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없이 아버지만

 


  아이들 어머니가 이틀 밤을 바깥에서 자면서 마음닦기를 하러 갔다. 아버지가 두 아이를 홀로 맡아 돌보면서 이틀 밤을 보내야 한다. 나는 혼자서 두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는지 잘 못 돌볼는지 모른다. 나는 그저 그동안 두 아이와 살아온 결을 헤아리면서 이 아이들하고 예쁘게 놀며 사흘을 보낼 생각을 한다. 다만, 여느 때와 달리, 내가 빨래하는 동안 옆지기가 아이들하고 어울릴 수 없고, 내가 밥하는 사이 옆지기가 아이들을 달랠 수 없다. 오직 나 혼자 모든 집일과 집살림을 건사하면서 아이들하고 놀면서 이것저것 가르쳐야 한다.


  내 마음에는 두려움도 없고 걱정도 없다. 아이들이 웃으면서 나도 웃고, 아이들이 울면서 나도 울겠지. 좋은 햇살은 천천히 기울어 차츰 시원한 저녁이 된다. 낮잠에서 깨어난 아이들한테 주전부리를 내어주면서 물을 먹이고 부채질을 해 준다. 이제 슬슬 아이들과 들길을 천천히 거닐면서 노을빛을 구경해 볼까 싶다. 좋은 하루가 시나브로 저물고, 좋은 새날이 찬찬히 찾아오리라. (4345.7.2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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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05] 밤더위

 

  밤에 덥습니다. 밤더위입니다. 낮에 덥습니다. 낮더위입니다. 밤에 바람이 붑니다. 밤바람입니다. 낮에 바람이 붑니다. 낮바람입니다. 밤에 달이 뜹니다. 밤달입니다. 낮에 달이 뜹니다. 낮달입니다. 밤에 피는 꽃이라 밤꽃이고, 낮에 피는 꽃이기에 낮꽃입니다. 밤에는 밤그림자가 드리우고, 낮에는 낮그림자가 드리웁니다. 밤이 되어 새근새근 밤잠을 이룹니다. 낮에 살짝 드러누워 낮잠을 즐깁니다. 스스럼없이 살아갑니다. 사랑스레 살아갑니다. 아름답게 살아갑니다. 스스럼없이 살아가는 나는 스스럼없이 나눌 좋은 말을 빚습니다. 사랑스레 살아가는 나는 사랑스레 주고받을 맑은 말을 빚습니다. 아름답게 살아가는 나는 아름답게 꽃피울 기쁜 말을 빚습니다. 한여름 밤은 후끈후끈 덥구나 싶다가도 차츰 깊을수록 더위가 가시면서 새벽에 이를 무렵에는 퍽 시원합니다. 집 둘레에 흙이 있어 풀과 나무가 자라는 보금자리에서는 땀이 하염없이 솟는 밤더위가 찾아들지 않습니다. (4345.7.2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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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7-27 15:09   좋아요 0 | URL
무더운 한여름 속에서도 시원한 시간이 있다는 건 자연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멋진 선물 같아요. 저녁 산책할 때 느껴져요.

파란놀 2012-07-27 23:28   좋아요 0 | URL
낮에는 느긋하게 쉬고, 새벽과 아침에만 일하라는 뜻이리라 느껴요~
 


 털실 책읽기

 


  털실로 뜨개옷을 짤 수 있다. 털실을 길게 한 가닥 풀어 잡기놀이를 할 수 있고, 한 가닥을 세발자전거 손잡이에 이어 당기기놀이를 할 수 있다. 털실뭉치를 공으로 삼아 받기놀이를 할 수 있고, 알맞게 끊어 바닥에 그림놀이를 할 수 있다. 내 생각에 따라 털실은 좋은 놀잇감이 되고 좋은 놀이벗이 된다. 내 마음에 따라 털실은 새 모습으로 태어나고, 새 빛깔을 곱게 입는다.


  책이란 무엇인가. 책 하나는 나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가. 책을 읽은 나는 스스로 내 삶을 얼마나 가다듬으면서 새롭게 태어나려 하는가. 책을 빚은 사람들은 책을 빚는 동안 얼마나 산뜻하며 아리땁게 거듭나려 하는가. 책은 삶에 빛이 되는가. 책은 삶에 길이 되는가. 책은 어디에 있을까. 책은 무엇을 이루는가. 책을 손에 쥔 사람들은 하루하루 얼마나 재미난 꿈을 꾸는가. 책은 어디에서 만들어 어디에서 읽히는가.


  아이가 털실을 갖고 논다. 어른도 털실을 갖고 논다. 털실은 누가 빚었을까. 털실은 숲 어디에서 비롯했을까. 털실로 짠 옷이 낡으면 이 실올은 어떻게 쓸 수 있을까. 실로 옷을 짜서 입으려는 생각은 어떻게 태어날 수 있었을까. 몸을 덮는 세포처럼 옷을 이루는 실을 생각하고, 머리를 덮는 머리카락처럼 모시나 누에한테서 실을 얻는 길을 생각하던 마음은 어떠한 빛이었을까.


  책은 날마다 태어난다. 오늘 새로 나온 책은 모레에는 지나간 책이 되고, 모레에 새로 나올 책은 글피에 흘러간 책이 된다. 같은 이야기 담은 책이 꾸준하게 새로운 옷을 입으며 태어나기도 하고, 같은 이야기 담은 책을 되풀이해서 읽기도 한다. 얼마나 다른 삶을 얼마나 다른 손길로 엮은 책일까. 얼마나 오래도록 이어갈 꿈과 사랑을 담으려 하는 책일까. 사람들은 책 하나로 어떤 실타래를 엮어 서로서로 아름답게 살아갈 지구별을 보살피려 하는가. (4345.7.2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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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7-27 09:09   좋아요 0 | URL
옆지기님이신가요?
그 솜씨 좋으신?
미인이셔요

파란놀 2012-07-27 09:22   좋아요 0 | URL
옆지기는 아니고,
저희 시골집에 나들이를 오신 '호주에 사는 이웃' 님입니다~ ^^
 

 

 산들보라 울지 말아

 


  나들이 가며 산들보라를 품에 안다가 마을 할머니들 사이에 내려놓았더니, 다시 안아 달라며 운다. 산들보라야, 울지 말아, 할머니들 모두 너를 예뻐 하는데, 예쁘게 웃으며 씩씩하게 걸어야지. (4345.7.2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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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7-27 07:35   좋아요 0 | URL
그런데 우는 게 귀여운데요
우는 게 이쁜 건 아이때뿐인것 같아요
으앙 소리가 들리는 것같아요

파란놀 2012-07-27 23:28   좋아요 0 | URL
음... 뭐 늘 이쁘지요~ ^^;;;
 


 자전거 붙잡는 어린이

 


  나들이를 다녀오며 동생이 잠들다. 누나가 수레에서 먼저 내려 자전거를 붙잡아 준다. 아버지는 문을 열어 자전거를 들여놓는다. 예쁜 아이들이 예쁜 하루를 마감한다. (4345.7.2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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