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

 


아이 둘
재우면
내 잠자리 좁다.
왼팔베개
오른팔베개
내 팔은 저리다.

 

그러나
좋다, 따스하다, 포근하다.

 

오늘 하루
잘 살았구나 느끼며
아이들과 같이 잠든다.

 


4345.12.26.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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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씨는

눈도 마음도 생각도 사랑도

따사로이 건사하면서

살아갈 뜻이 없구나 싶다.

 

이렇다면, 참 딱할밖에 없다.

논쟁을 하든 비판을 하든 비평을 하든

이녁 자유인데,

남을 함부로 깎아내리면서

이녁 주장을 편다면,

이런 주장이

책마을에 어떻게 보탬이나 도움이 될까.

 

이제 한기호 씨는

알라딘책방 깎아내리기에서 그치지 않고,

알라딘책방에서 오래도록 책을 사서 읽던

'여느 수수한 책사랑이'한테까지

'알라딘 알바'라는 비아냥을 서슴지 않는다.

 

"나는 알라딘에 들어가 보지 않았는데 그곳에는 알라딘 알바들 다수가 활동하는 모양이다"

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스스로 겪지 않고 '남한테서 주워들은 소문'으로

함부로 글을 쓰는 일은 얼마나 어리석고

슬픈가.

 

한기호 씨는

"북오프 때문에 일본이 죽을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저력이 있었기에 일본은 그나마 살아남았다."

하고 이야기를 하지만,

한기호 씨가 알음알이하는 책마을 몇몇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서 이렇게 '단정'을 지어도 될까?

 

이처럼 생각하는 일은 이녁 자유요,

이런 주장 펴는 일도 이녁 자유이다.

알라딘책방을 까든

알라딘에서 책을 사서 읽는 사람을 까든

한기호 씨 자유이다.

 

다만, 한기호 씨는 똑똑히 알아야 한다.

이런 비아냥으로는 책마을이 살아나지 않을 뿐더러,

이런 비아냥을 일삼는 짓으로는 도서정가제도 뿌리내릴 수 없고,

무엇보다

한기호 씨 삶이 좁은 울타리에서 갑갑하지 않을까?

 

한기호 씨는

"솔직히 내가 괴로워한 것은 알라딘의 노동자들 때문이었다"

하고 이야기하는데,

알라딘책방 일꾼 노동환경이 걱정스럽다면,

이 문제를 꾸밈없이 터뜨려야 한다.

왜 이 문제를 꽁꽁 숨긴 채 말을 않고,

비아냥과 깎아내기와 헐뜯기로

책마을과 책숲을 어지럽히려고 할까.

 

부디,

사랑을 되찾고

마음을 착하게 다스리며

생각을 곱게 추스를 수 있기를 빈다.

 

제발

컴퓨터와 자가용 좀 내려놓자.

눈을 뜨고 시골로 가서

숲바람 좀 마신 다음

'책 이야기'를 하시기를 빈다.

 

 

(정신건강에 사납기 때문에 어느 글에서 '알라딘 알바' 이야기가 나왔는가 하는 대목을

 굳이 이어주기(링코)를 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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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7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3-01-27 11:43   좋아요 0 | URL
궁금해 하지 마셔요.
정신건강 사나워져요.

그리고... 애써 도움말을 적어 보았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더군요.

예전에도, 이렇게 '남 까대기'만 하면서
'출판문화 북돋운다'고 주장하더니,
이번에도 똑같은 모습만 보여주더군요.

한기호라고 하는 이는
출판문화를 스스로 발전시킨다고 생각하시는 분인데,
이런 분들 비평이나 출판이
한국출판문화를 좋게 북돋운다고는 조금도 안 느껴요...

비로그인 2013-01-27 13:42   좋아요 0 | URL
알라딘 서재와 한기호 소장 블로그를 함께 보고 있는데, 점점 알라딘 이용자들과 한기호 소장의 싸움이 돼가고 있는 거 같아 걱정스럽습니다. 양쪽 모두에게 도움도 되지 않고, 논의 자체를 흐리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양쪽을 다 보는 중간자의 입장에선 답답할 뿐입니다.

파란놀 2013-01-27 11:45   좋아요 0 | URL
빛나 님 말씀이 맞아요.

한기호 씨가 '잘못된 비평'까지 한다고는 느끼지 않으나,
때때로 너무 '편협된 자료와 정보'로
'편협된 주의주장'을 일삼으시곤 해요.

