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표

 


  오월 한 달 사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가방에 챙긴 버스표를 한 자리에 모아 본다. 아이들까지 데리고 이래저래 많이 움직였다. 버스표만 보아도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그렇다고 영업사원 출장 다니는 일하고 견주면 아무것 아니라 할 만하지만, 시골에서는 이웃마을로 군내버스 타고 한 번 마실 다니기조차 한나절 꼬박 걸린다.


  바로 어제 부산으로 찾아가서, 다시 오늘 고흥으로 돌아온 하루를 돌아본다. 하루가 아닌 이틀인가. 어제와 오늘 어떻게 지나갔는지 어지럽다. 시외버스에서만 네 시간을 보낸 이틀이 어떻게 흘렀는지 까마득하다. 온몸이 쑤시고 눈은 감긴다. 이것저것 무언가 붙잡아 보고 싶지만, 눈꺼풀 무게를 견디지 못하겠다. 큰아이는 이틀 동안 아버지하고 제대로 놀지 못했다고 여기는지, 잠자리를 자꾸 박차고 나와서, 물 마시겠다느니 쉬 하겠다느니 하고 어리광을 부린다. 그래, 큰아이와 작은아이 곁에 누워야지. 조금 앞서 자장노래 한참 부르며 작은아이는 재웠는데, 큰아이는 안 자네. 아버지가 드러누워 한팔로 살포시 안아야 비로소 새근새근 잠들 듯하다. 4346.5.3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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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마실을 하면서 새책방에 들어 이 만화책 눈에 뜨여 장만한 다음, 부산에서 고흥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에서 즐겁게 읽다. 머리 어지러운 시외버스 네 시간 길에서 이 만화책 읽으며 사십 분 즈음 아주 즐거웠다. 줄거리도 이야기도 그림도 모두 아름답게 잘 어우러진다. 눈을 환하게 트여 주는 시골마을 시골사람 예쁜 이야기가 넘실거린다. 도시사람들은 이런 만화 읽으며 마음을 열고, 시골사람들은 이런 만화 만나면서 생각을 열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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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국의 톰소여 1
우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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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 3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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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31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극의 톰소여, 그저 제목만 읽어도 왠지
참 재미있고 즐거운 만화일 듯 합니다. ^^
저도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어요. ^^

파란놀 2013-06-01 06:14   좋아요 0 | URL
이러한 만화책을 도서관에서 갖추어
어린이와 청소년한테
상상력과 '시골과 지역 사랑하는 마음'
북돋운다면 참 좋으리라 생각해요.

2013-06-01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3-06-02 07:40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만화에서는 그렇게 좀 '극단'이라 할 상황 설정이
잦은 듯해요.

그리고, 한국과는 사뭇 다른
일본에서 으레 보는 '어딘가 다른 문화'라고 할까요.

그런 대목은 살짝 잊고 즐겁게 읽어야지요.
이궁 ^^;;;;
 

[시골살이 일기 2] 풀밭놀이
― 풀숨을 쉬고 싶어서

 


  우리 시골 집은 아흔일곱 평이다. 도시사람 눈길로 보자면 백 평 가까이 되는 넓은 땅에 깃든 집이지만, 시골사람 눈길로 보자면 그리 안 넓은 집이다. 왜냐하면, 이 집에 깃들고 다른 이웃집을 헤아리니, 웬만한 시골집은 마당과 텃밭 딸린 채 이백 평쯤 되더라. 마당에 나무 여러 그루 있는 집 제법 많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기에 좋도록 넓은 집 참 많다. 너무 마땅한 소리가 될 텐데, 오늘날 눈길로 바라보자면 시골에 아이들 없고 온통 할매와 할배뿐이라지만, 얼마 앞서까지만 하더라도 석 칸짜리 시골집에 예닐곱이나 열쯤 되는 어른 아이 뒤섞인 채 살았다. 집집마다 아이들 넘쳤고, 고샅길은 아이들로 붐볐다. 들과 숲으로 나물 뜯으러 다니기도 했을 테지만, 집안에서도 얼마든지 나물 뜯으면서 삶을 일구었으리라 느낀다.


