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밥이 가장 맛있다

 


  밖에서 아무리 비싸거나 놀랍다 싶은 밥을 얻어먹는다 하더라도, 내가 집에서 손수 차린 밥보다 맛나지 않다. 이제는 내 어머니 밥상보다 내가 차린 밥상이 내 몸에 훨씬 더 잘 맞는다. 내 어머니뿐 아니라 옆지기 어머님 밥차림 아주 반갑고 고마우며 좋다. 그런데, 내 몸에는 그리 맞지 않는다. 기름기 있는 반찬은 거의 안 하고, 풀이랑 국만 올리기 일쑤인 밥상인데, 이런 밥상을 내 몸이 가장 좋아한다.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느낄까. 아이들도 반가이 여길까. 아이들은 안 좋아할까. 모르는 노릇이다. 다만, 아이들이 집밥을 먹고 난 뒤랑 바깥밥 먹고 난 뒤 모습을 살필 때에, 시골집에서 시골밥 먹으며 뛰노는 모습이 가장 해맑고 상큼하며 빛난다고 느낀다. 우리 집에서 아버지 밥을 먹는 아이들은 배앓이 없고 몸앓이 없다. 바깥밥 먹을 때에 배앓이나 몸앓이가 있다.


  한 해에 한 차례 할까 말까 하던 카레를 올들어 두 차례째 한다. 언젠가 옆지기가 말했다. 카레를 먹는 까닭은 몸속에 생기는 벌레를 잡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우리 식구들은 날푸성귀를 늘 먹으니 카레를 곧잘 먹을 만하다고. 그러고 보니 그렇기도 해서, 한 달에 한 차례쯤은 카레를 끓여서 먹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내 밥차림을 손수 사진으로 찍으며 한 번 더 생각한다. 오늘과 같은 밥차림을 이루기까지 얼추 마흔 해를 살았구나.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몇 살쯤 될 무렵, 스스로 아이들 몸에 가장 맞고 좋을 밥차림을 이룰 수 있을까. 4346.5.3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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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 2013.5.28.

 


  큰아이와 함께 뜯은 풀은 큰아이가 먼저 살짝 헹군 다음 아버지가 마무리를 짓고 예쁜 접시에 담아 밥상에 올린다. 옆지기한테는 우리 집 풀 뜯어 풀물 한 잔 내어준다. 오늘은 모처럼 카레를 끓인다. 카레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을 알맞게 썰어서 함께 끓인다. 소금으로만 간을 하는 국을 끓인다. 이런 국 저런 국 끓이면서 느끼는데, 다시마와 표고버섯 우린 물에 소금으로만 간을 하는 국이 가장 맛나면서 뱃속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아한다고 느낀다. 우리, 꽃밥 맛나게 먹자.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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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놀이 1

 


  아이들 옷 건사할 옷장 하나 얻는다. 바깥에서 보름쯤 해바라기를 구석구석 시켜 준다. 드디어 집안으로 들이고, 어디에 놓아야 할까 어림하다가 마루에 놓는다. 큰아이는 그림 그리기 좋다고 웃는다. 어느새 스티커책 찾아서 하나하나 떼더니 옷장에 붙인다. “얘 예쁘라고 붙여 주는 거야.” 그래, 예쁘라고 스티커 붙여 주는구나. 집안으로 들인 지 하루, 아니 한 시간, 아니 십 분만에 옷장은 스티커옷을 입는다. 4346.5.3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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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는 이야기

 


  사람들은 ‘책을 읽는다’가 무엇을 뜻하는지 제대로 모르곤 한다. 왜냐하면, 어느 책 하나를 장만하거나 빌려서 ‘처음부터 끝까지 훑는다’고 해서 ‘책을 읽는다’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책이든 그 책 하나만 읽으려 해서는 제대로 못 읽는다. 어떤 책이든 그 책 하나를 ‘읽으려’고 한다면, ‘그 책 하나 쓴 사람’이 걸어온 삶을 먼저 읽어야 한다. 그래서 책날개에 적힌 글쓴이 발자취를 찬찬히 읽으면서 깊고 넓게 헤아리며 비로소 책읽기를 한다. 책에 깃든 줄거리를 훑을 적에도 ‘책에 적힌 글’만 훑는다고 ‘책을 읽는다’고 말할 수 없다. 책에 적힌 글이 태어나기까지 여러모로 스미고 깃든 ‘수많은 스승과 길동무 이야기’를 글줄에서 읽어내야 한다.


