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옛날 사람들은
돌과 나무와 흙으로
다리를 놓아
사람과 짐승과 벌레와
꽃가루와 풀씨 모두
천천히 건넜고,

 

요즘 사람들은
시멘트와 쇠붙이로
다리 지어서
자동차만 자동차만
싱싱 쌩쌩
달리게 하는.

 


4346.5.1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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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헌책방

 


  신문사나 잡지사나 방송사에서 곧잘 ‘헌책방’을 취재하곤 한다. 기자와 방송작가와 피디는 으레 나한테 연락을 한다. 오래도록 헌책방을 다녔으니 ‘좋은’ 헌책방을 잘 알지 않겠느냐며, 몇 곳을 추천해 달라 하고, 짬이 되면 길잡이를 해 달라 한다. 나는 이들한테 ‘좋고 나쁜’ 헌책방이란 없다고 말한다. 어느 헌책방이든 집과 일터하고 가까운 곳을 꾸준하게 즐거이 찾아다니면 마음을 사로잡거나 살찌우거나 북돋우는 아름다운 책을 만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굳이 ‘좋은’ 헌책방 몇 군데 추려서 멋들어진 그림 보여주려고는 하지 말라 주십사 이야기한다.


  그리고, 서울에 있는 헌책방만 취재하지 말고, 서울을 벗어나기를 바란다. 적어도 인천이나 수원으로는 가든지, 의정부나 천안이나 청주쯤 가 보기를 바란다. 요새는 춘천까지도 쉬 오갈 수 있고, 부산까지 고속철도 타면 훌쩍 다녀올 수 있다. 그렇지만, 서울에 있는 기자도 방송작가도 피디도, 서울에서만 맴돈다. 적어도 인천까지 갈 생각을 못한다.


  서울을 벗어나면 아무 데도 갈 수 없다고 여길까. 서울을 벗어난 데에 있는 책방은 갈 만한 값어치가 없다고 여길까. 신문이나 잡지나 방송은 서울사람만 본다고 여길까. 서울사람은 서울에 있는 책방 이야기만 보아야 한다고 여길까.


  나더러 서울에 볼일 있으면 함께 다닐 수 있느냐고 묻지만, 내 찻삯과 일삯을 대주지 않으면 어떻게 다니겠는가.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왜 시골 헌책방으로 나들이를 다니지 못할까. 왜 시골로 나들이를 오면서 시골에 깃든 푸근하고 따사로운 책넋을 만나려고 하지 못할까. 서울 아닌 다른 도시에서도 모락모락 피어나는 맑은 책숨을 마시면서 이 나라 책삶 골고루 아끼며 사랑하는 길을 찾기란 아직 너무도 먼 길이요 힘든 노릇일까. 4346.6.2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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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랫줄놀이 1

 


  빨랫줄 늘어진 한쪽 붙잡으며 이리 당기고 저리 당기다가는, 평상으로 빨랫줄 꼬투리 잡고 올라가더니 펄쩍 뛴다. 그러고는 이리저리 흔들리는 빨랫줄하고 겨루기 한 판 벌인다. 다시 빨랫줄 한쪽 붙잡으면서 마당을 빙빙 돌고, 평상으로 올라가서 펄쩍 뛰며 까르르 웃는다. 4346.6.2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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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바빠서 손으로 죽죽

 


  배고픈 산들보라 젓가락과 숟가락을 쓰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구나 싶어 손으로 만두를 죽죽 찢어서 입에 척척 집어넣는다. 한꺼번에 큰 덩이를 우겨넣는다. 얘야, 배가 고파도 허둥지둥 먹지는 말자. 잘 씹고 냠냠짭짭 씹으며 찬찬히 먹어야지. 4346.6.2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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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27 11:32   좋아요 0 | URL
ㅎㅎ ..배고프고 맛있는데 맛있게 냠냠~
산들보라 먹어야지요.~^^
오늘 밥상은 가짓수도 여러가지 건강하고 싱그럽고 참 맛나 보이네요.~

파란놀 2013-06-27 13:23   좋아요 0 | URL
그저 기본만 차렸을 뿐이에요 ^^;;;
그래도 잘 먹어 주니 고맙답니다~

BRINY 2013-06-27 13:40   좋아요 0 | URL
만두가 큼직한게 아주 맛나보입니다.

파란놀 2013-06-27 18:27   좋아요 0 | URL
아이들한테는 큼직하지요~~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84) 나의 39 : 나의 기쁨

 

몇 년 전 내가 한국인들을 통해 모은 이야기를 다시 한국사람들에게 되돌려주는 것은 나의 기쁨이기 때문이다
《힐디 강/정선태,김진옥 옮김-검은 우산 아래에서》(산처럼,2011) 7쪽

 

  “몇 년(年) 전(前)”은 “몇 해 앞서”로 다듬고, “한국인(-人)들을 통(通)해”는 “한국사람들한테서”로 다듬습니다. 그런데, 앞에서는 ‘한국인’이라 적고, 바로 뒤에서는 ‘한국사람’이라 적네요. 앞뒤를 ‘-사람’으로 맞추어야겠어요. “되돌려주는 것은”은 “되돌려주니”나 “되돌려주는 일은”으로 손봅니다.

 

 나의 기쁨이기 때문
→ 내 기쁨이기 때문
→ 나한테는 기쁨이기 때문
→ 나로서는 기쁘기 때문
→ 나는 기쁘기 때문
 …

 

  미국사람이 영어로 적을 때에는 “my -”처럼 글을 씁니다. 영어사전을 펼치면 첫 풀이말로 ‘나의’를 적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어린이도 중학교 아이들도 영어를 배우면서 ‘my’를 으레 ‘나의’로 여겨 버릇해요. 초등학교나 중학교, 또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어른들도 ‘my’를 한국말로 옮길 적에 으레 ‘나의’라 말하곤 하지요.


  한국말 ‘내’를 제대로 말하는 어른이 퍽 드뭅니다. 어른들이 ‘내’ 아닌 ‘나의’를 말해 버릇하니까, 아이들도 이 말투가 익숙합니다. 아이들이 ‘내’ 아닌 ‘나의’에 익숙한 채 어른이 되고 나이를 먹으면, 이 나라 곳곳에 ‘나의’가 두루 퍼질 테고, 새로 태어나 자라나는 아이들도 어쩔 수 없이 ‘나의’를 익히 들으며 익숙하고 말아요.


  스무 해만에, 서른 해만에, 마흔 해만에, 한국말이 한국말 아니게 바뀝니다. 시나브로 한국말다운 모습이 사그라듭니다. 내 나라 내 겨레 내 말 내 삶인데, 자꾸자꾸 흐리멍덩한 모습이 됩니다. 4346.6.26.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몇 해 앞서 내가 한국사람들한테서 모은 이야기를 다시 한국사람들한테 되돌려주니 나로서는 기쁘기 때문이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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