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산 좀 봐요.
나무가 짙푸르게 우거졌어요.
나는 나무가 되고 싶어요.
석류나무
뽕나무
감나무
무화과나무
살구나무
밤나무
잣나무
배롱나무
벚나무
소나무
떡갈나무
느티나무
모두 좋아요.

 


4345.6.1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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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68) -발發 1 : 가우하티 발 열차

 

우리는 가우하티 발 열차에 승차해서 러크나우까지 갈 예정이었다
《쿤가 삼텐 데와창/홍성녕 옮김-티벳전사》(그물코,2004) 278쪽

 

  ‘승차(乘車)해서’는 ‘타서’나 ‘올라서’로 다듬고, “갈 예정(豫定)이었다”는 “가려고 했다”나 “갈 생각이었다”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발(發)’은 “그곳에서 떠남 또는 그 시간에 떠남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라고 합니다.


  어느 유행노래는 끝자락을 “대전발 영 시 오십 분” 하면서 맺습니다. 노래이름은 안 떠오르지만, 마지막 대목은 떠오릅니다. 모르는 노릇인데, 이 노랫말이 아니더라도 기차역이나 버스역에서는 ‘-발’을 붙여, 어느 곳에서 떠나는 기차나 버스라고 밝히리라 생각해요.

 

 가우하티 발 열차
→ 가우하티에서 오는 열차
→ 가우하티에서 떠난 열차
 …

 

  노랫말에서는 글잣수를 따질 테니 “대전에서 떠나는 영 시 오십 분”처럼 적을 수 없습니다. 다만, 노랫말이기에 “대전‘서’ 영 시 오십 분”처럼 적을 수 있어요. 대전‘서’ 온다는 뜻으로 ‘-서’만 붙일 수 있어요.


  국어사전을 살피면, “3월 12일발 내외 통신”이나 “열 시발 열차”나 “서울발 연합통신” 같은 보기글이 있습니다. 이 글월들은 “3월 12일치 내외 통신”이나 “3월 12일에 나온 내외 통신”으로 다듬고, “열 시에 떠나는 열차”나 “열 시에 가는 열차”로 다듬으며, “서울서 온 연합통신”이나 “서울에서 띄운 연합통신”이나 “서울에서 들어온 연합통신”으로 다듬으면 돼요.


  알맞게 쓸 말투를 생각하고, 슬기롭게 넣을 말마디를 헤아립니다. 기차나 버스가 처음 이 나라에 들어올 적에는 사람들이 으레 한자로 적었어요. 이를테면, “서울 가는 기차”라 하지 않고 “京城行 汽車”라 했겠지요. 가만히 보면, 이런 옛 한문 말투를 한글로만 고쳐서 “서울행 기차”로 쓰는 셈이라 할 텐데, 껍데기만 한글이 아니라, 알맹이까지 살가우며 푸근하고 아름다운 한국말이 되도록 마음을 기울이기를 빌어요. “서울 가는 기차(← 서울행)”요, “서울서 오는 기차(← 서울발)”예요. (4338.1.14.쇠./4345.8.1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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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우하티에서 오는 열차에 타서 러크나우까지 갈 생각이었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297) -발發 2 : 베이징발

 

베이징발 모스크바행 국제열차가 / 얼렌호트역에 도착한 건 23시 45분
《박영희-즐거운 세탁》(애지,2007) 80쪽

 

  “도착(到着)한 건”은 “닿은 때는”이나 “들어간 때는”이나 “다다른 때는”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한국말 ‘닿다’나 ‘다다르다’나 ‘이르다’를 잘 살펴서 쓰면 좋겠어요.