  리영희 님만 ‘글 한 줄 쓰려고 책 너덧 권 읽지’ 않는다. 글을 쓰는 모든 사람은 ‘글 한 줄 쓰려고 책 여러 권 읽는’다. 다만, 어떤 사람은 아름다운 책 여러 권 읽어 글 한 줄 아름답게 쓰고, 어떤 사람은 슬픈 책 여러 권 읽어 글 한 줄 슬프게 쓰며, 어떤 사람은 시커먼 꿍꿍이 같은 책 여러 권 읽어 글 한 줄 시커먼 꿍꿍이 담아서 쓴다.


  모든 사람 모든 글에는 ‘수많은 다른 책’이 살포시 감돈다. 글 한 줄에 숨은 다른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곧, 어느 책 하나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과 이야기와 삶과 사랑을 고루 살펴야 비로소 책 하나 읽을 수 있다. 숱한 이야기를 찬찬히 헤아리거나 살피려 하지 않는다면, 책 하나 읽었다 말할 수 없다.


  책읽기는 아주 쉬우면서 아주 안 쉽다. 책읽기가 아주 쉬운 까닭은, 나를 둘러싼 내 이웃 아름다운 삶을 만나는 즐거운 이야기잔치이기 때문이다. 책읽기가 아주 안 쉬운 까닭은, 사랑하는 마음을 기울이지 않고 줄거리만 겉훑으려고 할 적에는 조금도 아무것도 ‘읽지’ 못하기 때문이다. 4346.5.3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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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왕국 3
라이쿠 마코토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226

 


빛나는 삶을 함께
― 동물의 왕국 3
 라이쿠 마코토 글·그림,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2011.9.25./4200원

 


  아침햇살 환하게 빛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활짝 웃습니다. 아침마다 환한 햇살 바라볼 수 있으니 환하게 웃는구나 싶은 한편, 내 마음속에서 환한 웃음 피어나기에 환한 아침햇살 부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저녁햇살 포근하게 저무는 모습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습니다. 저멱마다 포근한 햇살 바라볼 수 있기에 빙그레 웃는구나 싶고, 내 가슴속에서 포근한 웃음 샘솟으니 포근한 저녁햇살 부르는지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 “하핫, 울음소리 한번 우렁차구나. 이제 곧 숨통이 끊어질 먹잇감이라면 이 정도로 비참하게 울어 줘야지. 애초에, 사자인 우리가 원숭이 울음소리 따위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지만.” (7쪽)
- “너 원숭이 울음소리 낼 수 있지? 원숭이냐?” “아니.” (14쪽)


  새벽부터 밤까지 멧새 노랫소리를 듣습니다. 봄부터 겨울까지 멧새 노랫소리 울립니다. 00시부터 24시까지, 또 1월부터 12월까지, 멧새는 한결같이 노래합니다. 먹이를 찾으며 노래하고, 짝을 찾으며 노래하며, 새끼들 돌보면서 노래합니다.


  우리 집 아이들도 언제나 노래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노래하고, 배고프다며 노래하며, 신나게 뛰어놀다가 노래합니다.


  아이들 말소리는 하나하나 노래입니다. 아이들 뜀박질은 언제나 춤사위입니다. 아이들 낯빛은 햇살과 같습니다. 아이들 살결은 풀잎 같습니다.


  아이들과 하루 내내 지내며 가만히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우리 아이들과 살아가는 나부터 예전에는 아이였어요. 마을 할매와 할배도 예전에는 모두 아이였어요. 주름살투성이라 하더라도 모든 분들은 뽀얀 살결 씩씩하고 개구진 아이였어요.

 

 


- “너, 말로는 날 구하겠다고 하면서, 사자는커녕 나보다도 약하잖아? 그렇게 약하면서, 왜 날 돕는 거지!” “너지? ‘아빠’, ‘엄마’ 하며 울었던 거. 너 맞지? ‘살려 줘’, ‘살려 줘’ 하며 울었잖아.” (17쪽)
- “난 먹을 수 있는 열매나 그 씨앗을 찾으러 나가 있었어.” “열매? 씨앗?” “응. 이거. 이걸 땅에 묻고 물을 줘서 크게 자라면 이런 이파리나 나무가 돼.” “그래서 어떡하는데?” “먹을 수 있는 열매나 이파리를 나누는 거야.” “왜 그런 고생을 하는 거야? 그냥 주변에 있는 걸 먹으면 되잖아.” “응, 다들 처음엔 날 바보 취급했어.” (38쪽)


