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 도다 세이지 단편선 1
도다 세이지 지음 / 애니북스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236

 


나란히 웃으며 걷는 길
― story
 도다 세이지 글·그림,김혜리 옮김
 애니북스 펴냄,2007.4.5./8000원

 


  가만히 마음을 기울여 바라보면, 모든 아름다운 것이 나한테 다가오지 싶어요. 가만히 마음을 기울이지 않을 때에는, 어떤 아름다운 것도 나한테 다가오지 않는구나 싶어요.


  마음을 기울일 때에 다가옵니다. 아름다운 것도, 아름답지 않은 것도, 스스로 마음을 기울이는 만큼 다가옵니다. 즐겁게 노래하고 싶은 무언가를 바란다면, 시나브로 즐겁게 노래하고 싶은 무엇 하나 내 곁에 있습니다. 고단하고 아픈 무언가를 떠올리면, 어느덧 고단하고 아픈 어떤 일 내 둘레에 있습니다.


  맑은 멧새 노랫소리를 생각하면, 맑은 멧새 노랫소리 들을 만한 곳으로 찾아갑니다. 고운 개구리 노랫소리를 떠올리면, 고운 개구리 노랫소리 즐길 만한 데로 발걸음 옮깁니다.


  조금만 살펴도 알 수 있어요. 여럿이서 숲속에 있을 때에, 누군가는 어느 멧새 노랫소리를 듣고, 누군가는 나뭇잎 찰랑이는 소리를 들으며, 누군가는 아뭇소리 못 들어요. 마음을 기울이는 만큼 소리 하나 나한테 찾아들거든요. 길을 거닐 적에도, 저마다 마음을 기울이는 만큼 가게나 간판이나 사람 들을 알아봅니다. 함께 책방으로 마실을 갈 적에도, 저마다 마음을 기울이는 대로 책을 알아보고 살피며 돌아보지요.


- ‘회사라는 공간은 단지 그녀에게 맞지 않는 장소였던 것뿐일지도. 편해질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나도.’ (34쪽)
- “사실 언니도 그만두고 싶어 했잖아. 엄마 등쌀에 밀려서 결국 억지로 계속한 거잖아. 단지 내가 언니보다 선수를 친 것뿐이야.” (44∼45쪽)


  차근차근 잘 꾸려도 좋은 삶입니다. 때로는 하나하나 미루어도 좋은 삶입니다. 모든 일을 알뜰살뜰 꾸려도 좋지만, 이럭저럭 하거나 좀 어설프더라도 좋은 삶입니다. 빈틈없을 때에는 훌륭하거나 대단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빈틈없더라도 꼭 아름답지는 않고, 빈틈없대서 반드시 즐겁지는 않아요.


  아이들이 방을 어질러도 되지요. 아이들이 밥을 먹다가 흘려도 되지요.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방을 어지를 수 있고, 어른들도 밥을 먹다가 흘릴 수 있어요.


  좀 어지르더라도 즐겁게 놀면 됩니다. 어지른 방은 나중에 치우면 돼요. 좀 흘리더라도 맛있게 먹으면 됩니다. 흘린 밥이나 국은 나중에 치우면 돼요.


  버스를 놓쳐도 됩니다. 시골버스는 으레 두 시간에 한 대쯤 있는데, 두 시간 더 기다려서 타도 되고, 다른 버스 지나가는 길로 좀 걸어서 가도 됩니다. 아예 두 시간 동안 걸어서 내 갈 길 가도 돼요. 두 시간 동안 다른 일을 하거나 다른 길을 가면서 다른 삶을 느끼거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길을 헤매도 됩니다. 꼭 어느 길로 가야만 하지 않아요. 낯선 길 거닐면서 내 이웃들 새롭게 만날 수 있어요. 엉뚱한 길로 접어든다지만, 나한테 오늘 엉뚱하다 싶을 뿐, 이 길에는 이 동네에서 지내는 다른 이웃들 있어요.