 

 베이징발 모스크바행 국제열차
→ 베이징에서 모스크바 가는 국제열차
→ 베이징을 떠나 모스크바로 가는 국제열차
→ 베이징부터 모스크바까지 가는 국제열차
→ 베이징과 모스크바 잇는 국제열차
 …

 

  요사이 태어나는 아이들은 어떤 말로 생각을 나타낼까 궁금합니다. 요사이 태어나는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예전에 태어나 살아온 어른’이 낳고, 이 어른들이 쓰는 말을 늘 들으면서 말을 익힐 테니까, 요사이 태어나는 아이들도 ‘옛날 옛적 말’을 그대로 이어받아 쓴다고 할까요. 이 보기글에 나오듯 ‘-發 -行’ 같은 말투를 예전 어른들뿐 아니라 오늘날 아이들도 널리 쓴다고 할 만한지, 요즈음 아이들은 이러한 말투는 안 쓴다고 할 만한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말투라 하더라도 쓸 만할 때에는 쓰고, 안 쓸 만할 때에는 안 씁니다. 스스로 좋다고 여기는 말투라면 쓰고, 스스로 안 좋다고 여기는 말투라면 안 써요. 남들이 안 좋은 말투라고 밝히거나 따져도, 스스로 못 느끼거나 안 받아들이면 어떠한 말투라도 쓰기 마련입니다. 바르거나 알맞다 싶은 말투라 하더라도 스스로 즐겁게 맞아들이지 않으면 안 쓰기 마련이에요.


  생각을 담는 말이고, 삶이 드러나는 말입니다. 생각을 비추는 말이며, 삶을 나누는 말입니다. 내가 어떤 어른한테서 어떤 말을 이어받는지 돌아보고, 내가 우리 아이들한테 어떤 말을 물려주는지 짚을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4345.8.1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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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모스크바 가는 국제열차가 / 얼렌호트역에 닿은 때는 23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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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과 얽힌 낱말

 


  나는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습니다. 나 스스로 안 좋아하는 책을 굳이 읽을 까닭이 없습니다. 누가 선물해 주기 때문에 읽는 책은 없습니다. 내가 읽고 싶기에 읽는 책입니다.


  나는 글로 된 책을 읽습니다. 그림으로 된 책도 읽습니다. 사진으로 된 책도 읽습니다. 책은 다 같은 책이라는 울타리에 들지만, 여러 갈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무엇으로 엮었느냐에 따라 나눌 수 있고, 줄거리에 따라 나눌 수 있으며, 읽는 사람 나이에 따라 나눌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새것인가 헌것인가에 따라 나누기도 하며, 쓰임새에 따라 나눌 수 있어요.

 

 ㄱ. 헌책 그림책 만화책 잡지책 소설책 지도책 이야기책 역사책
 ㄴ. 새책 사진책 인문책 철학책 어린이책 청소년책 노래책 수필책

 

  책을 (ㄱ)과 (ㄴ)처럼 나누어 봅니다. 이렇게 나누는 뜻이 없다 할 수 있으나, 이렇게 나누어 볼 수도 있습니다. 나는 굳이 이처럼 나누고 싶지 않지만, 국어사전을 뒤적이며 (ㄱ)과 (ㄴ)으로 나누어 봅니다. 그러니까, (ㄱ)은 ‘국어사전에 실린 책 낱말’입니다. (ㄴ)은 ‘국어사전에 안 실린 책 낱말’입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한국에서는 국어사전에 실린 낱말은 붙여서 적도록 하고, 국어사전에 안 실린 낱말은 띄어서 적도록 하는 맞춤법이 있어요. 그래서, (ㄱ)처럼 국어사전에 실린 낱말이라면 걱정없이 붙여서 쓰면 되는데, (ㄴ)처럼 국어사전에 안 실린 낱말일 때에는 골머리를 앓아요.


  ‘헌책’은 ‘헌책’처럼 붙여서 씁니다. 그런데 오래된 책과 갓 나온 책을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헌책과 새 책”처럼 띄어서 써야 한다면 어딘가 얄궂지 않나 궁금합니다. ‘그림책’과 ‘만화책’은 한 낱말이지만 ‘어린이책’과 ‘청소년책’은 한 낱말로 다루지 않으니 알쏭달쏭해요.


