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9] 흙에서 빚은 말

 


  시골에서 흙 만지던 손으로 빚은
  벼와 보리와 감자와 무와 마늘 같은 숨결에
  사랑과 꿈과 믿음과 빛 같은 어여쁜 낱말들.

 


  옛날부터 임금님은 낱말을 빚지 않았습니다. 명령만 내렸습니다. 옛날부터 지식인이나 학자는 낱말을 일구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글로 어려운 책만 썼습니다. 옛날부터 권력자는 낱말을 보듬지 않았습니다. 권력을 더 단단하고 크게 키우는 데에 마음을 쏟았습니다. 옛날부터 낱말 하나 빚은 사람은 시골에서 흙을 만진 할매와 할배입니다. 흙을 만져 삶을 짓고, 낱말을 지었어요. 옛날부터 낱말 하나 일군 사람은 시골에서 아이 낳아 돌본 여느 어버이였어요. 아이들 낳아 사랑으로 돌보며 키우는 동안, 이녁 마음에서 샘솟는 아름다운 사랑을 낱말 하나하나에 담았어요. 옛날부터 낱말 하나 보듬은 사람은 시골 어린이예요. 시골에서 흙 만지는 할매와 할배한테서 사랑을 받고, 시골에서 흙 가꾸는 어매와 아배한테서 사랑을 물려받으면서, 아이들은 가장 맑고 밝은 넋으로 즐겁게 새 낱말을 보듬었습니다. 4346.6.1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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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955) 휴우 1

 

휴우, 들쥐와 이야기하는 것도 꽤 고단하군
《미야자와 겐지/햇살과나무꾼 옮김-늑대 숲, 소쿠리 숲, 도둑 숲》(논장,2000) 153쪽

 

  “들쥐와 이야기하는 것도” 같은 글월은 얼핏 보기에 말썽거리가 없다 여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 말투로 바르게 읊자면 글월을 손질해야 알맞습니다. “들쥐와 이야기하기란”이나 “들쥐와 이야기를 나누는데도”나 “들쥐와 이야기하는 일도”로 손질해야지요. ‘것’을 이처럼 아무 데에나 넣는 말투는 올바르지 않아요.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은 ‘것’을 제대로 쓸 줄 모릅니다. 아무 데에나 ‘것’을 넣습니다. 오늘날 어른 가운데 ‘것’을 알맞거나 바르게 가누는 사람은 대단히 적습니다. 이리하여, 아이들도 아무 자리에나 ‘것’을 써요. 교과서에도 동화책에도 잘못된 말이 넘칩니다. 신문에도 소설책에도 엉터리 말투가 번집니다.


  어떻게 보면, 이제는 잘못된 말이 ‘한국말’이라 할는지 모릅니다. 오늘날에는 엉터리 말투가 ‘한국 말투’로 뿌리내렸다 할 만합니다. 슬기롭게 가다듬으려는 사람이 없다면 잘못된 말이 ‘잘못된 말’이 아니라 ‘흔히 쓰는 말’이 됩니다. 올바로 추스르려는 사람이 없으면 엉터리 말투가 ‘엉터리 말투’ 아닌 ‘한국 문화’로 뿌리내립니다.

 

 휴우 (x)
 후유 (o)
 히유 (o)

 

  한숨을 쉴 때에 내는 소리를 한글로 옮겨서 적으면 ‘후유’나 ‘히유’입니다. ‘휴우’는 아닙니다. 그런데 ‘휴우’라고 하는 소리말이 자꾸 퍼져요. 일본책을 어설피 한국말로 옮기면서 이런 말투가 퍼져요.


  일본말로 한숨소리 적으면 ‘휴우’라고 합니다. 얼핏 들으면 ‘휴우’도 ‘후유’도 비슷하다 여길 수 있어요. 한국말을 제대로 익히지 않은 분이라면, 일본책을 한국말로 옮기면서 ‘일본 소리말’ 그대로 적바림하고 말아요.


