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두 달 동안

아이들과 지낼 생각을 하며

힘들거나 어렵겠다는 느낌

하나도 없다.

 

지지난달에 한 차례

한 달 동안

혼자 두 아이하고

시골에서 지내 보았기 때문일까.

 

꼭 그 때문은 아니고,

시골에서 조용히

아이들과 놀며 밥먹고 마실하는

하루 누리는 일이란

얼마든지 즐겁게 할 만하다.

 

그래도

오늘은

살짝

면소재지까지 가서

보리술 한 병 사올까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13-06-20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3-06-20 16:35   좋아요 0 | URL
더도 덜도 아닌
꼭 한 병이면
고단한 몸 쉬면서
밤에도 잘 자고
아이들도 잘 재우고
마음도 쉬겠지요 ^^;

두 시를 지나니
한결 시원하며
땀이 안 흐르는군요 @.@

미국에서도 일하셨군요!
오~오~
아저씨께서 그무렵에 여러모로 많이 배우셨겠네요~ ^^
 

마음을 배우는 마음

 


  지난 유월 십이일에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공부하러 간 옆지기한테서 유월 이십일에 전화 옵니다. 어제도 전화 한 통 왔어요. 오늘 유월 이십일로 이달 공부는 끝났는데 이듬달 칠월에 또 한 차례 있고, 그 다음달 팔월에 다시 한 차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나한테 물었어요. 처음 미국으로 갈 적에 옆지기한테 한 말을 다시 합니다. 해야 하고 할 만한 몸(체력)이 되면 여러 달 있어도 되니까, 있을 만하면 더 있으라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열흘만데 다시 가야 하면 비행기삯 카드로 긁어도 많이 벅차니, 그곳에서 알바 자리라도 찾아보라고.


  오늘 옆지기는 그동안 머물 곳을 찾았다면서, 미국에 있는 사촌동생(촌수가 맞나?) 집으로 왔다고 전화를 합니다. 그리고, 칠월과 팔월에 미국에서 공부를 더 할 생각이며, 나더러 여권 만들어 놓고, 때 맞추어 아이들과 함께 찾아오라고 이야기합니다.


  나도 여권을 만들어야 할까 생각하다가, 나는 그만두기로 생각합니다. 나는 한국에서도 가까운 순천조차 굳이 나가고 싶지 않고, 부산이든 인천이든 서울이든, 꼭 가야 하는 볼일 아니면 애써 움직이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마을에서 조용히 아이들과 놀고 싶어요. 아이들 모두 재운 새벽에 글을 쓰고, 아침에 아이들 먹인 뒤 살짝 쉬었다가, 자전거를 타든 두 다리로 걷든 마실을 다니며, 그러고서 작은아이 낮잠을 재우면서 나도 함께 자고, 이때에 큰아이도 졸립다 하면 함께 재우지요.


  여섯 살 세 살 아이 둘 데리고 열일곱 시간 넘게 걸리는 하늘길을 가 볼까 싶기도 하지만, 한번에 날아가는 길도 아니고, 일본에서 한 번 쉬었다 간다는데, 한국에서 기차나 시외버스 타고 움직이는 마실길 아닌 먼 미국까지 가자니 살짝 엄두가 안 나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 먼 마실길 다녀오면 새롭게 보고 느끼며 깨닫는 이야기 많겠지요.


  마당에 천막을 칩니다. 엊저녁부터 비가 개며 마당이 많이 마릅니다. 후박나무 그늘에 천막을 치고 싶지만, 나무그늘 밑은 아직 다 안 마릅니다. 평상 옆에 천막을 칩니다. 작은아이는 아버지가 무얼 하는지 일찌감치 알아채며 맨발로 마당으로 내려와 빙그레 웃습니다. 마루에 앉아 만화책 보는 큰아이한테 마당 한번 보라 하니 싱긋 웃으면서 동생처럼 맨발로 천막으로 들어갑니다.


  아이들 어머니는 앞으로 두 달 더 씩씩하게 공부를 할 테지요. 아이들 아버지는 앞으로 두 달 더 다부지게 아이들과 뒹굴며 뛰놀겠지요. 서로서로 좋은 마음 배우면서 하루를 잘 누리겠지요. 4346.6.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산책을 해요 한림 아기사랑 0.1.2 8
다카코 히로노 지음, 엄기원 옮김 / 한림출판사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72

 


손을 잡고 나들이를 갑니다
― 산책을 해요
 다카코 히로노 글·그림,엄기원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2002.5.25./5000원

 


  나들이를 갑니다. 아이는 아버지 손을 잡고, 아버지는 아이 손을 잡으며 나들이를 갑니다. 봄에는 봄나들이를 갑니다. 여름에는 여름나들이를 갑니다. 가을에는 가을나들이를 가지요. 겨울에는 겨울나들이를 가요.


  봄에는 아이 따뜻해, 하고 노래합니다. 여름에는 아이 더워, 하다가는 아이 시원하구나, 하고 노래하지요. 가을에는 아이 좋구나, 하면서 아이 곱네, 하고 노래합니다. 겨울에는 아이 춥잖아, 하면서도 아이 좋아, 하고 콩콩 뛰면서 노래합니다.


