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아이

 


  잠든 아이를 무릎에 눕힌다. 한동안 부채질을 하고 어르면서 토닥인다. 깊이 잠들었구나 싶을 때에 평상으로 옮겨 누인다. 이마와 머리칼을 쓸면서 땀이 있는가 살피고, 옷자락 앞뒤를 살살 만지며 땀이 배었나 헤아린다. 땀 기운을 느끼지 않을 때에는 몇 번 살랑살랑 부채질을 하고는 조용히 건넌방으로 간다. 땀 기운을 느낄 때에는 찬찬히 사그라들 때까지 천천히 부채질을 한다. 아이 몸과 내 몸이 닿는 자리는 후끈후끈하며 땀이 밴다.


  읍내 마실을 하고 돌아오는 군내버스에서 잠든 아이를 무릎에 눕힌다. 여름에는 에어컨을 틀기에 아이 몸을 손닦개나 긴옷으로 덮는다. 내릴 곳이 다가오면 가방을 짊어지고 어깨에 천가방을 꿴다. 아이가 집에까지 안 깨기를 바라면서 천천히 걷는다. 가방을 메고 들며 아이를 안은 채 걷는 일은 만만하지 않다. 그러나 그렇게 힘들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내가 어버이라서 그럴까. 내가 기운이 세다고 느껴서 그럴까. 잘 모른다. 다만, 아이가 새근새근 잘 자면서 아버지 품에 안겨 집에 닿은 다음, 평상에 누여서도 예쁘게 잘 잔 다음 달콤한 꿈을 누리고서 일어나면 맑은 물로 몸을 씻고 하루를 마감하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다. (4345.8.1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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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터에서 물 먹는 어린이

 


  택시를 불러 마을회관 앞에서 잡아타고는 바닷가 나들이를 가던 날, 택시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큰아이는 마을회관 앞에 있는 빨래터로 내려가 낯을 씻고 물을 마신다. 나무백일홍 바알간 꽃잎이 곳곳에 날린다. 꽃잎 흐르는 냇물을 손으로 떠서 마시고는 잰걸음으로 올라온다. (4345.8.1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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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들보라 토실 엉덩이

 


  더운 여름날 작은아이 바지는 아예 벗기고 지내곤 한다. 아침에 똥을 아직 안 누었으면 바지를 입히고, 똥을 푸지게 눈 다음에는 홀랑 벗긴다. 바지 벗은 작은아이는 여기에 쉬를 하거나 저기에 쉬를 한다. 아직 쉬를 예쁘게 가리지는 않는다. 방바닥 걸레질 하느라 늘 부산한데, 걸레질 조금 하더라도 더운 날을 한결 시원하게 누릴 수 있으면 좋겠지. 작은아이 걸음마다 토실 엉덩이가 춤을 춘다. (4345.8.1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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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이제 여름에 접어드니
저녁 일곱 시 삼십 육 분 되어도
시외버스 창가에 앉아
시집을 읽을 수 있고
내 작은 빈 책에
몇 마디 끄적일 수 있다.

 

햇살은 내 밥을 알차게 여물도록 보살피고
햇볕은 풀과 나무를 푸르게 살찌우며
햇빛은 내 눈과 마음을 맑게 밝힌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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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는 잘 마르고,
아이들은 신나게 마당에서 놀며,
제비는 새끼들 날갯짓 가르치느라 부산하다.

 

여름 어귀,
예쁜 유월,
저녁.

 


4345.6.1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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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으로 돌아오는 시골길

 


  시민사회신문에 실을 글을 쓰기 앞서 순천에 있는 헌책방으로 나들이를 다녀오기로 한다. 아침 열한 시 십오 분에 읍내로 나가는 군내버스를 탄다. 읍내에 닿자마자 곧장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순천으로 간다. 순천 시내에 있는 헌책방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눈다. 이럭저럭 이야기를 나누었으니 다시 고흥 시골집으로 돌아갈 만한데, 진주에 있는 헌책방이 자리를 옮긴다며 오늘 그곳에 다녀오시기로 했단다. 나더러 함께 가자고 하신다. 헌책방 일꾼은 어디에서나 일이 많아 이야기를 이럭저럭 나누었으나 더 깊이 나누지 못했다고 여겨, 함께 진주를 다녀오기로 한다.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는 길에 빈책 여러 장에 이야기를 옮겨적는다. 이렇게 함께 진주 나들이를 하기에 참말 들어야 할 이야기를 듣는구나 하고 느낀다. 그런데 진주에서 순천으로 돌아오는 길을 잘못 접어드는 바람에 경남 고성까지 갔다가 도로 진주로 돌아와서 다시 순천으로 달린다. 순천 버스역에는 저녁 아홉 시 삼십일 분에 닿는다. 마침 아홉 시 사십 분 고흥 들어가는 시외버스가 있다. 그야말로 가까스로 잡아탄다. 자리를 잡고 앉아 한숨을 돌린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구나.


  시외버스에서는 죽은 듯 산 듯 쓰러져 잔다. 시외버스가 순천을 벗어나고 벌교를 지나 고흥군 과역면에 들어설 무렵 택시기사 할배한테 전화를 건다. 집으로 돌아가는 시골 군내버스는 여덟 시 반이 막차. 택시를 잡아타야만 집에 갈 수 있다. 찌뿌둥한 몸으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비로소 바람다운 바람을 쐬면서 느긋하다.


  내 몸이 반기는 바람을 헤아린다. 내 마음이 좋아하는 하늘을 바라본다. 내 삶이 즐거운 터를 가만히 생각한다. 이제 집에 닿는다. 불 모두 꺼진 집에서 세 식구가 나란히 드러누워 고단히 꿈누리를 누빈다. (4345.8.1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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