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럼놀이 2

 


  미끄럼틀 타고 사르르 내려올 적에 얼마나 재미있는가는 미끄럼놀이 하는 아이 얼굴 바라보면 알 수 있다. 활짝 웃는 얼굴은 내 가슴에도 담고, 사진에도 담는다. 아이는 자꾸자꾸 미끄럼을 타고, 아버지는 자꾸자꾸 사진을 찍는다. 아이는 미끄럼놀이를 즐기고, 아버지는 사진놀이를 즐긴다. 4346.5.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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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 장미 같은 글쓰기

 


  어떤 사람들은 ㅈㅈㄷ 같은 신문이 아름답게 거듭날 수 없으리라 생각하면서, 이러한 신문들이 생각을 슬기롭게 고치거나 마음을 사랑스레 돌보는 일이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어나기를 바라는’ 셈이라고 말한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참말 그렇게 되리라 느낀다. 그런데, 사람들은 참 모른다. 장미는 쓰레기통에서도 피어난다. 동백꽃도 튤립도 모과꽃도 팬지꽃도 복숭아꽃도 모두 쓰레기통에서 얼마든지 피어난다.


  꽃은 터를 가리지 않는다. 꽃은 숲에서만 피어나지 않는다. 꽃은 한 줌 흙 있으면 쓰레기통 아닌 국회의사당에서도 피어날 수 있다. 꽃은 햇살 한 조각 있으면 쓰레기통뿐 아니라 쓰레기구덩이에서도 피어날 수 있다. 꽃은 바람 한 숨 있으면 쓰레기통에서든 핵발전소에서든 피어날 수 있다.


  사람들은 끔찍한 전쟁무기 만들지만, 꽃은 해맑게 피어난다. 사람들은 막개발 일삼지만, 꽃은 씩씩하게 다시 피어난다. 사람들은 고속도로 깐다며 멧자락에 구멍을 내고 들판을 아스팔트로 깔며, 온갖 곳에 송전탑 빼곡하게 박는데, 이러거나 말거나 꽃은 송전탑 곁에서도 자라고 고속도로 틈바구니에서도 자란다.


  나는 믿는다. ㅈㅈㄷ 신문이건 ㅎ이나 ㄱ 같은 신문이건 아직 하나도 안 아름답다만, 나는 믿는다. 서울에서 나오는 신문이건 부산이나 인천에서 나오는 신문이건 아직 제대로 아름다운 빛깔과 무늬와 내음으로 온누리 따사롭게 사랑하는 신문은 없다고 느낀다만, 참말 나는 믿는다. 이 모든 신문들한테서도 언젠가 장미이든 동백이든 백일홍이든 꽃다지이든 민들레이든 봉숭아이든 곱고 해맑게 피어나리라 믿는다. 백 해가 흘러야 할는지 천 해나 만 해가 흘러야 할는지 모르리라. 그래도 언젠가 신문기자도 지식인도 정치꾼도 재벌회사 우두머리도, 다 같이 바보스러움 훌훌 털며 아름다운 꽃마음 되어 사랑웃음 나누는 어깨동무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는 내 믿음 한 자락 글에 담으며 꿈꾼다. 4346.5.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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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01 09:19   좋아요 0 | URL
나는 내 믿음 한 자락 글에 담으며 꿈꾼다.-
함께살기님!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

파란놀 2013-05-01 14:25   좋아요 0 | URL
네, 언제나 모두들 좋은 날 누리기를 빌어요
 
제왕나비와 박주가리 자연과 나 9
헬렌 프로스트 지음, 이윤선 옮김, 레오니드 고어 그림 / 마루벌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62

 


풀 먹는 나비
― 제왕나비와 박주가리
 레오니드 고어 그림,헬렌 프로스트 글,이윤선 옮김
 마루벌 펴냄,2010.1.13./11000원

 


  나비는 풀을 먹습니다. 나비가 팔랑팔랑 날아다닐 수 있는 까닭은 풀을 먹고 살기 때문입니다. 나비는 풀밥 먹고 풀잠 자며 풀노래 부릅니다. 나비는 풀춤 추고 풀마실 다니고 풀그림 그립니다.


  사람들은 나비를 보며 으레 꿀이나 꽃가루 먹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비 한 마리 태어나자면 풀을 먹어야 해요. 나비는 저마다 가장 좋아하는 풀을 찾아다니며 알을 낳지요. 알은 천천히 자라 깨어나지요. 깨어난 알은 어미가 낳아 준 잎사귀에서 허물을 맨 먼저 먹고, 이제부터 잎사귀를 먹어요. 어미가 알뜰히 골라 붙여 준 잎사귀에서 가장 맛난 풀숨을 뜯어먹습니다.


.. 제왕나비는 민들레를 발견하면 사뿐히 내려앉아 꿀을 빨아먹고 날아오릅니다. 팔랑거리다가 다시 꽃에 내려앉아 쉬고, 꿀을 빨아먹고 또 날아오릅니다 ..  (9쪽)

 

 


  날마다 씩씩하게 풀숨 받아먹은 애벌레가 자라서 아주 천천히 나비로 거듭납니다. 어른 나비로 거듭나고 난 뒤에는 꿀과 꽃가루 찾아다니며 먹는데, 애벌레로 지내는 동안 즐겁고 아름답게 풀잎 뜯어먹었기에 이 기운 북돋아 날갯짓 빛낼 수 있어요.