- “어째서 엄마 맘을 이렇게 몰라주니? 너희들은 내 꿈이야!” “그럼 엄마가 수용하든지! 우리들은 엄마의 도구가 아니야!” (65쪽)
- “하지만 아빠도 우리처럼 고민한 끝에 회사 일을 물려받으셨을 거야. 분명히.” “그렇다면 더욱 누나 마음을 이해해 줬어야지. 그 사람은 달라. 그 사람은 하고 싶은 일도 없어.” “히로. 아마 아버지는 하고 싶은 일을 찾을 틈도 없었을 거야. 할아버지가 워낙 엄격한 분이셨으니까.” (95쪽)

 

 

 


  아이를 봅니다. 이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서 낳을 아이를 떠올립니다. 개구리는 올챙이 적 모습 모른다지만, 사람도 아이일 적 모습 곧잘 잊습니다. 생각을 하지 않으면 자꾸 잊어요.


  내 아이를 바라보거나 이웃 아이를 바라보면서 내 어릴 적 모습 떠올립니다. 때로는 내 어버이 모습까지 아이들 모습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가만히 헤아립니다. 오늘을 미루어 어제와 모레를 헤아립니다. 내가 살아가는 길을 헤아리고, 내 둘레 고운 이웃과 벗과 살붙이 삶자락을 헤아립니다. 내 모습을 미루어 내 아이들과 이웃 아이들 삶을 느끼고, 내 아이들과 이웃 아이들 모습을 미루어 내 삶을 느낍니다. 서로 아름답게 어울릴 길을 생각합니다. 서로 즐겁게 걸어갈 길을 살핍니다.


  나란히 웃으며 걸어갈 길이란 어떤 길일까요. 자동차 쏟아지는 찻길은 아니겠지요. 비행기 뜨고 내리거나 기차나 전철 끝없이 지나가는 길도 아니겠지요. 나란히 웃으며 걸어갈 길은 서로 도란도란 이야기 주고받을 만한 길입니다. 새와 벌레와 바람이 들려주는 노랫소리 들을 만한 길입니다. 서로 어깨동무하며 길을 걷자면, 이 거님길에 오토바이 함부로 다녀서는 안 됩니다. 다 함께 천천히 걷는 길이요, 천천히 걷다가도 틈틈이 다리쉼을 하면서 바람을 맛보고 햇살을 먹는 길입니다.


  손전화 끄고, 라디오 끄며, 텔레비전 끄는 길입니다. 마음에서 샘솟는 고운 목소리 뽑아내는 길입니다. 책에서 읽은 글 아닌 삶으로 길어올린 이야기 나누는 길입니다.


- ‘눈을 뜨니 식물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듯 팔을 길게 뻗고 있었다.’ (100쪽)
- ‘아내의 솔직하고 구김살 없는 성격은 고향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109쪽)


  들일 하다가 책을 꺼내어 읽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마당에서 놀다가 평상에 드러누워 하늘바라기 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멧길이나 숲길 거닐면서 책을 읽을 수 있어요. 들바람 쐬면서, 아이들 뛰노는 모습 느끼면서, 나무와 새와 돌과 바람이 서로 고운 소리 나누어 주는 기운 받으면서 새록새록 이야기 하나하나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마음을 다스릴 수 있으면, 시끄러운 기찻길이나 전철길이나 버스길뿐 아니라,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도 책을 읽습니다. 나는 책 하나 바라볼 뿐, 시끄러운 소리를 받아들일 마음 아니니까요. 그런데, 마음 느긋하게 쉬면서 책 하나 누릴 수 있으면 훨씬 좋아요. 보드랍고 포근한 기운 감도는 멧자락이나 숲속에서 책을 펼치면, 내 마음은 느긋하게 쉬면서 내 머리는 아름다운 줄거리를 한결 깊이 느낍니다.


