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에서 찍는 사진

 


  나는 내가 쓰는 사진기로만 바라본다. 내가 쓰지 않는 사진기로는 바라보지 않는다. 나는 내 주머니에 있는 돈만큼 책을 사서 읽는다. 나는 내 주머니에 없는 돈으로 어떤 값비싼 책을 사서 읽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헌책방을 다니면서 책을 고르고 읽다가 ‘이렇게 헌책방에서 책을 고르며 읽는’ 느낌이 참 좋구나 싶어서 헌책방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 아름답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사진을 배우고 찍을 무렵에는 필름사진만 있었고, 디지털사진이 처음 나온 때에는 값이 매우 비싸서 엄두를 못 내다가, 사람들이 디지털사진 널리 쓰며 값이 많이 떨어진 뒤, 비로소 2006년에 처음으로 장만해서 써 보았다.


  오래도록 필름사진을 찍다가 디지털사진을 찍으며 든 생각은 꼭 하나이다. ‘화각이 필름사진을 따라가지 못하는구나.’ 그런데 디지털사진기 가운데 천만 원쯤 들여 장만하는 장비는 필름사진에서 얻는 화각이 나온다. 이천만 원이나 일억 원쯤 들여 어떤 디지털사진기를 장만하면 필름사진을 뛰어넘는 화각을 얻는다. 언젠가 천만 원짜리 디지털사진기를 1분쯤 빌려 들여다보면서 ‘값비싼 디지털사진기 화각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느낀 적 있다. 그러나 나는 딱히 대수로이 여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무리 값비싼 장비를 손에 거머쥔 사람이라 하더라도, 헌책방 나들이를 할 적에 책과 한몸 되어 책을 사랑하는 넋이 아니라 한다면 ‘헌책방을 비춰 보이는 사진 한 장’ 얻지 못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필름사진을 더 안 찍는다. 필름을 새로 살 돈이랑, 필름 현상을 맡기는 돈을 대지 못한다. 앞으로는 흑백사진 찍더라도 디지털사진기로만 찍을밖에 없다. 내 디지털사진기는 화각이 매우 좁고, 어쩌면 내가 이제껏 찍던 느낌을 못 살릴는지 모른다. 그런데 내 필름사진기도 그닥 대단한 장비는 아니다. 디지털사진이 아직 없고 필름사진만 있던 때에, 내 둘레 사람들은 내 필름사진기를 바라보며 ‘어쩜 그런 싸구려 사진기를 쓰느냐’ 하고 얘기하곤 했다.


  그러니까, 필름사진을 더는 못 찍고, 화각 많이 좁은 값싼 디지털사진기를 쓰더라도, 나 스스로 ‘내 화각’을 내 나름대로 새로 만들면 된다고 느낀다. 값싼 필름사진기로도 ‘내 화각’을 만들어서 찍었듯, 값싼 디지털사진기로도 새로운 ‘내 화각’을 만들어서 찍으면 된다.


  거의 마지막이라 할 필름을 스캐너로 긁으며 내 사진을 가만히 바라본다. 이 사진 얻은 필름사진기로는 이 화각이 나오지만, 같은 자리에서 내 디지털사진기를 꺼내면 이 화각이 안 나온다. 나는 이 사진에서 책손이 책값을 셈하는 모습이랑 책방 일꾼 실장갑이 책더미 사이에 묻힌 모습을 나란히 담으려 했다. 화각이 안 나오는 디지털사진기를 손에 쥐었다면, 아마 ‘이 사진 같은 화각’과는 다른 ‘새롭게 바라보는 화각’으로 새로운 사진 찍으리라 생각한다. 만 원이 주머니에 있으면 만 원에 맞게 즐겁게 읽을 책을 찾듯, 값싼 디지털사진기 있으면 값싼 디지털사진기로 찍을 만한 사진을 찍으면 된다. 천 원이 주머니에 있으면 꼭 천 원으로 장만할 수 있는 작고 가벼운 책을 장만해서 삶을 즐거이 누리면 된다. 디지털사진기조차 없이 손전화 기계로 사진을 찍더라도 내 마음 담아낼 모습을 빚으면 된다. 주머니에 돈 한 푼 없으면, 돈이 없는 대로 홀가분하게 책시렁 돌아보면서 조금씩 책을 읽어 마음밭 살찌우면 된다. 사진기 없으면 없는 대로 마음으로 사진을 찍어 마음에 담으면 된다. 참말 그렇다. 4346.5.2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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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27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롭게 바라보는 화각'으로 새로운 사진 찍으리라...-
마음으로 사진을 찍어 마음에 담으면 된다. -