  사람들도 나비처럼 날고 싶으면 ‘애벌레로 자라는 동안’ 즐겁고 신나게 풀을 먹으면 돼요. 저마다 몸에 가장 알맞춤한 풀을 찾아서 날마다 씩씩하게 풀숨 받아먹으면 돼요.


  아무 풀이나 먹는대서 나비처럼 날 수 있지 않아요. 저마다 이녁 몸에 가장 걸맞고 좋을 풀을 찾아야 해요. 돈을 들여 ‘유기농 푸성귀’ 사다 먹는대서 나비가 되지 못해요. 사람들 스스로 짓는 집이 가장 아름다운 보금자리 되도록 맨 먼저 ‘집숲’을 가꾸고, 집숲을 가꾸고 난 뒤, 이곳에서 푸르게 돋는 풀을 먹어야지요.


  농장이나 정원에서 얻는 풀이 아닌 집숲에서 얻는 풀을 먹을 때에 나비처럼 날 수 있습니다. 농장이나 정원 커다랗게 마련해 이런 풀약 저런 비료 뿌리면, 좋은 풀 얻지 못하고, 나비처럼 날 수 없어요. 풀과 꽃과 나무가 서로 곱게 얼크러지도록 집숲 돌볼 노릇입니다. 사람뿐 아니라 벌과 다른 나비와 벌레와 크고작은 짐승들 함께 어우러질 예쁜 집숲 가꿀 노릇입니다.


  가장 따사로운 사랑을 짚숲에 드리워야 해요. 가장 밝은 꿈을 보금자리에 담아야 해요. 가장 넉넉한 이야기와 가장 환한 노래로 살붙이하고 하루를 누려야 해요.


  집숲에서 포근한 노래 흘러나올 노릇입니다. 보금자리에서 보드라운 춤사위 흐드러질 노릇입니다. 유행노래 아닌 사랑노래 부르면 돼요. 유행춤 아닌 사랑춤 추면 돼요.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물려받고, 아이들한테 사랑을 물려주면 돼요. 고운 꿈 어버이와 함께 일구고, 맑은 꿈 아이들과 함께 이루면 돼요.


  나비처럼 날기란 쉽지요. 나비처럼 가볍고 홀가분하게 춤추기란 쉽지요. 나비처럼 맑은 날갯짓 빛내기란 쉽지요. 보금자리를 집숲으로 일구어 가장 푸른 숨결 들이켤 수 있으면 돼요.


.. 산들바람이 박주가리를 살랑살랑 흔듭니다. 제왕나비는 가장 좋은 잎사귀 뒷면에 내려앉아, 박주가리와 함께 바람에 흔들립니다. 그러다가 몸을 구부려 연노랑 알을 하나 낳아, 부드러운 잎사귀 뒷면에 착 붙여 놓지요 ..  (14쪽)

 


  레오니드 고어 님 그림이랑 헬렌 프로스트 님 글이 어우러지는 그림책 《제왕나비와 박주가리》(마루벌,2010)를 읽습니다. 우리 집 큰아이가 ‘나비처럼 되고 싶어’ 하는 말을 날마다 하기에, 나비 그림책 함께 읽습니다.


  큰아이한테 말합니다. 나비처럼 되고 싶으면 언제나 나비 마음 되어 생각을 기울이렴. 나비가 되기까지 무엇을 먹고 무엇을 바라며 무엇을 생각하는지 가만히 살피렴. 나비가 되어 어떤 삶 누리고 싶은지를 돌아보고, 나비로 살아가는 하루하루 어떻게 사랑스레 빛낼는지를 헤아리렴.


.. 노랑과 검정과 하양 줄무늬의 제왕나비 애벌레는 쌉쌀한 박주가리 잎사귀를 먹고 무럭무럭 자랍니다 ..  (17쪽)

 


  제왕나비 한 마리 박주가리 한 포기 찾아 즐겁게 나들이길 떠납니다. 훨훨 납니다. 팔랑팔랑 춤춥니다. 제왕나비가 날아가는 길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습니다. 제왕나비는 그저 즐겁게 나들이길 누립니다. 천천히 날며 즐겁게 쉽니다. 살랑살랑 바람 타며 온누리 껴안습니다.


  나비춤이란 해맑은 사랑춤입니다. 나비노래란 티없는 사랑노래입니다. 사람들 누구나 나비와 함께 해맑게 사랑춤 출 때에 즐겁습니다. 어른도 아이도 나비와 같이 어깨동무하면서 고운 목소리로 사랑노래 부를 때에 기쁩니다.


