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구름낮

 


  추위에 오들오들 떤다고 하는 한겨울이라지만, 바람이 조용한 한낮, 작은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평상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니 따뜻하다. 큰아이는 마당 이쪽에서 저쪽으로 달리고 뛰면서 논다. 배앓이를 한 작은아이는 누나하고 함께 달리거나 뛰지 않고, 아버지 무릎에 앉아 함께 겨울 해바라기를 한다. 흐르는 구름을 바라보고, 먼 멧자락을 바라본다. 후박나무와 동백나무 잎사귀를 바라본다. 좋은 겨울이구나. 참 따스한 시골이구나. 우리 식구 살아가는 시골은 무척 따스하면서 포근한 마을이구나. 한겨울에도 해바라기를 하며 놀 수 있다니.


  빨래가 잘 마른다. 때때로 뒤집어 더 잘 마르도록 한다. 마을 들고양이는 마늘밭이랑 풀밭 언저리에서 하품을 하며 해바라기를 한다. 겨울은 아직 안 끝났으나, 봄이 멀지 않았다고 느낀다. 햇살은 눈부시고 하늘은 파랗다. 멧새가 하늘을 가로지르며 노래를 흩뿌린다. 이웃 할머니가 머리에 무언가 이고 지나간다. 평화란 무엇일까. 군대가 있어야 평화일까. 사랑이란 무엇일까. 살을 비벼야 사랑일까. 두 아이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겨울 구름낮을 실컷 누린다. 4346.1.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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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감은빛님의 "도서정가제에 대한 오해와 개인 의견"

 

 

감은빛 님이 쓰신 글은,
책을 읽고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조금만 생각하고 살펴도
누구나 알아채고 알아낼 수 있는 대목,
아니 기본으로 깨닫고 헤아릴 대목이라고 느껴요.

 

그러나 현실 사회에서는 이조차
제대로 살피거나 헤아리지 않은 채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느니 찬성하느니 하면서
편가르기를 하면서 힘싸움 하는 얼거리를 몰아갑니다.

 

책값도 할인율도 무엇도 하나도 대수롭지 않아요.
대수로운 한 가지는 오직 하나,
'책'이지요.

 

나는 내가 쓴 책들이 여러 해 지났대서
이 책들을 출판사에서 20% 넘게 에누리해서 판다면
작가인 나 스스로 그 출판사하고는
절필을 합니다. 곧, 내가 책을 낸 출판사는
내 책이 아닌 다른 작가 책이라 하더라도
펴낸 지 여러 해 지났어도 20% 넘는 에누리를
함부로 하지 않습니다.
그게 '책'이니까요.

 

구간할인이라는 핑계로 반값으로 인터넷책방에서 팔기도 하는 책이 있는데
<난 쏘 공> 같은 책을 구간할인으로 파는 일이란 없겠지요.
'책'이니까요.

 

<몽실 언니> 같은 책을 구간할인 적용시켜서 아이들한테 읽혀야 할까
하고 조금만 생각해 본다면,
책다운 책, 책으로 읽을 책, 책을 읽을 우리들 몸가짐,
이 모두를 어떻게 살펴야 하는가를
스스로 느끼며 올바르게 추스를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도서정가제를 놓고 이래저래 여러 단체와 지식인들 말이 많은데,
저는 어느 쪽에도 마음이 안 닿습니다.
모두 '책' 이야기하고는 동떨어진 주의주장만 하는 듯싶더군요.

 

동네서점이 살아날 수 있으려면,
사람들 삶이 먼저 달라져야 하고,
사람들 스스로 돈벌이에 목을 매다는 나날이 아닌
사랑과 꿈을 찾는 나날이 될 수 있어야 해요.

 

귀촌이나 귀농을 하는 사람들조차
책을 안 읽거나 못 읽거든요.
도시에서도 바쁜 사람은 시골에서도 바쁘고 말아요.

