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백 살 느티나무

 


  팔백 살하고 마흔 살을 더 먹었으리라 보이는 읍내 느티나무 앞에 선다. 느티나무 그늘은 아주 넓다. 백 사람쯤 자리 깔고 앉아도 모두 그늘을 넉넉히 즐길 만하다. 가지는 높고 나뭇잎은 우거진다. 줄기는 매우 두껍고 딱딱해 누군가 망치를 들어 못을 박으려 하면 못이 휘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손에 망치나 못을 들지 않고서, 그예 맨바닥 맨손인 채, 가만히 팔을 벌려 굵직한 나무줄기를 껴안으며 귀를 대면, 팔백 살하고 마흔 살을 더 먹었으리라 보이는 느티나무 콩닥콩닥 뛰는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


  다섯 살 아이가 느티나무를 타고 오른다. 두 살 아이가 느티나무 앞에서 흙을 쓰다듬으며 논다. 느티나무는 수많은 아이들을 보며 살았고, 앞으로도 수많은 아이들이 이 곁을 스치고 지나갈 테지. 느티나무는 사람들이 짓다가 허무는 온갖 집과 다리와 학교를 바라볼 테고, 느티나무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피비린내 싸움과 다툼을 고스란히 지켜볼 테지.


  누군가 느티나무 가지를 자르겠지. 누군가 느티나무 잎사귀를 따겠지. 누군가 느티나무를 사랑하겠지. 누군가 느티나무 곁에서 흙을 일구며 날마다 흐뭇하게 웃는 나날 누리겠지. (4345.5.28.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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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설’과 ‘말하기’와 ‘떠벌리기’
[말사랑·글꽃·삶빛 10] 내 말은 내 사랑이다

 


  생각을 가만히 기울이면서 말할 때에 내 말투는 씩씩하게 섭니다. 마음을 따스히 쓰면서 말할 때에 내 말마디는 어여삐 빛납니다. 사랑을 알뜰히 들이면서 말할 때에 내 말결은 보드라이 샘솟습니다.


  사람은 저마다 가장 좋아하는 말을 합니다. 따로 ‘표준말’을 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가장 사랑하는 글을 씁니다. 따로 ‘맞춤법’에 걸맞게 글을 쓰지 않습니다. 내 생각을 씩씩하게 다스릴 말을 합니다. 내 마음을 따스하게 북돋울 글을 씁니다. 내 사랑을 보드라이 보듬을 이야기를 나눕니다.


  흔히들 ‘바른 말 고운 말’을 이야기합니다. 말을 바르게 써야 한다 말하고, 글은 곱게 써야 한다 얘기합니다. 나는 이 같은 목소리가 틀리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바른 말 고운 말’은 가없이 마땅하다고 느낍니다. 다만, 어떤 바른 말이고, 어떻게 고운 말인가를 생각하고 싶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들려주는 표준말이 바른 말이라 할 만하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말글학자가 얘기하는 맞춤법이 고운 말이라 할 만하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바르다’와 ‘곱다’를 밝히자면 무엇보다 바른 삶과 고운 삶을 밝혀야지 싶어요. 바른 넋과 고운 넋을 나란히 밝혀야지 싶어요. 바른 꿈과 고운 사랑을 함께 밝혀야지 싶어요.


  사람들한테 어떤 ‘말 지식’을 얘기한대서 바르게 쓸 말이 서지는 않는다고 느낍니다. 사람들한테 어떤 ‘말 정보’를 알려준대서 곱게 쓸 말이 퍼지지는 않는다고 느낍니다.


  삶을 바르게 볼 줄 모르면서 말을 바르게 볼 수 있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착한 일을 즐기지 못하거나 고운 나날 누리지 못하면서 말만 곱게 꾸밀 수 있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말’이란, 내 삶을 드러내는 얼굴이라고 느낍니다. ‘글’이란, 내 사랑을 적바림하는 이야기라고 느낍니다. 사람들 스스로 어디에서 어떤 삶을 누리는가를 톺아볼 수 있어야 사람들 스스로 어디에서 어떤 말을 익히며 나누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 스스로 어떤 일을 어떤 넋으로 하는가를 깨달을 수 있어야 사람들 스스로 사랑어린 말과 믿음직한 글로 생각을 드러냅니다.