  함께 먹을 풀을 생각해요. 함께 마실 물을 생각해요. 함께 누릴 숲과 마을 생각해요. 들판과 숲과 냇물과 멧골이 어떠할 때에 우리 삶이 아름다울까요. 시골이든 도시이든 우리 스스로 어떻게 돌보거나 가꾸거나 지키거나 보듬을 때에 아름다울까요.


  끝없이 아파트 지어대니, 사람들 모두 날 줄 잊고 말아요. 끝없이 자동차 만들면서 끝없이 고속도로 늘려대니, 어른도 아이도 하늘 훨훨 날아다니는 꿈을 잊고 말아요.


  숲을 사랑하지 않으니 날 수 없습니다. 집숲을 일구지 못하니 나는 길을 잊어버리지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사랑하지 못하면서 사랑노래 부르지 못해요. 조그마한 꽃 한 송이 아끼지 못하는 마음으로는, 이웃도 동무도 아끼지 못합니다. 제왕나비 한 마리가 박주가리 한 포기 아끼는 마음을 찬찬히 헤아릴 수 있기를 빌어요. 4346.5.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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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01 09:32   좋아요 0 | URL
아 정말 나비춤과 나비노래,같은
함께살기님의 아름다운 글,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오늘 아침은 제 눈과 마음에 들려주신
나비춤과 나비노래가 가득하네요~^^

파란놀 2013-05-01 14:26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나비와 같은 마음과 춤사위 되어
좋은 생각 빛내면 참 아름답겠지요

페크pek0501 2013-05-01 12:15   좋아요 0 | URL
잘 풀어 쓰셨습니다.
님의 글을 읽으니 팔랑거리는 나비가 눈에 보이는 듯하네요.
나무를 가꾸고 숲을 보존하고 싶은 1인입니다, 저도. ^^

파란놀 2013-05-01 14:26   좋아요 0 | URL
어디에서나 좋은 마음 되어
숲을 지켜 주셔요
 

사다리

 


  새책방이나 도서관에서 사다리를 보는 일은 드물다. 헌책방을 찾아가면 아무리 조그마한 곳이라 하더라도 으레 사다리를 본다. 왜 새책방이나 도서관에는 사다리가 없기 일쑤이고, 헌책방에는 사다리가 어김없이 있을까. 새책방이나 도서관도 책꽂이 꾸준히 늘리면서 ‘새로 나오는 책’을 더 차곡차곡 갖출밖에 없고, 이러다 보면 저절로 사다리 놓으면서 위쪽까지 살피도록 할 노릇 아닐까.


  사다리 없는 새책방과 도서관을 헤아려 보면, 새책방이나 도서관에서는 ‘새로 나오는 책이 늘어날’ 때에 ‘예전에 있던 책’을 줄이곤 한다. 날마다 새로 나오는 책 있으니, 새책방도 도서관도 책시렁 늘어나야 하지만, 한국에서 새책방이나 도서관은 책시렁을 좀처럼 늘리지 않는다. ‘오래도록 제자리 지키던 책’을 빼낼 뿐이다.


  헌책방도 ‘오래 묵은 책’을 치우곤 한다. 헌책방이라고 책을 자꾸자꾸 끝없이 쌓을 수 없다. 하는 수 없이 책을 비워 새로 들이는 책 꽂아야 한다. 그런데, 헌책방은 되도록 책을 덜 버리려 하고, 헛간을 늘려 ‘책방 책시렁에서 치워야 하는 책’이라든지 ‘새로 들이는 책’을 두려 한다. 책방에 빈틈 하나 없도록 빼곡빼곡 책시렁을 마련하고, 천장에 닿도록 책이 올라간다. 이러다 보니 헌책방에는 사다리가 있어야 한다. 헌책방 일꾼은 천장 높은 가게를 좋아한다. 헌책방 책시렁은 한 해 두 해 흐르면서 천장까지 닿는다.


  헌책방마실이 즐거운 까닭 곰곰이 돌아본다. 헌책방은 ‘처음 갖춘 책’부터 ‘새로 들이는 책’까지 알뜰살뜰 있다. 새책방과 도서관이 책을 안 아끼는 곳은 아니지만, 헌책방이 책을 아끼는 품이나 손길이란 매우 정갈하며 알뜰하다. 나는 헌책방마실 할 적마다 늘 이러한 품이나 손길을 느끼며 고맙다. 책 하나 만날 적에도 즐겁고, 책을 아끼는 품과 손길을 느끼면서 ‘책을 읽는 새로운 빛’을 받아먹는다.


  종이꾸러미도 책이고, 종이꾸러미 다루는 손빛도 책이다. 글월마다 글빛이 피어나고, 손길에서 손빛 새록새록 돋는다. 헌책방과 함께 오랜 나날 씩씩하게 살아온 사다리 나뭇결 쓰다듬으면서 책시렁과 책 모두 새삼스레 어루만진다. 4346.5.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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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박새도
까마귀도
까치도
왜가리도
제비도

 

경운기 소리 듣고
트랙터 소리 듣지만

 

터덜터덜 발걸음 소리 듣고
탁탁탁 지팡이 소리 들으며

 

먹이 찾고
햇살 먹으면서
하루 누립니다.

 


4346.3.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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