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와 여름

 


  신문이나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으레 더위를 말한다. 그러면 더위란 무엇인가? 푹푹 찌는 온도가 더위인가? 아니다. 더위란 풀을 살찌우고 나무를 북돋우는 햇볕이다. 시골사람은 아무도 온도를 따지지 않는다. 오직 도시사람만 온도를 잰다. 먼먼 옛날 언제부터 온도계를 썼는가. 시골에서는 온도계 쓸 일이 없다. 살갗으로 느끼고 몸으로 깨닫는다. 풀잎과 나뭇잎을 살피면 날씨를 알고, 하늘과 구름을 바라보며 하루를 돌아본다.


  도시가 더운 까닭은, 도시는 땅바닥을 모조리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덮은데다가 자동차가 끝없이 달리며 배기가스를 뿜는 한편, 땅바닥을 덮은 높다란 아파트와 수많은 건물에서 어마어마하게 냉방기를 돌리면서 더운바람을 바깥으로 내보내는데,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덮여서 흙이 뜨거운 기운 받아들이지 못하는데다가, 나무도 숲도 없는 도시이니, 그저 찜통이 되기 때문이다. 서울 같은 데에서 북한산이나 남산에만 가 보아라. 더위를 느끼기 어렵다. 흙이 있고 풀과 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산에서 조금만 벗어나 찻길로 들어서 보아라. 갑작스레 뜨거운 기운 확 몰아치면서 땀이 줄줄 흐르리라.


  더위가 걱정된다면 아스팔트를 걷을 노릇이다. 더위가 싫다면 시멘트를 치울 노릇이다. 더위가 힘겹다면 아파트를 허물어 숲을 되찾을 노릇이다. 더위가 벅차며 견디지 못하겠다면, 그예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조그마한 집 가꾸고 텃밭과 숲 사랑하면 된다. 흙으로 지은 집에서 살며, 흙을 밟고 만지는 사람한테는 더위란 없다. 그저 ‘여름’만 있을 뿐이다. 4346.6.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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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한테 편지쓰기

 

 

  2013.6.24.
  쪽글하고 편지 잘 받았어요. 좋은 이야기로 좋은 삶과 사람들을 보여줄 수 있으면 참 아름다운 책씨앗 흩뿌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헌책방 이야기를 취재하실 때에 도울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도울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베스트 헌책방’을 따로 꼽지 않아요. 어느 헌책방이건, 집과 일터에서 가까운 데에 있는 헌책방을 꾸준하게 자주 찾아가면 나한테 즐거운 이야기 들려주는 아름다운 책 언제나 만날 수 있거든요.


  그런 테두리에서 ‘어떤 베스트 헌책방’이라는 틀이 아니라, 삶과 이야기를 찾는 ‘마을책방’과 ‘마을문화’라는 큰 그림을 살피며 책과 헌책방과 삶이 서로 어떻게 잇닿는가 하는 대목을 들려줄 수 있으면 좋으리라 봅니다.


  저는 2007년에 인천에서 ‘사진책 도서관’을 열어 꾸리다가 식구들 다 함께 2011년부터 전남 고흥으로 옮겨 시골살이 누리면서 시골에서 ‘사진책 도서관’을 이어서 해요. 집에서 육아를 도맡기 때문에 아이들 데리고 서울까지 갈 수는 없고, 전남 순천에 재미있는 헌책방이 있는데 전남 순천 쪽까지 오실 수 있다면 그곳에서는 인터뷰를 할 수 있어요. 고흥에서 순천까지는 두 시간 길이면 가거든요. (저희 집은 좀 깊은 시골이라 이웃 도시 가는 데에도 시간 많이 걸려요)


  아무튼, 조금 바쁘시더라도 제가 지금은 전화를 받기가 수월하지 않은 시간대라서 저녁 일곱 시 지나서 전화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재미난 기획으로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줄 뿐 아니라, 아름다운 생각 모아 아름다운 책과 헌책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밝히는 방송 되기를 빌어요.

 


  2013.6.26.
  앞서 편지에서 적었습니다만, 저는 ‘헌책방 추천’을 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가까이 있는 헌책방’으로 찾아갈 뿐입니다. 신문사나 방송사에서 헌책방을 취재하려 하시면서 늘 ‘그래도 조금 더 훌륭하거나 좋거나 예쁜 곳’을 추천해 주시기를 바라지만, 저는 어느 헌책방이라 하더라도 모두 훌륭하고 좋으며 예쁘다고 느낍니다. 어느 헌책방으로 찾아가서 취재를 하든, 취재를 하는 사람들 마음가짐에 따라 이야기가 새롭게 솟아납니다.