  일본사람 우오즈미 나오코 님이 쓴 청소년책 《원예반 소년들》(양철북,2012)을 읽다가 39쪽에서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 주십시오.” 하는 대목과 “어쨌거나 발설만 하지 않으면 된다 이거지?” 하는 대목을 봅니다. 44쪽에서는 “나가서 떠벌리지 않을까요?” 하는 대목을 봅니다. 세 가지 글월을 나란히 놓고 생각에 잠깁니다. 읽던 책은 내려놓고 한동안 생각에 빠집니다. 내가 열대여섯 살 푸름이였을 적, 나는 어떤 낱말과 말투로 내 넋을 가누었을까 하고 돌이킵니다. 내 열대여섯 살에는 누구한테서 듣거나 배운 말마디로 내 넋을 드러냈을까 하고 돌아봅니다. 내 열대여섯 살 말밭은 어떤 낱말로 이루어졌던가 하고 되돌아봅니다.


  내 어머니와 아버지가 늘 주고받는 말마디가 내 말마디가 되었을까요. 동무들하고 주고받는 말마디가 내 말마디가 되었을까요. 교과서에 적힌 글줄과 교사들이 읊는 말소리가 내 말마디로 녹아들었을까요. 나는 어떤 말을 어떤 넋으로 어떤 사랑을 담아 나누던 푸름이였을까요.


  한자말 ‘발설(發說)’은 “입 밖으로 말을 냄”을 뜻한다 합니다. 나는 푸름이였을 적 이 한자말을 알았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발설’뿐 아니라 ‘입 밖에 내다’라든지 ‘벙긋하다’ 같은 말도 알았다고 느낍니다. 열대여섯 살 무렵, 나와 동무들이 주고받던 말마디를 하나씩 되새기며 적어 봅니다. 첫째, “너, 말하지 마.” 둘째, “너, 입도 벙긋하지 마.” 셋째, “너, 입 다물어.” 넷째, “너, 조용히 해.” 다섯째, “너, 일러바치지 마.” 여섯째, “너, 호박씨 까지 마.” 일곱째, “너, 주둥이 함부로 놀리지 마.”


  이밖에, 이무렵 나와 동무들이 알던 말로 ‘고자질(告者-)’이 있고, ‘발설(發說)’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말은 어른들이 으레 쓰기에 우리들도 더러 썼지, 우리 스스로 먼저 쓰지 않았습니다. 동무들이나 아이들끼리는 언제나 “너, 선생님한테 일렀지?”처럼 말했습니다. 이무렵 ‘말하다’와 ‘이르다’가 서로 어떻게 같거나 다른가를 알지 못했지만, 두 가지 말을 골고루 썼어요. ‘호박씨 까기’는 좀 다른 자리에 쓴다고 하지만, 내 어릴 적 동무들은 몰래 읊는 말도 호박씨를 깐다고 함께 얘기했어요. 뒤에서 주절거리는 말도 ‘호박씨 깐다’고 했어요. “너 어디서 호박씨 까고 다니냐?”처럼.


  더 뒤돌아보면, 이무렵 어른들은 우리한테 ‘이르다’가 어떤 뜻이거나 쓰임이거나 느낌인지 이야기해 주지 않았습니다.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는 열두 해 동안, 어느 국어 교사도 이 대목을 짚지 못했습니다.


  고등학생 때에는 때때로 ‘언쟁(言爭)’이나 ‘논쟁(論爭)’ 같은 말을 듣거나 썼습니다. 그런데, 이런 낱말을 쓰면서 어딘가 꺼림칙했어요. 나는 열 살에 천자문을 떼며 한자를 조금 익혔는데, 어른들이 쓰는 ‘언쟁’이나 ‘논쟁’이란, 말뜻을 풀면 한국말로 ‘말다툼’이나 ‘말싸움’이에요. 어느 자리에서는 ‘다툼’이라기보다 ‘나눔’이었어요. 서로 말을 나누는 자리인데, 언제나 버릇처럼 ‘논쟁’이라 하더군요. 삶 매무새 그대로 ‘말나눔’이나 ‘이야기나눔’ 같은 낱말을 즐겁게 빚을 만하지만, 어른들은 이렇게 새말을 빚어 즐겁게 쓰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어요.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합니다. 한국사람이니까요. 일본사람은 일본말을 합니다. 일본사람이니까요. 중국사람은 중국말을 할 테지요. 중국사람이니까요. 그러면, 한국사람이 주고받는 한국말은 어떤 한국말일까요. 한국사람이 쓰는 한국말은 한국말답다 할 만할까요.