그런데 정말 필요한 돈은, 생겼으면 참으로 좋겠어요..,

파란놀 2013-05-28 07:19   좋아요 0 | URL
네, 사진기 하나 새로 장만해야 하는데
아직 돈을 모으지 못해서
새로 장만하지 못하네요.

필름값도 모으지 못하지만,
필름값 드는 돈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제가 쓸 디지털사진기 하나 장만하려고 하는데
이 또한 참 만만하지 않습니다 @.@

그러나, 곧 그 돈 즐거이 들어올 테지요~
 


 딸기밭 도서관 (도서관일기 2013.5.2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아이들과 도서관에 간다. 며칠 동안 집에서 다 읽은 책을 갖다 놓으려고 간다. 아이들은 도서관에 간다는 말에 “딸기 먹으러 가요?” 하고 묻는다. 그래, 오월 끝자락 우리 도서관은 딸기밭이다. 도서관 앞에도 뒤에도 옆에도 온통 딸기밭이지. 지난해와 지지난해에 우리 네 식구 모두 딸기밭 노래를 부르며 무럭무럭 자라기를 빌었기 때문인지, 어디에나 온통 딸기밭이로구나.


  책을 내려놓고 이럭저럭 갈무리한다. 볕이 조금 더 잘 들어오도록 책꽂이 몇 군데를 옮긴다. 땀을 흠뻑 쏟으며 일하다가, 아차 딸기 따러 왔잖아, 하고 떠올린다. 그래, 너희 먹을 딸기 따 주겠다. 이듬날 비가 온다고도 했으니 터질듯 말듯 굵게 영근 딸기알은 오늘 모조리 따 주겠어.


  아버지가 딸기가시에 찔리고 긁히는 한편, 딸기하고 어우러진 찔레나무 가시에 찔리고 긁히면서 큰 통으로 둘 가득 들딸기를 딴다. 왼손이고 오른손이고 가시 잔뜩 박힌다. 낫을 들고 풀을 베고 덩굴을 자른다. 이듬날이나 다른 날 다시 올 적에는 조금 수월하게 딸기를 딸 수 있을까.


  따서 통에 담은 딸기보다 앞으로 영글 딸기알이 훨씬 많다. 지난해와 견주면 아주 눈에 뜨이도록 딸기밭 넓어졌다. 옛 관사 자리 둘레로도 딸기밭이 된다. 마삭줄꽃 피는 둘레로도 딸기밭이 퍼진다. 쇠뜨기풀과 쑥풀 우람하게 자라는 밑으로도 딸기알 있다. 어른 허리나 어깨 키만큼 자란 풀을 베니 어른 발목과 종아리 언저리에 빨갛게 익은 알이 하나둘 나타난다. 낫으로 풀을 살살 긁으며 치우니 앞으로 자라날 딸기알 달린 딸기풀 길게 이어진다. 앞으로 유월에는 익은 딸기알 먹느라 몹시 바쁘겠구나 싶다. 스스로 자란 들딸기 내다 팔면 꽤 돈이 될 수 있구나 싶지만, 돈보다는 우리 아이들과 옆지기 즐겁게 먹으면서 몸도 씩씩 마음도 튼튼 예쁘게 살아갈 수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한다. 미처 못 따는 딸기알은 땅으로 떨어져 이듬해에 딸기밭 훨씬 넓어지겠지. 해마다 딸기밭 넓어지면 앞으로 우리 도서관에 오뉴월에 찾아올 손님들은 들딸기 한 움큼 함께 즐길 수 있으리라.


