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낸 자료에는 '민주화운동'이라 나오고, 그림책 추천한 다른 작가는 '민주항쟁'이라 말한다. 달력을 본다. 시골 농협과 병원이나 이곳저곳에서 만든 달력에 '민주화운동'이라 적힌다. 그렇구나. 그렇네. 공식으로 쓰는 이름은 '민주화운동'이라는 소리로구나. 그런데 어딘가 쓸쓸하다. 1980년 5월 광주를 놓고, 공식으로든 비공식으로든 어떤 이름을 써야 올바른가 하는 대목조차 제대로 갈무리되지 않는구나. 생각해 보면, 이런 이름 저런 이름 부질없다. 그저 '5월'이라고 말할 뿐이다. 꼭 어느 한 날을 콕 잡아서 무슨무슨 기념을 해야 하지는 않다. 곰곰이 살피며 눈여겨볼 대목이라면, 군인은 나라를 지키지 않고 권력자를 지킨다는 대목이다. 군인은 적군을 죽이지 않고 '백성'을 죽인다는 대목이다. 권력자는 백성을 군인으로 키워 살인기계로 부리고, 살인기계 된 군인은 저 스스로 백성인 줄 깨닫지 않으면서 제 부모이자 이웃이자 동무이자 동생인 다른 백성을 함부로 죽이는 짓을 저지르며 평생 가슴에 못이 박힌다. 군대가 있기에 권력이 있고, 권력이 있기에 권력을 휘두르며, 권력을 휘두르기에 차별과 반민주와 부정부패와 분단과 전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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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5월 18일
서진선 글.그림 / 보림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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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27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아주 좋았어요.
어떤 수식 없이 그저 그 조용하고 무서운 시간들을,
아이의 일상으로 일어났던 일로 적어간 일기문이라 더
마음 속으로부터 눈물이 나온..책이었어요.
순하지 못했던 시간들을, 순한 글과 그림으로 보여준 책..

파란놀 2013-05-27 11:5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곧 이 책을 만나려고 해요
 

아이한테 고기를 먹여야 할까

 


  아이한테 굳이 고기를 먹여야 한다고는 느끼지 않으면서 여섯 해 밥차림을 꾸린다. 바깥일을 많이 하면서 몸이 고단할 적에는 국수를 끓여 밥상에 올리곤 하는데, 우리 집에는 밑반찬이 따로 없다. 이제 두부도 거의 안 먹으며, 만두조차 아이들이 썩 좋아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탕수육을 곧잘 먹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그리 즐겨먹지 않는다. 어른(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은 아이한테 고기를 먹여야 잘 큰다고 말씀하지만, 세 살 작은아이는 어금니 오롯이 나지 않아 고기를 못 씹고 다 뱉으며, 여섯 살 큰아이는 고기를 못마땅해 하는 눈치이다.


  큰아이와 작은아이 어릴 적에 풀물을 갈아 참 오래 먹이고 함께 먹었다. 겨울에는 당근물을 갈아 참 오래 먹이면서 함께 먹었다. 아이들이 풀물을 잘 안 먹으려 하기는 했지만, 단것 함께 타거나 당근 함께 갈면 아주 잘 먹었다. 당근물은 그야말로 꿀떡꿀떡 잘 먹었다. 또 하나, 우리 식구는 모두 예방주사를 하나도 안 맞는다.


  옆지기와 내가 풀을 으레 먹고, 밥상에도 언제나 집 둘레에서 뜯은 풀을 올려서 함께 먹는다. 큰아이는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풀먹기가 익숙하다. 말랑말랑한 곤약을 즐겨먹는다. 작은아이 어금니 오롯이 나지는 않았지만, 가끔 풀 작게 잘라서 입에 넣어 본다. 아직 많이 먹지는 못하나, 조금씩 주면 잘 씹어서 넘긴다고 느낀다.


  가끔 바닷물고기 몇 마리 장만해서 밥상에 올리기도 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바닷물고기에 손을 뻗지 않는다. 나와 옆지기가 살을 발라 아이들 밥그릇에 얹는다. 제법 잘 먹지만 많이 먹지는 않는다. 어느 만큼 먹으면 더 안 먹겠다 한다. 더 가끔 오징어를 데쳐서 밥상에 올리면 꽤 손을 뻗어 먹으려 들지만, 오징어도 어느 만큼 먹으면 더 손을 뻗지 않는다.


