍기’로 보여준다 할 때에는, 시위나 집회를 비롯한 온갖 일들에 어떤 이야기가 깃드는가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이야기로 우리 삶을 어떻게 헤아리며 사랑하려 하는가 하는 넋을 두루 보여줍니다.

 

 

 

 

 패션모델을 사진으로 옮긴대서 패션사진 찍기가 되지 않습니다. 이때에는 돈벌이와 구경거리는 될 뿐입니다. 패션모델을 앞에 놓고 사진찍기를 하자면, 모델이 입은 옷으로 어떠한 꿈과 이야기를 사람들하고 나누려 하는가 하는 넋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곧, ‘알몸사진’을 찍는다고 하는 수많은 대회나 잔치라든지, 이러한 자리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나서는 이들 어느 누구도 막상 ‘사진찍기’는 안 하거나 못 하는 셈입니다. 한 마디로 가벼이 노닥거리면서 여자 알몸을 ‘훔쳐보기’ 하거나 ‘대놓고 구경하기’를 할 뿐입니다.

 

 보드라운 살결이기에 아름답지 않습니다. 갈라지고 터진 굳은살 박힌 손이기에 아름답지 않습니다. 아름다이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아름답습니다. 아름답다고 느낄 사진이란, 아름다이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아름다이 사랑하며 살아가는 눈길로 바라보며 어깨동무할 때에 태어납니다.

 

 이시카와 분요(石川文洋) 님이 내놓은 사진책 《報道カメラマン》(朝日新聞社,1991)이 있습니다. 1052쪽에 이르는 손바닥책입니다. 이시카와 분요 님은 《報道カメラマン》에 앞서 《戰場カメラマン》(1986)을 내놓았습니다. 사진을 찍으며 일하는 사람 땀방울과 발자국이란 무엇인가 하고 스스로 밝히는 책입니다. 사람이 빚는 아름다운 사랑을 느끼고, 사람이 빚는 슬프며 모진 전쟁을 부대끼며, 사람이 빚는 메마른 손길에 아파하고, 사람이 빚는 따사로운 마음길에 봄햇살을 맞아들이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진이란 무엇일까요. 사진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언제나 생각하며 느껴야 합니다. 삶이란 무엇일까요. 사진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노상 헤아리며 깨달아야 합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어김없이 느끼며 껴안아야 합니다.

 

 사람을 살리는 사진을 생각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마을을 헤아립니다. 사람이 사랑하는 꿈을 살핍니다. 보도사진은 신문사진이 아니요, 보도사진은 사건사진이나 전쟁사진이 아닙니다. 보도사진이란 내 둘레 사람들 이야기를 내 삶 이야기로 맞아들여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보도사진을 찍는 사람이란 구경꾼이 아니라 내 삶을 온마음으로 아끼면서 온몸으로 부대끼는 꿈을 찍는 사람입니다. (4345.3.6.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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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칠만 원에 이르는 책. 그러나, 이 사진책을 장만해야 한다고 느끼니 보관함에는 담는다. 내 앞에 헬무트 뉴턴 사진책이랑 무라이 오사무 사진책을 나란히 놓고, 둘 가운데 하나를 사라 한다면, 아주 자연스레 무라이 오사무 사진책을 살 텐데... 어찌 되든, 책값을 치를 돈을 벌어야 한다...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京都迎賓館 (大型本)
平凡社 / 2010년 11월
119,660원 → 111,280원(7%할인) / 마일리지 3,34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2월 1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2년 03월 06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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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3-06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비싸네요

파란놀 2012-03-06 17:25   좋아요 0 | URL
제 책들이 100만 권 팔리면
아주 즐겁게 장만할 텐데요!

@.@
 
한국에서 부란이 서란이가 왔어요 희망을 만드는 법 1
요란 슐츠.모니카 슐츠 지음, 황덕령 옮김 / 고래이야기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따스한 사랑은 따스한 웃음으로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41] 요란 슐츠·모니카 슐츠, 《한국에서 부란이 서란이가 왔어요!》(고래이야기,2008)

 


 봄비가 이틀째 내립니다. 사흘째 새벽인데 아직 빗줄기가 멎지 않습니다. 새벽녘 방에 불을 넣습니다. 이런 날씨에는 기저귀가 보송보송 마르지 않아 틈틈이 불을 다시 넣어야 합니다.

 

 어른만 살아가는 집이라 하더라도 날마다 빨래감이 나옵니다. 하다못해 행주를 빨든 걸레를 빨든 날마다 빨래할 일이 있습니다. 아이들이랑 살아가는 집이라면 날마다 빨래감이 꽤 많이 나옵니다. 날마다 빨래하지 않으면 꽤 버겁게 쌓입니다. 더욱이 갓난쟁이가 있으면 갓난쟁이 기저귀와 기저귀겉싸개 빨래는 날마다 서너 차례씩 해야 합니다.