  낫질 하랴 딸기 따랴 땀으로 젖은 몸을 쉰다. 도서관 곳곳에 이것저것 붙인다. 묵은 짐을 뒤지면 뒤질수록 재미난 볼거리 쏟아진다. 다섯 해 지나고 열 해가 지나면서 새삼스레 재미난 볼거리로 거듭난다. 올해에 보는 전단종이 하나와 포스터 하나와 엽서 하나조차 앞으로 열 해 뒤에는 또다른 이야깃거리 될 테지.


  큰아이 갓 태어났을 적에 아기와 옆지기 모습을 후다닥 연필로 그린 그림 두 장이 어느 상자에서 톡 튀어나온다. 어, 이 그림 여기에 있었네. 2008년 10월 24일에 인천 화평동 그림할머니 박정희 님이 찾아오셨을 적에 그린 그림 하나. 2008년 11월 13일에 자정이 훨씬 넘어 가까스로 잠든 큰아이 안고 어르던 모습 그린 그림 하나.


  사진으로도 남은 모습이지만, 이렇게 그림으로 슥슥 그려서 남은 모습이 새삼스레 애틋하다. 딸기알과 찔레꽃 나란히 있는 모습 사진으로 한 장 찍고 집으로 돌아간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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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1368) 상습적 1 : 상습적인 성추행

 

철저하게 각 소대별로 운영되는 폐쇄적인 구조가 잦은 구타와 욕설 그리고 상습적인 성추행을 부추긴 요소들이다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돌아오지 않는 내 아들》(삼인,2008) 261쪽

 

 ‘철저(徹底)하게’는 ‘빈틈없이’로 손보고, “각(各) 소대별(-別)로”는 “소대마다”나 “소대마다 따로따로”로 손봅니다. ‘운영(運營)되는’은 ‘꾸려지는’이나 ‘꾸리는’으로 다듬고, “폐쇄적(閉鎖的)인 구조(構造)가”는 “닫힌 얼거리가”나 “꽉 막힌 틀거리가”로 다듬습니다. ‘구타(毆打)’는 ‘두들겨패기’나 ‘주먹질’이나 ‘주먹다짐’으로 손질하고, ‘욕설(辱說)’은 ‘막말’이나 ‘거친 말’로 손질하며, ‘요소(要素)’는 덜어내거나 ‘대목’으로 손질해 줍니다.


  ‘상습적(常習的)’은 “좋지 않은 일을 버릇처럼 하는”을 뜻하는 한자말이고, ‘상습(常習)’은 “늘 하는 버릇”을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국어사전을 살피면, “상습 도박”이나 “상습으로 담배를 피우다” 같은 보기글이 나오는데, 막상 오늘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지 않고 “상습적 도박”이나 “상습적으로 담배를 피우다”처럼 말합니다. ‘상습’이라고 쓰는 사람은 매우 적고, 으레 ‘-적’을 붙여서 말합니다.


  그래서, “상습적 음주”나 “상습적 도박”은 “잦은 술”이나 “잦은 도박” 또는 “버릇처럼 마시는 술”이나 “버릇처럼 하는 도박”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상습으로 담배를 피우다”나 “상습적으로 약속을 어기는 사람”은 “버릇처럼 담배를 피우다”나 “버릇처럼 약속을 어기는 사람” 또는 “자꾸 담배를 피우다”나 “자꾸 약속을 어기는 사람”으로 다듬을 만해요.

