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속으로 비룡소의 그림동화 205
이수지 지음 / 비룡소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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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35

 


도시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아
― 거울 속으로
 이수지 그림
 비룡소 펴냄,2009.12.15./15000원

 


  거울을 들여다보며 놀이를 즐기는 예쁜 아이가 거울을 그만 깨뜨리고 말아 어둠이 드리우는 이야기를 찬찬히 펼치는 이수지 님 그림책 《거울 속으로》(비룡소,2009)를 읽습니다. 나도 어릴 적에 거울놀이를 곧잘 즐겼는데, 자칫 잘못해서 거울을 깨뜨린 적 있지 싶어요. 작은 거울이 깨질 적에는 바삭 하고 작은 소리가 나고, 큰 거울이 깨질 적에는 와장창 하는 큰 소리가 나요. 거울을 들여다보며 노는 동안 내가 나를 바라보면서 또 다른 누리를 맞이하는 느낌인데, 거울이 깨지고 나면 아이쿠 하면서 흠씬 두들겨맞으며 꾸중 들을 근심이 찾아듭니다.


  두 아이와 살아가며 지난날을 돌이켜봅니다. 집에 거울이 있으니 거울놀이도 합니다. 아이들은 거울 들여다보기를 꽤 즐깁니다. 그러나, 우리 집에는 거울이 없습니다. 우리 집에는 없는 거울인데, 이웃집에 간다든지 읍내나 다른 데로 마실을 가면, 곳곳에 거울이 있습니다. 유리로 바깥을 막은 가게에서는 거울처럼 내 모습을 비추어 주곤 합니다. 아이들은 거울이나 유리벽 앞에 서서 저희 모습을 쳐다보면서 춤을 추기도 하고 웃기도 합니다. 이리저리 스스로 바꾸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니 재미있으리라 생각해요.

 

 


  나는 집에서 물을 받아 손빨래를 합니다. 지난날 어버이들은 냇가에 가서 빨래를 했습니다. 때로는 마을에 빨래터를 따로 마련해서, 한쪽에서는 물을 긷고 다른 한쪽에서는 빨래를 했지요. 아이들은 어버이 일손을 거들며 물을 긷거나 빨래를 합니다. 퍽 어린 아이들은 어버이와 빨래터에서 놉니다. 어버이가 빨래를 하는 동안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면서 빨래를 주무르는 모양을 구경합니다. 이윽고 저희도 빨래 복복 주무르는 놀이를 하고 싶습니다. 이러다가 빨래터 흐르는 물줄기를 가만히 들여다보지요. 헹구고 비비느라 물결이 찰랑찰랑거릴 적에는 내 얼굴이 물무늬 따라 흔들리고, 물결이 가라앉으면 내 얼굴이 또렷이 보입니다.


  옛사람도 거울을 보았다고 합니다. 청동거울도 있고 무슨무슨 거울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옛사람한테는 따로 거울과 같은 무언가 없어도 넉넉했으리라 느껴요. 냇물에 얼굴을 들이밀면 또렷하고 맑게 내 얼굴이 드러나는걸요.


  냇물을 들여다보다가 손을 내밀어 손가락으로 톡 찍습니다. 내 얼굴이 찰랑찰랑 흔들립니다. 그렇지만 머잖아 물결이 가라앉으며 내 얼굴은 다시 살아납니다.

 

 


  기쁜 일이 있어도 어떤 슬픈 일이 닥쳐 흔들리고, 슬픈 일이 닥쳐 흔들려도 이윽고 고요히 가라앉으며 내 얼굴에 웃음이 돌아옵니다. 기쁨과 슬픔이 갈마든다고 할 수도 있는데, 따로 무엇과 무엇이 갈마든다기보다는, 삶이 움직인다고 느껴요. 삶은 늘 움직이고, 나는 늘 그대로입니다. 물결이 일며 내 얼굴이 흔들리는 듯 보이지만, 겉보기로 흔들릴 뿐, 정작 내 알맹이는 가만히 있어요. 내가 느낄 내 모습은 한결같이 드러나는 낯빛이요 언제나 짓는 웃음입니다.