  한자말 ‘발설’은 한국사람이 쓸 만한 한국말로 여겨도 될까요. 이 낱말을 ‘한국말사전’에 싣거나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싣거나 청소년책에 넣어도 괜찮을까요.


  어른 나이로 살아가는 이 나라 사람들은 푸름이 나이로 살아가는 이 나라 사람들 앞에서 어떤 말을 쓰는가요. 어떤 마음으로 어떤 말을 쓰나요. 어떤 사랑으로 어떤 글을 짓나요. (4345.5.28.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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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꼭 지켜야 할 벼 철수와영희 어린이 인문생태그림책 1
노정임 지음, 안경자 그림, 강병화 감수, 바람하늘지기 / 철수와영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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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먹는 밥으로 사랑을 일굽니다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69] 안경자·노정임, 《우리가 꼭 지켜야 할 벼》(철수와영희,2012)

 


  내가 먹는 모든 밥은 내 몸이 됩니다. 내 몸은 내 삶이 되고, 내 삶은 내 아이들 삶으로 이어집니다.


  아이들은 나이가 들며 이제 저희대로 저희 좋은 삶길을 걷겠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걷는 삶길이란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으면서 스스로 찾거나 살피거나 헤아리는 길입니다.


  아이들 몸을 이루는 숨결은 어버이가 여느 때에 꾸준히 먹은 밥으로 이루어집니다. 어른들 스스로 어린 날부터 차근차근 먹으며 숨결을 이은 밥이 곧 아이들 목숨이에요. 아이들이 걸린다는 아토피이든 숱한 몸앓이는 모두 어버이가 아이한테 물려준 생채기이자 아픔이고 슬픔이에요. 어버이는 몸으로 이 숱한 생채기나 아픔이나 슬픔을 누리지 않습니다. 바로 가장 가까운 곁에서 아이들이 괴롭고 힘겨우며 지치는 모습을 그예 바라보면서 어찌저찌 손을 못 쓰며 바라보기만 합니다.


  그러니까, 어버이 스스로 착하고 맑으며 고운 밥을 꾸준하게 즐겨먹는다면, 어버이 숨결로 빚을 아이들 목숨은 더없이 착하고 맑으며 고울 수 있어요.


.. 이번 책을 준비하면서 부지런히 자료를 찾다가 가장 놀란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우리 나라의 농약 사용량이 무척 많다는 사실이었고 … 한 가지 더 안타까운 것은 농촌과 농업에 대한 자료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  (8쪽)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물려주는 사랑은 어버이가 늘 먹는 밥과 같다고 느낍니다. 어버이로서 날마다 어떤 밥을 먹느냐만큼, 어버이로서 날마다 어떤 사랑을 나누느냐에 따라 아이들 하루하루가 달라지는구나 싶어요. 어버이로서 늘 누리는 사랑이란 아이들이 늘 누리는 사랑이고, 어버이답게 노상 빚는 꿈이란 아이들이 노상 빚는 꿈이로구나 싶어요.


  내가 꽃내음 맡으며 들길을 걸으면 아이도 나와 함께 꽃내음 맡으며 들길을 걷지만, 이에 앞서 내 몸과 마음으로 스미는 꽃내음이 내 생각을 따숩게 다스립니다. 내가 들새 노랫소리 들으며 멧길을 오르내리면 아이도 나와 함께 노랫소리 들으며 멧길을 오르내리지만, 이보다 내 넋과 얼로 녹아드는 노랫소리가 내 사랑을 곱게 보듬습니다.


  날마다 좋은 밥을 먹어야겠다고 느낍니다. 언제나 좋은 밥을 마련해야겠다고 느낍니다. 가장 좋다고 느끼는 먹을거리로 밥상을 차려요. 가장 좋다고 느낄 마음가짐으로 밥상을 차릴 때에 즐거워요. 가장 비싼 먹을거리가 아니라 가장 좋다고 느끼는 먹을거리예요. 가장 빛나는 밥솜씨가 아니라 가장 좋은 매무새로 짓는 밥이에요.


