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맛

 


  나는 꼭 두 가지 딸기맛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하나는 아주 어린 어느 날, 시골 외가집에서 밭딸기를 밭에서 바로 따서 먹던 맛입니다. 다음 하나는 그 뒤 어느 퍽 어린 날인데, 시골 밭둑인지 멧등성이인지 들딸기나 멧딸기를 따서 먹던 맛입니다.


  처음으로 밭딸기를 먹고 나서, 가게에서 사다 먹는 딸기는 도무지 먹을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제아무리 알뜰히 거둔 유기농 딸기라 하더라도, 비닐을 안 친 밭자락에 심어 거둔 밭딸기 맛보다 짙거나 달거나 바알갛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 다음으로 들딸기나 멧딸기 맛을 보고는 밭딸기조차 견줄 수 없이 오래도록 입안과 온몸을 감도는 달달하며 짙고 바알가면서 푸른 맛이 남습니다. 고픈 배를 채우거나 가벼운 입을 달싹이는 맛이 아닌, 목숨을 받아들여 내 목숨 곱게 건사한다는 삶을 느꼈어요.


  하루가 흐르고 한 해가 흐릅니다. 어린 나날 외가집에서 먹은 맨땅 밭딸기 맛은 두 번 다시 찾아보지 못합니다. 들딸기와 멧딸기는 시골로 나들이를 갈 적 곧잘 찾아봅니다. 이제 두 아이와 함께 시골자락 들판과 멧등성이 마실을 하면서 새봄 첫 들딸기와 멧딸기 맛을 봅니다. 다섯 살 아이는 스스로 딸기 알맹이를 손으로 잡아당기면서 ‘잘 익었는가 덜 익었는가’를 깨닫습니다. 잘 익은 딸기는 손으로 살며시 잡기만 해도 톡 하고 떨어집니다. 손가락으로 살며시 건드려도 툭 하고 떨어져요.


  딸기를 쥔 손에는 딸기내음이 뱁니다. 딸기를 먹는 입에는 딸기내음이 감돕니다. 딸기를 먹은 몸에는 딸기내음이 어우러집니다.


  쌀을 밥으로 짓든 날로 씹어서 먹든, 쌀을 먹는 사람 몸에는 쌀내음이 뱁니다. 술을 마시는 사람 몸에는 술내음이 뱁니다. 보리를 먹는 사람은 보리내음이 뱁니다. 담배를 태우는 사람은 담배내음이 뱁니다. 자가용을 모는 사람은 플라스틱과 기름 냄새가 뱁니다. 흙에서 일하는 사람은 흙내음이 뱁니다. 회사이든 공공기관이든 시멘트 건물에서 일하고 시멘트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한테는 시멘트내음이 뱁니다. 세겹살 즐겨먹으면 세겹살 냄새가 밸 테고, 갑오징어를 먹으면 갑오징어 내음이 배겠지요. 돈을 신나게 버는 사람한테는 돈내음이 가득합니다. 사랑을 나누며 꽃피우려는 사람한테는 사랑내음이 물씬 납니다.


  이웃집 할머니가 제비 지저귀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마늘밭에서 마늘을 하나하나 캡니다. 아이들은 낮잠을 자는 둥 마는 둥하다가 온 집안과 마당을 넘나들며 개구지게 놉니다. (4345.5.2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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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을 만들다

 


  첫째 아이가 한 살부터 다섯 살까지 살아낸 하루를 돌아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내 어버이도 내 어린 날 돌아보기가 어렵지 않을까 헤아려 본다. 날마다 새롭게 자라고, 나날이 씩씩하게 큰다. 날마다 팔힘과 다리힘이 새롭게 붙고, 나날이 새로운 말과 새로운 몸짓으로 살아낸다.


  둘째 아이 걷기를 시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첫째 아이는 혼자 멀찍이 앞서 달린다. 저 멀리, 저저 멀리, 혼자 씩씩하게 달린다. 이렇게 멀리 달렸다가 돌아온다. 돌아왔다가 다시 달린다. 쉬지 않고 지치지 않으며 그치지 않는다.


  스스로 그림이 된다. 스스로 사랑이 된다. 스스로 꿈이 된다. 스스로 이야기가 된다.


  그림은 루브르박물관에만 있지 않다. 사랑은 연속극에만 있지 않다. 꿈은 소설책에만 있지 않다. 이야기는 대학교 교수님 교재에만 있지 않다.


  씩씩한 두 다리가 그림이 된다. 씩씩한 두 팔로 그림을 그린다. 마알간 손길과 해말간 눈빛으로 그림을 만든다. (4345.5.2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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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들보라 샘가 물놀이

 


  아침 걸음마를 마치고 샘가에서 손과 낯과 머리를 씻는다. 씻기고 샘가에 앉히니 손으로 물을 튕기며 논다. 누나는 샘가에 발을 담그며 놀고, 산들보라는 물을 철썩철썩 튕기기만 해도 즐겁다며 논다. (4345.5.2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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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잡고 걸어 어린이

 


  동생이 씩씩하게 잘 걸을 수 있기를 바라며, 아버지하고 둘이 동생 손을 나란히 잡고 천천히 걷는다. 동생은 걷기보다 기고 싶다며 자꾸 손을 뿌리친 다음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싶다. 그래도 손을 놓지 않는다. 쉬었다 걷고, 또 쉬었다 걷는다. 기기만 하는 아이한테는 제법 멀다 싶은 길을 나란히 걸었다가, 나란히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에는 아버지 혼자 동생 손을 잡고, 누나는 멀리 저 앞으로 달음박질을 친다. (4345.5.2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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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딸기 책읽기

 


  들딸기가 익는다. 들딸기는 스스로 씨를 퍼뜨리고 줄기를 뻗친다. 사람 손길이 타서 들딸기를 잘 따먹으면 이듬해에는 훨씬 더 많이 맺힌다고 한다. 올봄 우리 식구들 들판과 밭둑에서 들딸기를 실컷 따먹을 테니, 다음해 봄에는 더욱 많이 맺히는 바알간 열매를 만날 수 있겠지. 5월 23일은 아직 터질 듯 여물지 않았으나, 다섯 살 딸아이는 하나둘 냠냠 따먹는다. 딸아이는 혼자서만 먹지 않고 손바닥에 예쁘게 올려놓고 먼저 한 번 보여주고 나서 먹는다. 며칠 더 지나면 바알간 알갱이가 한껏 부풀어 더 달고 한껏 푸르며 맑은 봄내음이 어떠한가를 느끼도록 해 주리라 생각한다.


  봄을 먹고, 봄을 마시며, 봄을 누린다. (4345.5.2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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