'열정'이 있대서 잘못이 아니라,
'즐거움'과 '사랑'이 있어야 하는데,
즐거움도 사랑도 없이,
오직 자기 주의주장을 밀어붙이기만 하려 해서는...
정작 출판문화를 아름답게 북돋우는 일하고는 멀어지잖아요.

책을 좋아해서 즐겁게 읽는 '수많은 여느 독자'를
손쉽게 무시하는 말투와 버릇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걸요....

알라딘서재 운영자 글배치는
저는 1%도 달갑지 않아요.
모두 알라딘책방을 '좋게' 하려는 목적만 있는걸요.
알라딘책방 문제를 따지는 글은
하나도 안 배치해 주니까요.


초록 2013-01-27 13:14   좋아요 0 | URL
지나가다 남깁니다. 알라딘서재 운영자 글배치는 이전에 알라딘에 문의한 바 있는데, 직접 선정하는 게 아니라 이용자들의 추천/댓글 활동에 따라 자동으로 메인에 올라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웽스북스 2013-01-27 13:15   좋아요 0 | URL
빛나님, 함께살기님.
알라디너의 선택과 화제의 서재글은 수동 운영이 아니라 로직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건 제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알라디너의 선택은 추천수 3 이상, 신간도서 1권 이상 포함된 글이 올라가고요. 화제의 서재글은 추천 5 이상, 혹은 댓글 10 이상의 글들이 올라간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직원들이 일하지 않는 주말에도 계속 화제의 서재글이 운영되는 까닭이지요.

위 조건을 충족시켰는데 화제글에 올라오지 않는 글은 본인이 글을 내 서재와 즐겨찾는 서재에만 공개한다고 체크한 경우입니다. 책방 문제를 따지는 글 역시 추천수와 댓글수를 만족시키면 화제글에 올라가게 되고, 그렇게 공론화되었던 이야기들도 많이 있어왔습니다. 어긋나는 사례가 발생된다면, 그건 알라딘에 신고하시면 로직을 점검해주실 겁니다.

이전에도 계속 있어왔던 오해이고, 논쟁이었어서 여러 차례 확인되었던 문제입니다. 이제 이 곳에 오래 자리잡고 계신 분들은 대부분 이 로직을 인지하고 계십니다.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013-01-27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3-01-27 13:51   좋아요 0 | URL
작가이자 1인출판 하는 사람으로서
한기호 씨 같은 이들과 '맞서는' 일이란
스스로 밥그릇을 깨뜨리는 짓이 될 수 있겠지요.
한기호 씨는 출판평론 아닌 출판권력을 누리는 자리에 있기에,
웬만한 이들은 그냥 모르는 척하고 지나가요.
그러나, 출판권력을 휘두른대서 모르는 척하고 지나간다면,
앞으로도 이런 비아냥을 그치지 않겠구나 싶어요.

우리는 서로 책을 좋아하며 살아야 아름다운데,
왜 자꾸 엉뚱한 데로 엇나가고야 말까요...

2013-01-27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3-01-27 13:50   좋아요 0 | URL
말씀 고맙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 글은 지웠고,
제가 써야 할 글을 찬찬히 생각하며
'이웃과 즐거운 마음'이라는 글을 썼어요.

저는 이러한 글을 쓰면서 살아가고 싶지,
엉뚱한 말다툼에 한몫 거들고 싶지 않아요.
고맙습니다.

비로그인 2013-01-27 13:43   좋아요 0 | URL
초록님과 웬디양님의 글을 보니 제가 오해한 점이 있는 것 같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하고 글 수정했습니다.

파란놀 2013-01-27 20:02   좋아요 0 | URL
우리 모두 서로 더 아끼고 사랑하면서
책과 이야기를 즐거이 누리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싶어요

원더북 2013-01-27 18:15   좋아요 0 | URL
한기호 소장의 댓글에 알라딘 이용자들이 똥인지 밥인지 구분도 못한다던가 알라딘 중고서점을 범죄의 온상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치 않는 걸 보고 경악했습니다. 저는 알라딘만 이용하는게 아니라 반디도 이용하고 교보도 이용하고 11번가도 이용하지만 그럼에도 기분이 퍽이나 상했습니다. 예전에는 기획회의나 북페뎀을 사모으면서 꽤 호감을 가지던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라는 곳에 의구심이 듭니다. 이곳은 공신력이 있는 곳인지 자칭만 하는 곳인지. 좋은 대의를 가졌으면 거기에 합당하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의견을 내시면 될 것을 굳이 밑바닥까지 스크래치를 긁어대며 소음을 만드시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글에 귀기울이지 않으렵니다. 수장의 이면을 본 듯해서 씁쓸합니다.