  그러면 무엇을 먹느냐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웬만한 어느 것이나 잘 받아서 먹는다. 맵지 않고 시지 않으면 잘 받아서 먹는다. 옆지기가 굽는 빵도 잘 먹고, 아버지가 끓이는 국수와 국도 잘 먹는다. 푹 끓인 무도 잘 먹고, 날무도 잘 먹는다.


  ‘아이한테 고기를 먹여야 한다’는 생각이 언제부터 퍼졌을까. 이런 생각은 누가 퍼뜨렸을까. 그리 오래지 않은 지난날 사람들은 거의 풀과 곡식과 열매만 먹었다. 참 많은 사람들이 풀과 곡식과 열매만으로 수천 수만 수십만 수백만 해를 살아왔다. 짐승을 사냥해서 고기를 얻으며 살아온 한겨레는 아니다. 풀과 나무가 몸을 살찌우고 마음을 북돋아 준 한겨레이다.


  곰곰이 생각한다. 시골에서 흙 만지며 살아가는 할매와 할배는 고기를 굳이 챙겨서 먹지 않는다. 제사를 올리거나 마을잔치 있을 때에 고기를 먹는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바깥밥을 사다 먹든 집에서 차려서 먹든 도시락을 싸서 먹든, 으레 고기 반찬 깃든다. 회사나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저녁에 고기를 구우며 술 한잔 걸치기를 무척 즐긴다. 아니, 도시사람이 술 마실 적에 고기 안주 빠지는 자리가 없다.


  그래, ‘아이한테 고기를 먹여야 한다’는 생각이란, 바로 ‘시골살이 무너뜨리고 도시살이 일으켜세운’ 권력자와 기득권자가 사람들한테 시나브로 퍼뜨린 생각이 아닌가 싶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스스로 땅을 일구어 풀과 나무를 돌보면서 풀·곡식·열매만으로 밥살림 꾸리기 어렵다. 아니, 이렇게 밥살림 꾸리자면 시골사람보다 품을 훨씬 많이 들여야 하며, 품을 훨씬 많이 들이더라도 제철에 제 풀과 곡식과 열매 먹기란 만만하지 않으며, 돈이 퍽 든다고 할 만하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도시살이에 길들면서 도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고,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스스로 살림 꾸리며 ‘홀로서기’를 하지 못하게 하려고, 사람들이 도시 문명과 물질을 잔뜩 누리면서 중앙정치와 중앙행정 틀에서 못 벗어나게 하려고, 사람들이 크고 넓으며 아름다운 삶을 바라보지 못하도록 가로막으려고, 사람들이 도시에서 ‘돈만 버는 삶을 쳇바퀴 돌듯 얽매이도록 내몰려’고, 아이한테 고기를 먹여야 한다는 생각을 심으면서 어른부터 스스로 고기에 길들고 고기에 젖어들며 고기에 물드는 삶을 뿌리내리도록 하는구나 싶다.


  시골사람은 어쩌다 한 번 닭 잡아서 먹어도 배가 부르다. 시골에서 어쩌다 한 번 잡는 닭 한 마리로 여러 식구 이틀쯤 먹을 수 있다. 4346.5.2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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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27 10:56   좋아요 0 | URL
밥상이 절로 몸과 마음에 생기를 흠뻑 돋을 듯 합니다. ^^
이모저모 골고루 밥 한 그릇, 뚝딱 비우고 싶군요.
함께살기님 글을 읽으니
소재가 아주 극단적이긴 하나 결국은 체제에 길들여 진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를 정말 끔찍하게 보여준,
마르틴 하르니체크의 <고기>,가 생각납니다.