  처음부터 어떤 기획과 주제로 어떤 책과 책마을과 책문화를 이야기하려 하는가 하는 대목을 밝히면서 짚으려고 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어떤 기획과 주제로 헌책방을 다루려 하는지를 하나도 모르는 채 아무 헌책방이나 소개하거나 추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뭉뚱그려서 ‘헌책방’이라고 할 때에는, 널리 손꼽히는 헌책방이 있다 하더라도, 취재하는 분들이 속속들이 파고들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왜냐하면, 헌책방이라는 데는 ‘취재를 하러 가는 곳’이 아닙니다. 헌책방은 ‘책을 살피고 책을 읽으며 책을 만나고 책을 장만하는 곳’입니다. 헌책방으로 찾아가서 느긋하게 여러 시간 책을 둘러보지 않고서야 ‘그림을 제대로 찍을’ 수도 없지만, 헌책방지기들과 ‘이야기를 살뜰히 주고받을’ 수도 없습니다.


  다른 어떤 기획과 주제로 다른 어떤 곳을 취재하더라도 늘 똑같습니다. 취재원이 될 사람과 곳을 차근차근 살피고 돌아볼 수 있어야 이야기를 길어올립니다. 이야기를 길어올리는 〈문화사색〉이 되지 못한다면, 겉핥기나 겉훑기로 그치리라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같은 서울로 움직이더라도 으레 한 시간은 쉽게 씁니다. 서울 벗어나 인천이나 수원이나 의정부나 파주나 천안이나 청주나 춘천으로 간다면 두 시간쯤 들일 수 있겠지요. 서울 용산역에서 케이티엑스를 타고 순천역까지 오는 데에 꼭 세 시간 걸립니다. 기차로 세 시간 길이라면, 오가는 데에 여섯 시간이니 길다고 여기면 길 테지만, 아침에 떠나 낮에 취재를 하고 저녁에 밤기차로 돌아가면 하루면 넉넉히 취재를 할 만해요. 순천에서는 마침 순천만정원박람회가 있고, 순천하고 가까운 여수에도 아름다운 헌책방이 있으며, 여수 곁 진주와 통영에도 아름다운 헌책방이 있습니다. 생각을 뻗으면 얼마든지 아기자기하며 예쁜 이야기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껏 모든 ‘헌책방 취재’가 서울 언저리에서만 맴도는데, 방송사에서 책문화를 들려주는 이야기가 ‘서울사람한테만 도움이 될 목소리’가 아니라 한다면, 외주제작이든 제작비가 빠듯하든, 서울을 벗어나기도 해야지 싶어요. 서울에서 맴돌 때에는 정작 서울에 깃든 헌책방이 어떤 곳인가조차도 알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서울서 비행기를 타면 한 시간쯤이면 제주에 닿지요. 제주도 제주시에도 아름다운 헌책방 있어요. 서울서 부산까지도 고속열차로 두 시간이면 달리니,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으로 즐겁게 찾아가서 취재를 할 수 있어요. 기차삯이나 비행기삯이 얼마나 비싼지 모르겠지만, 이만 한 찻삯과 품과 말미를 들이지 않고, 하루아침에 뚝딱하고 취재를 하는 자리라면, 저는 그닥 도움이 못 됩니다. 이러한 기획취재에 제 품삯까지 헤아리지는 않을 테지요.


  제 블로그에 제가 올린 글과 사진을 살피시면서 스스로 마음으로 와닿는 헌책방을 찾아가시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편지를 쓰는 데에만도 저는 품과 겨를을 들여야 합니다. 제가 시중에 내놓은 책에도 헌책방 자료와 연락처가 다 있고, 제가 인터넷에 완전공개로 올린 전국헌책방목록만 보아도 어느 곳에 가면 좋을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아름다운 책이야기를 마주하면서 아름다운 헌책방 삶과 넋과 빛을 화면으로 담아서 나눌 수 있기를 빕니다.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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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3-06-29 11:26   좋아요 0 | URL
순천헌책방이면 아마 형설책방일것 같네요.오래전에 간 기억이 나는데 아직도 잘 운영하고 계시는것 같아 기쁘네요^^

파란놀 2013-06-29 13:24   좋아요 0 | URL
전라남도에서 가장 씩씩하고 알차게 잘 꾸리셔요.
참 대단하시지요.