 

 상습적인 성추행을 부추긴 요소들이다
→ 잦은 성추행을 부추겼다
→ 끊임없이 성추행을 부추겼다
→ 성추행을 끊이지 않게 부추겼다
→ 성추행을 자꾸자꾸 부추겼다
 …

 

  이 보기글을 보면 “잦은 구타와 욕설”이라고 나옵니다. 앞에 ‘잦은’이라고 적었어요. 그러니, “그리고 상습적인 성추행”이라고 적으면 겹말인 셈입니다. ‘상습적’을 덜어 “잦은 구타와 욕설과 성추행”처럼 적어야 올발라요.


  그런데, 한자말 ‘상습’은 “늘 하는 버릇”을 가리킨다고 하지요. 한자를 뜯어 보면, “늘(常) + 버릇(習)”입니다. 그냥저냥 한자말을 받아들이니 ‘상습’이라는 낱말을 쓰지만, ‘늘 + 버릇’이라면, 우리 깜냥껏 ‘늘버릇’처럼 새말을 빚어내 보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낱말 하나 빚어도 참 좋아요.

 

 상습적으로 약속을 어기는 사람
→ 버릇처럼 약속을 어기는 사람
→ 자주 약속을 어기는 사람
→ 으레 약속을 어기는 사람
→ 언제나 약속을 어기는 사람
 …

 

  더 생각해 보면, 버릇처럼 무엇을 하거나 자꾸 무엇을 한다면 ‘늘’ 무엇을 하거나 ‘언제나’ 무엇을 하거나 ‘노상’ 무엇을 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 늘 하거나 언제나 한다면 ‘자주’ 한다 할 만하고, ‘으레’ 한다 할 만하지요.


  차근차근 생각하면서 알맞게 쓸 말투를 찾으면, 그냥저냥 쓰는 말마디나 말투 아닌, 사랑스럽고 새로우며 재미난 말마디나 말투를 익힐 수 있어요. 우리가 으레 아는 말투이면서도 새롭게 느낄 말투를 찾지요. 누구나 다 알 만한 말마디이면서도 아름다운 말마디를 찾습니다. 4342.1.28.물./4346.5.27.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소대마다 빈틈없이 따로 꾸리는 꽉 막힌 얼거리가 잦은 주먹다짐과 거친 말과 성추행을 부추겼다

 

..

 

 '-적' 없애야 말 된다
 (1663) 상습적 2 : 습관이 되어 상습적으로

 

주변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도덕적 통제도 받지 못한 채 성장해 가던 자매는 배가 고프거나 필요한 게 있으면 남의 것을 훔쳤고, 이것이 습관이 되어 죄의식 없이 상습적으로 절도를 저지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천종호-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우리학교,2013) 55쪽

 

  “주변(周邊)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은 “둘레에서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나 “둘레에서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고”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나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하고”로 손질하고, “도덕적(道德的) 통제(統制)도 받지 못한 채”는 “옳고 그름을 배우지 못한 채”나 “올바른 길을 배우지 못한 채”로 손질해 봅니다. “성장(成長)해 가던”은 “자라던”으로 손보고, “필요(必要)한 게 있으면”은 “쓸 물건이 있으면”이나 “써야 할 것이 있으면”으로 손봅니다. ‘습관(習慣)’은 ‘버릇’으로 다듬고, “죄의식(罪意識) 없이”는 “잘못한 줄 모르고”나 “잘못을 안 느끼고”로 다듬으며, “저지르는 지경(地境)에까지 이르렀다”는 “저지르고 말았다”나 “저지르기까지 했다”로 다듬어 줍니다.

 

  그런데, 이 글월에서는 “습관이 되어”와 “상습적으로”가 같은 말이에요. 글쓴이 스스로 같은 말을 되풀이했어요. 앞쪽을 덜거나 뒤쪽을 덜어야 알맞습니다. 또는, 앞쪽은 ‘버릇’으로 손질하고 뒤쪽은 ‘다시’나 ‘또’나 ‘자꾸’ 같은 낱말을 넣으면 됩니다.