파란놀 2013-05-27 11:01   좋아요 0 | URL
음... appletreeje 님이 말씀하신 그 책을 찾아보니...
무척 상징 짙은 작품이라고 느끼면서도
쉽사리 읽기 어렵겠구나 싶기도 하네요.
@.@
 

산들보라는 철푸덕 넘어져

 


  아이들은 넘어질 때 ‘철푸덕!’ 하는 소리가 멀리까지 들릴 만큼 넘어진다. 아이들은 저희가 넘어지는 줄 둘레에 널리 알린다. 몸뚱이는 어른이라 하지만 ‘철푸덕!’ 소리를 내며 넘어질 줄 안다면, 그이는 어린이마음 곱게 건사하는 사람이라는 뜻 아니랴 생각한다.


  소리 없이 넘어지는 사람은 외려 다친다. 크게 소리내며 넘어지는 아이는 그닥 다칠 일 없다. 아이야, 얼른 일어나. 툭툭 털고 또 뛰고 달리며 놀아야지. 4346.5.2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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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돌 하나 놓아
사람들 건너고

 

냇물 하나 흘러
나무씨 퍼지고

 

구름 하나 퍼져
빗물 뿌리고

 

해가 뜨고 지면서
온누리에
따사로운 손길.

 


4346.4.2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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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쓰기
― 내가 찾아내는 내 사진

 


  시골에서 네 식구 살아가는 모습을 날마다 여러모로 사진으로 담는다. 그러나 집안일 도맡으며 살아가다 보니, 막상 사진을 아주 예쁘게 찍었다 하더라도 여러 일에 치인 나머지 ‘어떤 사진을 찍었는지’ 잊고 지나치기 일쑤이다. 아이들 노는 어여쁜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서 ‘내가 찍은 우리 아이들 사진이라 하더라도 이토록 어여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가슴 두근두근 설레도록 이끈 사진조차 잊은 채 한 달이 가고 석 달이 가며, 때로는 한 해나 두 해가 흐르기도 한다. 한참 지나고 나서 문득 ‘그동안 아직 갈무리하지 못한 사진파일에서 다른 어떤 사진을 찾으려’고 하다가 ‘그래, 예전에 이렇게 즐겁게 놀면서 즐겁게 찍은 사진이 있었잖아?’ 하고 떠올리면서 무릎을 치는 일이 잦다.


  사진이기 때문일까. 사진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갈무리하지 못하더라도 ‘늘 그대로 남아’서 ‘내가 알아보고 즐겁게 쓰는 날까지 기다린다’고 할 수 있을까. 모르는 노릇인데, 내가 손수 갈무리하지 못하고 지나친 사진 가운데 우리 아이들이 스무 살 되거나 마흔 살 되어 ‘한참 한참 한참 뒤에 처음으로 갈무리하는 사진’이 나올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무척 애써서 웬만한 사진 다 갈무리해 보고자 하기는 하더라도, 큰아이가 갓 태어난 여섯 해 앞선 때 사진조차 다 갈무리하지 못했고, 작은아이가 막 태어난 세 해 앞선 때 사진도 다 갈무리하지 못했다. 옆지기와 만나 함께 살면서 옆지기를 담은 사진도 다 갈무리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면, 옆지기와 만난 뒤부터 ‘옆지기 사진’부터 제대로 갈무리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보내는구나 싶다. 여기에 큰아이 사진이 쌓이고, 작은아이 사진이 쌓인다.


  그런데 말이다, 미처 갈무리하지 못한 ‘나 스스로 돌아보아도 참 놀랍다 싶은 사진’이 있다 하더라도, 그때그때 틈틈이 갈무리하는 사진으로도 참 좋고 아름다운 삶이라고 느끼기에, 날마다 즐거이 사진삶 누리는구나 싶다. 내가 찍은 사진을 꼭 내가 몽땅 갈무리해야 하지는 않을 테니까. 내가 찍은 사진을 반드시 내가 하나하나 쓰거나 보여주어야 하지는 않을 테니까.


  한 장을 즐겨도 좋은 사진삶이요, 두 장을 누려도 좋은 사진삶이다. 더 많이 찍어야 할 사진이 아니고, 더 많이 보여주거나 갈무리해야 할 사진이 아니다. 마음 깊이 아끼며 좋아할 사진을 아로새길 수 있으면 즐거운 사진이다. 나는 내가 찍은 사진으로 이루어진 사진밭에서 재미나고 예쁜 사진을 늘 찾아낸다. 좋다. 4346.5.2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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