파란놀 2013-01-27 20:04   좋아요 0 | URL
저도 한동안 기획회의나 북페뎀이나 여러 책을 사서 읽었지만,
날이 갈수록 이런 잡지나 책자들 또한
ㅈㅈㄷ과 같은 구실을 하지 않나 싶곤 해요.

옳고 바르며 알맞고 아름답게 비평을 하고 비판을 하면
귀를 기울여 듣겠지만,
비아냥이나 거친 말로 깎아내리기를 일삼는다면...
참 슬프고 안타깝습니다...
 

친환경 농업

 


  친환경 농약과 친환경 비료를 써서 흙을 일굴 때에는 친환경 농업입니다. 똥오줌을 거름으로 삼아 흙을 일굴 때에는 유기 농업입니다. 그런데, 어떤 똥오줌을 쓰느냐에 따라 농사가 달라지지요. 집식구 똥오줌을 쓰느냐, 짐승우리에서 나오는 똥오줌을 짐차로 잔뜩 받아 쓰느냐에 따라 사뭇 달라요.


  텃밭조차 건사하지 못하는 도시사람 먹을 곡식과 열매를 거두려고 하는 유기 농업일 때에는, 흙을 일구는 분들 집식구 똥오줌으로는 거름을 못 댑니다. 어쩌는 수 없이 짐승우리에서 쏟아지는 똥오줌을 받아서 거름을 대고 맙니다. 그러면, 짐승우리에서 고기가 되려고 살을 찌우는 돼지와 소는 무엇을 먹으며 어떤 똥을 눌까요.


  도시에서는 내 집 하나 마련하기조차 벅차기에 텃밭을 건사하는 일이란 더없이 말도 안 된다 여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텃밭이란 땅이 없어도 건사할 수 있습니다. 작은 꽃그릇으로도 텃밭을 돌볼 수 있고, 다른 이 땅을 빌려 주말농장처럼 텃밭을 보살필 수 있어요. 마음이 있느냐, 생각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시골하고 등진 채 도시에서만 살아가려는 사람들 먹을 ‘유기농 곡식과 열매’를 시골사람이 거두어들이는 일은 처음부터 말이 안 됩니다. 도시사람이 공산품을 그리 깊이 헤아리지 않고 쓰듯, 도시사람 먹을 곡식과 열매 또한 공장에서 물건 척척 뽑아내듯 흙을 짓밟아 곡식과 열매를 척척 뽑아내듯 키울밖에 없습니다.


  먹을거리가 달라지려면, 어떤 생협 어떤 직거래를 거쳐 먹을거리를 얻느냐 하고 알아보는 몸짓으로는 모자랍니다. 먹을거리가 달라지려면, 밥을 먹을 사람들 삶이 나란히 달라져야 합니다. 도시에서 살든 시골에서 살든, 스스로 삶을 새롭게 가다듬으면서 흙을 만져야 합니다. 풀을 뜯어먹을 수 있어야 하고, 내 보금자리 둘레에서 풀(푸성귀)을 얻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스스로 삶을 고치지 않을 때에는, 허울만 좋은 친환경 농업 이름이 퍼집니다. 스스로 삶을 새롭게 일구지 않을 때에는, 유기 농업 하는 분들조차 ‘항생제와 사료 먹는 짐승’이 누는 똥을 거름으로 쓸밖에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친환경이니 유기이니 하는 이름부터 말놀이입니다. 말재주예요. 똥으로 농사를 지으면 ‘똥농사’이지, 무슨 ‘유기농’입니까. 4346.1.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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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옹이에 옷을 건다
김수우 지음 / 큰나(시와시학사)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노래로 짓는 사랑꿈
[시를 노래하는 시 52] 김수우, 《당신의 옹이에 옷을 건다》

 


- 책이름 : 당신의 옹이에 옷을 건다
- 글 : 김수우
- 펴낸곳 : 시와시학사 (2002.12.15.)
- 책값 : 5500원

 


  아침에 작은아이가 일어납니다. 작은아이를 안고 대청마루에 서서 쉬를 누입니다. 쉬를 누이고서 문을 열고 섬돌로 내려선 다음 햇살을 쬡니다. 마당 한쪽 귀퉁이에서 마을 들고양이 여럿이 모여 아옹거립니다. 맞은편으로는 햇살이 눈부시고, 후박나무 잎사귀가 가벼운 겨울바람 맞으며 사르르 노래합니다.