  언제나 노래를 부르는 나들이입니다. 언제나 노래가 떠오르는 나들이예요. 우리 보금자리에서 즐겁게 살아가면서 하루를 한껏 누리고, 이웃마을 살며시 지나가면서 저마다 아름다운 빛 드리우는 고운 숲 바라봅니다.


  맑은 날에는 맑은 바람과 햇살을 마십니다. 찌푸린 날에는 찌푸린 하늘 바라보면서 비를 기다립니다. 추운 날에는 설마 눈이 오려나 하고 손을 꼽습니다.


  두 손을 주머니에 푹 찌른 채 걷습니다. 두 손을 활개치면서 씩씩하게 걷습니다. 걷다가 서고 또 걷다가 섭니다. 좁은 길을 살금살금 걷습니다. 풀섶을 성큼성큼 걷습니다. 도랑물을 훌쩍 건너뜁니다. 달팽이가 있어 걸음을 멈춥니다. 개구리를 보며 우뚝 섭니다.


  아이 발자국과 어른 발자국이 다릅니다. 큰아이 발자국과 작은아이 발자국이 달라요. 저마다 몸에 맞추어 척척 걷습니다. 서로서로 방긋방긋 마주보고 쳐다보면서 걷습니다. 꽃을 보며 꽃한테 묻습니다. 너 참 예쁘다, 한 송이 꺾어도 될까. 꽃을 꺾으며 손에 쥡니다. 까르르 웃으며 달립니다.


  나들이를 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나들이를 합니다. 가장 좋은 마음이 되어 나들이를 합니다. 마음속에 싱그러운 바람 스미기를 바라며 나들이를 합니다. 천천히 걷습니다. 빨리 걷습니다. 느긋이 걷습니다. 서둘러 걷습니다. 나무그늘 있으면 풀밭이나 흙땅에 털푸덕 주저앉습니다. 때로는 벌러덩 드러눕습니다. 마음껏 걷고 마음껏 쉽니다. 마음껏 풀바람 쐬고, 마음껏 햇살조각 먹습니다. 4346.6.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묶음표 미국말 39 : 젠틀(gentle)

 


제비꽃 종류 중에도 양복이나 한복을 제대로 갖춰 입은 것처럼 젠틀gentle한 모습의 자주잎제비꽃이 있다
《유기억·장수길-특징으로 보는 한반도 제비꽃》(지성사,2013) 245쪽


  “제비꽃 종류(種類) 중(中)에도”는 “제비꽃 갈래 가운데에도”나 “제비꽃 갈래에서도”로 다듬습니다. “갖춰 입은 것처럼”은 “갖춰 입은듯이”나 “갖춰 입은 모습처럼”으로 손봅니다.


  ‘젠틀(gentle)’은 영어입니다. 영어를 쓰는 외국사람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이 영어를 써야 할 테지만, 한국말을 쓰는 한국사람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이 영어를 쓸 까닭이 없습니다. 한국사람이 읽는 한국책에도 이 영어를 넣을 까닭이 없어요.

 

 젠틀gentle한 모습의 자주잎제비꽃
→ 신사 같은 모습인 자주잎제비꽃
→ 말쑥한 자주잎제비꽃
→ 말끔한 자주잎제비꽃
 …

 

  영어사전을 뒤적이니, ‘gentle’은 “(1) 온화한, 순한, 조용한, 조심스러운 (2) 날씨·기온 등이 심하지 않은 (3) (영향이) 가벼운 (4) (경사가) 완만한”을 뜻한다고 나옵니다. 이 글을 쓴 분은 이 같은 뜻으로 ‘젠틀’을 쓰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신사(紳士)다운’을 가리키려고 이 낱말을 썼겠지요. 그러나 ‘젠틀맨(gentleman)’이 ‘신사’를 뜻할 뿐, ‘젠틀’은 좀 다른 자리에 쓰는 영어입니다.


  곧, 이 보기글 쓴 분은 ‘신사다운’이라고 적든지 ‘말쑥한’이나 ‘말끔한’ 같은 낱말을 넣어야 합니다. 또는, 꽃송이 빛깔과 모양을 헤아려 ‘얌전한’이나 ‘다소곳한’이나 ‘아리따운’이나 ‘차분한’이나 ‘멋들어진’ 같은 낱말을 넣을 수 있어요. 4346.6.20.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제비꽃 갈래에도 양복이나 한복을 제대로 갖춰 입은듯이 말쑥한 자주잎제비꽃이 있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찰싹

 


  두 아이를 아버지가 맡아서 재운 지 언제부터였을까. 곰곰이 돌아보면,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처음에는 엄마순이 엄마돌이였다. 어머니 곁에 찰싹 달라붙어야 잠드는 아이들이었다. 두 살 되고 세 살 되면서 차참 엄마순이 엄마돌이에서 벗어나, 아이들은 스스로 꽃순이 되고 흙돌이 된다. 새벽에 글쓰기를 마치고 조용히 두 아이 사이에 누울라치면 어느새 알아채고는 왼쪽 오른쪽에서 나한테 찰싹 달라붙는다. 얘들아, 여름에도 찰싹 달라붙으면 서로 더운데. 그래도 이 아이들 이렇게 아버지 품에서 새근새근 잘 자니 고맙다. 따스한 햇볕이 온누리를 골고루 안아 주듯, 너희들 마음도 따스하게 사랑을 꽃피우면서 꿈속에서 꽃날개 훨훨 펄럭이기를 빈다. 4346.6.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