 

 상습적으로 절도를 저지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 으레 절도를 저지르는 나날에까지 이르렀다
→ 버릇처럼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다
→ 또 잘못을 저지르곤 했다
→ 다시 잘못을 저지르기까지 했다
→ 또다시 잘못을 되풀이하곤 했다
→ 자꾸 잘못을 저질렀다
→ 잇달아 잘못을 되풀이했다
 …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자꾸 잘못을 저지릅니다. 사랑을 누리지 못하거나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우리 말글을 사랑스럽게 나누거나 주고받지 못합니다. 올바른 길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또다시 잘못을 저지릅니다. 올바른 말글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또다시 엉터리로 말을 하거나 어리석게 글을 씁니다.


  모두들 고운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저마다 올바른 삶을 누리며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4346.5.27.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올바른 길도 배우지 못한 채 자라던 자매는 배가 고프거나 쓸 물건이 있으면 남한테서 훔쳤고, 이 삶이 버릇이 되어 잘못조차 못 느끼고 다시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다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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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모모 2013-05-27 15:25   좋아요 0 | URL
평소에도 그렇고 지금 댓글 쓸 때도 그렇고
한자어가 자동으로 써지네요. 정말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너무 물들어 버렸나 봅니다.
아예 어렸을 때 배우는 국어 교과서부터 바뀌었으면 좋겠네요.

파란놀 2013-05-27 16:20   좋아요 0 | URL
벗어나지 않아도 돼요.
스스로 가장 쓰고 싶은 낱말을 골라서 쓰면 돼요.

이렇게 스스로 쓰고 싶은 낱말을 쓰다가
문득문득
'내가 이 자리에서 쓰는 이 낱말이 참말 내 마음을 잘 나타내는가?'
하고 생각해 보면서,
내 마음을 더 잘 나타내는 낱말이 있는가 없는가
가만히 살피면 돼요.

저는 따로 어떤 공부나 운동을 하면서
이런 글을 쓰지는 않고,
내 마음 가장 잘 나타낼 낱말과 말투를 찾아서
이런 글을 씁니다 ^^
 

춤추듯 걷는 어린이

 


  사름벼리는 길을 거닐 적에 꼭 춤을 추는 듯하다. 아이 걸음걸이는 마치 춤과 같다. 다른 아이들도 걸을 적에 춤을 추는 모습일까. 아마 모든 아이는 춤을 추듯 걷고, 날아다니듯 뛰거나 달리는 숨결로 태어나리라. 그래서 여러 아이가 얼크러져 노는 모습 바라보면 웃음꽃이 깨처럼 쏟아지고, 노래가 오래오래 이어지면서 어여쁜 빛 나오리라. 4346.5.2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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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의 집
김남주 지음 / 그책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책읽기 삶읽기 134

 


아이와 살아가는 이야기
― 김남주의 집
 김남주 글
 그책 펴냄,2010.10.20./15000원

 


  일찍 잠든 아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어제는 저녁 일곱 시 즈음 아이들 눕히고 함께 잠들었습니다. 어제 하루 아이들이 일찍 일어나서 바지런히 놀며 많이 힘들어 하는구나 싶어, 다 함께 일찍 불 끄고 일찍 잤어요. 이듬날, 큰아이는 새벽 다섯 시 반에 눈을 번쩍 뜹니다. 비 오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깬 듯합니다. 곁에 누운 아버지가 잠에서 깼는지 안 깼는지도 모르면서 문득 “아버지, 비 와요?” 하고 묻습니다. “그래, 비 온다.” 빗물에 젖으면 안 될 것이 마당에 있는지 헤아립니다. 엊저녁 잠자리 들기 앞서 다 치우기는 했지만, 마당에 내려와서 둘러보고, 집 뒤꼍을 돌아봅니다. 이럭저럭 괜찮구나 싶어 방으로 들어옵니다.