  그런데, 바깥에 둔 물꼭지 쪽 처마 밑 빨래대에 빨래가 그대로 있습니다. 어라, 저 빨래는 엊저녁에 왜 안 걷고 그대로 있지? 저 빨래는 어젯밤 고스란히 추위에 떨며 한뎃잠을 잤잖아.


  아침부터 이 빨래를 걷을 수 없습니다. 그대로 두고 새 하루 새 햇살 받아 보송보송 따순 기운 먹도록 해야 합니다.


.. 건널목에 언덕길에 무덤가에 / 잎눈, 잎눈 돋는다 / 사는 데에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되는 / 그냥, 봄 ..  (우수 이후)


  작은아이를 안거나 무릎에 앉히거나 바지를 갈아입히며 엉덩이를 조물락조물락합니다. 작은아이 엉덩이는 소담스러운 복숭아 두 알과 같다고 늘 느낍니다. 조물락조물락 주물럭주물럭 놀아도 무르지 않는 복숭아 두 알. 어쩜 아이들 엉덩이는 맛난 복숭아하고 쏙 빼닮을 수 있을까요.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옆지기 어릴 적에도, 내 어릴 적에도, 모두들 귀엽고 어여쁜 엉덩이였겠지요.


.. 창문마다 무명 실타래 같은 길이 났다 / 그때부터 솔방울 하나도 집이 되었다 / 솔잎 하나가 집으로 가는 길이 되었다 ..  (우리 몸 속에 마을이)


  큰아이가 일어납니다. 큰아이는 잠에서 깨어 눈을 뜰 적부터 종알종알 노래를 합니다. 들새는 들새대로 노래를 하고, 풀벌레는 풀벌레대로 노래를 하듯, 큰아이는 큰아이대로 노래를 합니다.


  너는 참 아침마다 잠에서 깨며 고운 노래를 들려주는구나. 너희 아버지는 아침에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어떤 노래를 부르려나.


  아이들 아직 일어나기 앞서 깊은 새벽에 홀로 쌀을 씻어서 불립니다. 미역을 끊어 불립니다. 어제 읍내에서 매생이 두 손 장만했기에 매생이를 곁들인 미역국을 끓일까 하다가, 매생이국은 따로 끓이자고 생각합니다. 어제 매생이와 함께 장만한 언 명태는 오늘 저녁이나 이듬날 아침에 보글보글 끓일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집에 고춧가루 없지 않나. 내가 고춧가루 안 먹으니 고춧가루 없는 살림인데, 고춧가루 없이도 ‘언 명태찌개’를 맛나게 끓일 수 있겠지요. 노래를 부르면서 찌개를 끓이면, 노래를 부르면서 밥을 짓고 밥상을 차리면, 노래를 부르면서 아이들을 부르고, 나란히 밥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으면.


.. 사람도 산도 / 멀리 있을수록 하늘빛에 가깝구나 ..  (풍경의 틈)


  여섯 살 큰아이는 만화책 두 권을 쥐어들고 대청마루 조그마한 걸상에 앉습니다. 작은 이불을 챙겨 무릎에 덮고 만화책을 펼칩니다. 세 살 작은아이는 똥꼬에 힘을 주며 똥을 눕니다. 오늘 아침에는 조금만 누는데, 잘 했다 잘 했어 이야기하면서 밑을 씻기고 새 바지를 입힙니다. 그러고는 밥물을 끓이고 미역국을 끓입니다. 몇 가지 나물을 헹구고 잘게 썰어 된장을 섞는 나물비빔을 마련합니다.


  밥을 즐겁게 먹고 나면 오늘은 무엇을 하며 아이들하고 놀까, 하고 생각합니다. 자전거수레에 태우고 조금 멀리 나가 볼까요. 두 아이 손을 하나씩 잡고는 마을 뒷밭을 돌아 빙 한 바퀴 걸어 볼까요. 천천히 멧골 하나를 넘어 볼까요. 마당 평상에 나란히 앉아 해바라기를 할까요. 햇살 맑게 드리우는 들판 어딘가 일찌감치 잎사귀 내민 들풀이 있는지 살피러 다닐까요.