  요즈음 아이들을 보면, 몸은 틀림없이 아이로되 마음은 한껏 늙고 만 애늙은이 꽤 많습니다. 요즈음 아이들은 걱정없이 뛰놀 틈이 거의 없습니다. 요즈음 아이들은 어린이집 보육원 유아원 유치원에 들볶입니다. 아이들은 ‘배워야 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놀아야 하는’ 아이들이에요. 아이들은 흙을 만지고 먹고 밟고 달릴 때에 아이들이에요. 햇볕에 까무잡잡하게 타도록 뛰놀고, 때로는 심부름을 하며, 으레 동생을 보살필 때에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은 노란버스 타고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를 다녀야 아이가 아닙니다. 아이들은 자동차 없는 빈터나 골목이나 고샅이나 숲에서 마음껏 달리고 뛰고 넘어지고 구르고 일어서고 노래하고 춤출 때에 아이입니다. 아이들은 텔레비전 광고노래를 따라해야 아이가 아닙니다. 아이들은 저희끼리 재미나게 노래를 지어 즐기고 웃을 때에 아이입니다. 아이들은 손전화나 스마트폰 손에 끼고 들여다보아야 아이가 아니에요. 아이들은 까르르 어깨동무하면서 웃고 떠들 때에 아이입니다.


  그러니까, 요즈음 어른들부터 어른이 아닌 셈입니다. 요즈음 어른들부터 스스로 어른답지 못한 삶에 시달리거나 쳇바퀴질이기에, 아이들 또한 아이답게 사랑할 줄 몰라요. 어린이 마음을 잊거나 잃은 어른들인 탓에, 이녁 아이들을 살갑거나 사랑스레 보듬을 줄 몰라요.


- “응? 저 원숭이는?” “사자에게 아빠, 엄마가 잡아먹혔대.” “좋아. 그럼, 내가 네 엄마가 되어 줄게페.” (44쪽)
- “응, 친해지고 싶어. 하지만 역시 저 아인 사자 새끼인걸. 게다가 내 친구들을 잡아먹고.” “응, 그래. 아직 쿠로카기와 지크 말고는, 고기를 먹는 동물과는 친해질 수 없지. 마음대로 안 되네.” (84쪽)

 

 


  빛나는 삶을 함께 일구는 어른과 아이입니다. 빛나는 삶을 같이 사랑하는 어른과 아이입니다. 빛나는 삶을 나란히 누리는 어른과 아이입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 하지 않고, 어른들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사랑을 배우고 꿈을 키워야 합니다. 어른들은 사랑을 가르치고 꿈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먼저, 집에서 사랑과 꿈이 피어나야 합니다. 학교가 따로 있어야 한다면, 학교라는 데에서 ‘집에서 늘 하듯’ 사랑과 꿈이 자라야지요. 사랑과 꿈이 없는 채, 교과서와 특성화교육과 입시시험만 맴돈다면, 학교라는 데에서는 따돌림과 폭력 같은 끔찍한 짓이 되풀이될밖에 없어요.


  참말 그렇거든요. 학교에 사랑이 없으니 아이들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지 않고 따돌리지요. 학교에 꿈이 없으니 아이들이 서로 돕고 아끼지 않고 주먹다짐 발길질 돈뺏기를 일삼지요.

 


- “자, 다들 용기를 내! 모두 힘을 함쳐 사자를 우리 구역에서 쫓아내자! 우린 사자를 이길 수 있어.” (123∼124쪽)
- “난 고기가 싫은 게 아니야. 태어날 때부터 몸이 너무 약해서 고기를 먹을 수 없는 거야. 이런 몸으로 태어난 난,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힘이 전부인 이 세계가 정말이지 싫었어. 하지만 ‘멜로디’를 알게 되면서, 이 세상이 조금 빛나 보였지. 그리고 네가 내 ‘멜로디’가 최고라고 말해 줬을 때, 끔찍하게도 싫었던 이 세상이 눈부시게 빛나 보였어.” (175쪽)


  라이쿠 마코토 님 만화책 《동물의 왕국》(학산문화사,2011) 셋째 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숲속 짐승들도 서로 아끼고 도울 때에 서로 사랑스럽고 즐겁습니다. 사람들도 서로 아끼고 도울 때에 서로 사랑스러우며 즐거븝니다. 서로 미워하거나 괴롭힐 때에 즐겁거나 좋은 숲속 짐승이 될까요? 서로 싫어하거나 들볶을 때에 즐겁거나 좋은 사람들 있을까요?


  내 삶은 빛납니다. 내 삶이 빛나듯 네 삶이 빛납니다. 네 삶이 환합니다. 네 삶이 환하듯 내 삶이 환합니다. 서로서로 빛나는 삶이고, 환한 삶입니다. 서로서로 아낄 삶이며, 다 함께 어깨동무하면서 즐거이 일굴 삶입니다. 4346.5.3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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