  작은아이가 언제 일어날까 싶지만, 오늘도 두 아이는 하루를 일찌감치 여는 만큼, 오늘 저녁에도 하루를 일찍 닫아야겠지요. 그러니까,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자면 늦게 일어나요.


.. 가정을 가꾸고 한 인격체를 성장시키기 위해 엄마들이 하는 모든 일을 ‘종합예술’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 나 역시 하루 종일 집에서 육아에 시달린 날에는 남편을 만나면 투정부터 늘어놓게 된다. 사실 아이들과 씨름하는 얘기를 남편 아니면 ..  (11, 44쪽)


  아이들은 날마다 새롭게 일어나 새롭게 놉니다. 아이들은 나날이 새롭게 바라보고 새롭게 배웁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살아가는 어른은 어른대로 날마다 새로운 날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배워요.


  아이들만 날마다 새롭게 배우지 않습니다. 어른들도 날마다 새롭게 배웁니다. 아이들 앞에서 어떤 말을 골라서 써야 하는가를 새롭게 배우고, 아이들과 누릴 밥과 보금자리와 옷을 어떻게 건사할 때에 아름다운가를 새롭게 배웁니다.


  배우지 않는다면 아이도 어른도 아니라고 느낍니다. 언제나 배우기에 사람이라고 느낍니다. 아이들은 숫자와 글자를 배우고, 어른들은 숫자와 글자를 어떻게 가르칠 때에 서로 즐거운가를 배웁니다.


  책을 좋아하는 어른이라면, 아이와 함께 어떤 책을 즐길 때에 참으로 좋은가를 새삼스레 배웁니다. 아이를 돌보느라 온 하루 보내면서, 아이 없던 때에 즐기던 책을 똑같이 즐길 수 없다고 배우는 한편, 아이하고 보내는 하루를 쪼개어 읽을 만한 책이란 어떤 책일 때에 가슴 깊이 새록새록 스며드는가 하고 배웁니다. 또한, 아이 없던 때에 읽은 책을 아이와 살아가며 다시 읽으면, 지난날에는 느끼거나 알아채지 못한 다른 대목을 숱하게 짚고 헤아립니다.


.. 내가 독립하면서 처음으로 얻은 집은 반지하 원룸이었다. 유독 습했던 그 집에서 살며 지하의 습기가 얼마나 무서운지 난생 처음 알게 됐다 …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나 책을 볼 수 있도록, 거실 한가운데에 뜬금없이 아동서적이 빼곡한 책장 하나를 들여놓았다 … 늘 바쁜 아빠, 엄마 때문에 라희와 찬희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태어날 때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집에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이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  (50, 60, 86쪽)


  빗소리를 듣습니다. 빗물은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흩뿌리기도 합니다. 비와 함께 바람이 찾아들어 나뭇가지를 흔들고 나뭇잎을 간질입니다. 이 비와 바람에 떨어지는 오월 꽃잎 있을 테고, 이 비와 바람을 먹으며 무럭무럭 익을 열매 있을 테지요.


  문득 한 가지 떠올라 여섯 살 큰아이를 부릅니다. 혼자서 씩씩하게 놀던 큰아이가 공책을 가지고 옵니다. “자, 연필도 가져오렴.” 큰아이가 연필 두 자루 찾아옵니다. 공책을 펼쳐 빈 자리 찾습니다. 깍두기 여섯 칸 공책에 ‘빗소리 노란꽃’ 여섯 글자를 적으며 읽습니다. 큰아이는 엎드려서 여섯 글자를 하나하나 읽으며 베낍니다. ‘붉고 달콤 딸기’ 여섯 글자를 적으며 읽습니다. 오늘은 비가 올 듯해서 어제 하루 우리 딸기밭에 가서 들딸기를 꽤 많이 땄습니다. 오늘 먹을 몫까지 신나게 땄어요.