.. “오, 정말 귀여운 아기들이네! 작은 꽃같이 예뻐.” 원장 수녀님이 말했어요. “이제부터 네 이름은 백합의 봉우리를 말하는 ‘부란’이, 너는 백합꽃을 말하는 ‘서란’이라고 부를게.” ..  (12쪽)

 

 


 비가 주룩주룩 내리니 빨래를 마당에 내놓지 못합니다. 집안 곳곳에 빨래를 넙니다. 마루 쪽 유리에는 뽀얗게 김이 서립니다. 이제 봄을 지나 여름에 장마가 올 텐데, 장마철에는 빨래가 어떻게 될까 궁금합니다. 딱히 궁금할 일이야 있겠느냐만, 또 아이들이랑 살아온 지 다섯 해째 되니, 그동안 장마철 빨래를 네 차례 겪은 터라, 그리 걱정스럽지 않지만, 새봄에는 새봄대로 새봄 빨래를 누리고, 새여름에는 새여름대로 새여름 빨래를 누리겠지, 하고 생각합니다. 바람 포근하고 햇살 따사로운 날, 마당 한켠에서 큰아이랑 이불 밟으며 빨래할 일을 꿈꿉니다.

 

 깊은 새벽에 일어나 기저귀를 갭니다. 방바닥 곳곳에 덜 마른 기저귀를 깔았다가 볼에 대고 슥슥 비비며 아이 샅에 이 천이 닿을 때에 서늘하거나 축축한 느낌이 없다고 느낄 만하다 싶으면 비로소 갭니다. 손으로 만지기만 해서는 빨래가 제대로 말랐는가를 알지 못해요. 볼에 대고 비비면서 코로 냄새를 맡아야 제대로 압니다.

 

 여러 식구와 살림을 이루지 않던 지난날을 가만히 떠올립니다. 나 혼자 살아가던 때에는 한 사람 옷가지이니 빨래감이 적습니다. 이때에는 빨래를 옷걸이에 꿰어 방 한쪽에 건 채 여러 날 그대로 두었습니다. 이러면 알아서 다 마르니까요. 해가 나면 창가에 빨래를 두고, 저녁이면 방 한쪽에 두어요. 홀살림일 때에는 참말 홀가분한 살림입니다.

 

 여러 식구 살림일 때에는 도무지 홀가분할 수 없습니다. 나는 옆지기와 아이들을 헤아리고, 옆지기는 나와 아이들을 헤아리며, 아이들은 서로서로 헤아리고 어버이를 헤아리겠지요.

 

 식구가 여럿인 만큼, 생일을 챙기면 이제 네 사람 생일입니다. 4월, 5월, 8월, 12월, 살짝 띄엄띄언 네 식구 생일이 떨어집니다. 여기에 할머니 두 분과 할아버지 두 분 생일이 있고, 큰아버지와 이모와 외삼촌 생일이 있습니다. 나 혼자 살아가던 지난날에는 내 생일조차 안 챙기며 살았지만, 옆지기와 둘이 식구를 이루면서 내 생일이며 옆지기 생일을 챙기고, 아이들이 태어나며 아이들 생일을 더 챙깁니다.

 

 

 


.. 보육원 가족들이 모두 나와서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어요. “잘 지내. 행복해야 해!” 하지만 부란이와 서란이는 자동차 타는 것에 마냥 신이 났어요. 그래서 수녀님과 친구들이 하는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요 ..  (20쪽)


 아이들이 앞으로 무럭무럭 자라는 동안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차츰차츰 늙습니다. 아이들 아버지와 어머니도 천천히 늙겠지요. 태어나 자라는 사람이 있으면, 늙어서 죽는 사람이 있습니다. 살아가는 동안에는 생일을 챙기며 함께 기뻐하고, 누군가 흙으로 돌아가면 죽은 날을 기리며 고요히 생각에 젖습니다. 새로 태어난 날에는 한 사람이 처음 태어나 이날까지 살아오며 얼마나 아름다운 목숨이자 빛이었는가를 생각합니다. 흙으로 돌아간 날에는 한 사람이 한삶을 누리며 얼마나 고마운 목숨이요 사랑이었는가를 헤아립니다.

 

 식구를 이루는 일이란 서로를 즐거이 아끼는 길을 찾는 일이로구나 싶습니다. 옆지기와 짝꿍을 맺고, 아이들이랑 한솥밥을 먹는 일이란 서로서로 어깨동무하며 좋은 살림을 이루는 일이로구나 싶습니다.

 

 푸나무가 열매를 맺어 씨를 낼 때에도 이와 같겠지요. 푸나무가 꽃을 피울 때에도 이와 같겠지요. 푸나무가 처음 새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릴 때에도 이와 같을 테고요.