  가끔 읍내나 면내에 다녀올 적마다 느끼는데, 네 식구 살아가는 시골마을 시골집에서 조용히 누리는 하루는 더없이 조용하구나 싶습니다. 조용하니까 조용할 텐데, 자동차 거의 안 드나드는 곳에서 지내니, 바람 흐르는 소리와 할머니 거니는 소리와 풀잎 춤추는 소리와 새들 날갯짓 소리를 가만히 귀담아 들을 수 있습니다. 자동차 자주 드나드는 도시에서는 모든 소리를 자동차가 잡아먹습니다. 자동차가 안 다닐 적에는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기계 소리, 사람들 손에 들린 손전화 기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온통 뒤덮습니다. 도시에서는 바람도 구름도 하늘도 땅도 나무도 풀도 꽃도 벌레도 새도 마주하지 못합니다. 아무런 이웃 소리가 깃들지 못합니다.


.. 꽃무늬 벽지 위에 곰팡이가 피었습니다 ..  (곰팡이꽃)


  마당에 놓은 평상에 앉든, 그냥 마당에 선 채로 있든, 눈을 감고 바람 흐르는 결을 맞아들입니다. 어느 바람이 후박나무 어느 가지 어느 잎사귀를 흔드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어느 바람이 동백나무 어느 가지 어느 잎사귀를 건드리는가 하고 헤아립니다. 어느 바람이 앙상한 매화나무와 모과나무와 감나무 가지를 살살 간질이는가 하고 떠올립니다.


  나무를 스치며 부는 바람은 소리가 다 다릅니다. 풀잎을 스치며 부는 바람도 소리가 다 다릅니다. 풀잎마다 춤사위가 다르고, 노랫소리가 다릅니다. 풀잎마다 풀빛이 다르며, 풀맛이 달라요.


  풀은 어떤 숨결로 사람한테 찾아왔을까 생각을 기울입니다. 사람이나 여느 풀짐승이 뜯어서 먹고 또 뜯어서 먹어도 씩씩하게 다시 돋고 자라는 풀은 그야말로 어떤 넋으로 이 지구별을 푸르게 담을까 생각을 기울입니다.


  내 마음속에 사랑씨앗 하나 심어 열매를 거두면, 이 열매는 나누고 또 나누어도 자꾸 맺힙니다. 마음속에서 길어올리는 사랑 열매는 베풀고 베풀어도 마르지 않습니다. 아마, 사랑 아닌 미움을 씨앗으로 심거나 시샘을 씨앗으로 심어도 늘 매한가지가 될 테지요. 미움이나 시샘도 끊이지 않을 테고, 닳지 않을 테며, 마르지 않을 테지요.


  그러니까, 나는 미움이나 시샘 아닌 사랑과 꿈을 길어올리고 싶습니다. 사랑과 꿈을 나누고 싶습니다. 사랑과 꿈으로 마음을 넉넉히 채우고 싶습니다.


.. 담벼락 따라 지천으로 피어난 풀 싹도 / 꾹꾹 눌러 담은 쓰레기더미도 / 누군가가 지은 집이었구나 / 서로에게 풍경이 되기 위하여 / 눈동자 같은 창문을 달아 내느니 ..  (누군가 집을 짓는다)


  아이들 재우는 밤에도 노래를 부르고, 아이들과 뛰노는 낮에도 노래를 부르지만, 밥을 짓고 빨래를 하는 아침과 낮에도 노래를 부릅니다. 밥을 함께 먹는 밥상맡에서도 노래를 부를 만합니다. 마실을 다니는 들길에서도 노래를 부를 만하며, 두 아이 자전거수레에 태워 땀 뻘뻘 쏟는 논둑길에서도 노래를 부를 만합니다.


  그러고 보니, 시골마을 시골집 얻어 지내기까지, 도시에서는 노래를 거의 안 부르고 살았구나 싶습니다. 다른 사람들, 이른바 노래꾼이나 노래패가 들려주는 노래를 노래테이프나 노래파일로 듣기는 했어도, 정작 나 스스로 내 목청을 맑게 틔우며 노래를 부르는 맛과 멋을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어쩌면, 도시에는 노래가 없지 않나요. 돈벌이가 되는 대중노래는 있고 상업노래는 있지만, 사랑을 속삭이는 노래는 없거나 꿈을 찾는 노래는 없는 도시가 아닌가요. 반가운 이를 만나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부르는 노래가 도시에는 있을까요. 즐거운 동무하고 어깨를 겯고 신나게 일하며 부르는 노래가 도시에는 있나요.