  어버이도 아이도 집에서 냇물놀이를 즐기면 참 예쁘리라 생각해요. 어버이도 아이도 집 가까이 냇물을 두면서 숲과 들을 사귀면 서로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바삭 깨지거나 와장창 무너지는 것 말고, 한결같은 햇살과 언제나 고운 나무처럼 정갈한 삶동무를 곁에 두면 좋으리라 생각해요. 시골에서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맑은 냇물 들여다보고, 맑은 냇물 마시며, 맑은 냇물 지킬 수 있기를 빌어요. 4346.1.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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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보는 글쓰기

 


  나이든 분들이 으레 ‘봄꽃을 앞으로 몇 차례나 볼 수 있나’ 하고 말하는 소리를 듣곤 한다.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궁금하다. 왜 이렇게 생각할까? 봄꽃을 열 차례 더 보든 스무 차례 더 보든 무슨 대수로운 일인가. 서른 차례 더 보면 즐겁고, 쉰 차례 더 보면 아름다울까. 한 해가 지나가며 ‘내 목숨이 한 살 더 줄었네’ 하고 생각하면, 내 삶은 어떻게 될까. 나이 한 살 더 먹으며 내 목숨이 줄어들 일이란 없다. 나이 한 살이란 그저 나이 한 살일 뿐이니까.


  마음으로 볼 수 있으면 언제라도 봄꽃을 떠올릴 수 있다. 마음으로 본다면 늘 봄꽃을 되새기며 살아갈 수 있다. 코앞에서 두 눈으로 들여다보아야 보이는 봄꽃이라고는 느끼지 않는다. 눈을 감고도, 또 앞을 못 보는 채로도, 얼마든지 봄꽃을 느끼고 마주하며 즐긴다.


  봄꽃은 눈으로 즐기지 않는다. 봄꽃은 마음으로 즐긴다. 봄이 찾아와서 온 들판에 푸릇푸릇 새싹이 돋고는 천천히 꽃망울 터지는 소리와 결과 이야기가 차근차근 내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봄꽃은 짠 하고 나타나지 않는다. 겨우내 언땅에서 씩씩하게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올리는 작은 씨앗에서 곱게 솟아나는 기운이니, 한겨울부터 봄맞이를 한 셈이요, 가을날 씨를 떨구고 말라죽은 풀포기는 흙 품에 살포시 안긴 씨앗이 깨어나기를 기다린 셈이라고 느낀다.


  봄부터 가을까지 흐드러지던 풀포기가 시들면서 남긴 씨앗 한 알이 따순 흙 품에 안겨 겨울나기를 하면서 무럭무럭 자라듯, 내 마음도 봄부터 가을까지 누리고는 겨울나기를 즐거이 하는 동안 새삼스레 새 이야기 길어올리는 봄글을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봄에 피어날 꽃은 겨울에 자라고, 봄꽃을 기다리는 마음은 겨울에 싹튼다. 4346.1.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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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945) 얄궂은 말투 95 : 산보, 미소

 

스님 두 분이 아침 산보를 나왔다가 내게 다가옵니다 … 어린아이처럼 맑은 미소를 띠며 나와 함께 신기한 듯 계속 바라봅니다
《안재인-아니온 듯 다녀가소서》(호미,2007) 116쪽

 

  한자말 ‘신기’는 ‘新奇’일 때에는 “새롭고 기이하다”를 뜻하고, ‘神奇’일 때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색다르고 놀랍다”를 뜻합니다. 보기글에서는 어느 쪽일까요. 어느 쪽이라 하더라도 “신기한 듯”은 “놀라운 듯”이나 “새로운 듯”이나 “새삼스러운 듯”으로 다듬어 봅니다. ‘계속(繼續)’은 ‘자꾸’로 손질합니다.