  일본에서 나온 소설책, 만화책, 동화책, 그림책 들을 한국말로 옮기는 분들은 일본말뿐 아니라 한국말도 깊고 넓게 살펴야 합니다. 일본 어린이문학을 옮길 때에는 훨씬 더 마음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 나라 아이들이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배우도록 돕는 노릇을 하는 동화책이거나 만화책이 되기도 해요. 4346.6.18.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후유, 들쥐와 이야기를 나누는데도 꽤 고단하군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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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책 노는 어린이

 


  스티커책 가운데 ‘벌레(곤충)’ 이야기를 다루는 그림책 있어 한번 장만한다. 어떨까. 재미있을까. 비닐로 싼 스티커그림책 뜯으니 예쁘장한 그림들 튀어나온다. 그림 좋구나. 그런데 빈자리가 그닥 넉넉하지 않다. 스티커를 붙인 나머지 자리는 조금 넉넉하게 두어 아이 스스로 그림을 그리도록 해 주면 한결 좋을 텐데. 아무튼, 스티커를 떼어서 붙이니 큰아이는 좋아한다. “어떻게 붙여야 해?” “응, 스스로 생각해 봐. 그림을 잘 맞춰 봐.” 아무래도 난 그닥 안 상냥한 아버지인가? “이건 못 하겠어.” 하는 스티커와 그림을 보니, 스티커 판을 옆으로 살짝 돌리면 알아볼 만한데 그렇게 못 한다. 가만히 지켜보다가 “더 생각해 봐. 이 그림에 어떤 스티커 맞을는지 마음속으로 그림을 그려 봐.” 하고 말한다. 20초쯤 망설이던 아이는 “아, 이거로구나.” 하고 알아챈다. 4346.6.1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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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논으로 오세요
여정은 지음, 김명길 그림 / 길벗어린이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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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77

 


개구리와 함께 살아가기
― 개구리논으로 오세요
 여정은 글,김명길 그림
 천둥거인 펴냄,2004.5.1./11000원

 


  개구리는 개구리집이 저희 집입니다. 개구리집은 숲이기도 하고 풀섶이기도 하며, 풀밭이나 꽃밭이기도 합니다. 논도 개구리집이 되고, 밭도 개구리집이 됩니다. 멧골이나 시냇가도 개구리집이 되어요.


  사람은 사람집이 우리 집이 되겠지요. 사람은 도시에서도 살고 시골에서도 살아요. 사람은 한갓진 골목동네에서 살거나 복닥거리는 시내 한복판에서도 살지요. 두멧시골에서 살거나 숲속에 조용히 깃들어 살아가기도 해요.


  개구리는 딱히 사람 곁에서 살아가지 않습니다. 사람도 굳이 개구리 곁에서 살아가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개구리 살아가는 곳에서 지내는 사람은 맑은 물과 시원한 바람과 따순 햇살을 먹습니다. 이와 달리, 사람 곁에서 살아가는 개구리는 자동차에 치여 죽거나 농약을 마시다가 죽거나 경운기나 트랙터에 깔려 죽곤 합니다.


.. “아이, 귀여워. 집에 가져가서 키우고 싶어.” “올챙이한테는 여기가 집이야. 다른 데서는 잘 자라지 못해.” 코딱지 선생님이 타이릅니다 ..  (6쪽)

 

 


  소쩍새는 어디에서 살까요. 꾀꼬리는 어디에서 사나요. 제비는 어디를 보금자리로 삼을까요. 까치와 까마귀는 이녁 둥지를 어디에 마련할까요. 사람들은 ‘우리 집’을 마련하면서 사람 곁에 다른 목숨들 고이 지낼 만한 삶터를 알맞게 남기는가요. 사람들은 ‘우리 집’만 생각하느라 다른 목숨들 모두 내쫓거나 죽이거나 몰아내지는 않나요. 아니, 사람들은 ‘우리 집’만 생각하기에 바빠, 막상 ‘사람 이웃’들 보금자리조차 넉넉히 나누는 일을 안 하지 않나요.


.. “올챙이한테 사람 손은 너무 뜨거워서 함부로 만지면 죽어. 그냥 물에 손을 넣고 가만있어 봐. 그러면 올챙이들이 뽀뽀를 해 준다.” 물속에 손을 넣으니 조금 있다 올챙이들이 다가와 달라붙습니다. 손이 간질간질합니다 ..  (8쪽)


  개구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은 언제나 개구리 노래잔치를 누립니다. 꾀꼬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은 늘 꾀꼬리 노래잔치를 즐깁니다. 귀뚜라이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은 노상 귀뚜라미 노래잔치를 마주해요.


  오늘날 사람들은 어떤 잔치를 맞이하나요. 오늘날 사람들은 어느 곳을 우리 보금자리로 삼아 우리 꿈과 사랑을 펼치는 너른마당으로 삼는가요.


  여정은 님 글과 김명길 님 그림으로 이루어진 그림책 《개구리논으로 오세요》(천둥거인,2004)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우리는, 아니 도시사람은 이제 따로 개구리논으로 찾아가야 개구리를 만납니다. ‘여느 논’으로 찾아가서는 개구리를 보기도 어렵습니다. ‘여느 논’에 잘못 손을 담갔다가는 농약 밴 논물에 손이 다칠는지 모릅니다.