.. 쌀과 밥을 못 본 친구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벼’를 못 본 친구는 있을 수도 있어요. 쌀과 밥은 부엌에 있지만, 벼는 논에서 자라니까요. 벼는 쌀을 얻으려고 논에 심어 기르는 한해살이풀이랍니다 ..  (14쪽)

 

 


  오월 끝무렵이 되니 전남 고흥 시골마을 할머니와 할아버지 모두 바쁩니다. 오월 첫머리까지는 모두들 천천히 쉬엄쉬엄 지내며 얼크러져 노시는구나 싶었으나, 이제 밭자락마다 마늘 캐느라 바쁘고, 논자락마다 써레질과 물대기로 바쁩니다. 차근차근 밑일을 마치는 유월을 맞이하면 모두들 무논에 모를 심겠지요. 예전처럼 손으로 모를 심지는 않지만, 즐겁게 모를 심겠지요. 허리 굽은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손으로 모를 심으라 바라기 힘들 테지만, 도시에서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은 바로 ‘시골 늙은 할매 할배가 일군 쌀’을 사다가 밥을 지어 먹겠지요.


  곰곰이 돌아봅니다. 열 해 앞서도, 스무 해 앞서도, 또 서른 해 앞서도 시골마을에서는 ‘늙은 사람’이 흙을 일구었습니다. 앞으로 열 해 뒤에도, 또 스무 해 뒤에도, 어쩌면 서른 해나 마흔 해 뒤에도 시골마을에서는 ‘늙은 사람’만 흙을 일구고, 젊은 사람은 도시에서 돈을 벌는지 몰라요. 이 나라에서 흙과 사귀는 일이란 늙은 사람만 할 일이요, 젊은 사람은 자가용이랑 인터넷이랑 돈이랑 물질문명하고 사귀기만 하면 될 노릇일는지 몰라요.


  사랑하는 사람한테 장미꽃을 사다 선물한다는데, 정작 장미씨를 받아 장미싹을 틔워 장미나무를 키운 다음 이 장미나무한테서 얻은 꽃송이를 꺾어 선물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워요. 그저 돈을 벌어 돈으로 장미를 사고 돈을 치러 빼입은 옷을 차려입은 다음 서로서로 만나는 도시예요. 내 몸을 움직이지 않아요. 내 마음이 내 몸에 따라 거듭나지 않아요. 내 몸에 흙을 묻히거나 내 얼굴에 햇살이 닿도록 하지 않는 도시예요.


  한국사람은 누구나 밥을 먹는다지만, 막상 밥이 될 쌀을 어떻게 빚고, 쌀은 벼에서 어떻게 갈무리하는가를 살피지 않아요. 한국사람은 빵이나 라면이나 국수를 참 많이 먹는데, 정작 빵이나 라면이나 국수, 여기에 과자가 될 밀을 어디에서 누가 어떻게 일구어 얻는가를 헤아리지 않아요.


  아이들도 모르지만, 아이들보다 어른들부터 모릅니다. 아이들도 생각하지 않지만, 아이들에 앞서 어른이 먼저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 벼꽃이 피었어요. 아주 빨리 꽃가루받이를 한답니다. 2∼3시간 안에 수정을 하고 곧 지지요. 옛 어른들은 “벼꽃 필 때는 거름도 주지 말라”고 했대요. 부지런한 농부도 이때는 논에 가지 않고 벼꽃이 알아서 일하길 조용히 기다리지요 ..  (21쪽)

 


  그림책 《우리가 꼭 지켜야 할 벼》(철수와영희,2012)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이 그림책은 날마다 밥을 어버이한테서 받아먹는 아이들이 ‘벼’를 옳게 제대로 슬기롭게 알도록 이끕니다. 아이들이 밥을 모르고서는, 벼를 모르고서는, 쌀을 모르고서는, 참말 밥을 밥답게 누리지 못하고 삶을 삶답게 즐기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베푸는 선물 같은 책입니다.


  그래, 이 그림책은 아이들한테 되게 좋겠구나 싶어요. 이 그림책을 읽을 아이들은 벼와 쌀과 밥을 잘 가누어 돌아볼 만하고, 알뜰살뜰 생각할 수 있겠구나 싶어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한 가지 궁금합니다. 아이들이 벼와 쌀과 밥을 알 수 있다지만, 어른들은 어떡하지요? 아이들은 벼와 쌀과 밥을 알아차리고 느끼며 익힌다지만, 어른들은 무엇을 하나요?


  아이들은 예쁘게 빚고 알차게 엮은 그림책을 읽으며 좋은 생각을 마음껏 북돋운다지만, 어른들은 어떤 생각을 얼마나 북돋울까요?