- ‘결국 회사도 물건을 만들어 내는 곳이지만, 진짜로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존재는 여자뿐이라고 생각한다. 남자들에게는 일밖에 없는데, 그것마저도 여자들에게 빼앗긴다면 대체 무엇이 남을까? 그래서 사회 진출을 막고 저지하며 깔보는 거다. 그 마음은 이해해. 하지만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잘못된 거야. 그래 봐야 허무해질 뿐이잖아.’ (114쪽)
- ‘어쩜 이렇게 사람이 착할까. 내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상으로 이 사람을 만나게 해 준 걸까?’ (130쪽)


  도다 세이지 님 만화책 《story》(애니북스,2007)를 읽습니다. 영어로 적어 ‘story’인데, 한국말로 하자면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이야기’를 들려주는 만화책입니다. 이야기란, 어디 하늘에서 똑 떨어지거나 땅에서 펑 샘솟지 않습니다. 바로 내 삶이 이야기입니다. 우리 아이들 삶이 이야기입니다. 내 옆지기나 이웃 삶이 이야기입니다.


  아이들 자전거에 태워 마실 다닌 하루가 이야기입니다. 밥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며 빨래를 하는 삶이 이야기입니다.


  바람소리 들어요. 바람소리 한 자락도 이야기입니다. 후박꽃 봉오리 가만히 쓰다듬어요. 꽃 피어날 꽃봉오리 하나도 이야기입니다.


  우리 둘레에 이야기 아닌 삶이란 하나도 없습니다. 기쁜 이야기, 슬픈 이야기, 반가운 이야기, 달갑잖은 이야기, 온갖 이야기 있어요.


  스스로 생각하면 됩니다. 어떤 이야기가 내 삶 북돋우는지 가만히 살피면 됩니다. 스스로 마음을 기울여, 내 삶을 어떤 이야기로 채울 때에 아름답거나 즐거울까 하고 돌아보면 됩니다. 다 함께 살아가는 이 지구별에서 어떤 이야기를 빛낼 때에 고운 꿈 피어날까 하고 생각하면 됩니다.


- ‘한 걸음이라도, 아니, 반 걸음이라도 좋다. 내 인생을 걸어 보고 싶다.’ (132쪽)
- “행복한 사람이 그렇게 신세 한탄을 하겠어? 난 엄마, 아빠가 행복해 보이지 않아.” (148쪽)


  이야기를 길어올려요. 내 이야기를 내 손으로 길어올려요. 이야기를 나누어요. 저마다 어떤 꿈을 품고 어떤 사랑을 돌보는지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어요.


  그림을 그려 벽에 붙여요. 내 꿈 담은 그림 한 장 벽에 붙여요. 글을 써서 책상맡에 붙여요. 내 사랑 적은 글 한 장 책상맡에 붙여요.


  내가 스스로 그린 그림 한 장에서 꿈이 피어나요. 내가 손수 적은 글 한 장에서 사랑이 태어나요. 이야기란 바로 오늘 이루어지고, 이야기는 늘 내 마음속에 있어요. 4346.5.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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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책을 읽는 뒷모습

 


  작은아이는 누나 하는 모든 것 따라하면서 하루를 누린다. 누나가 무얼 잡고 놀면 그걸 가로채서 놀고 싶고, 누나가 마당으로 내려서면 저도 마당으로 내려서고 싶으며, 누나가 방바닥에 드러누워 놀면 저도 방바닥에 드러누워 놀고 싶다.


  큰아이가 만화책 하나 집어 볕 들어오는 마루 바라보며 앉는다. 작은아이도 만화책 하나 찾아내어 누나 곁에 착 달라붙어 앉는다. 누나 곁에 앉아 만화책 들여다보는 시늉을 하다가 자꾸 누나 책을 들여다본다. 넌 네 거 보시지?