  이제 어느 시골에 가든 젊은이와 어린이 아주 드물다. 어느 시골을 보든 할매와 할배가 집과 땅을 지킨다. 예전처럼 아이와 어른 뒤섞여 집을 돌보거나 풀을 뜯지 않는다. 시골 할매와 할배는 새마을운동 때부터 농약과 비료를 땅에 쏟아붓는 흙일에 길들었고, 일꾼과 일손 모자란 시골에서 ‘집안 텃밭과 집 둘레 풀밭’에서 돋는 나물을 할매 할배 두 분이서 다 먹기에 벅차다.

  시골 어르신 누구라도 하나같이 마당과 뜰을 시멘트로 바른다. 풀 돋으면 뜯기 힘겨우니 아예 시멘트로 막아 버린다. 그리고, 집안에서조차 풀약을 친다. 어차피 집안에서 돋는 풀을 안 자시니까 집안에서까지 풀약을 친다.


  우리 집은 풀약을 치지 않는다. 우리 집은 집안에서 돋는 풀이 아주 고맙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집 둘레에서 돋는 풀만 뜯어도 밥상이 푸짐하다. 그런데, 먹는 풀도 돋지만 굳이 안 먹는 풀도 돋는다. 굳이 안 먹는 풀은 뜯거나 벨 수도 있다. 다만, 아직은 좀 그대로 두고 싶다. 우리가 지내는 이 집에 예전에 살던 분도 풀약을 되게 많이 쳤고, 쓰레기도 아무 데에 마구 버리셨으며, 비닐이건 플라스틱이건 함부로 태우기까지 했다. 이 슬픈 찌꺼기를 삭히자면 온갖 풀이 마음껏 자라야 한다. 온갖 풀이 마음껏 자라서 겨우내 시들어 죽어 흙으로 돌아가기를 여러 해 되풀이해야 비로소 집도 흙도 땅도 살아나리라 느낀다. 우리 집이 시골집답게 살아나면, 이웃집도 우리 마을도 시나브로 살아날 수 있겠지.


  시골이니 풀이 돋아야지. 시골집이니 풀이 넘쳐야지. 풀을 먹는 시골사람이니 풀을 사랑해야지. 아이들과 풀숨을 쉬고 싶어 풀밭 되는 모습 즐긴다. 아이들과 풀내음 맡고 싶어 풀밭 물끄러미 바라본다. 4346.5.2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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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31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바라만 보아도 푸르름이 가득한 집과 뜰이,
정말 참 좋습니다..^^

파란놀 2013-06-01 06:14   좋아요 0 | URL
우리 식구는 좋아하지만
마을 어르신들은
모두!
싫어하신답니다 ^^;;;;
 

이야기

 


고들빼기 소리쟁이 씀바귀
씨 뿌리는 사람
없이
저마다 씩씩하게
푸른 물결.

 

꽃잔디 장미 튤립
알뜰히 돌보는 사람
돈 들여
빽빽하게 심고
풀약 바다.

 

숲은
스스로
푸르고 붉고
누르고 하얗고.

 

도시는
돈으로
번쩍이고 시끄럽고
복닥이고 짓밟히고.

 

구름 흐르며 비 쏟네.
빗물 모여 냇물 흐르네.
냇물 만나 흙으로 스미네.

 

흙은 구름을 품으며
풀뿌리한테 하늘숨
나누어 주는데.

 


4346.4.24.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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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낮 세 시 오십 분 시외버스를 타고

고흥에 저녁 여덟 시 즈음 떨어진다.

 

부산서 시외버스를 탈 적에는 속이 아주 더부룩하더니,

벌교 거쳐 과역면 지날 무렵부터는

속이 확 풀린다.

시외버스에서도 바람맛 달라진 줄 느낀다.

 

읍내에서 내려 걸으며,

또 마을 어귀에 닿아

개구리 노랫소리를 듣고 집까지 걸으며,

비로소 내 숨결이 살아난다고 느낀다.

 

이 아름답고 푸른 시골로 돌아와서

잠을 잘 수 있다는 기쁨 한껏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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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31 23:32   좋아요 0 | URL
집에 오시니 참 편안하시고 좋으시지요~? ^^
함께살기님의 귀가에서 저마저 참으로 편안하고 좋은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듯 싶습니다. ^^
함께살기님! 좋은 밤 되세요.~*^^*

파란놀 2013-06-01 06:15   좋아요 0 | URL
오래도록 뻗었다가
새벽 여섯 시 되어야
겨우 눈 비비고 일어났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