 

곧, 시골에서도 느긋한 넋이어야
도시에서도 느긋하게 살아가며
책이든 이웃이든 어깨동무하면서
삶을 빛낼 수 있어요.

 

정부는 핵발전소 늘리기는 그만둔다 하지만
화력발전소를 끔찍하게 짓는 쪽으로 돌아가요.
그런데, 이 대목을 비판할 수 있는 가슴이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아무쪼록, 알라딘서재에서
곁길로 새는 주의주장 아닌,
'책'을 한복판에 놓고,
삶을 일구는 이야기를 빚는 목소리가
차츰 솟아날 수 있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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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신포동

 


아파트가 높이 솟는다.
옛 저잣거리에 지붕 선다.
길마다 자동차 들썩인다.
지하상가 길게 이어진다.

 

그런데
구름과 해와 달과 별과
언제나 바람이랑
살며시 흐르던데.

 

가을꽃 지면서
겨울나무 자고
봄풀 천천히 꿈꾸며
새날 기다린다.

 


4345.12.1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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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글쓰기

 


  올해에 새로 펴낼 책에 깃들 글을 쓴다. 책이 나오기 앞서까지 아무한테도 안 보여줄 수 있으나, 내 마음은 글이 어느 만큼 무르익을 무렵 조금씩 누리집에 띄워서 사람들 생각을 들어 볼까 한다. 짠 하고 책을 내놓아도 즐겁지만, 내 고운 글벗들한테 글을 먼저 보여주면서 반갑거나 아쉽다 느끼는 대목으로 무엇이 있는가를 귀기울여 들을 수 있어도 즐거우리라 생각한다.


  아직 아무한테도 안 보여주고 홀로 담는 글을 쓴다. 아무한테도 안 보여주었으니 나만 가슴에 담는 글일 텐데, 나 혼자 이 글들을 가슴으로 건사하면서 살짝 두근두근한다. 언제쯤 이 즐거운 글을 내 글벗들한테 보여주면 재미있을까. 이 즐거운 글을 내 글벗들도 재미있게 받아들여 줄까. 4346.1.2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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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애쉬님의 "알라딘은 왜 그랬을까"

 

 

작은 출판사들은 모두 '물밑'에서 애써요. 그러나, 작은 출판사들 애쓰는 모습을 신문이나 잡지나 방송에서 다루는 일은 거의 없어요. 큰 출판사들이 파주에서 벌이는 잔치나 건물을 놓고 이런 기사 저런 소개가 있을 뿐이지요.

 

큰 출판사는 워낙 출간종수가 많아, 어차피 오래된 책은 베스트셀러가 아니면 쉬 절판시키니까, 구간할인을 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아요. 작은 출판사는 오래된 책이든 새로 내는 책이든 모두 애틋하기 때문에 구간할인을 해 주고픈 마음이 거의 없어요. 인터넷책방 구간할인 반값으로 왕창 깎으려 하면 작은 출판사로서는 애써 낸 책을 차라리 절판시키는 길로 가고 마는데, 큰 출판사에서와는 느낌이 아주 다르지요.

 

큰 출판사가 보여주는 모습과 작은 출판사가 품는 마음은 사뭇 달라요. 이런 이야기를 신문에서 옳게 다룰 수 있자면 지면 몇 쪽은 털어야 할 텐데, 그렇게 하는 신문이 없고, 잡지도 여러 쪽을 털어 찬찬히 다루어 주지 않아요.

 

알라딘이나 인터파크 같은 인터넷책방도 모두 소매상이니, 이들 책방이 모두 도매상에서 책을 가져다 쓰게 하면... 아무런 문제도 말도 탈도 없으리라 느껴요. 출판사는 도매상한테만 책을 주고, 소매상은 도매상에서만 책을 갖다 쓰도록 하는 얼거리... 지난날에는 기본이었으나, 이제는 아련한 꿈과 같은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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