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3] 길을 걷는다

 


  오솔길은 작은 짐승과 함께 걷고
  숲길은 나무와 나란히 걷고
  마을길은 이웃과 같이 걷고
  삶길은 아이들과 즐겁게 걸어요

 


  길을 걷습니다. 내 두 다리를 움직여 길을 걷습니다. 다리가 튼튼하면 씩씩하게 걷습니다. 다리가 아프면 천천히 걷습니다. 즐겁게 걷다가 멈춥니다. 귀를 기울여 소리를 듣습니다. 다시 즐겁게 걷습니다. 가만히 섭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또 기쁘게 걷습니다. 노래를 부르며 걷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내 걸음걸이는 춤사위처럼 됩니다. 숲길을 걸으며 숲마음 되고 숲바람 마십니다. 들길을 거닐며 들마음 되고 들꽃과 만납니다. 멧길을 오르며 나무가 나누어 주는 숨결 먹고, 내 보드라운 손길로 나무를 쓰다듬어 서로 아름다운 이웃 됩니다. 4346.6.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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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 마음먹은 대로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져요.
  지난 수천 해 수만 해
  사랑스러운 사람들 고운 꿈
  마음에 살포시 담아
  한결같이 곱게 이루어져요.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집니다. 마음먹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마음먹기에 이루어집니다. 왜냐하면, 마음먹기 때문이에요. 마음에 담지 않은 꿈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마음에 담지 않았으니,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아요.


  발명이든 발견이든, 저마다 스스로 마음속에 담은 이야기라서 이루어요. 사랑도 꿈도, 저마다 스스로 마음속에 담기에 이루어요.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을 곱고 맑게 다스리며 마음에 품기에 사랑을 이루지요. 꿈꾸고 싶다는 마음을 착하고 참답게 보살피며 마음에 품으니 꿈을 이루지요.


  생각이 마음을 바꿉니다. 생각으로 마음을 바꿉니다. 생각이 마음을 바꾸기에, 생각에 따라 삶을 바꿉니다. 누군가는 예쁜 삶으로 바꾸고, 누군가는 미운 삶으로 바꾸어요. 삶을 어떻게 다스리고 싶은지 생각해요. 삶을 어떻게 가꾸고 싶은지 생각해요. 생각에 따라 마음과 사랑과 삶 모두 달라집니다. 4346.6.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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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한 자락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인 이야기일 때에 이웃과 동무한테 들려줍니다.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인 이야기가 아니라면 이웃한테도 동무한테도 들려주지 못합니다. 몸과 마음으로 겪었기에 둘레에 나눕니다.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니, 이야기를 들려주지요. 무지개 고운 빛깔 두 눈으로 즐겁게 보았으니,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소나기를 만나고, 비바람을 맞으며, 환한 봄꽃 보았기에, 이러한 이야기를 엮어 조곤조곤 들려줍니다.


  책에서 읽었다 하더라도,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한 이야기일 때에는, 아무한테도 알려주지 못해요. 책에서 읽지 않았어도, 스스로 느끼고 지어서 일구는 이야기일 때에는, 누구한테나 알려줄 수 있어요. 된장국 끓이고, 밥을 지으며, 시금치 데치는 삶을 스스로 누리기에, 이러한 이야기를 기쁘게 알려줍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저마다 즐겁게 살아가는 하루 이야기가 씨앗이 되어, 서로서로 즐겁게 피우는 이야기꽃이 됩니다. 스스로 사랑스레 살아가는 하루 이야기가 열매가 되어, 다 함께 사랑스레 나누는 이야기잔치 됩니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수군수군댈 적에는 재미없습니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궁시렁궁시렁댈 적에는 무섭습니다. 누구나 스스로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나눌 때에 아름답습니다. 누구나 스스로 잘 모르는 이야기를 함부로 꺼내거나 섣불리 욀 적에는 싸움이 생깁니다. 때로는 해코지도 되고 비아냥도 되겠지요.


  이야기는 사랑입니다. 내 삶을 사랑하고 이웃 삶을 사랑할 때에 이야기 한 자락 태어납니다. 이야기는 꿈입니다. 내 삶을 꿈꾸고 이웃 삶을 꿈꿀 때에 이야기 두 자락 자라납니다. 사랑을 빛내고 꿈을 밝히고 싶기에 이야기를 나누고, 이 이야기를 글로 옮겨 책으로 빚습니다. 4346.6.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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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49] 마실밥

 


  마실을 떠나는 날 도시락을 꾸리려고 밥을 짓습니다. 아이들 모두 새근새근 자는 새벽녘에 혼자 조용히 일어나 밥을 짓고 반찬을 마련합니다. 아이들 옷가지를 챙깁니다. 들고 갈 짐을 추스릅니다. 읍내로 나가는 군내버스 때를 살핍니다. 나가야 할 때를 헤아려 아이들 깨우고, 아이들 몸을 씻긴 뒤, 아이들 옷을 갈아입힙니다. 이제 가방을 짊어집니다. 우리는 마실길 나섭니다. 마실길 나서면서 마실밥 먹습니다. 아이들은 시외버스에서 쉬잖고 놉니다. 그래요, 마실길에 즐기는 놀이인 만큼 마실놀이입니다. 옆지기는 마실길 함께 나서는 길벗입니다. 곧, 마실벗입니다. 그리고, 마실길에 만나는 좋은 이웃이나 동무라면, 마실이웃이나 마실동무 되겠지요. 마실길 누리면서 공책에 글을 씁니다. 마실길에 쓰는 글은 마실이야기 됩니다. 누군가 마실이야기 한 자락 책으로 엮으면 마실책 될까요. 마실을 다니는 자전거는 마실자전거입니다. 마실을 즐기는 사람들은 마실빛 밝힙니다. 마실을 즐기는 사람들은 마실사랑 이루면서 새롭게 나설 마실꿈 꿉니다. 4346.6.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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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48] 나무이름

 


  이름을 부릅니다. 국어사전에는 ‘꽃이름’이나 ‘나무이름’이나 ‘책이름’ 같은 낱말 안 실리지만, 나는 이런 이름으로 하나둘 부릅니다. 국어사전을 넘깁니다. ‘책명(-名)’이라는 낱말 실리고, ‘풀이름’이라는 낱말 실립니다.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꽃이름’은 없으며 ‘풀이름’은 있다니? 나는 ‘지명(地名)’을 말하지 않고 ‘땅이름’을 말합니다. 나는 ‘인명(人名)’을 말하지 않고 ‘사람이름’을 말합니다. 하나하나 생각합니다. 돌이름, 바다이름, 나라이름, 새이름, 벌레이름, 물고기이름, 길이름 들을 생각합니다. 곁에 있는 살가운 무엇이라면 이름을 살가이 부릅니다. 후박나무도 탱자나무도 감나무도 뽕나무도 이름을 살가이 부릅니다. 언제나 바라보고 늘 마주하는 나무일 때에는 살가운 마음 되어 살가운 목소리로 이름을 부릅니다. 내 마음은 사람마음이면서 나무이름 됩니다. 나무는 나무빛이면서 사람빛 받아안습니다. 내 숨결은 사람숨결이면서 나무숨결 누립니다. 나무는 나무숨결 푸르게 돌보면서 사람숨결 고이 받아들입니다. 삶이 있어 사랑이 빛나고, 사랑이 있어 이름이 환합니다. 4346.6.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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