 

 새싹도 어여쁘고 뿌리도 튼튼합니다. 새잎도 어여쁘며 줄기도 튼튼합니다. 꽃잎도 어여쁘며 열매도 알찹니다. 씨앗도 어여쁘며 가랑잎도 곱습니다.

 

 


.. 아주 멀리 스웨덴에서는 부란이와 서란이의 양부모가 될 스벤손 부부가 한국에서 보내 준 쌍둥이 사진을 보고 있었어요. 부부는 아주 오랫동안 아기를 기다려 왔어요. 그러니 얼마나 기뻤겠어요! 게다가 한 명도 아닌 쌍둥이를 얻게 되었으니 말이에요 ..  (33쪽)


 스웨덴사람 요란 슐츠 님과 모니카 슐츠 님이 함께 빚은 그림책 《한국에서 부란이 서란이가 왔어요!》(고래이야기,2008)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스웨덴에서 1989년에 처음 나왔다고 합니다. 한국에는 열아홉 해만에 나온 셈이라 할 텐데, 스웨덴사람 요란 님은 1999년에 숨을 거두었다고 해요. 한국 어린이 부란과 서란을 받아들여 깜찍하게 사랑한 스웨덴 어버이는 이녁한테 고맙고 애틋한 두 아이를 맞아들인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즐거이 담았답니다. 참말 고맙게 그림책을 빚고, 그야말로 애틋하게 그림책을 지었어요.

 

 스웨덴사람한테는 낯선 한글일 텐데, 그림책에 나오는 한글이 참 또박또박 정갈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림이 푼더분합니다. 글은 앙증맞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다른 스웨덴사람도 그지없이 따사롭습니다.

 

 두 스웨덴 어버이가 아이들을 얼마나 바랐고 얼마나 좋아했으며 얼마나 기뻤는가 하는 꿈이 사르르 묻어납니다. 두 아이와 살아가는 내 모습을 그림책 스웨덴 어버이와 나란히 놓으면서, 나는 우리 집 두 아이를 얼마나 좋아하고 반기며 사랑하는가 하고 돌아봅니다.

 

 그러나, 모든 ‘입양 어린이’가 이 그림책에 나오는 부란 서란처럼 기쁜 나날을 누리지는 못해요. 똑같이 스웨덴 ‘입양 어린이’였던 수잔 브링크 이야기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이라든지, 스위스 ‘입양 어린이’ 삶을 다룬 《엄마가 사랑해》라든지, 벨기에 ‘입양 어린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피부색깔=꿀색》을 살피면, 저마다 눈물과 슬픔과 아픔을 고이 받아먹으며 살아가는 가녀린 아이들 모습이 나타납니다.

 

 


.. “조금만 연습하면 어렵지 않아.” 서란이가 의젓하게 말하며 김밥을 하나 집어 들었어요. “언젠가 한국에 가게 될지도 모르니까 젓가락으로 먹는 연습 좀 해 놓아야겠다.” 친구 제니가 말했어요. 이 말을 듣자 부란이가 엄마에게 물었어요. “엄마, 우리 한국에 갈 수 있어요?” ..  (52∼53쪽)


 스웨덴 어버이는 고향나라를 둘 둔 셈입니다. 부란 서란 또한 고향나라가 둘인 셈입니다. 나와 옆지기와 아이들은 어떠할까? 우리 네 식구는 어떻다 할 만할까? 그래, 우리 네 식구는 이곳 시골마을 작은 보금자리가 첫째 고향이요, 우리가 앞으로 훨훨 날아 마음껏 누릴 하늘나라가 둘째 고향이 될 테지요. 땅을 딛고 사는 동안에는 이 보금자리를 사랑하고, 모두들 새롭게 다시 만날 누리에서는 그곳대로 서로서로 예쁘게 어울릴 삶동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삐삐 랑스트룸프(Pippi Langstrump)처럼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하늘을 날아가며 사는 누리가 있으리라 생각해요.

 

 따스한 사랑은 따스한 웃음으로 찾아옵니다. 아이들이 한국에서 살아간대서 더 즐겁거나 더 아름다운 삶이 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이 스웨덴이나 스위스나 벨기에나 미국으로 건너가서 새 어버이를 만나기에 더 즐겁거나 더 슬픈 삶이 되지는 않아요.

 

 어버이 스스로 따스한 사랑을 누리는 삶일 때에 아이들 또한 따스한 사랑을 물려받으며 빛나는 삶이 됩니다. 어버이부터 좋은 사랑을 기쁘게 누리는 삶이어야 아이들 또한 언제나 좋은 사랑을 기쁘게 이어받으며 아름다운 삶이 돼요. (4345.3.6.불.ㅎㄲㅅㄱ)


― 한국에서 부란이 서란이가 왔어요! (요란 슐츠·모니카 슐츠 글·그림,황덕령 옮김,고래이야기 펴냄,2008.5.20./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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