  사람들은 왜 시골에서만 일노래를 찾으려 하나요. 도시에서도 즐겁게 일하며 즐거이 새 일노래를 부르면 돼요. 먼먼 옛날 옛적 부르던 들노래와 모내기노래와 시집살이노래를 되살려야 할 까닭은 없어요. 아니, 되살려도 즐거워요. 다만, 되살릴 때에는 되살리더라도, 오늘 우리가 새롭게 누리는 삶을 스스로 북돋우는 ‘내 노래’를 내 손으로 짓고 내 입으로 부르며 내 사랑으로 나누면 됩니다. 이렇게 내 노래를 즐기면서 내 이웃 노래를 듣고, 내 이웃한테서 노래 한 자락 들으면, 나도 내 노래를 내 이웃한테 들려주지요.


.. 바람은 골목골목을 깨운다 / 밥 주발에 꾹꾹 눌러 담긴 이름들을 부른다 ..  (아침 창가)


  김수우 님 시집 《당신의 옹이에 옷을 건다》(시와시학사,2002)를 읽습니다. 노래가 감도는 이야기를 읽습니다. 이야기가 피어나는 노래를 듣습니다.


  노래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아 부를 때에 곱게 빛날까요. 이야기에는 어떤 가락을 실어 다 함께 부르면서 환하게 웃을 만한가요. 노래를 부르는 삶은 어떤 이야기꿈일까요. 이야기를 지어 도란도란 나누는 삶은 어떤 웃음꽃 피어나는 두레가 되는가요.


.. 나팔꽃이 피고 지며 / 바람이 들며나며 지은 집 ..  (아버지, 당신은)


  겨울이 춥습니다. 겨울이니까요. 겨울이 깁니다. 겨울이니까요. 봄은 따스합니다. 봄이니까요. 봄이 깁니다. 봄이니까요. 봄은 봄대로 흐르고, 여름은 여름대로 흘러, 가을과 겨울이 찬찬히 찾아듭니다. 알맞게 찾아와서 알맞게 흐릅니다. 기쁘게 찾아들어 기쁘게 감돕니다.


  겨울에는 들풀이 노랗게 시들면서 잠들고, 겨울에는 사람들도 조용조용 작은 집에 깃들어 이야기잔치 벌입니다. 겨울에는 풀벌레가 딱딱하게 굳으면서 잠들고, 겨울에는 들새와 멧새는 서로 깃을 부비면서 조용조용 풀섶에서 겨울나기를 합니다.


  추운 겨울이 왜 찾아올까요. 글쎄, 아기들은 왜 똥오줌을 안 가리면서 갓난쟁이 나날을 보내다가 뒤집고 기고 서고 걷고 달리고 하면서 천천히 자랄까요. 따순 봄이 왜 찾아올까요. 글쎄, 아이들은 왜 말문을 트고 눈빛을 밝히며 고운 목소리로 노래노래 부르며 온 집안과 마을을 따사로이 덥힐까요.


.. 마음은 아카시아 향기에 잠겼는데 / 어느 별이 고향이었을까 ..  (유산遺産)


  밭에서 풀을 뽑아 나물을 마련하는 할머니는 모두 시인입니다. 멧골에서 나무를 베어 장작을 마련하는 할아버지는 모두 시인입니다. 밥을 짓는 어머니, 절구를 찧는 아버지, 모두 시인입니다. 흙마당에서 뒹굴며 흙투성이 되는 아이들 모두 시인입니다. 가느다란 가지에 가느다란 다리로 앉아 빼애빼애 노래하고는 뾰로롱 다른 나뭇가지로 날아가는 작은 멧새는 모두 시인입니다.


  구름은 하얗게 시를 쓰고, 하늘은 파랗게 시를 씁니다. 들은 푸르게 시를 쓰고, 바다는 파랗게 시를 씁니다. 숲은 푸르게 시를 쓰고, 냇물은 해맑게 시를 써요. 모두들 가장 깊고 너른 사랑을 길어올리면서 시를 나누고, 빛을 보살핍니다. 4346.1.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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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우리 말 95] 엄마가 미(米)는 우리쌀식빵

 

  말로 재미나게 말잔치를 열 수 있습니다. 말로 엉성하게 말장난을 하면서 스스로 바보스러운 모습이 될 수 있어요. “엄마가 미(米)는 우리쌀식빵”이란 무엇일까요. 그냥 “엄마가 미는 우리쌀식빵”이라 하든지, “엄마가 사랑하는 우리쌀식빵”이라 하면 될 텐데요. 이렇게 말장난을 한대서 도드라지지 않습니다. 어설피 말장난을 할 적에는 이야기도 사랑도 꿈도 깃들지 못합니다. 4346.1.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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