  책을 말하는 적잖은 분들은 ‘그림책’이 한 낱말인 줄 모르고 ‘그림 책’처럼 띄어서 쓰기도 합니다. ‘이야기책’이 한 낱말인 줄 아는 분은 얼마나 될까요. 요즈막에 ‘인문책’을 살리자는 목소리가 드높지만, 이 낱말 또한 국어사전에 안 실렸으니 ‘인문 책’처럼 적어야 올바르다 할 텐데, 이렇게 띄어서 쓰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더욱이, ‘인문책’ 가운데 ‘역사책’은 붙여서 적도록 하나, ‘철학책’은 띄어서 적어야 올바르다고 해요. 문학을 다루는 책에서 ‘소설책’은 붙여서 적어야 올바르다 하면서, ‘수필책’은 띄어서 적어야 올바르다고 해요. 지도를 보여주는 ‘지도책’은 한 낱말이지만, 노래를 담은 ‘노래책’은 한 낱말이 아니라고 해요.


  수많은 책이 나오고 온갖 책이 태어나는 흐름을 살핀다면, 책을 가리키는 한국말 또한 새롭게 거듭나야지 싶습니다. 국어사전 한 권을 앞에 놓고 이 낱말은 이렇게 적고 저 낱말은 저렇게 적도록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일은 없어야지 싶습니다. 이제 ‘환경책’이라는 낱말을 널리 쓰고, ‘사진책’은 퍽 일찍부터 한 낱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씁니다. ‘과학책’이나 ‘놀이책’ 같은 낱말도 퍽 자주 써요.


  ‘-책’을 뒤에 붙이는 낱말도 날개를 달 노릇이요, ‘책-’을 앞에 붙이는 낱말도 날개를 달아야지 싶어요. 이를테면, ‘책날개’나 ‘책마을’부터, ‘책밭’이나 ‘책나라’나 ‘책누리’나 ‘책사랑’이나 ‘책마음’이나 ‘책씨’나 ‘책꽃’이나 ‘책지기’나 ‘책터’처럼, 마음을 북돋우고 생각을 여는 낱말을 알맞고 아름답게 쓰는 길이 환하게 터야지 싶어요. (4345.8.1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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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님은 시인이지만, 시집보다 산문집이 훨씬 자주 나온다. 시집이 읽히기보다는 산문집이 한결 잘 읽히기 때문일까. 사람들은 시보다 산문을 좋아하기 때문일까. 어찌 되었든,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꾸준하게 담으면서 사랑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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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의 아이들- 부모를 한국으로 떠나보낸 조선족 아이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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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 즐겁게 읽기
[말사랑·글꽃·삶빛 26] ‘행복’과 ‘즐거움’

 


  나는 늘 즐겁게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며 즐겁지 않은 일이 있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빨래를 하든 밥을 하든 즐겁습니다. 옷을 입든 밥을 먹든 즐겁습니다. 나는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썩 반기지 않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만, 반기지 않더라도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가장 좋아하면서 가장 믿음직하고 가장 사랑스러운 일을 할 때에 가장 즐겁습니다. 가장 좋은 마음이 되어 가장 좋은 길을 걸을 때에 가장 기뻐요.


  사진을 좋아하는 삶을 이야기하는 《사진일기, 날마다 나를 찾아가는 길》(포토넷,2012)이라는 책을 읽습니다. 사진으로 쓰는 일기를 말하는 글을 즐겁게 읽습니다. 즐겁게 읽다가 63쪽에서 “각자 이유는 다르겠지만 결국 내가 즐겁고 행복하려고 선택한 것 아닌가.”와 같은 글월을 봅니다. “즐겁고 행복하려고”라는 말마디를 가만히 되읽습니다. 새삼스레 국어사전을 펼칩니다. 국어사전에서 ‘행복(幸福)’은 “(1) 복된 좋은 운수 (2)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으로 풀이합니다. 말풀이에 나온 ‘만족(滿足)’은 “(1) 마음에 흡족함 (2) 모자람이 없이 충분하고 넉넉함”으로 풀이합니다. ‘기쁨’은 “마음에 즐거운 느낌이 있다”로 풀이하고, ‘흡족(洽足)’은 “조금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넉넉하여 만족함”으로 풀이합니다. 마지막으로 ‘복(福)되다’를 찾아보니, “복을 받아 기쁘고 즐겁다”로 풀이하고, ‘흐뭇하다’는 “마음에 흡족하여 매우 만족스럽다”로 풀이합니다.