  개구리 살아가는 논에는 거미도 살고 게아재비도 삽니다. 미꾸라지와 다슬기가 살는지도 몰라요. 물방개와 소금쟁이도 살아갈 수 있는지 몰라요. 그러면, 잠자리도 알을 낳을 수 있고, 도룡뇽이나 뱀도 함께 어우러질는지 모르지요.


  개구리 살아갈 수 없는 논에서 거둔 벼는 누가 먹을 만할까 궁금합니다. 농약을 친 벼는 한결 값싸게 도시 노동자한테 내다 팔아서 도시 노동자가 먹을 만할까 궁금합니다. 돈이 없는 사람은 농약에 찌든 쌀을 사다가 먹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온누리 누구나, 이 나라 어떤 사람들이나, 개구리 함께 오순도순 노래하는 논에서 거둔 싱그러운 벼를 빻은 쌀을 먹으면서 즐겁게 어깨동무할 때에 아름답지 않나 궁금합니다.

 

 

 


.. 오늘 아기 산개구리를 보았다. 아주아주 작았다. 개구리가 그렇게 작다니, 상상도 못 했다. 코딱지가 그러는데, 개구리는 5년에서 7년쯤 산다고 한다 ..  (19쪽)


  도룡뇽 한 마리를 지키고자 고속철도를 막을 수 있습니다. 개구리 한 마리를 지키려고 공항을 막을 수 있습니다. 맹꽁이 한 마리를 지킬 뜻으로 관광단지나 발전소 모두 막을 수 있습니다. 도마뱀 한 마리를 지킬 생각으로 아파트도 쇼핑센터도 극장도 체육관도 축구장도 모두 막을 수 있어요.


  우리 이웃은 도룡뇽이고 개구리이며 맹꽁이입니다. 우리 동무는 도마뱀이요 제비이며 멧토끼입니다. 우리 곁에서 아름다운 숨결이 푸르게 노래할 때에 즐겁습니다. 우리 둘레에서 싱그러운 빛이 곱게 넘실거릴 때에 웃음꽃 피어납니다. 4346.6.1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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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06-18 13:37   좋아요 0 | URL
이 글을 보니 개구리의 합창을 듣고 싶네요.
농약 없는 논에서,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부르는 노래잔치를요... ^^

파란놀 2013-06-18 14:05   좋아요 0 | URL
도시 한복판 아파트와 건물과 백화점 없애고
논을 만들어서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으면
도시사람도
무언가 큰 깨달음 얻지 않을까 싶곤 해요...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82) -의 : 새의 음

 

고슈는 처음에는 짜증스러웠지만, 한참 켜다 보니 어쩐지 새의 음이 진짜 도레미파하고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야자와 겐지/햇살과나무꾼 옮김-늑대 숲, 소쿠리 숲, 도둑 숲》(논장,2000) 140쪽

 

  ‘음(音)’은 한자말입니다. 한국말이 아닙니다. 한국말은 ‘소리’입니다. 한국말 ‘소리’를 한자로 옮겨적을 때에 ‘音’이 됩니다. 그래서, 한국사람이 쓰는 한국말로는 ‘소리’라고 말해야 올바릅니다. ‘고음-저음’ 아닌 ‘높은소리-낮은소리’라 말해야 올바릅니다. ‘소음’ 아닌 ‘시끄러운 소리’라 하거나 ‘시끌소리’처럼 새말 빚어야 올발라요.

 

 새의 음이
→ 새소리가
→ 새가 내는 소리가
→ 새가 노래하는 소리가
→ 새가 들려주는 소리가
 …

 

  새는 ‘음’을 내지 않습니다. 사람도 ‘음’을 내지 않아요. 새도 사람도 ‘소리’를 냅니다.


  아마 “새의 음”이라 적으면 길이가 훨씬 짧다고 말할 사람 있을는지 모르는데, 길이는 짧다지만 말이 안 됩니다.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이 글월에 아무런 이야기가 깃들지 못해요. 짧게 말하고 싶다면 “새의 음” 아닌 “새소리”라 말해야 알맞습니다. 말뜻을 제대로 살리자면 “새가 내는 소리”라 하든 “새가 노래하는 소리”라 하든 “새가 들려주는 소리”라 해야 알맞아요. 맑은 소리 하나가 우리 넋을 일깨웁니다. 4346.6.1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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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슈는 처음에는 짜증스러웠지만, 한참 켜다 보니 어쩐지 새소리가 참말 도레미파하고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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