.. 논은 사람 손으로 만든 습지예요. 습지는 생물다양성이 높은 아주 중요한 생태계랍니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넓은 습지는 바로 논이에요. 논은 사람이 사는 마을처럼 여러 생명이 자라고 어울려 사는 생명의 터전이랍니다 ..  (28쪽)

 


  어떤 그림책이든 어른이 장만해서 아이들한테 읽힙니다. 어떤 그림책이든 아이들이 책방마실을 하면서 장만하지 않습니다. 어떤 그림책이든 아이들 혼자 도서관으로 나들이를 가서 읽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그림책이든 아이들이 어버이나 교사랑 나란히 도서관으로 나들이를 가서 읽습니다.


  책을 덮고 가만히 생각합니다. 우리 어른들이 이 그림책을 먼저 즐겁게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어른들부터 이 그림책을 예쁘게 읽으면 좋겠다고 느낍니다. 우리 어른들부터 벼와 쌀과 밥을 곱게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어른들부터 날마다 맛나게 밥먹고, 언제나 예쁘게 꿈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어른들부터 좋은 삶을 생각하고 좋은 사랑을 나누며 좋은 밥을 즐길 수 있으면 참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내가 먹는 밥으로 사랑을 일굽니다. 내가 나누는 밥으로 꿈을 빛냅니다. (4345.5.27.해.ㅎㄲㅅㄱ)

 


― 우리가 꼭 지켜야 할 벼 (안경자 그림,노정임 글,바람하늘지기 기획,철수와영희 펴냄,2012.6.6./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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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돌

 


  노래하는 한돌 님 노래를 테이프나 레코드로 듣기는 쉽지 않습니다. 시디로 듣기 또한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을 살펴 디지털파일로 몇 가지 찾아 들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 내가 고이 건사하며 하루에 몇 차례 듣던 노래테이프는 어디론지 사라져 없는데, 내가 참 듣고 싶은 노래는 디지털파일로 없습니다. 노래 한 가락에 600원씩 주고 장만해서 듣다가 가만히 생각합니다. 〈먼지 나는 길〉이라는 노래는 앞으로 디지털파일이 나올 수 있을까요. 누군가 이 노래를 다시 불러 널리 알릴 수 있을까요. 시이기에 노래이고, 노래이기에 삶인 〈먼지 나는 길〉 노랫말을 찬찬히 되새깁니다. 시를 쓰기에 노래를 짓고, 노래를 짓기에 삶을 누린 한돌 님 노랫가락을 하나하나 돌아봅니다. 나는 시를 쓰면서 삶을 짓고 싶습니다. 나는 삶을 지으면서 사랑을 누리고 싶습니다. 나는 사랑을 누리면서 꿈을 나누고 싶습니다. 나는 꿈을 나누면서 이야기를 엮고 싶습니다. (4345.5.27.해.ㅎㄲㅅㄱ)

 


먼 길을 지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때가 묻었지
때 묻은 내 모습 바라보며 사람들은 놀려댔지
내 모습 보고 싶어 나를 만나고 싶어
슬픈 내 이름을 불러 본다 오늘도 먼지나는 길

 

천국이 어디냐고 길을 묻는 사람이 있어
십자가의 종소리는 오늘도 주님을 믿으라 하네
주님은 어디 계신지 어디서 무얼 하는지
하늘엔 하느님이 너무 많다 오늘도 먼지나는 길

 

선생님 우리들의 선생님
가르침도 배움도 아니었어요 어느 길로 가야 하나요
선생님의 눈물 속에 맴도는 우리의 모습
길마다 공사중인 내 나라는 오늘도 먼지나는 길
먼지나는 이 길 위에
우리가 빗물이 되어
어린 햇살 반짝이는 그 마음에
비 개인 아침이 되자

 

(한돌 님 이야기책 하나가 있는데, 참 검색하기 힘들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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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읽습니다
자운영을 읽습니다
씀바귀를 읽습니다
할머니를 읽습니다
아이 발가락 냄새를 읽습니다
미역국을 읽습니다
참새 노랫소리를 읽습니다
빗길 달리는 시외버스 바퀴소리 읽습니다
갯벌을 읽습니다
김매기를 읽습니다
감자밭을 읽습니다

 

나는
동백꽃을
후박꽃을
모과꽃을
감꽃을
민들레꽃을
옆지기 웃음꽃을
아픈 벗 눈물꽃을
천천히
아로새기며
읽습니다

 

책을 읽습니다

 


4345.5.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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