  스스로 글을 쓰기 어려운 큰아이는 아버지가 천천히 반듯하게 적는 글을 눈여겨보며 하나하나 베낍니다. 이번에는 ‘알록달록 치마’ 여섯 글자를 씁니다. 큰아이는 치마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 너 치마 좋아하니, ‘치마’라는 글을 혼자서 쓸 줄 알아야 하고, 어디에 ‘치마’라 적힌 글 있으면 스스로 읽을 줄 알아야 해. 다른 낱말보다 ‘치마’는 여러 번 다시 써 봐.


  좋아하는 일은 일이라고 느끼지 않으면서 즐길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놀이를 하듯 일을 합니다. 아이도 어른도 늘 같아요. 좋아하는 삶을 누릴 때에 활짝 웃습니다. 좋아하는 길을 걸을 때에 홀가분한 몸과 마음 됩니다. 좋아하는 하루라 느끼며 즐겁게 놀거나 일할 때에, 삶이 빛나고 사랑이 샘솟아요.


.. 내가 살아오면서 읽었던 책보다 임신과 출산, 육아 기간 동안 읽었던 책이 훨씬 많을 것이다 … “라희야, 고마워. 너는 엄마의 보석 같은 존재야.” … 아이들이 조금씩 커 가면서 나는 매일 ‘오늘은 어디에 갈까?’하는 고민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백화점과 미용실이 고작이었지만 점점 미술관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고, 조만간 박물관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  (101, 114, 126쪽)


  배우 김남주 님이 쓴 《김남주의 집》(그책,2010)을 읽습니다. 이 책은 김남주 님이 꾸미기 좋아하는 집과 살림과 옷 이야기를 담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배우 김남주라는 이름값만으로는 나올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배우 김남주이면서 ‘어머니 김남주’가 되었기에 나올 수 있습니다. 책에서 2/5쯤은 배우 김남주로서 좋아하는 집과 살림과 옷 이야기를 다루지만, 3/5쯤은 ‘어머니 김남주’로서 아이들과 보낸 삶을 돌아본 이야기를 다룹니다.


  나는 집치레나 옷치레를 그닥 즐기지 않기에 《김남주의 집》이라는 책에서 2/5는 눈에 안 들어옵니다. 나는 두 아이와 날마다 복닥복닥 얼크러지며 살아가기에 이 책에서 3/5이 눈에 잘 들어옵니다.


  책을 덮으며 생각합니다. 다른 배우들도 이렇게 이녁 아이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적바림해서 책으로 낸다면 좋겠구나 싶습니다. 여자 배우뿐 아니라 남자 배우도 이녁 아이들과 누리는 삶을 글로 찬찬히 적바림하면 좋겠구나 싶습니다. 그리고, 배우이건 아니건, 이름값 날리지 않는 여느 사람들도 이녁 아이들과 알콩달콩 빛내는 삶을 글이나 그림이나 사진으로 즐겁게 적바림하면 좋겠구나 싶어요.


  아이와 살아가는 이야기는 집집마다 다릅니다. 아이가 모두 다르고, 어버이가 모두 다르거든요. 아이와 살아가는 이야기는 집집마다 재미납니다. 아이도 어버이도 서로서로 날마다 새로운 삶 누리면서 새로운 웃음과 새로운 빛을 누려요. 사랑이란 바로 조그마한 보금자리에서 태어나고, 꿈이란 바로 조그마한 삶터에서 샘솟습니다. 김남주 님이 집치레를 하고 옷치레를 할 수 있는 까닭은, 이녁이 어린 나날부터 사랑스레 살아온 보금자리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김남주 님 아이들도 김남주 님을 좋은 어버이로 여기며 하루하루 삶을 새롭게 배우는 나날 이으면, 앞으로 씩씩하고 푸른 마음 아끼는 예쁜 숨결 되겠지요. 4346.5.2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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