광주에서 헌책방 하시는 분들은 형설서점한테서
많이 배워야 하리라 느껴요.
 

바다에 가고 싶어

 


  바닷가에 다녀온 이듬날, 큰아이는 “아, 바다에 가고 싶어.” 하는 말을 열 차례 남짓 꺼낸다. 바다에 그렇게 가고 싶니? 그래, 그러면 가야지. 아버지는 자전거 끌며 바닷가 다녀오면 이틀이나 사흘쯤 먼 마실은 쉬어야지 싶은데, 사흘에 한 차례씩 바닷가마실을 해 볼까. 택시를 불러 다녀오면 만사천 원이면 넉넉한 마실길이기는 한데, 택시로 달리면 여름날 푸른 숲과 나무를 한껏 누리지 못해. 그저 폭신한 걸상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에어컨바람을 쐬야 할 뿐이야.


  땀을 흘리며 자전거를 달리고, 햇살을 쬐면서 자전거 발판을 구르지. 땀이 볼을 타고 흐르며 땅바닥에 떨어져. 훅훅 가쁜 숨 몰아쉬면서도 고갯마루 오르면 쏴아아 내리막에서 신나게 휭휭 바람을 누리지.


  바다에 가면 무엇이 좋을까. 바닷가에 서면 어떻게 즐거울까. 가만히 바닷바람을 떠올린다. 곰곰이 모래밭을 되새긴다. 하얀 조개껍데기를 생각하고, 모래밭으로 밀려든 미역과 바닷말을 헤아린다. 바다에서 양식 하느라 바닷가로 밀려드는 온갖 스티로폼 쓰레기를 하나하나 곱씹는다.


  바다는 우리한테 어떤 품일까. 숲은 우리한테 어떤 가슴일까. 흙은 우리한테 어떤 이야기일까. 얘들아, 우리 물빛 마음이 되면서 바다에서 놀자. 4346.6.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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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29 09:58   좋아요 0 | URL
아...정말..여름을 온몸과 마음으로 시원하고 즐겁게 누리시는군요.^^
항상 아침마다 함께살기님 올려 주시는 나무와 꽃 나비 길 바다...글과 사진 통해
제 마음까지 함께 기쁘고 시원하고 즐거워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파란놀 2013-06-29 10:15   좋아요 0 | URL
바다빛도
함께 누리는 사람이 있을 때에
훨씬 환하답니다~~
 

아이 글 읽기
2013.6.28. 두 아이―모래밭 글놀이

 


  바닷가 모래밭은 커다란 그림판이다. 커다란 그림판에는 글씨도 커다랗게 쓸 수 있고, 그림도 커다랗게 그릴 수 있다. 한참 쓰고 그리다 보면 물결이 밀려들어 모래밭 글과 그림을 말끔히 지운다. 그러면 다시 나뭇가지 들고 커다란 글씨와 그림을 빚어 놓지. 그러면 또 물결이 이놈들 어떤 글 쓰고 어떤 그림 그렸나 궁금해서 살그마니 밀려들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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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사랑한다면 사랑한다고 말하면 됩니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아이한테 아파트를 사 주거나 자가용을 안 사 주어도 됩니다. 그저 아이를 따사롭게 바라보고 포근하게 안으면 됩니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아이한테 굳이 장난감 안 사 주어도 됩니다. 풀잎 하나 뜯어 냠냠 씹기도 하고 꽃송이 가만히 쓰다듬으면 됩니다. 아이들은 맑은 눈빛과 밝은 마음과 착한 꿈을 바랄 뿐입니다. 사랑이란 말로도, 말솜씨로도, 말치레로도 이루지 못합니다. 오직 가장 맑고 밝으며 착한 넋으로 나누는 사랑입니다. 이와 같은 ‘사랑’을 글로 담거나 그림으로 빚으려면 어떻게 할 때에 아름다울까요. 너무 마땅하지만, 글솜씨를 부리거나 그림재주를 부린다면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보일 테지만, 따사로운 사랑을 느끼기 어렵겠지요. 사랑을 속삭이자면 가장 쉽고 수수한 말을 들려주면 돼요. 사랑을 노래하자면 가장 낮고 투박한 그림을 보여주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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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
문혜진 글, 이수지 그림 / 비룡소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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