  아이들은 어버이가 하나하나 가르치거나 물려주기도 하지만, 큰아이가 동생을 가르치거나 물려주기도 하고, 또 둘째가 셋째를, 셋째가 넷째를, 차근차근 가르치면서 물려주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본다면, 학교를 세워 아이들 가르치려 할 적에 나이 같은 아이들을 같은 교실에 우르르 집어넣기보다는 ‘나이 울타리’를 없애고 언니 오빠 동생 누나 서로 어울리며 배우고 놀도록 할 때에 훨씬 나으리라 느낀다. 4346.5.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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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책 뒤집어 읽는 어린이

 


  큰아이는 글씨를 조금씩 읽는 나이가 되니 책을 뒤집어 읽는 일이 없다. 그러나 가끔 동생 흉내를 내면서 책을 뒤집어서 보곤 한다. 뒤집어서 보면 재미있니? 아마 재미있겠지? 똑바로 들고 볼 때하고는 사뭇 다른 느낌 들겠지. 4346.5.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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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으로 파고드는 책읽기

 


  그림책 펼쳐 읽어 줄라 치면, 작은아이도 큰아이도 무릎으로 파고든다. 이제 큰아이는 몸이 제법 자라, 어머니도 아버지도 두 아이 무릎에 앉혀 책을 읽어 주기 살짝 벅차다. 큰아이 스스로 잘 알 테지. 그래도 머리라도 쑥 집어넣으려 하고, 몸 한쪽 기대어 무릎을 조금이라도 차지하고 싶다. 그런데 작은아이도 세 살 되다 보니, 작은아이 몸뚱이도 퍽 크다. 두 아이 몸무게 더하면 삼십삼 킬로그램이 되고, 곧 삼십오 킬로그램 넘으리라. 얘들아, 이젠 너희들이 스스로 따로따로 앉아서 놀 때란다. 무릎은 가끔 살짝 내어줄게. 4346.5.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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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에 원목 책꽂이를 들이고, 곰팡이 먹는 압축합판 책꽂이는 치우고자, 책꽂이 기금을 모으려고, 제가 쓰던 사진기 하나를 팔려고 내놓습니다. 어렵게 장만한 사진기를 파는 일이란 아쉽지만, 사진기는 나중에라도 다시 장만하면 되리라 생각합니다. 파노라마사진 찍는 분들이라면 갖고 싶어 할 '후지617 프로페셔날(FUJI G617 professional)'입니다.

 

이 후지617은 제주섬 오름을 사진으로 찍은 김영갑 님이 쓰시던 모델입니다. 그렇다고 그것과 똑같은 것은 아니고(똑같은 것은 두모악갤러리에 잘 있지요), 그분 모델하고 같을 뿐입니다. 렌즈교체식은 아니고, 단렌즈입니다. 렌즈교체식이 더 좋은지, 단렌즈가 더 좋은지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 문제라서 섣불리 말할 수 없습니다. 저는 단렌즈 후지617파노라마가 좋다고 여겼기에, 이 기종을 장만해서 썼습니다.

 

저는 이 후지617을 지난 2012년 봄께에 서울 세기카메라에서 300만 원 주고 샀습니다. 며칠 앞서, 이 사진기 시세를 알아보니, 요즈음도 300만 원에 거래를 한다고 합니다. 저는 책꽂이 기금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값을 에누리해서 240만 원에 내놓습니다. 이 값에서 더 깎으려 하지는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거래값에서 60만 원을 덜었거든요. 이 사진기 장만해 주시는 분한테는 제가 쓰고 남은 120미리 필름 몇 통을 함께 드리겠습니다.

 

파노라마사진 하고 싶으신 분이라면, 그리고 파노라마사진을 하는 데에는 돈이 제법 드니까, 이 사진 즐겁게 하면서 사진넋 북돋우고 싶으신 분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연락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사진기는 직접 고흥으로 오셔서 사실 수 있고, 제가 나들이를 가면서 건네 드릴 수 있고, 택배로 부칠 수 있습니다. (저도 서울에서 고흥까지 택배로 받았어요)

 

- 최종규 011.341.7125.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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