  이 글월에서는 “아침 산보”와 “맑은 미소를 띠며”라는 말투가 나오는데, 적기로는 한글이지만, 알맹이로는 한국말이 아닙니다. ‘산보’와 ‘미소’는 한국사람이 쓰는 낱말이 아니거든요.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산보(散步)’는 “= 산책(散策)”이라 나옵니다. 다시 ‘산책(散策)’을 찾아보면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이라 나옵니다. 국어사전 말풀이를 읽으면 느낄 수 있는데, 국어사전 말풀이 또한 껍데기는 한글이지만 알맹이는 한국말이 아니에요. “휴식을 취하거나”란 무슨 소리인가요. “건강을 위해서”는 또 무슨 소리일까요. 국어사전부터 한국말을 옳고 바르게 써야 알맞습니다. “쉬거나”로 적고 “몸을 생각해서”로 적어야 알맞아요. 그리고, ‘산보’이든 ‘산책’이든, 한국말로는 ‘걷기’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이 자리에서는 ‘마실’이나 ‘나들이’로 적을 수 있어요.


  ‘미소(微笑)’라는 낱말은 국어사전 말풀이에 “소리 없이 빙긋이 웃음”이라고 나오지요. 지난날 이오덕 님이 숱하게 이 낱말을 꼬집었고, 방송에서도 이 낱말은 안 써야 한다고 나오는데, 누가 꼬집든 방송에서 다루든, 한국말이 될 수 없는 ‘미소’예요. 한국말은 ‘웃음’이니까요. 그러나, 한국사람은 한국사람이면서 한국말 익히고 가다듬는 일에는 젬병인 탓에, 자꾸자꾸 ‘미소’라는 낱말을 들먹이면서 한국말 ‘웃음’은 자취를 감춥니다. 요새는 ‘스마일(smile)’ 같은 영어까지 끼어듭니다. 한국사람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세 가지 말을 쓰는 꼴입니다. 이동안 ‘빙긋이’나 ‘빙그레’나 ‘빙긋’이나 ‘빙글’ 같은 낱말은 차츰 사라져요. ‘싱긋’이든 ‘싱글’이든 설 자리가 없어요. 말놀이가 아니라 참말로, ‘싱글’이라 적은 낱말을 바라보는 한국사람은 웃음결 가리키는 낱말이 아니라 영어 ‘single’을 떠올릴 테니까요. 4346.1.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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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두 분이 아침 마실을 나왔다가 내게 다가옵니다 … 어린아이처럼 맑게 웃음을 띠며 나와 함께 새삼스러운 듯 자꾸 바라봅니다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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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56) -의 : 피망의 쓴맛

 

“피망의 쓴맛을 제거하는 방법?”
《오자와 마리/노미영 옮김-은빛 숟가락 (1)》(삼양출판사,2012) 92쪽

 

  “제거(除去)하는 방법(方法)”은 “없애기”나 “빼기”나 “지우기”로 손봅니다. “없애는 방법”이나 “빼는 법”처럼 손볼 수 있습니다만, 단출하게 적을 때에 한결 나으리라 느껴요.

 

 피망의 쓴맛을 제거하는
→ 피망에서 쓴맛을 빼는
→ 피망 쓴맛을 없애는
→ 피망 쓴맛 없애는
 …

 

  한국말은 토씨를 줄이거나 덜어도 뜻과 느낌이 살아납니다. 토씨 하나 줄이면서 새 맛이 나고, 토씨 하나 덜며 새 이야기 샘솟아요. 먼저 ‘-의’에서 홀가분해야 할 노릇인데, 한국말 무늬와 결을 살찌우거나 살리는 길을 슬기롭게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4346.1.8.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피망 쓴맛 없애기?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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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무릎에 누여 작은아이 재우는데
달게 자다가 퍼뜩 깨어 울기에
품에 안고 다독이다가는
사르르 눈 감을 무렵
새삼스레 무릎에 누이고는
조용히 책 한 권 들어
열댓 쪽쯤 읽는다
이윽고 책을 덮는다.

 

작은아이 살며시 안아
이부자리에 고이 눕히고는
작은 손 꼬옥 쥐면서
이마를 살살 쓸어넘긴다
한낮은 살랑이는 바람과 함게
천천히 흐른다.

 

아이들은
따순 젖을 먹고
따순 손길을 먹고
따순 바람을 먹고
따순 햇살을 먹어
무럭무럭 큰다.

 

잘 익은 감알빛 닮은
작은아이 볼이 어여쁘다.

 


4345.11.30.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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