  국어사전 풀이말을 놓고 곰곰이 살핍니다. 먼저 ‘만족 = 충분함 = 넉넉함’이 됩니다. 다음으로 ‘흡족 = 흐뭇함’이 됩니다. 그리고 ‘행복 = 기쁨 = 즐거움’이 돼요.


  다시 한 번 국어사전을 뒤적여 ‘즐겁다’를 찾아봅니다. 국어사전에서는 “마음에 거슬림이 없이 흐뭇하고 기쁘다”로 풀이합니다. 모두 돌림풀이인 셈입니다. 한국말을 한자말로 풀이하고, 한자말을 한국말로 풀이합니다. 한국말도 한자말도 다른 어슷비슷한 낱말하고 뭉뚱그리듯 ‘돌려막기’를 합니다. 다만, ‘기쁘다’는 어떠한 삶을 ‘느끼는’ 대목을 나타내기에 알맞고, ‘즐겁다’는 어떠한 삶을 ‘누리는’ 대목을 나타내기에 걸맞겠구나 싶어요.


  그나저나, ‘행복’이란 ‘복되다’를 가리키고, ‘복되다’는 ‘즐겁다’를 가리키는데, 이렇게 가리키는 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이 땅에 얼마나 될까 궁금합니다. 말을 하면서 국어사전을 살피는 사람이 있을까요. 말을 하면서 국어사전을 살피면서 곰곰이 생각하고 거듭 생각하면서 말뜻과 말느낌을 헤아리는 사람이 있을까요.


  옳고 바르게 써야 하기 때문에 국어사전을 뒤적이거나 말뜻을 살피지 않습니다. 바른 말 고운 말이 아름다운 말이라서 국어사전을 찾거나 말느낌을 헤아리지 않습니다. 내 마음을 나타내고 내 삶을 드러내는 말을 깨달으려고 국어사전을 뒤적입니다. 내 마음을 찾고 내 삶을 누리려고 말을 살피고 생각합니다.


  한번 거꾸로 생각해 봅니다. 한국말 ‘즐겁다’를 영어로 옮길 적에는 어떤 낱말로 적바림할까요. 한자말 ‘행복’을 영어로 옮길 적에는 어떤 낱말로 적을까요. 한국사람은 영국사람이나 미국사람한테 ‘기쁨-즐거움-흐뭇함’을 어떤 낱말로 들려줄 수 있을까요. ‘행복-만족-흡족’을 어떤 영어로 외국사람한테 알려줄 수 있는가요.


  즐겁게 생각하는 말입니다. 즐겁게 주고받는 글입니다. 즐겁게 살아가는 나날입니다. 즐겁게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책 한 권 즐겁게 읽습니다. 밥 한 그릇 즐겁게 먹습니다. 내 한 삶 즐겁게 누립니다. 밭뙈기에서 즐겁게 김을 맵니다. 아이들을 즐겁게 씻깁니다. 들바람을 쐬면서 즐겁게 자전거를 달립니다. 숲바람을 느끼면서 즐겁게 고개를 오르내립니다. 즐거울 때에 아름다움을 생각합니다. 즐거웁기에 사랑을 깨닫습니다. 즐거울 적에 꿈을 꿉니다. 즐거운 나머지 활짝 웃고 두 팔 벌려 서로서로 예쁘게 껴안습니다. (4345.8.1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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